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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천뢰검협
작가 : 윤신현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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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 한 냥에 팔려 간 생지옥.
아이를 살귀로 만드는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집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십육 년 만에 찾은 고향은 가족도, 정 붙일 데도 없는 낯선 곳이 돼 있는데….
살육을 위해 짐승처럼 길러졌으나 가장 사람다운 인생을 산 검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21 17:31     조회 : 400     추천 : 0     분량 : 1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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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사람은 주제에 맞게 살아야 한다.

 

 

 

 “이럴 수가…….”

 다들 놀란 눈을 하고 있었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동룡이었다.

 여기서 그만큼 호남쌍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호남쌍귀가 현 무림을 대표하는 이제삼성오왕팔흉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호남쌍귀의 합격진은 강호일절로 알려져 있었다.

 웬만한 고수는 알아서 피해가는 이가 바로 호남쌍귀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금해가 그들을 영입한 것이었고.

 한데 그러한 호남쌍귀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자 동룡은 이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얘야, 넌 여기를 정리해주렴.”

 “예, 예!”

 난데없는 살인에 점소이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시체 두 개를 끌고 뒷 야산으로 갔다.

 “다들 나 좀 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룡을 손으로 이끌며 미호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 방 안에 들어가자 한쪽 팔이 없는 노인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우리 아버지셔. 그리고 전에는 하오문주이셨고.”

 그것을 시작으로 미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다사다난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해.”

 말을 마친 미호가 사일현을 비롯하여 벽묘, 흑서, 혈봉을 바라봤다.

 혈곡십패 중 무려 다섯 명이 현재 이곳에 모여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고수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라면 다시 하오문에 복권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 같았다.

 미호의 옆에서 시립하듯 서 있던 동룡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무공을 잃었지만 사람 보는 눈만은 잃지 않았다.

 이 네 명이라면, 어쩌면 하오문을 장악하고 있는 금해를 죽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특히 너의 도움이 필요해. 도와줘 독견.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게. 나를 도와준다면.”

 그녀의 말에도 사일현은 아무런 대답 없이 팔짱을 끼고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내 몸을 원한다면, 줄게.”

 “흥.”

 동룡이 만류하려는 듯이 손을 올렸지만 사일현의 콧방귀 소리를 듣고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랐다.

 미호는 어느 남자가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불혹이 넘은 그도 가끔씩 그녀의 미소를 보면 두근거리는데 한창 혈기가 왕성한 사일현이 콧방귀를 뀌자 의아했던 것이다.

 좋아야 할 것임이 분명한데도 무언가가 자꾸 속에 걸렸다.

 ‘역시 너라면 이럴 줄 알았어.’

 일부러 힘겨운 듯 말을 꺼냈지만 미호는 이미 사일현의 반응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런 것에 넘어올 녀석이었으면 이미 혈곡에서 진즉에 그녀의 치마폭에 휘감겼을 것이다.

 ‘아마 내가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한 게 널 보고 나서부터지.’

 여자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검 한 자루만 휘두르던 사일현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냇가에서 위험에 빠졌을 때도.

 아마 그때부터 사일현과 티격태격했던 것으로 그녀는 기억했다.

 “무상의 자리를 줄게.”

 “필요 없어.”

 “그럼 어떡하면 도와줄래?”

 “친구로서 부탁해라. 그럼 도와주지.”

 싱긋 웃는 사일현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눈부시다고 미호는 생각했다.

 보기 힘든 사일현의 미소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도르륵.

 “……고마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미호가 금세 눈가를 닦았다.

 “나야 형님이 가시니 따라가야지.”

 “흠. 나도.”

 흑서와 혈봉이 합류 의사를 밝혔고 벽묘 역시 마땅히 할 일이 없었기에 합류했다.

 하지만 벽묘의 속마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미호는 전음을 안 날릴 수가 없었다.

 -요 앙큼한 계집애!

 -흥. 누가 할 소리를. 눈물은 피부의 적이라고 하던 네가 눈물 연기를 다 하는구나?

 두 여인의 눈빛이 빠르게 교환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일 뿐이었다.

 미호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사일현을 보며 말했다.

