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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뢰검협
작가 : 윤신현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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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 한 냥에 팔려 간 생지옥.
아이를 살귀로 만드는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집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십육 년 만에 찾은 고향은 가족도, 정 붙일 데도 없는 낯선 곳이 돼 있는데….
살육을 위해 짐승처럼 길러졌으나 가장 사람다운 인생을 산 검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 25 화
작성일 : 16-07-21 17:32     조회 : 575     추천 : 0     분량 : 1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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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사람은 주제에 맞게 살아야 한다.

 

 

 

 스스슥.

 밤이 되자 어둠이 내린 골목길 사이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 있었지만 구름이 많아 세상을 다 비춰주지는 못했다.

 ‘정말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무공도 뛰어난데 이런 암행술도 뛰어나다니!’

 요즘 들어 동룡은 자주 놀라고 있었다.

 모두 약관의 나이치고는 상당한 무위를 지닌 것도 놀라운데 보통은 익히기를 꺼려하는 암행술조차 자연스럽게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주의 호위로 지내면서도 은밀히 움직일 때가 많아 수많은 암행술을 익히고 알고 있는 그였지만 지금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그것들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내가 비록 무공을 잃었다고는 하나, 경험만큼은 월등하거늘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겁구나.’

 특히 선두에서 움직이는 혈봉의 움직임은 그조차도 감탄을 금치 못할 실력이었다.

 웬만한 살수도 보여주지 못할 공간침투 능력과 움직임을 혈봉은 지금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부턴가?

 발걸음을 멈춘 혈봉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는 미호에게 물었다.

 -여기서부턴 내가 앞장설게.

 -알았다.

 무감정한 혈봉의 목소리를 뒤로 한 미호는 감회가 새롭다는 눈빛으로 장원 하나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흔히 세상 사람들은 하오문의 대부분이 기녀, 점소이, 건달패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총단 역시도 후줄근한 뒷골목이나 암굴 같은 곳을 생각하지만 하오문은 생각보다 돈이 많은 문파였다.

 중원 모든 곳에 하오문도가 있었고 분타가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오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심지어 도둑조차도 하오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들에게서 나오는 돈도 많았고 문도수가 수십 만이다보니 정보력 또한 개방 못지않았다.

 다만 그것을 지킬 무력이 없기에 잠자코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바꾸고 말 거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하오문으로 말이야!’

 눈을 빛낸 미호는 빠르게 움직였다.

 곳곳에 보초를 서고 있는 무인들이 있었지만 미호는 사각만을 파고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경계가 소홀한 마구간을 통해 내원으로 들어가려한 미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동룡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동룡 아저씨?

 갑작스런 동룡의 행동에 미호가 옆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

 그러나 동룡은 말없이 한 곳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곳에서는 허리가 굽은 한 명의 중년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말똥을 치우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냐?

 사일현이 물었지만 미호는 어느새 무음무영은을 푼 채로 중년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 뒤를 동룡이 따랐다.

 -혈봉. 주변을 살펴라. 다가오는 이가 있으면 죽이진 말고 기절시켜라.

 -알겠습니다.

 처음 있는 사일현의 명령에 혈봉이 희미하게 웃으며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바로 옆에 있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작은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혈봉의 은신술에 사일현은 혀를 찼다.

 ‘적이라면 정말 골치 아플 것이야.’

 절정의 은신술과 함께 된 암습을 생각하며 사일현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뭐하는 건가?”

 흠칫!

 말똥을 치우고 있던 중년인은 느닷없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중년인은 절대 머리를 일정 각도 이상 들어 올리지 않았다.

 “왜 자네가 여기 있는 것인가, 북현!”

 스아앗!

 미호의 입에서 북현이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중년인의 손에서 작은 화살촉이 모습을 드러내며 동룡의 목을 노렸다.

 “그만하세요!”

 미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그녀도 북현을 알아보지 못했다.

 사방호위들을 모두 기억하기에는 미호가 너무 어렸을 적에 헤어졌었다.

 다만 함께한 시간이 길었기에 익숙함을 느꼈었고 동룡의 외침에 확신이 들었다.

 “…동룡? 정말 자네인가!”

 “나일세.”

 동룡의 목에 화살촉을 대고 있던 남자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동룡이 천천히 인피면구를 벗었다. 그러자 북현이라 불린 남자의 눈에 물기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서, 설마!”

