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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아렌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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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보호 덕분에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는 칼리언츠 제국.
제국의 초대 황제였던 레이언의 친우인 골드 드래곤 아스트레이안이
그에게 해준 약속이 하나 있었으니,
제국의 영원한 보호와 황제 개인의 소원 중 하나를 들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

전대 황제 모두 제국을 선택했으나,
역사상 처음으로 현 황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가진
제2황자 아렌의 생명을 연장해달라는 소원을 선택한다.
아름다운 외모, 신이 내린 듯한 손재주를 가진 아렌의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 16 화
작성일 : 16-07-21 15:49     조회 : 624     추천 : 0     분량 : 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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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젠장! 도대체 네 녀석들은 누구냐!”

 기사 뮤네임은 갑자기 자신들을 공격한 검은 복장의 암살자들을 바라보며 으드득 이를 갈곤 큰 소리로 외쳤다.

 그가 보호하듯 앞을 막아서고 있는 마차 주위에는 동료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땅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실력이 뛰어났던 자신의 동료들. 하지만 어둠 속의 갑작스런 암살자들의 난입에는 저항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당해야만 했다.

 너무도 순식간에 동료들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마차 안의 고귀한 존재를 지키기 위해 뮤네임은 있는 힘껏 검을 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핏 보아도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10명 남짓의 암살자들은 그런 뮤네임의 기세를 무시한 채 그의 앞을 포위하며 점점 범위를 좁혀 오고 있었다.

 ‘제길!’

 “저 인간 바보 아냐? 사람 죽이러 온 인간한테 누구냐고 묻는다고 대답해주는 인간이 어디 있다고.”

 “……!”

 “……!”

 절망감에 눈앞이 아찔하던 뮤네임은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이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급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응시했다.

 그리고 암살자들 역시 그제야 멀리서부터 수많은 인원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끼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 바보야! 상황만 살피고 빨리 지나가려고 했는데 왜 말을 하고 난리야!”

 “아줌마, 이 많은 인원이 지나가는데 저들이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지나가는 데만 한나절이겠다.”

 “쳇.”

 바로 먼저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도착해 있던 아렌과 세라였다.

 일행보다 먼저 상황을 보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해 조용히 지나가려고 먼저 도착했던 세라는 결국 큰 소리를 내어 자신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 아렌의 행동을 질책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렌의 말은 결국 자신도 인정했던 사실이어서 입만 삐죽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떡해? 도와줄 거야?”

 “…….”

 아렌은 싸움을 일으킨 상대들이 자신들이 그냥 지나쳐도 별 피해를 주지 못할 정도의 인원임을 확인하곤 세라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세라는 아렌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다 시선을 들어 다시 싸움의 현장을 바라보았다.

 ‘누굴까?’

 제국에서도 몇 있지 않은 너무도 고급스러운 마차의 모습에 세라는 문득 현재 공격을 받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도와주시오!”

 그 순간, 자신들을 향해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기사 뮤네임의 목소리에 세라는 갈등하던 마음을 비우고 하레스 용병 단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와줘야 할 듯합니다.”

 “…….”

 하레스 용병 단장은 세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용병들에게 지시해 마차를 포위하듯 싸움의 현장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마차와 기사를 포위하고 있던 암살자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한쪽으로 물러서며 용병들의 움직임을 견제하듯 주시했다.

 “이봐, 검둥이들.”

 “……!”

 “……!”

 일촉즉발의 순간,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싸울 것 같은 기세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 아렌이었다.

 용병들 사이를 지나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선 아렌은 검은 복장의 암살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암살자면 암살자답게 후딱 해치우고 사라졌어야지, 뭐가 그리 여유들이 넘쳐서 우리가 끼어들 때까지도 다 못 죽이고 장난질이냐?”

 “…….”

 “후딱 사라지는 게 어때? 임무 실패야, 실패. 빨리 보고하고 다른 무리를 더 끌고 오는 게 낫지 않나?”

 “아렌!”

 “어서들 사라지라고.”

 “…….”

 아렌의 말에 그를 제외한 모두가 당황한 눈빛을 했다. 심지어 암살자들도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어쩔 줄을 몰라 할 정도였다.