 “내일 동정호로 가야 해. 동룡 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니 금해는 아직 하오문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어. 자랑은 아니지만 아직 많은 하오문도들이 우리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금해를 비롯한 현 수뇌부만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쉽게 문주의 자리를 되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가씨,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

 “독견입니다.”

 사일현이 말하자 동룡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사일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명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선은 설명이 먼저였기에 의구심은 잠시 감추고 말을 이었다.

 “독견 님의 강함은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만 금해의 세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의 주변에는 적어도 호남쌍귀 수준의 고수가 세 명은 더 있습니다. 거기에 그의 직속 호위대인 금천대는 일백의 일류무사로 이루어진 최정예입니다.”

 “그들은 어디서 구했죠?”

 “금해 그 자식이 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대부분이 낭인 출신입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어요. 낭인들인 이상 목숨을 바쳐 금해를 지키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절정고수만 세 명입니다, 아가씨.”

 “절정고수를 죽일 순 없지만 저나 벽묘라면 쉽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아저씨.”

 미호가 벽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와 벽묘는 현재 절정에 오르는 마지막 벽 앞에 있는 수준이었다.

 아주 작은 깨달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절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였다.

 최절정은 무리지만 절정고수와 싸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두 명의 복병이 있지요. 안 그래?”

 “물론이지. 정면대결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니까.”

 혈봉이 웬일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표정이란 것이 살기가 감도는 표정이었다.

 “일류 애들 쯤이야 잠시 기절시키면 되겠네.”

 그리고 흑서가 중얼거렸다.

 사귀에게서 받아먹은 절독들만 해도 백여 가지가 넘었다.

 그 중 몇 개만 하독해도 일류고수 백 명 잠재우는 것은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다수를 상대할 때 누구보다 강한 이가 바로 흑서였다.

 “절정고수 셋, 일류 백 명이라. 생각해보니 하오문이 정말 약하긴 약하군요.”

 어렵지 않다는 게 좋긴 좋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녀가 이끌어야 할 조직이 약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건 차차 키우면 될 일이지.”

 “맞아. 내가 하오문을 강호제일문으로 일구어 놓겠어!”

 사일현의 말에 미호가 당찬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출발은 내일 아침이야. 호남성 장사가 우리의 목적지야.”

 “꽤 머네.”

 “동룡 아저씨는 말을 구해주세요. 하실 수 있죠?”

 “후후. 제가 한 때는 호남성에서 제일가는 배수였었습니다. 맡겨주세요.”

 “믿을게요.”

 “그럼 잠시 시간이 있겠군.”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다.

 호남쌍귀를 죽이고 대화를 하는데 벌써 시간이 이만큼 흐른 것이다.

 “어디 가게? 밥 안 먹어?”

 “다녀와서 먹겠어.”

 스으윽.

 말을 마친 사일현이 무음무영은을 펼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작은 흙집 위로 어둠이 일그러졌다.

 짚으로 된 지붕 위에 올라온 사일현이 귀를 기울였다.

 “관아에 가신 일은 잘 되었어요?”

 “그, 그게…. 후우.”

 마침 때를 잘 맞춰 온 것 같았다.

 고가희의 말에 선비가 말을 더듬거렸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관아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소. 포졸들이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더구만.”

 “왜요? 관아에서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그게 말을 들어보니… 박천성과 관아가 한통속이라고 하오. 박천성이 고리대금으로 돈을 벌면 일정 수익이 현령에게 들어간다고. 심지어는 포졸들조차 박천성의 돈을 받는다고 하오.”

 “그럴 수가…….”

 고가희가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하자 선비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지붕 위에 있던 사일현의 눈이 빛났다.

 ‘역시 예상대로인가.’

 더 들을 것이 없었기에 사일현은 다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귀신처럼 어둠과 동화된 사일현은 소리도 없이 움직였다.

 그가 향하는 곳은 서림에서 가장 터가 좋기로 유명한 장원이었다.

 “에이 쓰벌. 누구는 여자 끼고 놀아도 돈이 남아돌고, 누구는 돈 한 푼 없어서 문지기나 서고. 제길 더러워서…….”