 “저에요, 북현 아저씨. 수영이에요.”

 “아, 아가씨…!”

 환히 웃는 미호를 바라보며 북현이라 불린 중년인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을 하는 북현을 감싸 안으며 동룡 역시 눈물을 흘렸다.

 행방불명이 되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랬던 친우가 이렇게 살아서 만질 수 있자 천지신명께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해후도 좋지만 지금은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혈봉을 보내놨지만 시간이 길어진다면 들킬 확률이 늘어날 거야.”

 “크흑! 이럴 때가 아니죠. 따라오십시오, 아가씨. 제가 아가씨가 올 때를 대비해서 찾아 놓은 공간이 있습니다. 다행히 쓸 수 있겠군요. 찾아 놓고서도 쓰지 못할 날이 올까 두려웠었는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북현이 마구간의 한쪽으로 일행을 끌고 갔다.

 -무인들이 오고 있습니다.

 -시간은?

 -반 식경 안에는 이곳을 지나갈 것입니다.

 혈봉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인 사일현은 그 내용을 미호와 동룡에게 알려주었다.

 “일단은 들어가지요. 북현에게 방도가 있다하니 그것을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마구간을 관리하는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인지 곳곳에서 말똥 냄새가 지독하게 흘러나왔다.

 스르릉.

 그런데 북현이 벽난로의 굴뚝 안쪽 어딘가를 누르자 벽난로 앞에서 지하로 가는 길이 나타났다.

 “지난 10년 간 저는 아가씨가 올 것이라 믿고 지하 미로의 길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5년 전에 겨우 이곳에서 흔적을 발견하고 찾을 수 있었지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도피로가 바로 이곳이구나. 있을 거라 말들이 많았었는데 설마 실제로 있을 줄이야.”

 “발견하느라고 고생 좀 했었지.”

 얼굴에 자상이 가득한 북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웃던 그가 표정을 굳히고는 조심스럽게 동룡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문주님은…. 어찌되셨나?”

 “편찮으시기는 하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으시네.”

 “다행이야.”

 “쉽게 가실 분이 아니지 않나. 요즘엔 건강이 많이 좋아지셔서 잠깐씩은 거동하고 그러시네.”

 북현은 연신 다행이란 말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미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 길이 정말 금해 그 돼지새끼의 방과 연결이 되어 있나?”

 “확인도 해봤네. 확실하네. 하지만 문제가 있네. 그의 곁에는 항시 절정고수가 세 명이 있고 그가 머물고 있는 방 주변에는 일백 명의 금천대가 에워싸고 있어.”

 “그것 역시 알고 있다네.”

 동룡이 웃으며 대답하자 북현은 뭔가 기대감이 서린 표정으로 물었다.

 “뒤따라오는 병력이 얼마나 있나?”

 “이게 전부네.”

 나지막한 동룡의 말에 북현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미호와 벽묘, 사일현, 흑서, 혈봉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자네 미쳤는가!”

 “미치지 않았네. 그리고 자네는 너무 겉모습에만 연연하는 것 같으이. 예전에도 그러다가 큰 코 다칠 적이 있었지 않은가.”

 “그때하고는 상황이 다르네! 아무리 복수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이렇게 무책임하다니…! 절정고수가 자그마치 세 명이네, 세 명!”

 북현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그러자 그가 무시하는 것에 기분이 상한 듯 혈봉과 벽묘가 대놓고 기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래 보여도 왕년의 우리보다 강한 분들이시네. 나이는 어리셔도 우리보다 강하신 분들이야.”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기세를 뿌려대는 혈봉과 벽묘의 모습에 북현이 침을 꼴깍 삼켰다.

 어리다고 무시했다가는 목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쯤 해. 금해는 미호 네가 처리할 거지?”

 “물론. 그 새끼는 내가 직접 목을 딸 거야.”

 “그렇다면 절정고수 세 명은 나와 벽묘, 혈봉의 몫이군. 흑서 너는 금천대를 맡아라.”

 “싹 다 죽일까요?”

 사일현은 대답하지 않고 미호를 바라봤다.

 하오문은 그녀의 것.

 결정 역시 그녀의 몫이었다.

 “죽여. 돈에 움직이는 낭인들은 앞으로 있을 본문에 도움이 안 되니까.”

 “녹여버려라.”

 “알겠습니다!”

