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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풍운제일보
작가 : 송진용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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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 말았다!
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

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

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제 4 화
작성일 : 16-07-21 17:44     조회 : 643     추천 : 0     분량 : 7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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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천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떨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늘의 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도욱이 살기가 가시지 않은 눈길로 그런 반천수를 노려보며 어금니 사이로 말했다.

 

 ***

 

 하도욱은 벌써 세 번이나 귀역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제는 어둠 저편으로 깊이 파묻혀 보이지 않는 불빛이었고 들리지 않는 소란들이었다.

 하지만 하도욱의 눈에는 여전히 그것이 보이고 들리는 모양이었다.

 진사후는 하도욱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 그의 노안이 이채를 띠고 반짝였다.

 냉정하기가 몸속에 차가운 피를 채워 넣고 있는 것 같던 이놈이 처음 발을 들인 귀역에서 무언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진사후는 하도욱의 눈 속에 새겨져 있는 것이 규화의 모습이고, 그의 귀 속에 박혀 있는 것이 반천수의 비아냥거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보고 느낀 것이 있었느냐?”

 그의 마음을 떠보려는 듯 진사후가 넌지시 물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도욱이 곁에 다가서며 머리를 끄덕였다.

 “속하는 어째서 저곳이 저렇게 멀쩡하게 존재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진사후가 턱을 주억거렸다.

 “측간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게다.”

 “그 말씀은…….”

 갑자기 엉뚱한 대답을 듣게 되자 몹시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하도욱이 얼굴을 찡그렸다.

 진사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집 안에 측간이 없다면 오물이 안방까지 넘쳐 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지만 어느 집이든 측간은 꼭 만들어둔다. 귀역은 우리 군웅성에 있어서 그런 곳이다. 버림받고 외면당하는 자들이 그들의 혈기를 마음껏 풀 수 있는 곳이지. 그렇지 못하다면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결국은 그것이 군웅성에까지 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진사후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로소 이해되었다.

 하지만 하도욱의 마음속에서 의문이 깨끗이 걷힌 것은 아니었다. 내친걸음이라는 듯 하도욱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자들은 하나같이 무도하고 오만방자했습니다. 속하의 생각에는 그대로 둔다면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군웅성의 지척에 저런 곳이 웅크리고 있다는 것은 마치 턱 밑에 칼을 두고 있는 것 같이 불안하고 불쾌합니다.”

 “잘 보았다. 그들은 모두가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고 거칠기가 야수와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 나는 그들이 지금 있는 곳도 너무 멀다고 생각한다. 귀역을 영취봉 아래로 옮길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하도욱은 어리둥절했으나 곧 진사후의 말을 이해했다.

 위험한 자들을 가까이에 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듯하지만 실은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었다.

 쉽게 감시할 수 있고 그래서 위험의 수위를 빨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를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즉시 제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었다. 그리고 그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라면 진사후가 성을 나와 굳이 귀역에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도욱은 측간이 가득 차서 냄새가 지독해지면 그것을 치우듯 그렇게 귀역의 무리들을 쓸어버릴 날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끼고 가슴이 흥분으로 뛰었다.

 그때는 자신이 누구보다 가장 앞서서 마음껏 백룡검(白龍劍)을 휘두르리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첫 상대는 귀반악(鬼潘岳) 반천수(潘泉壽) 바로 그자가 될 것이다.

 “아직 그 친구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한다.”

 진사후 또한 하도욱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무의식 중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하도욱이 자신도 모르게 불쑥 되물었다. 진사후의 근엄한 눈길이 그에게 향해졌다. 하도욱은 내심 아차, 하고 뉘우쳤다.

 하지만 이곳은 군웅성 안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라면 하도욱은 진사후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기는커녕 그의 그림자를 밟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묻고 답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군웅성을 나와 백의검대의 수장으로서 진사후를 모시는 중이었다.

