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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차원의 방랑 이야기꾼
작가 : 지나가던A양
작품등록일 : 2017.6.3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만큼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는 오로지 '승자'만의 이야기이다.
그럼 '패자'의 이야기는? 그것을 누가 알려주는가.
그것은 차원을 여행하는 음유시인이자 방랑자이자 이야기꾼인자들이 알려준다.
그 이야기는 모순되었지만 해답을 이끌어 낼 수도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모순 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방랑 이야기꾼과 어떤 마왕의 이야기(2)
작성일 : 17-06-06 03:46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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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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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보이지는 않지만, 족쇄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생명체의 몸 속 하나의 재판관은 이 족쇄를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반감시킬 수 있다.

 

 대마법사 웨일스 탈펜의 손상된 명언집 113p에 남아있는 문장」

 

 누구보다도 짙은 색을 띄는 머리칼과 피만치 붉은 눈을 가진 마왕은 자신이 다스리는 종족이 원하는 대로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륙- 점령지가 좀 많아서 대륙의 삼분의 일정도 된답니다. -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요.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고요? 그럼 이야기를 잘 들어보시길.

 

 그는 점령지 내에서 놀다가도, 종족 경계선을 넘어가 다른 종족들을 구경하며 지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돌아오면 신하 정도 되는 자들에게 매우 혼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왕은 이제 다른 종족-특히 인간 -으로 변신해서 들키지 않는다고 장담하며 다시 밖에 나갔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화를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야기죠.

 

 그날도 비슷한 하루였고,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운명은 비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숲에서 놀던 그에게로 단도가 날아왔던 것이었습니다.

 

 마왕은 능숙하게 그것을 잡아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단도를 던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되돌려주기’죠.

 나무에는 단도가 꽂히고, 동시에 그곳에서 딸꾹질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인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죠.

 그자는, 놀랍게도 검사 ‘바이얼레잇’이었습니다.

 

 그 인간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너…‥그거 어떻게 한 거야‥‥?”

 마왕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매우 더러웠으니까요.

 그는 인상을 구기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소녀는 그것을 바라보며 탄식했습니다. 자신의 또래로 추정되는 그에게서 자신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보았으니까요.

 그녀는 그가 사라진 장소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답니다.

 

 한편, 성으로 돌아간 마왕은 성질을 내며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이 한번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친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냈을까요?

 

 그건 그가 제일 좋아하던 시간을 뺏겨버린 것 때문이죠.

 그 때의 그 일 때문에 근처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마족 하나가 곧바로 성에다 마왕이 인간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꼰지른 것 때문에 그는 이제 나갈 때마다 온갖 함정과 하수인들을 피해다녀야 -전에도 이렇게 다니기는 했지만 이제는 2배로 불어난 함정과 하수인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나갈 때마다 그는 꽤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 했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후, 그는 간신히 성을 탈출해서 바깥구경을 나갔습니다. 뭐, 그래봤자 숲에서 조금 나온 것뿐이지만.

 그리고 불쌍하게도, 그는 다시 그 인간소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마왕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마왕은 그녀를 보자마자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고는 뒤돌아 그녀가 없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어? 잠깐만! 가지마!”

 마왕의 반응에 소녀는 당황하며 그를 불렀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마왕 성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그가 밖으로 나올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고, 항상 마왕이 인상을 구기며 사라지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 패턴이 3달째 반복되었을 때 그는 화를 내었습니다.

 

 “너는 왜 계속 내 앞에 나타나는 건데! 그만 나타날 때도 됐잖아! 지난번부터 내 자유를 망쳐버리더니 이젠 뭔데!!!!!”

 거친 살기를 뿜으며 소리치는 마왕의 모습은 강인하다는 오크마저도 오줌을 지리고 도망칠 정도로 공포스러웠습니다.

 지나친 욕구불만으로 피만치 붉은 눈을 빛내며 분노하는 마왕 앞의 인간 소녀는 소름이 돋는 스산한 기운에 벌벌 떨면서도 입을 떼었습니다.

 

 “나‥나는 의도 하‥하지 않았어‥‥‥.그‥그냥 이 숲을 지나갈‥‥때마다 네가 있었다고‥‥.”

 

 마왕은 기가 찼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다니, 그게 말이 되나.

 “진짜 네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그럼 그 3개월 동안의 상황은 뭔데?! 우연의 일치는 이렇게 길지 않다고!!”