 흑서가 가슴을 탕탕치며 대답하자 이것으로 작전회의는 끝났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일현은 북현을 바라봤다.

 “시작하죠.”

 “아, 알겠네.”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사일현의 분위기에 북현이 더듬거리며 대답하고는 지하도 안으로 들어갔다.

 끊임없이 이어진 길은 미로처럼 복잡했다.

 갈림길이 수도 없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일 것 같았다.

 “정말 복잡하군.”

 “조용히 해라. 거의 다 왔으니.”

 동룡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하자 북현이 정색하며 말했다.

 -혈봉. 너는 들어가자마자 무음무영은을 펼쳐라.

 -암습을 합니까?

 -일대일로 처리할 자신이 있느냐?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암습이라면 누구라도 죽일 자신이 있습니다.

 -그 말 믿어보겠다.

 -처음이군요. 절 믿는다는 말씀은.

 뭐가 좋은지 혈봉은 히죽 웃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더니 안개처럼 모습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 왔습니다.”

 북현도 동룡과 마찬가지로 내공이 전폐된 상황이었기에 전음을 쓸 수가 없었다. 입 모양으로 말하고는 귀를 기울였다.

 -다행이 혼자인 것 같군.

 하지만 이런 쪽의 일은 혈곡출신들이 전문이었다.

 북현이 손가락 세 개를 피고는 하나씩 굽히기 시작했다.

 마지막 손가락이 접혀진 순간 북현은 온몸으로 있는 힘껏 벽을 밀었다.

 쿠웅!

 벽이 통째로 밀려나며 육중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뒤이어 호화로운 방 안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누, 누구냐!”

 “누구기는! 저승사자지!”

 북현이 벽을 밀기 무섭게 미호가 비호처럼 날아가 온몸에 살이 뒤룩뒤룩 찐 남자에게 쇄도했다.

 온몸을 금으로 치장한 노인이 기겁하며 의자의 손잡이를 눌렀다.

 철컹!

 그러자 천장에서 쇠창살이 떨어지더니 미호와 금해의 사이에 박혀들었다.

 “크흐흐. 만년한철로 만든 쇠창살이다. 강기로도 부수기가 힘든 것이지.”

 쇠창살이 내려와 감옥처럼 갇히게 되었지만 금해는 뭐가 좋은지 실실거리며 입을 놀렸다.

 까가가강!

 금해의 웃음이 보기 싫어 미호가 검을 휘둘렀지만 금해의 말이 사실인 듯 검기도로 쇠창살을 가르지 못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곧 죽게 될 것이다! 물론 네년과 저년은 잠깐 살려두도록 하지.”

 “여전히 하는 짓이 더럽구나, 돼지새끼야!”

 “음? 설마 네놈들은 동룡과 북현!”

 “그래, 나다 개새끼야!”

 “흥 이것으로 네 몸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검기로도 쇠창살을 가르지는 못했지만 창살 사이사이에는 한 뼘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 사이로 북현은 그동안의 살기를 담아 화살촉을 날렸다.

 푸욱!

 “크하하핫! 소용없는 짓! 이 몸은 외문기공을 익혀 이따위 것으로는 절대 죽일 수 없다!”

 와장창!

 창문이 부서지며 세 명의 남자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흉흉한 안광을 뿌리며 들어온 자들은 하나같이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었는데 기세가 상당히 날카로운 것이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았다.

 “드디어 왔구려! 어서 이놈들을 죽여주시오!”

 “알았소이다.”

 하오문주인 그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지 존대를 하고 있었다.

 “구절각(九絶脚), 음환도(陰幻刀), 귀곡혈도(鬼哭血刀)!”

 “호오. 제법이구나. 우리를 다 알고.”

 음환도가 사이하게 웃으며 말하자 동룡은 굳은 얼굴로 침을 삼켰다.

 저들은 한때 청해성을 들썩였던 이들로 낭인이지만 강력한 무력으로 청해성에는 왕처럼 군림했던 이들이었다.

 절정고수라고 해서 그저 그런 절정고수를 생각했던 동룡은 어쩌면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 잘못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알아보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

 그가 믿을 것은 이제 사일현 일행뿐이었다.

 “이거 특별수당을 더 줘야 할 것 같소이다, 하오문주.”

 “그렇지. 목숨을 구해줬는데 특별수당이 없으면 쓰나.”

