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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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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7 화
작성일 : 16-07-21 17:51     조회 : 627     추천 : 0     분량 : 7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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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한가로운 걸음으로 아침 햇빛을 마주 보며 동쪽으로 나아갔다. 두위가 향하고 있는 곳은 황산(黃山)이었다.

 그 기슭 외진 곳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라한 무덤이 있었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삶이 비루해 보여 견디기 힘들 때마다 두위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언제나 하급 무사로서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살았다.

 어렸을 때는 그런 아버지의 초라함이 싫었다. 아버지와 함께 흑룡보(黑龍堡)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은 그래서 힘들고 어려웠다.

 아버지는 보(堡)의 외성(外城)에 기거하면서 잡다한 심부름을 주로 했다.

 때로 칼을 쥐고 수성(守城)의 번(番)을 서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우쭐대는 모습이 병사를 호령하는 장군이라도 된 듯했다.

 흑색 경장 위에 둥근 철패(鐵佩)가 달린 요대(腰帶)를 두르고 전포(戰袍)를 걸치면 그 위풍이 자못 늠름한 바가 있었다.

 

 -어떠냐, 이 아비의 모습이 부럽지 않으냐?

 

 허리에 찬 칼자루를 쥐고 서서 우쭐대며 그렇게 말하곤 하던 아버지의 음성이 귓전에 살아났다.

 그때만은 두위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자신도 크면 흑룡보의 무사가 되어 멋진 옷을 입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했던 것이다.

 두위가 그 시절의 회상에 잠겨 느릿느릿 걷고 있는데 곁에 다가온 마석산이 어깨를 쳤다.

 두위는 마석산이 턱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세 명의 사내가 거기 있었다. 아침 햇살을 등 뒤에 두고서 그들은 커다란 회나무 아래 한가롭게 앉거나 서서 연잎에 싼 주먹밥을 나누어 먹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밤새 길을 걷다가 늦은 아침을 먹는 모양이었다.

 회나무가 서 있는 언덕 아래에서 그들의 눈길이 서로 마주쳤다.

 두위는 마석산이 긴장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회나무 아래 앉아 있는 세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한 명은 날이 번쩍이는 단창(短槍) 두 자루를 등 뒤에 엇갈리게 지고 있었고, 한 명은 주먹만한 유성추(流星鎚)가 매달려 있는 가느다란 철삭(鐵索)을 허리에 감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한 자루의 협도(峽刀)를 등에 지고 있었는데, 폭이 좁고 길이가 일반 칼보다 훨씬 길어서 두 손으로 잡고 휘두르는 쌍수도(雙手刀)였다.

 강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장기가 아니어서 그것이 두위의 신경을 쓰이게 했다.

 사내들은 무심한 얼굴로 두위와 마석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낡은 옷을 입었고, 역시 낡은 피혜(皮鞋)를 신고 있는 것이 험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두위는 사내들이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을 느꼈다.

 무공을 팔아서 살아가고 있는 들개 같은 자들이었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거칠고 삭막한 그들의 분위기에서 피 냄새가 맡아졌다.

 두위와 마석산이 느끼고 있는 그런 분위기를 사내들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으리라. 그들이 손에 들고 있던 주먹밥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무심하던 얼굴에 경계와 긴장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어디서 오는 길이냐?”

 협도를 메고 있는 자가 손바닥에 묻어 있는 밥알들을 털어내며 건조한 음성으로 먼저 말을 던져 왔다.

 후리후리하게 큰 키에 눈매가 날카롭고 허리가 좁게 빠진 것이 표범처럼 날쌔 보이는 자였다.

 “규화강(葵花江).”

 “그래?”

 두위의 짧은 대답을 들은 자가 수상쩍은 눈길로 노려보며 턱을 쓸었다.

 “그쪽에 귀역(鬼域)이라는 곳이 있다던데?”

 “그런 곳은 없어. 만금루(萬金樓)라는 낡은 주루가 하나 있을 뿐이지.”

 “그곳이 그곳 아닌가?”

 머리를 갸웃한 사내가 이번에는 마석산의 우람한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괴물 같은 놈이로군. 대단하다.”

