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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인종의 다리
작가 : 밈밈밈
작품등록일 : 2017.6.4

여주가 차원이동 됨. 그 세계에서 열심히 구르며 인간, 용, 도깨비, 구미호 등, 이 네 종족을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전개 느립니다.

 
코 꿰다_4
작성일 : 17-06-07 13:49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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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하. 이 서류는 꼭 사인해주셔야 합니다."

 

  로코의 왕 그래지한은 집무실에 앉아 펜대를 돌렸다. 책상에 쌓인 수천장의 종이들은 무시한 채 당당히 딴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얼른 이세계인을 만나고 싶었다. 이세계인이 살던 세계가 궁금했다. 그쪽 세계와 이 곳 파로와의 차이점을 알고 싶었다. 그곳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어떠하고 지배자들은 어떤식으로 지배하며 교육은 어떠하고 음악과 예술은 어떤지 알고 싶었다.

 

  그래지한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 모습을 본 젋고 유능한 재상 제파도 나세아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왕의 미소가 얄미운 제파도는 그 마음이 표정에 들어날까봐 자기도 모르게 외면했다. 제파도는 그저 왕이 일하기를 바랐다. 요즘들어 일을 너무 안하시는 왕에게 제발 서류 좀 봐달라고 사정하러 왕의 집무실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왕은 딴생각으로 일을 안하고, 제파도는 그런 왕이 제발 일 좀 했으면 싶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전하. 부르셨던……."

 

  벌컥!

 

  시종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성질도 급했고 지금 상황도 급했던 백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죄송합니다. 너무 궁금해서 물어봐야 속이 시원할거 같아서요. 여긴 지구가 아닌가요?"

 

  백희는 숨도 한번 안 쉬고 말을 내뱉었다.

 

  어제의 검은색 일색이었던 옷과 달리 하늘색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이세계인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리고 허락의 말 한마디 없었는데 소파 위에 털썩 하고 앉아 버렸다. 심지어 앉은 자세도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시종은 머리를 짚으며 뒤로 넘어가려고 했고 젊고 유능한 재상 제파도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왕 그래지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무례하군. 난 앉으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아, 죄송해요. 다시 일어날까요?"

 

  백희의 당돌한 말에 그래지한은 살짝 멍한 얼굴이 되었다. 시종과 제파도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백희는 그 누구의 표정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었기에 다른사람의 세세한 표정까지 눈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백희가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갈 생각하고 있으니 왕은 어쩔수 없다는 듯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백희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래. 그대가 살던 곳은 지구라는 곳인가?"

  "네. 정확하게는 지구의 대한민국이에요. 한국이라고도 하고 남한이라고도 합니다. 들어보신적 없으세요?"

  "없다."

 

  그래지한의 대답에 백희는 절망했다. 이 곳은 정말로 지구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백희는 간절한 눈빛으로 이름만 들으면 '아, 거기!' 할 만한 국가들의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정말, 정말 처음 들어보셨어요? 혹시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은요? 중국이나 일본은요?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없다."

 

  그래지한이 단조롭게 대답했다. 그래지한의 대답에 백희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부모님과 동생의 얼굴이 지나갔다. 밤새 놀았던 친구들의 얼굴도 지나갔다. 그러자 곧 백희의 아랫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결국 백희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더니 곧 흘러 넘쳤다. 그리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흐...흐아아앙!"

 

  그래지한과 제파도, 그리고 시종은 당황스러움에 사고를 정지 시켰다. 그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우는 듯 서럽게 우는 백희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왕은 돌 처럼 굳었다. 젊고 유능한 재상 제파도는 자신의 옷에 달린 모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시종은 입과 눈을 벌릴 수 있을 만큼 벌리고 온 몸을 굳혔다.

 

  제파도가 자신의 주머니 어딘가에서 간신히 찾은 손수건을 들고 백희에게 내밀었다.

 

  "우, 울지말아요."

 

  백희는 손수건을 받아들자마자 더 울기 시작했다. 원래 서럽고 슬플 때 위로해 주면 더 울고 싶은 법이다.