 음환도의 말을 거들며 구절각이 재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의 짝눈이 미호와 벽묘의 몸을 빠르게 훑었다.

 사악.

 입술을 핥으며 그가 히죽 웃었다.

 “오랜만에 육보시 좀 하겠구나!”

 “흘흘. 저년은 내 것이다. 구절각.”

 “그럼 난 저년으로 하지.”

 아직 싸우지도 않았건만 구절각과 음환도는 이미 싸움이 끝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으음…. 그러겠소. 특별수당을 주겠소이다. 하지만 저 년들은 좀…….”

 “꼴깝 떨고 있군.”

 웃기지도 않은 금해와 세 사람의 행태에 사일현이 피식 웃었다.

 제법 강렬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 사람이지만 사일현이 보기에는 벽묘나 혈봉보다도 못해 보였다.

 그 이유는 그들의 자세 때문이다.

 방심도 이유가 되겠지만 저들의 자세는 허점투성이였다.

 긴장조차 하지 않은 그들의 자세는 빈틈이 수도 없이 많았다.

 “애송이가 겁 없이 설쳐대는구나!”

 “과연 설쳐대는 것은 누구일까?”

 귀곡혈도가 스산하게 웃으며 말하자 사일현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귀곡혈도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의 별호이자 애병이기도 한 귀곡도를 뽑아들고 휘둘렀다.

 끼히히히!

 귀신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와 함께 귀곡도가 사일현의 목을 노렸다.

 푸욱!

 “어…라?”

 사일현을 향해 달려들던 귀곡혈도는 갑자기 등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느낌에 설마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온몸을 검은색 야행복으로 감싼 인영이 그의 등에 검을 찔러 넣는 모습이 보였다.

 “병신.”

 등 뒤로 정확히 심장을 찌른 혈봉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는 귀곡도를 향해 한 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저, 저런!”

 “한 명이 더 있었단 말인가!”

 “그, 금천대! 금천대는 뭐하는 것이냐!”

 창살 안에 있던 금해는 귀곡혈도가 너무나 어이없게 죽음을 당하자 그의 직속 호위대인 금천대를 불렀다.

 끼이익.

 “이, 이제야 왔구나!”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당신이 바라던 금천대는 더 이상 없는 거 같은데.”

 문이 열리고 오 척을 약간 넘는 남자가 양손에 축 들어진 남자를 들고 들어왔다.

 독에 당한 듯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남자를 창살 쪽으로 던지며 흑서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그만 끝내야 할 것 같은데.”

 구절각과 음환도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겨우 약관을 넘은 아이들이 무서워 도망쳤다가는 더 이상 강호무림에서 얼굴을 들고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좌가 얼마나 무서운지 세상에 다시 알려줘야 할 것 같군.”

 “귀곡혈도를 죽인 애송이 놈! 어서 나오지 못할까!”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해. 늙어서 죽을 날이 가까워져 오니 죽음이 안 무서울 수가 없겠지.”

 “그 입 닥쳐라!”

 성격이 급한 구절각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의 별호처럼 그는 일순 허공에 아홉 번의 발길질을 했는데 하나같이 굉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파팡! 파파팡!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나며 사일현은 급히 비뢰신보를 펼치면서 아홉 번의 발길질을 피했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슈슈슉! 슈슉!

 구절각이 양발을 번갈아가며 공격해왔다.

 정말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해 오는 구절각의 연환각은 대단했다.

 “흐흐흐. 고년 참 피부가 옥처럼 하얗구나.”

 “흥. 아랫도리에 힘도 없는 늙은이가.”

 “뭐라!”

 벽묘도 음환도와 검을 나누고 있었다.

 음험한 내기로 환도를 펼치는 음환도의 공격을 벽묘는 하나하나 확실하게 방어해내고 있었다.

 내력은 음환도가 위였지만 체력은 벽묘가 나았고 기교는 둘 다 비슷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웅웅웅!

 음환도는 절정의 벽을 깨고 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정고수였다.

 그가 도강을 사용하자 벽묘가 순식간에 수세로 몰렸다.

 “이익!”

 검을 부딪치는 순간 벽묘의 검이 깨져나갈 것은 자명했다.

 벽묘는 최대한 부딪치는 것을 피하며 빠르게 움직여 음환도의 사각을 노렸다.

 “끝이다!”