 하지만 사내의 얼굴에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마석산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신기한 짐승을 구경하는 듯한 호기심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리라. 두위는 사내가 지니고 있는 솜씨가 이들 중 가장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저자의 칼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하는 궁금증이 부쩍 일었다.

 “거기 두위라는 놈이 있다던데?”

 사내가 다시 두위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마석산이 깜짝 놀란 듯 흠칫하고 어깨를 굳혔다. 두위는 자신의 생각이 여지없이 깨졌다는 것에 의아했다.

 그는 이 사내들이 귀역에 몸을 담기 위해 찾아가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자들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처음 보는 자들이었다. 이들이 어째서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두위의 머리 속에 한꺼번에 수많은 생각과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 두위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사내가 씩 웃었다.

 “겁낼 거 없어. 그냥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 그럼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록 해주겠다.”

 사내는 두위가 두려워하고 있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뒤에 서서 일이 돌아가는 양을 바라보던 자들이 슬그머니 자신들의 병장기에 손을 얹었다.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있지.”

 두위가 다시 짧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

 사내도 차가운 웃음을 매달고 두위와 마석산을 다시 한 번 번갈아 바라보았다.

 “듣기로 그놈이 생긴 게 꼭 너 같다던데?”

 그가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턱을 들어 두위를 가리켰다. 두위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맞아. 그럴 거야. 하지만 그로부터는 너희들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대답해 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응?”

 두위의 느물거리는 말에 사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두위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외인 모양이었다.

 “나와 봐라!”

 사내가 뒤쪽의 숲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조금 후 숲이 버석거리더니 외눈박이사내 한 명이 바지춤을 붙든 채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걸어 나왔다.

 두위는 외눈박이를 보고 그가 누구인지를 곧 생각해 냈다.

 얼마 전 강서성(江西省) 의황현(宜黃縣)에서 양모춘(楊慕春)의 의뢰를 받아 서가장에 고용된 무사들과 싸웠을 때 그곳에 있던 자들 중 한 명이었다.

 네 명은 두위의 칼에 목숨을 잃었고 두 명은 달아났었는데, 애꾸눈의 사내는 바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어?”

 두위를 본 자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저, 저, 저…… 바로 저놈이다!”

 그자가 두위를 가리키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두 눈이 두려움을 담고 부릅떠져 있었다.

 “그래? 바로 이놈이 곽구(郭九)를 죽인 그놈이란 말이지?”

 사내가 눈빛을 번쩍이며 두위를 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있었던 것이 괘씸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곽구와 동향으로서 어려서부터 함께 죽마(竹馬)를 타고 놀던 친구다. 네 손에 그가 죽었으니 복수를 해주지 않을 수 없다.”

 사내가 한 걸음 나서며 어금니를 물고 낮게 말했다.

 뱃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그 음성에 실려 있는 살기만으로도 웬만한 자들은 기가 질려 엉덩이를 빼고 말 것이다.

 두위가 한 걸음 물러서며 손을 내저었다.

 “이봐, 잠깐만.”

 사내가 한 손을 등 뒤로 돌려 칼자루를 잡은 채 움직임을 멈추고 두위를 노려보았다.

 “좋아. 마지막 말은 남길 수 있도록 해주지.”

 피식 웃은 두위가 칼집을 두드리며 사내를 가리켰다.

 “너는 돈에 팔려 다니는 낭객(浪客)이지?”

 “…….”

 “내 손에 죽었다는 곽구라는 놈도 그랬으니 틀림없을 거다.”

 “그게 어쨌단 말이냐?”

 사내가 여전히 살기로 번쩍이는 눈길을 두위의 미간에 못 박은 채 낮게 물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한심한 몸이라는 말을 해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돈을 주고 고용한 자를 위해 일을 해준다. 그자가 곽구를 죽여달라고 했으니 죽였을 뿐이다. 곽구가 센 놈이었다면 대신 내가 죽었겠지.”

 “…….”

 “너는 누구로부터 나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은 거냐?”

 사내가 침묵했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두위가 머리를 갸웃하고 나서 내처 말했다.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인데 쓸데없이 칼을 휘두를 필요가 있나?”

 이번에도 사내는 침묵하기만 했다. 두위가 다시 한 번 그를 설득했다.