 

 소녀는 계속 떨면서도, 결백을 주장하였습니다. 인간의 생존에 대한 빠른 결단력과 그곳에서 나오는 언변은 화를 가라앉힐 좋은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던 그는 화를 가라앉히며 어느새 그녀의 말을 경청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소녀는 그에게 통성명을 요청했어요. 그는 그것을 흔쾌히 수락했죠.

 “나는 바이얼레잇 사티나라고 해. 잘부탁해!”

 

 “나는 가스탄즈다. 율 가스탄즈. 이쪽도 잘 부탁하마.”

 

 그렇게 서로는 이날을 계기로 친구가 되었고, 그들은 어린 아이의 모습을 벗으며 청년의 티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용사 몰래 마족들의 다른 종족에 대한 침략과 노략질을 제한했습니다.

 용사는 그를 만날 때마다 그에 대한 이야기와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리고 어느샌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줄은 성인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둘의 만남은 여전했지만요.

 

 만난 지 4년이 지났어도, 사티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나무 밑에서 자신의 동료이야기를 꺼냈어요.

 “팔리타는 지가 제일 잘난 줄 아나봐. 술식 계산능력이 뭐가 대단하다고, 지 할아범한테도 욕을 한다니까?”

 

 “아인델프는 수염도 안 자른 주제에 어른이라도 되듯이 행동하더라. 무구를 만들지도 못하면서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으니.”

 

 “이리나는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해. 며칠 전에 근처에서 걔를 과녁삼아서 단도로 다트를 해봤거든? 근데 땅바닥을 굴러다니면서 딱 저에게 오는 단도만 쏙쏙 피하더라?”

 

 “카리취는 애가 도끼 휘두르는 것 밖에 하지를 않아. 정말 재미없어.”

 

 “명운은 다~아 괜찮은데 애가 한번 화나면 앞뒤를 안가리더라.”

 

 뭐, 대부분 동료들의 단점을 말하는 것뿐이지만요.

 

 율은 늘 굵은 나뭇가지 위에 편안하게 누운 채로 책을 읽으며 대답했습니다.

 4년 동안, 늘 그랬듯이.

 

 “그래도 네가 늘 말하는 것을 보면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은 있어 보이는군.”

 “뭐? 누가? 내가? 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

 “나는 그들을 싫어해.”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왜 하지?”

 “‥‥‥! 그‥그건!”

 “애초부터 네가 그들을 싫어했다면 너는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안 그런가?”

 그들의 대화는 장난으로 시작하여 철학으로 끝나는 특이한 형식이였습니다.

 한쪽이 너무 진지하니 이런 식으로 밖에 끝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어떤 아주 맑았던 하늘을 가진 아침에 그 둘은 조금씩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는 어리석은 짓을 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그 둘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것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벌써 5년 지기- 1년이 더 흐른 뒤에 일어난 일이였습니다. -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서로의 정체에 대해 알아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지 않았죠.

 

 그러나 만약의 상황도 있기에 그 둘은 약속을 하였습니다.

 

 “율, 있잖아.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면 둘 중 하나는 죽겠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 우리 약속할래? 서로에 대해서 말을 하면 나중에라도 서로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아, 실수는 봐주는 걸로 해야겠다. 인간이란 원래 입이 가볍거든.”

 “‥‥.그러지”

 

 둘은 맹세의 서약을 종족 경계선 한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나무 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컨대 약속을 어긴다면 서로의 역할을 대신하겠습니다.””

 

 “용사 바이얼레잇 사티나의 이름으로.”

 

 “마왕 율 가스탄즈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 맹세에서 그들을 감싸며 상승하는 빛무리들은 다른 때보다 더 강렬했고 둘은 그 기묘한 헌상을 알아차리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죠.

 

 비밀이란 것은 자신을 숨기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하는 존재라는 것을.

 

 용사 바이얼레잇은 작은 실수로 동료들에게 그 비밀을 말해버렸고 동료 용사들과 그 종족은 마왕 가스탄즈를 잡기위해 그들이 늘 있던 숲으로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리고 달이 밝던 날 밤, 맹세를 했던 나무에서 둘은 다시 만났습니다.

 

 율은 늘 그렇듯 가지 위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티나도 늘 그렇듯 나무 밑에 앉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율, 미안해‥…,내 실수 때문에…‥.”