 집을 떠나 같은 길을 가게 된 자들에게는 곧잘 특별한 친밀감과 신뢰가 생기는 법이다.

 진사후가 가볍게 웃고 나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해 주었다.

 “구지신마(九指神魔) 풍해산(馮海山).”

 “억!”

 하도욱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가, 그가…… 귀역에 있었단 말입니까?”

 하도욱은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군웅성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 이름은 귀가 따갑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건대, 사문의 존장들은 구지신마라는 말을 할 때마다 부르르 진저리를 치곤 했다.

 하도욱이 들어 알고 있는 풍해산은 일생에 한 번도 만나고 싶지 않는 무시무시한 마왕이었다.

 그가 지니고 있는 패도적인 무공도 무공이었지만, 냉혹무비한 성정과 포악한 손속이 전대의 강호를 피로 씻었다는 대마인이었던 것이다.

 진사후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이름을 말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한데, 그의 어조에는 친밀한 감정까지 깃들어 있었다.

 하도욱은 입을 딱 벌리고 진사후를 바라보기만 할 뿐 기가 막혀 더 말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암흑쌍수(暗黑雙手) 동건유(董健留)도 있었다.”

 “억!”

 하도욱이 다시 대경한 외침을 터뜨리고 말았다. 풍해산의 이름에 이어서 동건유라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름까지 듣고 나니 이제는 정신이 다 멍할 지경이었다.

 그는 풍해산의 수족과 같은 자로 희대의 살수(殺手)로 악명을 떨친 살인귀였다.

 풍해산이 전대의 무림을 피로 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곁에 동건유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말하는 고인들의 평을 하도욱은 몇 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별일이야 없겠지. 그는 이제 초라한 촌늙은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동건유, 그놈도…… 예전의 그 암흑쌍수가 아니더군.”

 진사후가 한쪽 구석에 붙어 서서 두려움으로 떨기만 하던 동건유의 뚱뚱한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 말속에서 하도욱은 그가 풍해산을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먼 길을 돌아 귀역에 들렀다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 거대한 영웅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풍해산과 동건유는 과연 어떤 의미인가 하는 궁금증이 그를 사로잡았다.

 

 “비켜라!”

 앞쪽의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꾸짖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작은 술렁거림이 전해져 왔다.

 길게 줄지어 나아가고 있는 백의검대의 선두로부터였다.

 뒤따르고 있는 수하들을 돌아본 하도욱이 재빨리 말고삐를 당겨서 앞으로 나아갔다. 서쪽으로 뻗어 있는 관도 상이었다.

 수하들이 멈추어 서 있었다. 하도욱은 그들의 어깨 너머로 뻗어 나오는 첨예한 기운을 느꼈다.

 적을 마주 대했을 때의 긴장이었다. 상대가 군웅성의 오검대(五劍隊) 중 하나인 백의검대라는 것을 알면서 진로를 가로막고 행패를 부려올 자는 무림 중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검신(劍神) 진사후(陣獅侯)의 행렬이라는 데에는 더욱 그랬다.

 ‘대체 어떤 얼빠진 놈이란 말인가?’

 조금의 짜증과 또 조금의 걱정이 하도욱을 긴장하게 했다.

 알면서 가로막은 자라면 상대할 수 없는 무서운 자일 것이고, 모르고 있다면 귀찮은 자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런 일로 자신이 모시고 있는 진사후를 지체하게 할 수는 없었다.

 선두의 수하를 헤치고 말머리를 내민 하도욱이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한 명이었다.

 남루한 옷차림에 봇짐 하나를 등에 지고 있는 것이 먼 길을 나선 여객(旅客)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를 한 번 훑어본 하도욱은 곧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냉막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청년의 옷이 이슬을 맞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평범한 나그네라면 이 밤중에 인적 끊인 외진 길을 이슬에 젖으며 걸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아무 두려움도 거리낌도 없이 서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그 모습이 하도욱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한줄기 긴 검상(劍傷)이 달리고 있어서 그를 더욱 차갑고 섬뜩한 자로 보이게 했다.