 곧 암살자들을 이끄는 리더로 보이는 이가 아렌과 주위 용병들을 한 차례 훑어보듯 바라본 뒤 빠르게 손짓으로 무언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손짓이 끝나기가 무섭게 암살자들은 빠르게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났다.

 “안 돼! 멈춰! 뭐 하는 거야? 당장 저들을 잡아 죽이란 말이야!”

 그 모습에 기사 뮤네임은 용병들을 향해 소리치며 그들을 막으라고 소리쳤지만, 아렌은 피식 웃으며 조금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의 말에 대답할 뿐이었다.

 “우리가 왜?”

 “무슨 소리야? 당연히……!”

 “그럼 당신이 따라가서 죽이고 오든가.”

 “……!”

 “물에 빠진 인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 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

 “…….”

 아렌의 말에 기사 뮤네임은 분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보내주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다른 동료들을 데려올지도 모르는데…….”

 “저들을 죽였어도 다른 암살자 일행이 있다면 오지 않는 일행으로 인해 다시 이 사람들을 쫓아올 게 분명하잖아. 죽이나 안 죽이나 결과는 똑같아. 그리고 위험 자체가 걱정이었다면 처음부터 이곳으로 오지 말고 저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어야지. 시간 없다고 끼어든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

 걱정 어린 질문을 하던 세라는 아렌의 빠른 판단에 새삼스런 눈빛으로 아렌을 바라보다 곧 시선을 돌려 아직까지도 아렌을 노려보고 서 있는 기사 뮤네임을 바라보았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그런다고 눈깔 빠지겠냐?”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쓸데없는 데 소비할 힘 있으면 땅이나 파서 죽은 동료들이나 묻으라고 지껄이고 있는 중이다.”

 “……!”

 “동료들의 죽음에 눈물조차 흘릴 줄 모르는 인간이라도 그 정도 인간적인 예의는 알고 있겠지?”

 뮤네임은 아렌의 말에 그제야 흠칫하며 시선을 내려 죽어 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아, 메르니엘 님!”

 그러다 곧 또 다른 무언가가 생각난 뮤네임은 뒤를 돌아 빠르게 마차 문을 열고 안을 향해 소리쳤다.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뮤네임의 걱정 어린 외침에 화답하듯 마차 안에서 여자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오며 뮤네임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목소리의 주인공인 여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뮤네임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흔치 않은 연한 보라색 머리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지 한번 보면 찬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만약 여관에서 로브를 벗었던 아렌의 미모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용병들 대부분이 침을 질질 흘리며 그녀에게 넋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은 아렌의 외모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면역성이 생긴 그들이기에 아름다움이 넘치는 여자의 외모에도 그냥 ‘아, 예쁘네.’ 정도의 감탄만 할 뿐이었다.

 ‘뭐, 뭐야?’

 평소 자신이 모시는 분의 외모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뮤네임은 생각보다 너무도 담담한 용병들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헤리온 상회의 세라라고 합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던 일행 사이로 침묵을 깨며 여자에게 다가서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번 상단의 책임자인 세라였다.

 “메르니엘입니다.”

 “뮤네임이라고 하오.”

 세라의 인사에 메르니엘이라는 여자와 기사 뮤네임이 마주 인사를 건네며 세라에게 말을 건넸다.

 “실례지만 어디까지 가시는 길이오?”

 “저희는 지금 투칸 제국의 수도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 우리도 지금 거기가 목적지요. 실례가 안 된다면 동행을 청해도 되겠소?”

 “아, 그러시군요. 목적지가 같다면 동행을…….”

 “실례돼.”

 “……!”

 기사 뮤네임의 동행 신청에 무심코 허락의 말을 내뱉으려던 세라는 순간 자신의 옆으로 성큼 다가서며 대화에 끼어드는 아렌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례되니깐 동행은 거절하지.”

 “아렌.”

 “너 바보냐? 암살자들이 쫓아다니는 인간들을 일행으로 받아들이겠다니. 네가 그러고도 상단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거냐?”

 “……!”