 “복수? 좋지. 의기가 있는 사내라면 당연히 목숨을 걸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런 협객(俠客)이 아니야. 기껏 돈에 팔려 다니면서 아무 상관도 없는 누군가를 죽이고 죽는 한심한 신세란 말이다. 그러니 복수라는 말은 우습지. 힘이 남아 있을 때 아껴둬. 그래야 다음번 싸움에서 죽지 않고 또 다른 의뢰인을 기다릴 수 있게 되지 않겠나?”

 “개소리!”

 묵묵히 듣고 있기만 하던 사내가 갑자기 소리치며 칼을 뽑아 힘껏 쳐내렸다. 급히 몸을 젖힌 두위가 뛰듯이 세 걸음을 물러섰다.

 씨잉, 하는 칼바람 소리가 그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뽑는 것과 함께 벼락처럼 내려치는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번쩍 하는 칼 빛이 허공을 긋고 사라졌을 뿐, 칼은 보이지도 않았다.

 “쾌도(快刀)!”

 등줄기가 서늘해진 두위가 소리치며 다시 두 걸음을 껑충 뛰어 물러섰다.

 다섯 자는 되어 보이는 저런 칼을 가지고 그처럼 빠르게 후려쳐 올 수 있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었다.

 사내는 마치 온몸을 기울여 칼과 함께 던져 낸 듯했다. 후리후리한 키와 긴 팔을 한껏 뻗고 휘두르는 것이 사납기 짝이 없었다.

 왼손은 등 뒤로 돌려 늘어진 칼집 끝을 붙잡고, 오른손만으로 칼을 뽑아 후려쳤던 사내가 이제는 두 손으로 칼자루를 단단히 틀어쥔 채 가슴 앞에 그것을 세우고 있었다.

 아침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칼 빛보다도 사내의 이글거리는 눈이 더 강렬했다.

 보기보다 대단한 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위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사라지고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그가 칼자루를 가볍게 쥔 채 왼발을 살짝 내밀어 언제라도 몸을 비낄 태세를 갖추고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내의 눈빛에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자신의 감정마저 죽이고 상대를 노려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는 증거였다.

 사내의 눈 속에서 그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내려던 생각을 포기한 두위가 음, 하고 침음성을 발했다.

 그는 귀역에 몸을 던진 이래 몇 번 크고 작은 싸움을 해보았지만 눈앞의 사내만큼 대단한 칼 솜씨를 지닌 자를 만나지 못했다.

 “내 발도(拔刀)를 피해내다니 제법이다.”

 사내가 조금씩 발끝을 앞으로 내밀며 비웃듯 말했다. 그의 얄팍한 입술 끝이 비틀려져 올라갔다.

 “이름이나 알자.”

 두위는 상대가 좁혀오는 만큼 거리를 두고 물러섰다.

 그의 긴 칼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는 아무래도 운신이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틈을 엿보아서 단번에 뛰어들어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번풍(樊風).”

 두위의 물음에 사내가 짧고 날카롭게 대답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낭객의 세계에도 이름은 있다. 제법 솜씨가 뛰어난 자라고 소문이 나면 좋든 싫든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번풍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만한 솜씨를 지녔으면서도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어쩌면 이자는 바람처럼 하늘을 지붕 삼아 떠도는 자인지도 몰랐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그런 무리들에 대해서는 같은 낭객들조차도 이방인으로 치고 야랑(夜狼)이라고 부르며 경멸했다.

 가장 천한 무사 집단에도 속하지 못한 떠돌이들이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손짓을 해서 마석산을 물러서게 한 두위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새파랗게 벼려진 그의 칼날이 쨍, 하고 햇빛을 퉁겨냈다.

 번풍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사내의 얼굴에도 긴장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찾아온 두 명의 사내들이 조금씩 움직여서 두위의 좌우로 갈라서고 있었다. 여차하면 함께 공격해 올 태세였다.

 “나 혼자 한다. 끼어들지 마!”

 번풍이 눈은 두위의 미간에 붙인 채 그들을 향해 낮고 힘있게 말했다.

 자신의 첫 칼질을 가볍게 비켜 버린 상대에 대해서 경계심과 함께 당당하게 겨루어보고 싶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이건 쓸데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두위를 답답하게 했다.