 ‘결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다.’

 하도욱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비켜서라!”

 아랫배에 힘을 주고 낮게 꾸짖었다. 괴청년의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눈길이 천천히 하도욱에게 향해졌다.

 그가 잠시 탐색하듯 하도욱을 바라보다가 상대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모습으로 다시 천천히 시선을 돌려 허공을 보았다.

 조금의 감정도 들어 있지 않은 건조한 눈빛이었고 표정이었다.

 하도욱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지그시 어금니를 물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용서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진사후를 모시고 있는 중이었다.

 무시당했다는 노여움 때문에 소란을 피울 수 없었다.

 “지나간다!”

 무섭게 노려본 그가 수하들을 돌아보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말들이 일제히 발굽을 놓아 내달렸다.

 서른 필의 건마(健馬)가 한꺼번에 내닫자 지축이 흔들리듯 대지가 요동을 쳤다. 백의청년들이 위협적으로 말을 몰며 무섭게 괴청년을 노려보고 달려갔다.

 건장한 말들이 부딪칠 듯 와락 다가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스쳐 지나가고 있었지만 괴청년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듯 냉막하기만 했다.

 문득 그의 앞에 말 한 필이 멈추어 섰다. 진사후였다. 잠시 청년을 바라보던 그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름이 뭐냐?”

 “양사명(楊射明).”

 “어디로 가는 길이지?”

 “귀역(鬼域).”

 감출 것 없다는 듯 짧게 대답한 청년이 무심한 신색으로 진사후를 스쳐 지나갔다. 진사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청년의 등을 노려보는 하도욱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귀역이라는 곳이 그에게는 더욱 정이 가지 않는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너는 그곳에서 누구를 기억해 두었느냐?”

 괴청년 양사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진사후가 문득 그렇게 물었다. 하도욱은 자신도 모르게 ‘규화’라고 말할 뻔했다.

 그가 얼굴을 붉혔지만 어둠 속이라 드러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잠시 생각해 본 하도욱이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대답했다.

 “귀반악 반천수와 그 곁에 있던 덩치가 흑곰 같은 자 정도입니다.”

 진사후가 묵묵히 머리를 끄덕였다.

 “모두 심상치 않은 자들이지. 하지만 너는 놓쳐 버린 게 있다.”

 하도욱이 의아하여 진사후를 돌아보았다. 그는 만금루에 모여 있던 불량한 자들을 모두 눈여겨보았었다.

 특히 반천수와 마석산이 두드러져 보였을 뿐, 나머지는 크게 신경을 쓸 만한 자들이 되지 못했다.

 “두위.”

 “두위?”

 하도욱이 진사후의 말을 따라하듯 그 이름을 되뇌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두위가 어떤 자였던지 기억되지 않았다.

 “반천수와 마주 앉아 있던 청년 말이다.”

 “아, 그자였군요.”

 비로소 두위가 누구인지를 떠올린 하도욱이 머리를 끄덕였다. 각진 턱에 시종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자였다.

 구레나룻이 제법 무성해서 얼굴이 어땠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눈빛이 서늘하고 어깨가 단단해 보였다. 그것뿐이었다.

 별다른 특징이나 인상이 없었던 것이다. 하도욱은 어째서 그런 자를 진사후가 기억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자신에게 일깨워 주는 건지 의아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자는 바로 그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꺼려해야 할 자는 역시 마석산이지. 반천수라는 자는…….”

 한동안 마음속으로 저울질해 보던 진사후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크게 경계할 자는 되지 못한다.”

 하도욱은 진사후의 평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마석산은 제법 위압적인 덩치를 가지고 있었으나 막상 싸우게 된다면 그리 두려울 건 없었다. 하지만 반천수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하도욱은 자신의 느낌을 믿었다. 반천수의 그 낡은 철검은 다른 어떤 자들보다 더 위협적이고 사나울 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무런 특징도 없던 두위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니…….