 그녀는 울먹이는지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린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것인가.”

 

 “미안해‥‥‥.”

 “싸워야 한다면 싸울 뿐이다.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그래, 단지 그럴 뿐.

 그는 입속에서 맴도는 말을 삼키고는 돌아가려는지 나뭇가지에 기댄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내 손에 죽은 척 해줘.”

 

 마왕은 갑작스런 용사의 말에 그곳을 벗어나려는 행동을 멈추고, 용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것은 무슨 뜻이지?”

 “나는 너를 죽이기 싫어. 그러니까 나와의 싸움에서 죽은 척을 해줘. 그리고 같이 도망치자.”

 마왕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다시 나뭇가지에 몸을 기대며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난, 이렇게 누구도 모르는 장소에서 너랑 얘기하는 게 좋았어. 그런데‥‥‥이렇게 된다면 이 시간이 사라져 버리게 돼. 그러니까 같이 도망치자.”

 

 그 말을 끝으로 그곳에는 정적이 흐르게 되었고.

 마왕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다만 마왕이 있었던 자리에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파인 자국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성으로 돌아가던 그는 몸이 무거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황한 그는 황급히 자신의 몸을 확인해보았지만, 이상한 것은 없었습니다. 한 가지 있다고 해도 용사와 이야기한 이후, 자신의 힘이 늘어났다는 것. 몸에 이상을 줄 만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사라지기는커녕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가중되는 무게감과 혼미해지는 정신은 그에게 부정적인 의문과 절망만을 남겼습니다.

 

 그가 간신히 성에 도착했을 때, 마왕은 더 이상 자신의 자아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비어버린 두 눈동자에는 오로지 용사와 관련된 ‘무언가’에 대한 집착과 의무만이 남아있었을 뿐.

 

 그는 침략에 대한 제약을 풀었고, 휴전에 가까웠던 전쟁을 재개하여, 대지를 많은 사람들의 피와 시체로 뒤덮어버렸습니다.

 

 용사들도 그곳에서 많은 종족들의 목을 베었습니다.

 

 두 세력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균형을 이루며 그 참혹한 전쟁을 계속했습니다.

 용사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죠.

 

 바로 마왕성에 쳐들어가는 것.

 

 가는 길은 당연하게도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함정에 빠지고, 적을 만나서 싸우고.

 

 우여곡절 끝에서야 그들은 마왕성에 도착했고, 마침내 마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만하게 왕좌에 앉아있는 그 모습은 위압감이 흘렀고, 용사들은 서로의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싸움은 다른 대륙에서 싸우고 있는 종족들에게 보일정도로 격렬했습니다.

 그들의 마법과 검, 화살과 도끼들이 서로 맞닿게 되었을 때마다. 하늘이 갈라지고 대지는 주저앉았으며, 그 주변의 생물체들은 진득한 핏물이 되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욱했던 흙먼지 사이에서 나온 것은 너무나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부러져버린 활은 한쪽에서 사지가 부러진 채 피눈물을 흘리는 그의 주인과 마찬가지로 무너져버린 성벽에 박혀있었고,

 

 오래전에 날이 나가버린 듯한 도끼를 들고 있는 오크 투사는 오른팔에서 피분수를 뿜어내며 기절한 채 서있었습니다

 

 드래고니안의 모습을 취한 드래곤 위저드는 절뚝거리며 군데군데 박살나있는 왕좌 앞의 회관에서 길게 찢긴 입으로 인해 덜렁거리는 턱을 움직이며 남은 마나를 쥐어짜며 스펠을 외우고 있었으며,

 

 온갖 무기를 다루던 드워프는 흉부에 깊게 새겨져 있는 자상으로 헐떡거리며 무기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주먹으로 마왕을 견제하며 빠르고 유연한 공격을 하던 늑대수인은 한쪽은 부러지고, 한쪽은 잘린 다리를 보고는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가 된 양 팔로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검과 비수를 활용하며 싸우던 인간 검사는 전신이 피로 물들어 버린 채, 검을 지팡이 삼아 부들거리며 서있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도 멀쩡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사지에 단도와 화살을 꽂아놓았고, 왼쪽 어깨는 무언가에 뜯겨나갔는지 살점이 패여 하얀 뼈가 보였습니다. 등에는 도끼 같은 무기가 만들어낸 큰 자상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허한 눈동자에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멀쩡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치 중이던 마왕과 용사는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였고,

 

 둘은 서로의 심장을 노리며 땅을 박찼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으려던 순간, 마왕은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푸욱!

