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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스텟은 내가 만든다!
작가 : strongya
작품등록일 : 2017.6.1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밑바닥 프로그래머 한울은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순간. 악마와 만난다.
악마가 내미는 계약, 게임과 현실을 오고 가며 펼쳐지는 게임 판타지.

 
2화
작성일 : 17-06-05 01:07     조회 : 325     추천 : 1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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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 어느 정도 미움 받고 있겠거니 예상이야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생생하게 들려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휴게실 너머 어둠이 자리 잡은 복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둘의 대화가 여과 없이 흘러들어왔다.

 “쫓아내준다고 했죠.”

 “뭐, 뭐?”

 당황한 목소리는 차분한 목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전에 술자리에서 얘기했었잖아요.”

 “아니 그건 술기운에 한 드립 같은 거지!”

 김인정 팀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을 다급히 수정했다.

 “어쨌거나 곧 끝이라고 했잖아요? 계약기간.”

 “아마... 얼마 안 남았을걸.”

 내 계약기간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건 나 정도라 곧장 떠올리지 못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되겠네요.”

 휴게실에는 다시 적막이 내리 앉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그... 혹시나 해서 말인데.”

 돌연 찾아온 침묵이 불편했는지 인정이 더듬더듬 말을 골랐다.

 “딱히 내가 뭐 한울 씨가 미워서 정사원 심사에 관여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갑자기 내 이름이 튀어 나왔다.

 “그래요? 그때는 코드가 개판이라는 둥, 맨날 지각만 한다는 둥, 밥 먹을 때 자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둥, 얼굴이 마음에...”

 “자, 잠깐만! 그러니까 그건 술김에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한 거고...!”

 팀장이라는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지적들과 인신공격적인 불평이 혼재해 있었다. 어느 쪽이 됐건 나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만은 전해졌다.

 흠흠 하고 목을 다듬은 인정이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사원을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제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또박 또박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내밀 수 있는 약관성 발언을 녹음하듯이 말한 인정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뭐 사실 정규직으로 전환하자고 건의해도 되지도 않았겠지만...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나로서도 팀원을 그렇게 내보내야 되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야. 내가 좋아하건 싫어하건을 떠나서.”

 어느 팀이건 마찬가지겠지만 프로그래머팀도 일정에 따라 수시로 계약직을 채용하곤 한다. 나도 당시에는 충분한 실적을 올리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거라는 말은 들었었다. 김인정 팀장이 당시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규직 전환율을 볼 때 그 얘기를 해야 하는 팀장 위치에 있다 보면 별의 별 모습들을 봐왔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타입은 오래 버티기도 힘들지.”

 그런 타입은 뭘 말하는 걸까.

 나는 순간적으로 날 기피할 이유만 8개가 떠올라 그 중 뭘

 골라야 될지 고심했다.

 “우리 게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아, 그 얘기구나.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난 소리 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게임을 정말 싫어하니까.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저 얘기가 나온 이상, 더 들어봤자 뻔한 얘기만 나올 것이 뻔하기에 나는 인기척을 내기로 했다. 내딛는 발소리에 휴게실에서 숨을 삼키는 기색이 전해진다.

 뭐 아무려면 어떤가.

 더 이상 볼 사람들도 아닌데.

 나는 거침없이 휴게실로 들어섰다.

 아차 싶은 표정의 김인정 팀장과 대조적으로 여을은 눈에 물수건을 덮고 누운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곰을 만나 죽은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곰이 풀 보듯이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끝났습니다, 작업.”

 나는 지금 막 와서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다는 듯한 태도를 취해보였다.

 “...그, 그래? 수고했어. 얼른 들어가 쉬어.”

 인정도 사실 상황 파악은 다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는 직장인의 현명한 처세술을 발휘했다.

 “내일은 조금 늦게 출근해도 되니까.”

 야근이 늦어졌으니 당연한 권유였지만 이런 말을 하는 인정도 정시출근을 할 것이다. 누워서 자고 있는지 기절했는지 모를 여을도 그러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그러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뻔한 인사치레성 표현은 사람 헷갈리게 왜 하는지 이해 할 수 가 없다.

 나야 뭐 이제 안 올 테니 상관없지만.

 “이거 그리고 커피 좀 뽑아... 왔는데...”

 나는 사무실 앞 자판기에서 뽑아온 커피를 들어보였다.

 그에 인정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둘 앞의 테이블에는 이미 두 사람 분의 커피 캔이 놓여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시간에 휴게실에 갔으니 커피 정도는 뽑아 마실 텐데 그걸 왜 몰랐을까.

 마지막까지 어설픈 모습을 보이고 만 것이 심히 마음에 걸렸지만 뭐 어떠랴.

 “잠깐만요.”

 그냥 돌아서 나가려는 나를 돌연 날아온 목소리가 제지한다.

 돌아보자 소파에서 주섬주섬 얼굴에 올려놨던 물수건을 치우고 일어나 앉는 여을의 모습이 보였다.

 살짝 물기가 감도는 눈가, 붉게 충혈된 눈동자.

 “잘 마실게요.”

 “어, 어?”

 “그거.”

