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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아렌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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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보호 덕분에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는 칼리언츠 제국.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레이언의 친우인 골드 드래곤 아스트레이안이
그에게 해준 약속이 하나 있었으니,
제국의 영원한 보호와 황제 개인의 소원 중 하나를 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

전대 황제 모두 제국을 선택했으나,
역사상 처음으로 현 황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가진
제2황자 아렌의 생명을 연장해달라는 소원을 선택한다.
아름다운 외모, 신이 내린 듯한 손재주를 가진 아렌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 19 화
작성일 : 16-07-21 15:59     조회 : 480     추천 : 0     분량 : 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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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부터 시작이었지.’

 그렇게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투칸 황제의 지지와 명령으로 테르는 암살자의 교육을 받으며 검술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암살자라 불리는 이들의 모든 교육을 마치고 소드마스터의 상징이라는 오라를 뿜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투칸 황제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임무를 내렸다.

 귀족파 수장들의 암살.

 천천히 숨을 조이듯 그렇게 투칸 황제의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얼마 전 제국에서조차 몇 되지 않는 소드마스터인 알게츠 공작의 암살 명령이 떨어졌고, 테르는 그를 죽이기 위해 알게츠 공작의 성으로 잠입했다.

 하지만 소드마스터인 알게츠 공작의 실력이, 아니 자신의 검술 실력이 문득 알고 싶어진 테르는 암살이 아니라 정식으로 검을 사용해 알게츠 공작을 상대했다.

 물론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고, 투칸 황제에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싸늘한 야단을 맞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정식으로 싸웠기에 자신의 검술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리고 이상한 녀석을 만날 수 있었으니깐.

 

 “야! 뭐 해? 밥을 먹으려면 밥값은 해야지.”

 “네?”

 “이 장작, 저쪽으로 갖다 줘.”

 “저, 저기.”

 “아렌! 감히 누구한테 뭘 시키는 거야? 이분이 누구신지 정녕 몰라서…….”

 “알어, 알어~ 내 참, 시끄러워서! 그럼 네가 대신 두 사람 몫을 하든가.”

 “뭐? 어어?”

 야영 준비를 위해 땔감을 옮기던 아렌은 쉬고 있는 메르니엘 황녀가 못마땅해 일을 시키려다가 그를 막는 뮤네임에게 대신 그 일을 맡겼다.

 아렌이 건네는 나무 뭉치를 들고 황당한 표정을 지은 뮤네임은 순간 열 받은 모습으로 아렌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는 넌 뭐 하게!”

 “나? 쟌!”

 뮤네임의 물음에 피식 웃으며 되물은 아렌은 곧 시선을 돌려 나무 기둥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쟌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잠결에도 아렌의 목소리를 따라 쪼르르 달려와 그의 다리에 매달려서는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쟌.

 “애 보기. 세상에서 위대하기로 알려진 어머니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그 애 보기를 내가 한다는 말이지.”

 “…….”

 “자, 자~ 그러니깐 너도 열심히 일하라고~”

 아렌은 뮤네임의 등을 툭툭 두드려 준 뒤 쟌을 번쩍 안아들고 나무 그늘진 곳으로 다가가 자리에 누워 쟌과 함께 잠을 청했다.

 “젠장.”

 “풋.”

 그 모습에 뮤네임은 투덜거리며 나무를 야영하는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메르니엘 황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미소 지은 얼굴로 아렌을 응시했다.

 

 메르니엘 황녀의 호위를 위해 그 모습을 여전히 나무 위에서 은밀히 바라보고 있던 테르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공기.’

 아렌의 옆에 있으면 바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의 그 따뜻한 공기가 아렌 주위에는 언제나 맴돌 듯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건 나와 맞지 않는 너의 세계. 그리고…….’

 파악!

 “커억!”

 “…나의 세계는 여기.”

 테르는 그 말을 끝으로 빠르게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며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새로 나타난 암살자들, 아니 자신의 세계의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

 

 “아렌? 아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식사하라니깐.”

 “응? 어.”

 쟌과 메르니엘 황녀, 뮤네임에게 늦은 저녁 식사를 건네던 세라는 아까부터 깊은 생각에 빠진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아렌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세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야영하거나 쉴 때면 언제나 사람들과 떠들며 어울리던 아렌이 너무도 조용하자 모두 의아했다.

 심지어 언제나 음식을 만들 때면 옆에 앉아 온갖 참견을 다 하는 아렌을 귀찮아하던 칼슨조차도 저녁을 만들 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렌의 모습에 오히려 어디 아픈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말을 건넬 정도였다.

 아렌이 이토록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이유는 오늘 본 암살자들의 시체와 거기에 꽂혀 있는 테르의 단검 때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메르니엘과 테르의 연결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딱 하나 떠오르는 게 있긴 있었다.

 알게츠 공작을 암살한 테르.

 메르니엘 황녀를 보호하듯 은밀히 호위하고 있는 테르.

 그 둘의 공통점은 단 하나. 투칸 제국의 황제와 연결점이 있다는 것이다.

 알게츠 공작의 영지에 있을 때 그가 귀족파의 수장 격이라는 소리를 얼핏 들은 기억이 있는 아렌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투칸 황제와의 연결점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는 게 정답이겠지.

 하지만 메르니엘 황녀와 테르의 연결점을 찾다 보니 단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투칸 황제.

 “우씨! 칼슨 아저씨, 맛이 뭐 이래요!”

 “그냥 처먹어.”