 

 

  간신히 진정한 백희를 앞에 두고 남자들은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우는 여자에게 한 없이 약한 제파도와 시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왕 그래지한은 처음 백희가 울 때 당황했으나 나중에는 백희가 울면서 횡설 수설 뱉어내던 말들을 주의 깊게 들었다.

 

  '엄마, 아빠, 백하.'

 

  이세계인의 가족사항을 알게 된 것과 짧지만 그간 보였던 행동과 말로 그래지한은 이세계인을 유추해 나갔다.

 

  '단란한 네가족, 한번도 가족과 떨어져 본 적 없음, 사랑 받고 자람, 온실 속 화초, 높은 집안의 자제일 가능성이 있음.'

 

  다른 것들은 맞았지만 마지막 높은 집안의 자제일 가능성은 아니었다. 백희는 그저 평범하디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 기준에서 백희의 거칠게 없는 행동은 높은 집안의 여식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이곳 로코는 왕, 귀족, 농민 심지어 노예까지 있는 신분차이가 확실한 봉건제사회였다. 반면 신분은 물론이요, 남녀 평등사회에서 살아온 백희는 절대 이해 못할 구조였다.

 

  물론 백희가 사는 지구에도 신분제가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지만 적어도 백희는 아니었다. 평생을 '사람은 평등하다' 라고 배워 온 백희에게 이곳 신분제는 아직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백희는 훌쩍이며 말했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오늘 대학교 첫 날이었는데……. 돌아갈 방법은 없나요?"

  "학교? 학교를 다닌다고?"

  "네. 당연하잖아요. 학교 안다니는 사람이 어딨어요."

 

  백희의 대답에 그래지한은 입을 다물었다. 마치 모든 사람이 학교를 다녀야 마땅하다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로코에서 여자들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그래지한은 로코에도 귀족 여식들을 위한 여학교가 하나 있음을 떠올렸다. 다만 로코에서는 굉장히 똑똑한 여식들이 아니고서야 그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몹시 힘들었다.

 

  그때 백희가 말했다.

 

  "그것보다 돌아갈 방법은 없나요? 제가 어떻게 여기 왔죠? 분명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에요."

 

  그래지한은 제파도에게 네가 말하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제파도는 백희가 대전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갑자기 대전 한가운데에서 빛이 나더니 그곳에서 떨어지셨습니다."

  "갑자기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도 간배…, 키님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아는바가 없습니다."

 

  백희는 제파도가 말하는 자기이름의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간배키가 아니라 강백희에요. 강이 성이고 백희가 이름이죠."

  "성이 앞에 오다니 특이하군요. 배키님."

  "아니, 배키가 아니라 백희라구요. 백희."

  "배, 배키님 아니십니까? 제 발음이 틀렸나요?"

 

  제파도가 쩔쩔 맸다. 사실 배키나 백희나 발음은 똑같다.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이름 주인인 백희는 틀림없이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상황이 예민한 백희는 불만 스러웠지만 참기로 했다. 어쨌든 이 곳은 자신이 모르는 곳이다.

 

  "아니에요. 배키라고 해도 돼요."

  "죄송합니다."

 

  제파도가 정말 미안한 얼굴로 사과하자 백희의 불만스러운 마음이 잦아들었다.

 

  "그럼 돌아갈 방법은 없는건가요?"

 

  그러자 그래지한과 제파도는 서로를 쳐다봤다. 제파도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고 그래지한은 무표정했지만 그 속에 음흉함이 느껴졌다. 그래지한이 말했다.

 

  "이세계인이 돌아갔다고 알려진 바는 없다."

  "응? 저말고 온 사람이 있어요?"

  "그래. 300년 전이지."

 

  그 말에 백희의 얼굴은 손으로 종이를 사정없이 구기듯 구겨졌다.

 

  "300년 전……. 그사람은 돌아가지 못 한 거에요?"