 “돈이 없는 게 죄지. 별게 죄겠나. 없으니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안 그럼 당장 처자식 입에 풀칠조차 할 없는데.”

 기워 입은 옷차림을 한 추레한 중년인 두 명이 커다란 장원 대문 앞에 서서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쓰불. 정말 좆같은 세상이야. 어찌 이리 불공평한지……. 나쁜 짓을 하는 놈은 돈을 벌고, 착한 놈은 돈 한 푼 만지기 어려우니…. 세상이 어찌 될라고…….”

 “그러게 말일세. 세상 참 요지경 아닌가.”

 대문 앞에 주저앉아서 중얼거리는 두 명을 지나친 사일현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움직였다.

 음주가무가 판을 치고 주지육림이 펼쳐진 곳에 축 늘어진 배를 그대로 드러내며 누운 것인지 앉아 있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박천성이 양 옆에 여자를 끼고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크헤헤헤! 부어라, 부어!”

 “아잉, 대인. 이것도 먹어보세요.”

 “그래, 그래. 초선이가 주는 고기 한 점 먹어봐야지!”

 기생으로 보이는 여인들이 갖은 애교를 부리며 박천성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그의 양손이 가슴 깊은 속으로 파고들어 오는데도 그녀들은 요염하게 몸을 비틀 뿐 저항하지 않았다.

 “흐흐흐. 이곳이 천국이로구나!”

 “글쎄. 내 눈에는 추악한 지옥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누구냐!”

 술에 취해 코가 벌게진 박천성은 갑자기 들려오는 외간 남자의 목소리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쯧쯧. 돼지는 하늘을 볼 수 없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로구나.”

 “뭐라!”

 박천성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남자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체형에 키가 육 척이 넘는 장한이었다.

 그런데 복면을 하고 있어 보이는 것은 두 눈 밖에 없었다.

 “게 아무도 없느냐! 저놈을 어서 끌어내리지 못하겠느냐!”

 상대가 보이자 박천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호통소리에 잠을 자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족히 십여 명은 되는 인원이었다.

 하지만 그 중 고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중원에서도 촌구석에 속하는 이곳에 돈만 밝히는 돼지에게 머리를 수그릴 뛰어난 실력의 무인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이 뒷골목에서 좀 놀았던 왈패들로 보였다.

 “뭐하느냐! 어서 저놈을 끌어내리지 않고!”

 박천성이 다시 소리쳤지만 호위무사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눈알만 굴려댔다.

 제법 힘깨나 쓴다는 그들이었지만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무공을 익힌 이들만 저럴 수 있기에 호위무사들이 눈치만 살피는 것이었다.

 “쿡쿡. 네가 직접 나서보시지? 소리만 지르지 말고.”

 “뭐하는 것이냐! 네놈들에게 준 돈이 얼마인데! 어서 잡지 못할까!”

 사일현의 비웃음에 박천성이 더욱 크게 소리쳤다.

 “에잇!”

 “에라 모르겠다!”

 사일현을 바라보던 호위무사들이 냅다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 좀 깨나 쓴다하는 그들이었지만 무림인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삼류 정도의 무인만 해도 열 명의 왈패들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니 애초에 승산이 없다 보고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미 고가희의 집에서 저들의 행동을 봤던 사일현이었기에 곱게 보내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비뢰신형을 펼쳐 단숨에 호위무사들의 앞에 떨어져 내린 사일현이 왼손을 뻗었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손짓이었지만 위력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퍼퍼퍼퍼퍽!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힘이 담겨 있는 무당면장 앞에 십여 명의 호위무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쓰러졌다.

 “죽이지는 않으마. 하지만 당분간 고생은 해야 할 것이다.”

 신음을 흘려대는 건달을 지나쳐 박천성에게 걸어가자 그는 그제야 자신의 상황이 어떠한지 깨달은 듯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꺼져라.”

 “예, 예, 나리.”

 두 명의 기녀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자 사일현은 그리 말하며 박천성에게로 걸어갔다.

 “왜, 왜 이러는 거요! 도, 돈을 원하시오? 그럼 다 주겠소!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몸을 바들바들 떨며 박천성이 엎드렸다.