 “우~ 너무 짜잖아! 짠 게 얼마나 몸에 나쁜지 몰라요? 용병단에 얼마나 빨리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이런 음모를! 설탕 좀 작작 넣으란 말이에요!”

 “소금이거든!”

 잠시 후 무심결에 음식을 한 입 먹은 아렌의 다시 시작된 잔소리에 조금 전 걱정 어린 마음은 훨훨 날려 버리는 칼슨이었다.

 

 “……!”

 벌떡!

 “아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아렌의 모습에 세라는 또다시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갑갑해서. 그냥 잠시 산책 좀 갔다 올게. 신경 쓰지 말고 자라. 알아서 돌아올 테니깐.”

 “산책? 이 시간에? 어? 아렌!”

 이미 달빛과 별빛만이 존재하는 깊은 밤인데 뜬금없이 산책하러 간다는 아렌의 말에 세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자신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빠르게 일행과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 사라지는 아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라였다.

 털썩!

 “크윽! 젠… 장…….”

 일행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온 아렌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조금 전에 심장에서부터 갑작스레 시작된 통증에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아렌이었다.

 “으… 으윽!”

 아렌은 떨리는 손길로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작은 가방에서 ‘엘프의 눈물’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기가 더욱 빨라진 아렌에게 ‘엘프의 눈물’은 더 이상 통증을 완화해 주는 효과를 주지 않았다.

 “하아… 크윽!”

 더욱 심해져 가는 고통, 점점 희미해져 가는 정신을 느끼며 아렌은 풀썩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스…….”

 따뜻했던 아스트레이안의 품이 아닌 너무도 차가운 바닥의 기운을 느끼면서 말이다.

 

 “…….”

 그렇게 아렌이 쓰러진 후, 그 앞에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었다.

 ‘아렌?’

 놀란 눈빛으로 아렌을 바라보는 이, 바로 메르니엘 황녀를 호위하며 뒤따르던 테르였다.

 갑작스레 일행과 떨어져 어딘가를 향하는 아렌의 모습에 테르는 무심코 그의 뒤를 따르고 말았다.

 그러다 풀썩 주저앉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아렌의 모습에 흠칫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곧 정신을 잃은 듯 바닥에 완전히 쓰러지는 아렌의 모습을 본 테르는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

 “아스…….”

 “…….”

 아스라는 이름을 부르며 살며시 눈물을 흘리는 아렌에게 다가간 테르는 잠시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렌의 옆에 자신의 겉옷을 벗어 깐 뒤 아렌을 안아 올려 그곳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살며시 손으로 닦아주며 긴 한숨을 내쉬는 테르. 자신이 치료사가 아닌 이상 원인조차 모르는 증상을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기에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테르는 일단 쓰러지며 벗겨진 로브 모자를 아렌에게 다시 씌워준 뒤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소란이라도 일으킬까?’

 사람들을 이곳으로 부르기 위해 주변 물건이라도 부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테르는 자신의 옷 끝을 꼭 쥐고 있는 아렌의 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이 아렌을 안아 올릴 때 아마도 무심결에 옷깃을 잡은 것 같았다.

 “…….”

 결국 테르는 그렇게 자리에 앉아 한참 아렌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통증이 멈췄는지 조용히 잠이 든 듯한 아렌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테르였다.

 그러다 시선을 내려 아직까지도 자신의 옷을 꼭 쥐고 있는 아렌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간단하게 힘을 줘 떼어낼 수도 있지만 왠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렌! 아렌! 이 녀석이 어디로 간 거지?”

 “형아~ 형아~”

 얼마 후, 그런 테르의 귀로 멀리서 아렌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여자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아렌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으러 온 일행인 것 같았다.

 “…….”

 테르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여전히 자신의 옷을 잡고 있는 아렌의 모습을 보곤 또다시 멈칫하고 말았다.

 그러다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무언가를 풀어내 자신의 옷깃 대신 아렌의 손에 그 물건을 쥐어주었다.

 ‘어머니…….’

 지금 아렌에게 쥐어준 작은 은색 펜던트는 자신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건네준 물건이었다.

 테르를 숨기며 펜던트 목걸이를 걸어준 어머니는 그 펜던트를 가지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라고 했었다.

 거기에 테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 목걸이를 보여주면 아버지에게 데려가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그 펜던트의 원래 주인이 투칸 황제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나중에 자신을 찾아오라고 건네주었던 물건이 바로 지금 자신이 아렌에게 건네준 펜던트였다.

 “아렌! 아렌! 어디 있냐니깐!”

 “형아~”

 잠시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던 테르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아렌을 찾는 목소리에 마지막으로 아렌의 모습을 한 번 응시한 뒤 빠르게 나무 위로 올라서며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렌… 어? 아렌!”

 “형아?”

 잠시 후 아렌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세라와 쟌이,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듯 조용히 따라오던 하레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세라와 쟌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렌의 모습을 발견하곤 놀란 눈을 한 채 급하게 달려와 아렌의 상태를 살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렌, 정신 차려 봐!”

 아무리 살펴보아도 별다른 외상을 찾을 수 없자, 식은땀을 흘리며 기절한 듯 잠들어 있는 아렌의 모습에 세라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상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아, 네.”

 하레스는 당황하고 있는 세라를 비켜나게 한 뒤 아렌을 가볍게 안아 올려 먼저 상단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세라와 쟌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레스의 품에 안겨 있는 아렌을 응시하며 뒤따랐다.

 “…….”

 그 모습을 나무 위에서 기척을 죽인 채 응시하고 있던 테르 역시 그런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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