 

  백희의 눈가가 그렁그렁해 졌다. 그러자 그래지한은 제파도에게 눈짓했다. 네가 대답하라는 눈치였다. 제파도는 쩔쩔 매면서 대답했다.

 

  "네, 네.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요."

 

  제파도는 마음에도 없는 립서비스를 했다. 그러자 그래지한이 눈을 부라렸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못을 박아 놔도 시원찮을 판에 마음을 붕뜨게 만들어서 어쩌잔 말인가. 하지만 제파도는 울상을 지으며 왕을 바라봤다. '그치만 또 울까봐….' 라는 표정이었다.

 

  제파도의 말에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울상인 표정으로 백희가 대답했다.

 

  "정말요?"

 

  백희의 희망어린 물음에 제파도는 땀을 뻘뻘 흘렸다. 어떻게 해서든 이 사태를 수습해야 했기에 열심이 입을 놀렸다.

 

  "솔직히 말해 저도 아는게 없습니다. 저말고 여기 계시는 전하께서도 마찬가지이시구요. 그만큼 이세계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워요. 그리고 배키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이 곳은 여성이 누군가의 보호 없이 혼자 돌아다니기엔 몹시 위험하답니다. 음. 그러니까, 이곳 로코 왕궁에 머무시면서 천천히 돌아갈 방법을 찾아 보는게 어떨까요? 왕궁인지라 그 어디보다도 치안이 확실합니다. 게다가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왕궁도서관도 있고요. 우선 이곳에서 파로와 로코에 대해 익히시고 왕궁 도서관에서 단서를 찾으며 지내시는게 좋을거라고 생각 됩니다."

 

  제파도의 우수수 쏟아지는 말에 왕 그래지한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제파도의 말은 백희를 살살 달래면서 은근슬쩍 로코에 머물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살다보면 정이 들 것이다. 게다가 그래지한의 셋째 왕자를 짝으로 맺어주어 아이라도 낳으면 어쩔 수 없이 모든걸 포기하고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사실 왕궁 도서관에서 이세계인에 대한 자료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였다. 300년 전 왔던 이세계인에 대한 서술은 그만큼 적었다. 다른국가들도 로코왕국에 있는 만큼만 자료가 있을 거다. 그나마 있는 자료에도 돌아갈 단서 따윈 없다. 그리고 그 적은 자료들은 곧 왕궁 도서관 내에서 치워질 것이다.

 

  "우리 유능한 재상이 그렇다는군. 어떻게 생각하나 이세계인."

 

  백희는 눈썹을 찡그렸다.

 

  어딜 봐도 돌아갈 수 있는 방도가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당장 알겠다고 대답하기 꺼림칙했다. 왠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난생 처음 본 자신에게 너무 잘 대해 준다고 느꼈다.

 

  '뭔가 좀 수상한데. 울지말라고 사탕주면서 어르고 달래는 느낌이 들어.'

 

  그 감은 정확했다. 부모님들이 아이가 말길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교육시키는게 무엇인가.

 

  '모르는 사람이 사탕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절대 안돼!'

 

  백희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백희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 왕 그래지한은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두손을 포개어 턱을 바치며 옆에 서있는 제파도에게 물었다.

 

  "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거지?"

  "글쎄요. 저도 잘……."

 

  둘의 표정은 제법 심각했다. 사실 그래지한과 제파도는 백희가 바로 승낙할 줄 알았다. 어차피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도 없는데 무슨 수로 생전 처음 본 세계에 적응한단 말인가. 도움을 요청해도 부족한게 백희의 입장이었다. 둘은 백희가 이해 되지 않았다.

 

  사실 그래지한은 백희가 승낙하면 그 자리에서 셋째 왕자를 소개시킬 생각이었다. 일단 안면이나 서로 트라는 의미에서다. 그렇게 종종 자리를 만들어 둘을 차츰 엮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백희는 결정을 미루었다. 그래서 그래지한은 3왕자를 부르려던 생각을 철회해야만 했다.

 

  왕이 되고 난 후 대부분의 것들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던 왕 그래지한은 오랜만에 초조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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