 여을이 커피를 가리켰다.

 “놓고 가라고요.”

 평소에 쓰던 안경이 없어 평소보다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기분이 들었다.

 

 보금자리, 회사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의 하숙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다.

 브레이브 소울, 중소기업 중의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에서 대박을 내고 만 출세작. 몇 번인가 해보려는 시도는 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보려는 시도도 역시 난항을 겪고 있었다.

 터치를 누르는 손짓이 조금만 삐끗해도 공격을 얻어맞고 내가 휘두르는 공격은 타이밍이 안 맞아 빗나가기 일쑤다.

 애초에 터치로 이런 섬세한 액션은 좀 무리 아닌가? 세간의 평가는 터치로 할 수 있는 조작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살린 디자인이 굉장하다고 극찬을 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봐도 게임 실력으로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놈들의 자위성 게임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단 말이지.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게임 속의 나는 별다른 빼어난 능력치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한 컨트롤도 없어 그냥 허무하게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어려운 난이도에 계속해서 죽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게임에 도전하게 하는 그 감각이 좋다, 라고 호평을 받는 모양이지만 이 역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몇 번인가 죽은 나는 게임 내 우체통을 확인해서, 아까 전 회사에서 미리 입력해놨던 코드를 수령했다.

 그것만으로 내 케릭터는 무적이 됐다.

 나는 내 앞을 가로 막는 몬스터들을 한 방에 처리하면서 던전을 나아갔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게임 내에서 최강에 가까운 상태일 텐데도 허무할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유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게임 내에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감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화려한 연출과 함께 땅에서 솟아나온 중간 보스를 한 방에 물리친다. 이 던전의 마지막 보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그저 지루한 마음이 앞섰다.

 게임을 이렇게 간단하게 클리어 해 나가는 건 아마 내 인생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게임이란 걸 딱히 잘했던 역사는 없다. 그렇다고 열심히 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게임을 잘하거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럴듯한 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근본적으로 게임을 하면서 재미를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개발자들은 셋 이상 모이면 어떤 게임이 재밌었고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느니 하면서 침을 튀기면서 열변을 토하곤 한다.

 밥 먹듯이 반복되는 야근과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그런 열정 비스무리한 걸 의지 삼아 버티는 모습을 봐오곤 했다.

 간혹 게임에 크게 애정을 두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나처럼 게임을 싫어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에 의해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그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침내 마지막 보스에 도달한 나는 보스가 등장하면서 읊조리는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휘둘러 보스를 쓰러뜨렸다.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를 클리어하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당연하게도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 같은 심경의 변화도, 보람도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의 내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무의미한 시간 낭비였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순간은 자기가 노력하고 그 끝에 결실을 맺어야 성취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알 수 없지만 알고 싶지도 않다.

 “자 그럼...”

 나는 준비해놓은 노끈을 문손잡이에 걸었다.

 “죽을까.”

 곧장 망설일 틈 없이 끈을 목에 감았다. 끈이 목을 파고드는 감각이 생각보다 꽤 아프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마지막 남은 시간동안 목을 조이는 아픔도 잊을 겸, 마지막 신변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지금 하는 계약직이 끝나면 먹고 살길은 팍팍하다. 뭐 물론 다시 노력하면 입에 풀칠은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것들을 포함해 모든 것이 허무하기만 하다.

 무엇 하나 특출난 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다.

 “...”

 그런데 좀처럼 죽어지질 않는군.

 의식이 흐려지는 속도가 느리다 못해 점점 의식이 선명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나는 당황했다.

 조금 더 딴 생각을 해볼까.

 하숙집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다.

 방값도 떨어질 정도로 타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올라올 때도 눈길 하나 안 주던 하숙집 딸내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통쾌할 것 같다.

 게임 내 일부러 남겨놓은 무적이 되는 코드도 누가 언젠가 발견해서 난리가 날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 세상과 바꿀 수 있는 보물을 숨긴 해적선장이 된 것만 같다.

 나한테 죽으면 좋겠다고 뒤에서 막말을 하던 게 들키고도 내색 하나 안 하던 여을도 어쩌면 죄책감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한 마디 해주지 못한 것이 갑자기 좀 아쉽군.

 ...근데 죽지 않으면 뭐라고 쏘아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벌인 일들 모두가 내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했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문득,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어떤 마음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파동은 점차 커져 이내 몸을 집어 삼킨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야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크...윽...”

 그러나 이미 늦은 것일까.

 손에 제대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의식은 선명한데도 동시에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간다.

 발버둥치는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이런 추한 죽음이라니... 정말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심하구나.

 그렇게 감탄하고 있자니 돌연 문이 열렸다. 당연히 내 몸이 막고 있어서 제대로 열리지는 않았지만 안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고 나는 있는 힘껏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 아직 안 죽었네?”

 그러나 문 너머에서는 요리가 아직 덜 익었다는 것과 온도 차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렸다.

 힘없이 꺾인 시야에 하숙집 딸내미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 있다 올까, 아니면 그냥 편하게 해줘?”

 나는 평소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던 그 눈동자가 평소와 다르게 뱀처럼 가늘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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