 한편 구절각은 쉴 새 없이 사일현을 몰아치다가 사일현이 벽에 닿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월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차기 기술을 펼쳤다.

 “위력적이고 좋은데, 동작이 크군. 하지만 잘 배웠수다.”

 버언쩍!

 사일현은 일검에 전력을 다했다.

 추뢰비천검법의 4초식 추뢰류(追雷流)을 펼치자 검 끝에는 어느새 구절각의 목이 닿아 있었다.

 푸욱!

 “꺽!”

 벽묘가 상대하던 음환도는 도강을 펼치며 여유를 부리다가 혈봉의 암습에 목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청해성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고수들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히엑!”

 믿었던 절정고수 세 명과 금천대가 너무나 손쉽게 당하자 금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도,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으로 나한데 이러는 것이냐!”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로구나!”

 “이놈, 동룡! 네놈이 배를 갈아탔구나!”

 금해가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을 하자 동룡은 헛웃음만 나왔다.

 “내가 네놈 같은 줄 아느냐?”

 “고수들을 영입해 반란을 획책하다니! 그러고도 네가 하오문도란 말이더냐!”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그리고 눈이 있으면 똑바로 봐라. 이분이 누구신지를.”

 동룡이 미호를 가리켰는데도 금해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룡이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여인은 아닌 것 같은데 그 신분을 도저히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구파일방, 오대세가에 저런 여인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사파나 마교 쪽?’

 금해는 눈두덩이의 살로 더욱 작아 보이는 눈알을 굴리며 생각했지만 도저히 여인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오랜만이네요. 벌써 16년 만이죠? 그때에 당신은 우리 아빠의 왼팔이었는데, 이제는 당신이 아빠의 자리에 앉아 있네요.”

 부들부들!

 “서, 설마 배수영이란 말이더냐!”

 볼 살이 떨리며 금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 문주의 아들 두 명은 확실히 죽였지만 막내딸만큼은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자그마치 16년 동안이나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죽은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자 금해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예쁜 이름을 불러주지 말았으면 하는데요.”

 “흐흐…. 놀랍구나.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너무 억울해서 죽을 수가 없더라고요.”

 서릿발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미호가 금해를 노려보았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골백번은 죽였을 듯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 흐흐흐. 해가 밝으면 나의 수족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금천대만이 내 힘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것이다.”

 “그 전에 죽이면 되겠지.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흐흐흐. 이건 만년한철로 만든 창살이다. 검강으로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강도를 지니고 있지.”

 “그럼 부수면 되겠네.”

 호언장담하는 금해의 모습이 보기 싫은지 사일현이 씨익 웃고는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곧장 검강을 일으켰다.

 푸른빛의 검강이 검을 감쌈과 동시에 쇠창살을 끊어가기 시작했다.

 까가가강!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났지만 놀랍게도 만년한철로 만들었다는 쇠창살이 잘라지기 시작했다.

 “이 만년한철은 내가 잘 쓰도록 하지요. 그러니, 그만 죽으시죠.”

 쨍강!

 두 번의 칼질로 쇠창살을 잘라내자 미호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금해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사, 살려줘! 알잖아!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야. 저놈들이 합작을 하자고 했다고!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어!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금해가 미호의 다리를 붙잡으며 매달렸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제,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제발!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 충성을 맹세할게!”

 진심이 느껴지는 말투로 속사포처럼 말한 금해가 뚱뚱한 몸과는 다르게 날렵하게 움직이며 미호의 목을 붙잡았다.

 “흐흐흐! 전세 역전이로구나.”

 “역시 살려둘 가치가 없는 놈이네. 괜히 흔들렸어.”

 목이 붙잡혀 있건만 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역시 계집년들은 마음이 약하다니까. 남자가 울면서 빌면 다 들어주지.”

 “여자는 독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펑!

 작디작은 금해의 눈이 두 배나 커졌다.

 미호의 손이 배에 닿기 무섭게 내장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끄어억!”

 “장원 대문에 효시하세요, 동룡 아저씨.”

 “소문주님의 명을 받습니다!”

 지독한 고통과 함께 죽은 금해를 내려다보며 미호가 말하자 동룡과 북현이 우렁차게 말하며 금해의 목을 잘랐다.

 그동안 수십 번도 더 죽이고 싶었던 이라 그런지 단칼에 목을 베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에요.”

 금해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미호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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