 “그리고 방금 그자도 주의해야겠지. 내 말을 명심하거라. 장차의 일이 그들에 의해서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진사후가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새벽이 다가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

 

 “개자식들이다. 제멋대로 왔다가 제멋대로 떠난다. 여기가 어디 뒷골목 투전판이라도 되는 줄 아나? 영 재수없다.”

 장 노대가 침을 뱉으며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여기저기에서 호응하는 소리들로 다시 만금루 안이 떠나갈 듯 시끄러워졌다.

 “어때? 그러지 말고 우리도 저 마석산이를 앞세우고 위풍당당하게 군웅성으로 들어가자. 가서 잔뜩 위엄을 잡으며 한 바퀴 휘둘러 보고 태연하게 나오는 거야.”

 “좋은 생각이다. 마석산의 몸집만 보아도 그놈들은 오금이 저려서 찍소리도 하지 못할 거다.”

 한 놈이 짓궂은 얼굴로 다가와 마석산의 거구를 집적거렸다. 마석산이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저 개자식들이 백의검대라고 우쭐거렸으니 우리는 흑웅대(黑熊隊)라고 하자!”

 그가 마석산의 두터운 어깨에 한 손을 올린 채 무리들을 돌아보고 큰 소리로 말하자 곧 여기저기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아주 멋진걸? 내 마음에 꼭 든다.”

 그들이 제멋대로 웃고 떠드는 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기만 하던 반천수가 잔뜩 낯을 찌푸린 채 두위를 바라보았다.

 두위는 그들이 뭐라고 하든지 관심없다는 듯 빈 술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는 고양이 앞의 쥐처럼 찍소리도 하지 못하더니 이제 와서 웬 난리람?”

 짜랑짜랑한 교성이 그들의 소란 위에 덧씌워졌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이층으로 향했다.

 거기 규화가 루주인 뚱보 동건유와 함께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를 본 사내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뜨거운 열망이 이글거렸다.

 앞서 아래층으로 내려온 동건유가 뒤뚱거리며 걸어와 반천수 곁에 앉았다. 그가 피곤한 얼굴로 두위를 빤히 바라보는데 치맛자락을 끌며 사뿐사뿐 다가온 규화가 빈 의자를 끌어다 놓고 두위 곁에 붙어 앉았다.

 “당신은 내 생각이 났던 모양이군요? 그렇기에 이처럼 빈 술잔만 바라보고 있었던 게지요.”

 그녀가 반천수에게 한 번 눈을 흘겨주고 그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아 두위의 잔에 넘치도록 따랐다.

 반천수가 아니꼽다는 듯 쳇, 하고 혀를 차고는 외면했다.

 규화는 마치 두위와 첫날밤을 보낸 새색시라도 된 듯 그의 가슴에 안기다시피 하며 갖은 교태를 다 떨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는 그 많은 눈들이 전혀 의식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세상에 오직 자신과 두위만이 있는 것처럼 거리낌이 없었다.

 두위가 묵묵히 두 잔의 술을 마시고 다시 규화가 석 잔째의 술을 따를 때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 차갑게 코웃음을 날린 반천수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만금루의 문이 벌컥 열리고 찬 새벽 바람과 함께 들어서는 낯선 청년과 눈이 딱 마주친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진사후 일행과 엇갈려 지나온 양사명(楊射明)이었다.

 규화와 두위에게 집중되어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마흔 명이나 되는 장한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리는 주루 안에 오직 양사명만이 눈사람처럼 차가운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누가 주인이지?”

 낯선 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차갑기 짝이 없는 반말이라는 것이 가뜩이나 백의검대의 일로 기분이 상해 있는 무리들의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다.

 “저런 후레자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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