 “네 녀석이 왜 자꾸 저들을 도와주려고 하는지는 잘 알겠는데, 너의 일차적인 역할은 이번 상단을 아무 피해 없이 무사히! 상회에 도착시키는 거 아니었냐?”

 “…맞아.”

 “비싼 마차를 보고 저들이 높은 귀족 나부랭이라고 생각해 도움을 준 거는 알겠는데, 상회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마음도 알겠는데, 기본적인 너의 역할까지 잊지는 마.”

 “…응.”

 아렌 역시 물건을 보는 안목이 세라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 아렌이 마차의 진가를 어찌 모르겠는가. 저 정도 고급스러운 재료를 써 마차를 만든 솜씨를 보면 일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금액이 측정되는 물건이다.

 그런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준다면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받을 수 있겠다는 것이 세라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세라의 생각을 아렌이 단번에 파악한 것이고.

 “감히! 감히 지금 누구 앞에서 그따위 막말을 하는 것이냐!”

 “막말은 당신이 하고 있잖아!”

 “……!”

 아렌의 귀족 나부랭이라는 말에 화가 나 살기 띤 목소리로 소리치던 뮤네임은 오히려 싸늘한 목소리로 받아치는 아렌의 말에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당신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겠다는 심보 아냐?”

 “그, 그건.”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걸 알면서도 뻔! 뻔! 하게 동행을 요청하다니. 당신들이야말로 그따위 막말을 내뱉으면 안 되지.”

 “이잇! 감히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저 여자가 누구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저, 저 여자? 감히!”

 “참 나. 감히, 감히… 지겨워 죽겠네!”

 “이잇! 이분이 바로 이곳 투칸 제국의 제일 황녀이신 메르니엘 님이시다!”

 “……!”

 “……!”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여자의 신분을 밝힌 기사 뮤네임의 말에 아렌을 제외한 주위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빛을 했다.

 그리고 곧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황녀를 향해 뒤늦은 예의를 갖추기 시작했다.

 “내가 이래서 황성 인간들을 싫어하다니깐.”

 자신을 제외한 주위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아렌은 잔뜩 비웃음이 담긴 말을 내뱉곤 뮤네임과 메르니엘 황녀를 바라보았다.

 “너 지금 뭐 하는 것이냐!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할까!”

 “내가 왜?”

 “뭐! 내 말 못 들었나? 이분이 바로…….”

 “그래, 황녀라고. 알았다니깐. 그래서 뭐?”

 “너, 너 이 자식! 투칸 제국의 백성으로서 황실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건 기본적인 법도이다!”

 “그런데 어쩌나? 난 투칸 제국 백성이 아닌데.”

 “……!”

 “그리고 여기 법도는 생명을 구해준 인간들이 오히려 구함을 받은 인간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나 보지?”

 “그, 그건…….”

 “정말 손뼉이 저절로 쳐지는 법도일세~”

 “그건 아닙니다. 당시의 말이 맞아요. 도움을 받은 건 우리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것도 우리지요.”

 “메, 메르니엘 님.”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잔뜩 비꼼이 담긴 아렌의 말에 말문이 막혀 버린 뮤네임을 대신해 그 옆에 조용히 서 있던 황녀 메르니엘이 대답했다.

 메르니엘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이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고, 다들 황녀 앞에서도 너무도 당당한 아렌을 바라보며 놀란 눈빛을 했다.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알면 됐어.”

 “네 이놈!”

 “그만… 그만하세요, 뮤네임 님.”

 “하, 하지만.”

 “괜찮습니다.”

 “…….”

 여전히 반말을 내뱉는 아렌의 행동에 다시 화를 내려던 뮤네임은 손을 올려 자신을 제지하는 메르니엘 황녀의 말에 멈칫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러서면서도 끝까지 아렌을 노려보는 눈빛만은 거두지 않는 뮤네임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뮤네임이 물러서는 모습을 확인한 메르니엘 황녀는 시선을 돌려 아렌과 세라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염치없는 말인 거 압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저희가 도움을 요청할 곳은 여러분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수도에 무사히 도착하는 대로 이번 일을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충분한 사례를 약속드리지요. 그리고 앞으로 헤리온 상회에도 전폭적인 도움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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