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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4인종의 다리
작가 : 밈밈밈
작품등록일 : 2017.6.4

여주가 차원이동 됨. 그 세계에서 열심히 구르며 인간, 용, 도깨비, 구미호 등, 이 네 종족을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전개 느립니다.

 
코 꿰다_3
작성일 : 17-06-07 13:48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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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족들이 입을 다물고 왕을 쳐다보았다. 왕께서 무슨 결정을 내릴지 다들 궁금했던 것이다. 물론 귀족들은 왕이 백희를 로코에 붙잡아 둘 것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행동거지야 어찌됐든 그 귀하다는 이세계인! 이 파로에서 이세계인이라는 존재는 속한 나라의 번영과 끊임없는 축복, 그리고 영원한 영광을 누릴 수 있게 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세계인은 여자였다. 온 대륙에 국가가 하도 많아 잘 찾아보면 여왕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남성중심사회가 굳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귀족들은 여자 이세계인의 로코에서의 위치에 굉장히 민감해 했다.

 

  왕이 입을 열었다.

 

  "이세계인을 왕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면 어떠한가?"

 

  그 말을 듣자 귀족들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늙은 귀족이 입을 열었다.

 

  "후궁으로 들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러자 왕이 눈썹을 팍하고 찌푸렸다.

 

  "내가 왜?"

 

  귀족들은 왕의 불편한 심기에 몸을 움찔 떨면서 의아해했다. 분명 왕은 이세계인을 왕실의 일원으로 들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왕의 후궁이 아니고서야 뭐란 말인가? 버젓이 있는 왕비를 내치고 왕비라도 만들 샘인가?

 

  순간 귀족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은 얌전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왕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피가 마를날이 없었다. 멋 모르고 나서길 좋아했던 첫번째 왕비를 자기손으로 죽인 왕이었다. 끔찍했던 날의 기억을 끄집어 상기한 귀족들은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왕이 지금의 왕비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늙은 귀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그렇다면 왕비로 맞이하시겠다는……."

  "그대들은 나를 뭐로 보고 있는건가?"

 

  왕의 인상이 한층 더 구겨졌다. 점점 냉각되는 분위기 속에 귀족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때 왕과 가까운 측근으로 알려진 젊고 유능한 재상, 제파도가 왕의 의도를 추측해 내었다.

 

  "그렇다면 왕자님들 중 한명의 부인으로 들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한거 아닌가? 그 이세계인은 내 취향이 아니다."

 

  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신하들은 떠올렸다. 왕의 역대 여자들을 말이다.

 

  왕 그래지한은 가슴이 커다랗고 허리가 잘록하며 엉덩이가 풍성한 여성상에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백희는 가느다랗고 밋밋하기 그지 없었다. 백희의 굴곡 없는 몸매에 부드러운 얼굴 윤곽도 한몫하여 그래지한에게는 어린애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지한은 백희를 또래보다 키만 큰 어린애로 생각했기에 급이 맞는 이로 이어줘야 했다.

 

  "3왕자가 아직 부인이 없지?"

 

  왕이 묻자 제파도가 잽싸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올해 10살이니 슬슬 짝을 맺어줘야 하지 않겠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멍하니 있던 귀족들도 얼른 정신 차리고 열심히 대답했다. 왕도 만족스럽고 귀족들도 만족스러운 백희의 위치였다. 왕이 정한 3왕자의 부인이라는 위치는 그들이 보기에 아주 적당했다.

 

  그러나 그들 중 아무도 나중에 있을 백희의 맹렬한 반발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백희가 알았다면 온갖 발광과 행패를 부렸을 것이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백년해로의 기약을 자기들끼리 정하는데 뒷목잡고 쓰러지지 않을 이가 어디있을까. 게다가 백희의 상대는 무려 열살이나 어렸다. 백희가 살던 사회에서 성인과 미성년의 결혼은 사회적 질시를 미친듯이 받는 곳이다. 그런데 무려 10살짜리 어린애와 결혼을 하다니!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백희는 그저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뿐이었다.