 그러나 사일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지 목숨 귀한 줄은 알면서 다른 사람 목숨 귀한 줄 모르는구나.”

 “사, 살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바르게 살겠습니다, 대인!”

 뚱뚱한 돼지처럼 몸을 잔뜩 움츠린 박천성을 보며 사일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나가 있어라.”

 “예, 예!”

 비대한 몸뚱이를 정말 바람처럼 움직여 마당으로 나온 박천성이 넙죽 엎드렸다.

 이렇게 해야만 사일현이 살려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를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사일현은 책이 있는 방에는 모조리 불을 붙였다. 그러자 거대한 장원에 불이 붙었다.

 특히 장부로 보이는 책들은 모조리 불태웠다.

 그리고 덤으로 박천성의 돈 또한 모조리 챙겼다.

 전표 위주로 챙겼지만 작고 가벼운 보석들도 다 긁어모았다.

 “아아…….”

 불타는 집을 바라보며 박천성이 몸을 떨었다.

 특히 고리대금의 장부가 불에 탈 때마다 그의 살집들이 더욱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아악!”

 재산이 불타오르자 박천성이 넋을 잃은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를 바라보며 사일현이 무심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퍼억!

 “끄…어억!”

 “앞으로 평생 그 짓은 절대 못할 것이다.”

 사일현은 고가희를 바라보던 박천성의 눈빛을 잊지 않았다.

 가랑이 사이를 붙잡고 발광하는 박천성을 차갑게 바라보던 사일현이 신형을 날렸다.

 투욱.

 불태워버린 박천성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사일현이 향한 곳은 고가희의 집이었다.

 내일의 걱정으로 늦은 밤이건만 방 안의 호롱불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었다.

 방문 앞에 작은 전낭을 내려놓은 사일현은 두 개의 그림자 중 머리를 올린 그림자를 바라봤다.

 잠시 그 그림자를 바라보던 사일현이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에는 닳고 닳은 세 개의 동전이 잡혀 있었다.

 툭.

 전낭 옆에 세 개의 동전을 나란히 내려놓은 사일현이 환하게 웃고는 몸을 돌렸다.

 “어라? 이게 무엇이지?”

 사일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방문을 열고 나온 고가희가 문지방 앞에 무언가가 보이자 그것을 들어올렸다.

 “이, 이건 돈이잖아?”

 전낭에 가득 들어있는 은자를 보며 고가희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방안에서 실의에 빠진 얼굴로 한숨만 쉬고 있던 남편이 고가희의 말에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아니 이게 웬 돈이오?”

 전낭을 풀어 금액을 확인해보자 정확히 은자 삼십 냥이 들어있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뒷간에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이게 있네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가희가 전낭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달빛을 받아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이 들어왔다.

 “어?”

 초승달의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무언가를 짚어든 고가희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손때 묻은 동전 세 개.

 흔하디흔한 동전이었지만 동전 세 개를 본 순간 너무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한 명의 아이가 떠올랐다.

 이제는 장성이 되었을 법한 아이가.

 “설마…. 일현이……?”

 

 다음 날 해가 밝았다.

 아침이 되자 동룡은 어디서 구했는지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작은 마차 하나와 말 세 필을 끌고 왔다.

 “역시 동룡 아저씨!”

 그것을 보며 미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저 아직 안 죽었습니다, 아가씨.”

 미호를 향해 히죽 웃은 동룡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비록 무공은 잃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경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자, 얼른 출발하자. 여기서 호남성 장사까지 가려면 적어도 스무 날은 걸린다고.”

 “말을 타고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나?”

 “아빠의 몸에 큰 충격이 가면 안 돼. 그래서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어.”

 “그런가?”

 벽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멍하니 말을 바라봤다.

 미호가 아비를 마차에 태우고 동룡이 마부석에 앉았는데도 사일현을 비롯한 흑서와 혈봉은 말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말 안 타?”

 마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미호가 재촉하듯이 말하자 사일현이 그녀를 바라봤다.

 “난 말 탈 줄 몰라.”

 “뭐어?”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난해서 말은 타본 적은커녕 가까이서 본 적도 없어.”

 “저도요.”