 오직 죽이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살기를 가득 띠고 있는 자 앞에서 맥없이 있다가 당한다면 그거야말로 개죽음인 것이다.

 그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싸워야 할 수밖에 없다면 반드시 이겨야 했다.

 칼을 맞대고 있는 한 그 방법 외에 달리 살 길은 없는 것이다.

 “간다!”

 사내가 슬쩍 몸을 기울이는 듯하더니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닥쳐들었다. 두위의 입술이 악물려졌다.

 씨이잉―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머리 위에서 다시 한 번 칼이 떨어졌다. 두 손으로 붙잡고 휘두르는 만큼 그것에 실려 있는 힘과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정면으로 받을 수 없다고 여긴 두위가 다시 몸을 기울여 비키며 힘껏 칼을 뿌렸다.

 쨍―!

 번풍의 칼 몸을 후려쳐 떨쳐 낸 두위의 칼이 방향을 꺾으며 떨어져 재빠르게 어깨를 찍어갔다. 허공에 눈부신 칼 빛이 남아 번쩍였다.

 이를 악문 사내의 얼굴이 눈앞에 와락 다가드는 것 같았다. 그의 더운 콧김이 이마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옆으로 튕겨 나가는 칼에서 왼손을 놓아버린 사내가 그것을 불쑥 뻗어 수도(手刀)로 두위의 목을 쳐왔다.

 빗나간 칼을 수습해 들이는 그 짧은 순간조차도 상대의 공격을 허용치 않으려는 치열함이 다시 한 번 두위를 감탄하게 했다.

 사내는 오직 공격의 수법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두위의 칼이 자신의 어깨를 찍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무시해 버린 채 목을 때려온 것이다.

 어깨뼈로 두위의 칼을 받고 대신 목뼈를 부수어 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음―!”

 두위가 신음을 흘리고 훌쩍 뛰어 물러섰다. 기껏 상대의 어깨를 친 대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너는 정말 지독한 놈이로군. 질렸다.”

 한 번 부딪쳐서 단번에 끝내겠다는 것은 처음 두위가 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내가 싸우는 법도 그와 같았다.

 번풍 또한 싸움은 전력을 다해서 부딪쳐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필승의 비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이 열의 힘으로 부딪쳐 오면 이쪽은 스물, 서른의 힘으로 눌러 버리는 것. 적의 공격이 급하고 날카로울수록 이쪽은 더 강하고 빠르게 쳐들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상대의 맥을 끊고 기선을 제압하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방어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것에 치중해야 하는 것은 어느새 상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칼을 쥔 자의 거친 기질이 잘 드러나는 그런 싸움은 두려움없는 과감성이 요체였고, 실전의 풍부한 경험이 관건이었다.

 그런 면에서 번풍은 오히려 두위보다 앞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피이잉―

 두위의 칼에 밀려 튕겨져 나갔던 그의 쌍수도가 다시 방향을 잡고 비스듬하게 쪼개왔다.

 두위가 번풍의 지독한 기세에 질려 물러서자 번풍에게 다시 칼을 휘둘러 베어올 틈이 생겼던 것이다.

 “좋아!”

 두위가 눈을 부릅뜨고 부드득 이를 갈았다. 이제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온몸의 혈관들이 터질 듯한 흥분과 투지를 담고 부풀어 올랐다. 그것을 한번에 폭발시켜 버리듯 맹렬한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이야압!”

 이제는 두위도 칼끝에 살기를 띠기 시작했다.

 쨍쨍쨍―!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새파란 불똥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날렸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오직 무섭게 칼을 휘둘러 정면으로 부딪쳐 가기만 했다.

 그들이 휘두르는 칼 빛이 허공을 뒤덮고 눈부시게 번쩍였다. 어떻게 치고 떨어지는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도법(刀法)이었다.

 

 ‘대체 왜 그랬지?’

 마석산의 눈이 의아함과 실망을 동시에 담고 찌푸려졌다. 그를 힐끔 바라본 두위가 피식 웃고는 다시 먼 하늘의 구름에 눈길을 주었다.

 “너, 너는…… 이길 수…… 있었다.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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