 

 

 ***

 

 

  백희는 깨질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끄어어."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왔다. 백희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제는 정말 이상한 꿈을 꾸었다. 개천가 언덕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코스프레 변태들이 한가득 있는 성 안에 떨어진것이다. 자기를 보고 이세계인이냐며 물어본 정신이 살짝 나간 반삭머리 아저씨가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의 백희를 죽이라는 실성한 아우성들도 생각났다.

 

  백희는 머리를 휙휙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그리고 목이 말라 물을 찾으러 부엌에 가려는데…….

 

  "여기가 어디지?"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럴수가! 세상에! 미친!"

 

  어제 자신의 꿈 속에서 보았던 방이였다. 백희는 그제서야 어젯밤 꿈이 꿈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머리를 양손으로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게 뭐지? 이게 뭐지?"

 

  그러나 생각한다고 이해 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백희는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젯밤 친구들과 술을 먹고 거하게 취해 집에 가다가 개천언덕에서 굴러 떨어졌더니 이 이상한 곳에 떨어졌다. 여기서 더 어떻게 생각이 진행 될 수 있단 말인가!

 

  머리 속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때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깨어 나셨는지요?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네."

 

  새소리 같은 여자의 목소리에 백희는 어떨결에 대답했다. 그러자 여러명의 시녀복장을 한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백희가 당황할 새도 없이 그들은 백희의 목에 냅킨을 두르고 무릎에 아침식사를 내려놓았다. 백희가 '어,어?'하는 사이 어떤 시녀가 다가와 숟가락으로 스프를 떠 백희의 입에 넣어주려고 했다. 그러자 퍼뜩 정신을 차린 백희는 얼른 자신이 먹겠다며 숟가락을 뺏었다.

 

  "제가, 저 스스로 먹을게요. 고맙습니다."

 

  그러자 시녀가 처음엔 놀란 듯 눈을 키웠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물러났다.

 

  백희는 스프를 떠먹으며 이게 다 무슨 상황이지 싶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 시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목욕을 위한 욕조를 가져와 거기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한 물을 붓고 있었다.

 

  백희는 스프를 떠먹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저기요."

  "네. 말씀하세요."

 

  백희에게 스프를 떠먹여주려던 시녀가 대답했다.

 

  "여긴 어디인가요?"

  "로코 왕궁의 사자궁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로코 왕국이 어딘데요?"

  "파로의 서쪽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왕국이지요."

  "파로가 뭔데요?"

 

  시녀는 고개를 조금 갸웃 거리며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파로는 이 세계를 말한답니다."

 

  백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파로? 로코? 이게 다 뭐야?

 

  백희는 지옥같은 수능을 막 끝내고 더 지옥같은 미대 입시를 치루며 경쟁했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고 원했던 미대에 합격했는데! 오늘부터 시작 될 행복한 대학라이프를 꿈꾸며 모든 지옥을 견뎌 왔는데!

 

  백희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이 시녀들은 욕조에 물을 다 받았다. 그녀들은 백희가 식사를 다 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식사를 끝낸 기미가 보이자 마자 백희에게 달라붙었다.

 

  '이 언니들 왜이래.'

 

  당황하는 백희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들은 백희의 옷을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백희는 맹렬히 저항했으나 수가 워낙 많아 그녀들의 손에 놀아나기만 했다. 어느새 옷이 다 벗겨져 버린 백희는 중요부위 두 곳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

 

  "왜, 왜, 왜이러세요!"

  "목욕 시중을 들겠습니다. 편안히 계시면 돼요."

  "아뇨, 아뇨, 아뇨! 차라리 제가……!"

 

  백희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그녀들은 묵묵히 할 일을 했다. 백희를 강제로 욕조에 앉힌 후 그녀들은 백희를 정성스럽게 씻기기 시작했다. 수 앞에 장사 없다고, 백희의 반항은 금방 무용지물이 되었다.

 

  백희는 모든 저항을 그만 두고 그녀들에게 몸을 맡겼다. 욕조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다리를 접어 가슴까지 끌어 당겼다. 백희는 울고 싶었다. 같은 여자끼리였지만 치욕스럽기 그지 없었다.

 

  백희는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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