 “나 역시.”

 흑서와 혈봉 역시 말을 탈 줄 모른다면서 표정은 태연했다.

 미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야! 그럼 진즉에 말했어야지!”

 “저기, 나도 말 탈 줄 모르는데?”

 “넌 나랑 마차에 타면 되잖아!”

 “야이, 기집애야! 그렇다고 소리는 왜 질러!”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던 벽묘는 미호가 신경질을 부리자 그녀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기, 일단 승마부터 가르치고 떠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벽묘 소저도 이번 기회에 승마를 배워보시지요.”

 두 여자가 쌍심지를 켜며 싸울 듯이 서로를 노려보자 동룡이 중재에 나섰다.

 여인들의 싸움은 남자들과는 다르기에 그라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자자, 모두 모이시지요.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겨우 미호와 벽묘를 떼어놓은 동룡은 간단한 승마 시범을 보이고는 말고삐의 사용법, 출발과 멈출 때의 행동, 그리고 말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꼭 그런 거 필요합니까? 그냥 일단 패서 말을 듣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동룡의 말을 듣고 있던 혈봉이 다짜고짜 검을 빼고는 살기를 일으켜 말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히히힝!

 농밀한 혈봉의 살기에 말이 깜짝 놀라 투레질을 하더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괜찮은데?”

 혈봉이 하는 꼴을 바라보던 사일현도 동룡이 가르쳐주는 방법보다 저게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야. 이리와.”

 사일현은 자신의 앞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 말에게 손가락을 흔들었다.

 잠시 사일현을 바라보던 말이 코를 벌렁거리고는 다시 풀을 뜯었다.

 “어라? 이놈, 나 무시한 거야?”

 동룡은 갑자기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비싼 돈을 주고 산 말을 하루도 되지 않아 육포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었다.

 “역시 사람이나 동물이나 맞아야 하나?”

 피식거린 사일현이 풀을 뜯고 있는 말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덥석 말의 콧등을 잡았다.

 푸히히힝!

 “시끄럽다!”

 콧잔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말이 거칠게 투레질을 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검고 큰 말의 눈이 사일현의 눈과 마주쳤다.

 “짜식이 말이야, 우리 서로 좋게 좋게 하자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넌 달리기만 하면 되. 다만 날 떨어뜨리지 않게. 내가 달려라 하면 달리고, 멈춰라 하면 멈추면 되. 아주 쉽지?”

 히…히히힝!

 살기까지 섞어가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자 말이 겁먹은 듯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괜찮은데요, 형님?”

 “저기 독은 안 쓰시는 게…….”

 한때는 하오문주를 보필하는 사방호위로서 강호에서도 위명을 날렸던 동룡이 안절부절 하며 흑서에게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이들은 한 명도 정상으로 보이는 이들이 없었다.

 마치 무언가 하나가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말을 타게 된 일행은 곧바로 장사로 향했다.

 장사를 향하면서도 동룡은 흔적을 지우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그들은 예정한대로 이십일 일 만에 호남성의 성도 장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아가씨.”

 장사에 도착한 동룡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며 마차 안의 미호에게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아저씨. 아무리 하오문이라도 지금의 제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이는 금해 빼곤 없어요. 호남쌍귀도 긴가민가했었잖아요. 문제는 동룡 아저씨지요.”

 “그래서 지금 제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지 않습니까. 하하.”

 “어서 방부터 잡고 정보 수집부터 하죠. 이번 일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해요.”

 “알겠습니다. 사 소협. 여기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좋은 객잔을 알고 있거든요.”

 비록 지금은 쫒기는 신세였지만 예전에는 앞마당과도 마찬가지였던 곳이었다.

 장사에 그가 모르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오문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객잔에 자리를 잡은 동룡은 조심스럽게 미호의 아버지를 방 안으로 옮겼다.

 객잔 안은 장사치와 무림인들로 시끌벅적했다.

 장돌뱅이로 보이는 사람, 표국의 표사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건만 다들 술부터 마시고 있었다.

 “음식은 방으로 가져와줘.”

 “예이, 알겠습니다.”

 2인실 두 개와 3인 실 한 개를 잡은 미호가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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