 

 용사의 검은 마왕의 심장에 박혔습니다.

 

 마왕의 검은 옷은 검이 박힌 장소로부터 그 주인의 피로 물들어지고, 공허했던 그의 눈은 잠시나마 빛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습니다. 그가 보았던 해맑은 미소가 아닌 더러운 욕심에 찌들어 탁해진 미소였습니다.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고마워, 율. 네 덕에 나는 너를 죽인 최초의 용사가 될 거야.”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의 앞에서 그녀는 계속 자신의 말을 했습니다.

 “지금 내 동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모든 것을 말해줄게. 사실, 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너를 죽이려고 했었어. 그래서 단도를 던졌지. 너의 정체는 몰랐지만 다른 종족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줄이려 했거든. 그걸 네가 나에게 다시 던진 순간, 난 무언가를 느꼈어. 목 뒤에 돋았던 그 소름이란……! 그래서 3달간 네가 나타날 만한 장소를 찾아서 돌아다니고 너를 만나려 한 거야. 나중에 가서 마왕이란 걸 알았을 때 얼마나 올랐는지……. 의심을 사지 않으려 내가 그 빌어먹을 맹세까지 했지. 뭐 미리 빈틈을 만들어 놨지만.”

 

 마왕은 용사가 말을 끝마치자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전에는 몰랐던 그녀의 눈이 보였습니다. 아주 밝은 갈색이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는지, 그는 잠시 동안 그녀의 눈동자를 보는 그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나는…너와 약속했다…….”

 그는 간신히 입을 떼어 말했습니다. 용사는 비웃으며 대답했고요.

 “그래서? 날 죽이려고?”

 “나는……그 약속을 어기지 않았는가……? 너와의 약속을 지켰는가‥‥?”

 “그래, 아주 성실하게 이행했지. 그래서 그 검이 너의 심장에 박혀있는 거고. 아주 어리석었어.”

 그녀의 비꼼이 가득한 말에 그는 대답했고, 뒤이어 그녀는 믿기 힘든 상황에 넋을 놓았습니다.

 “그런가‥‥. 그럼 됐다‥‥.”

 세상에서 제일 어두운 자가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지은 채, 그 자리에서 빛으로 산화했으니까요.

 

 #

 사람들과 소년은 이야기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야기꾼의 말소리에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기꾼을 바라보았다.

 

 “마왕은 자신이 죽어도 그 약속을 이행했지. 그는 체질상 거짓말을 못하고, 무언가를 거절하지도 못했지. 그래서 인간의 허술한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가고 말이야.”

 소년은 다시 그에게 질문했다.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이다.

 

 “이 마왕은 제가 말했던 착한 마왕이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이 이야기를 해주신 거죠?”

 

 “그럼 너는 왜 이 마왕이 착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질문을 질문으로 받은 것에 당황한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떼었다.

 

 “그는 용사들을 불구로 만들고 다른 이들을 학살 했어요. 그건 나쁜 짓이 아닌가요?”

 

 “아니, 그건 불가항력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너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아. 그런데 상대방은 나를 죽이려고 해. 도망가도 끝까지 찾아와서 죽이려고 하고. 그럼 여기서 개죽음을 맞이할 수도 없고, 그 상대를 죽여야지, 별수 있나? 근데 그 상황에서 자신을 속이려던 여자에 대해 분노하지도 않고 웃으면서 사라졌고, 그 여자에 대한 약속도 지켰지. 그렇다면 율 가스탄즈라는 자는 착한 마왕이 아니었을까?”

 

 소년은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고, 그것을 보며 이야기꾼은 웃었다.

 “이제 좀 알 것 같아? 어린 친구.”

 “네!”

 활기차게 웃은 소년은 그에게 물 12통을 주었고, 그는 그것을 받고 그 소년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 용사의 후손이라고 해서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너는 너고 그녀는 그녀니까. 굳이 어렵게 생각하며 고민할 필요는 없어.”

 

 그는 놀란 표정으로 이야기꾼을 바라보았고, 이야기꾼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입에다 가져다 대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수많은 인파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야기꾼은 소년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 그럼 두 번째 이야기를 해볼까? 12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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