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해?"
경일이 차량에 오르며 준혁에게 물었다.
"뭐가요?"
"장혜진 말이야"
"..."
준혁이 침묵을 지키자 경일이 계속 얘기한다.
"민경우가 자기 마누라 뻔히 놔두고 다른 여자랑 바람을 폈다. 그 사실을 오재희가 알게 되었고 하루에도 수십번 씩 두 년놈들 다 죽여버리겠다며 장혜진에게 협박전화나 문자를 보냈다."
"..."
"생명의 위협을 느낀 장혜진은 연락처를 바꾸고 집까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치정관계를 본 처에게 들켜버렸으니 장혜진이 곧 바로 먼저 민경우에게 연락하지는 않았을테고 그 이후 민경우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폰은 정지상태, 민경우가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치솟았는지 알 길이 없다"
"..."
"결국 오재희도, 장혜진도 지금 민경우가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하는데 통화내역상으로 민경우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그 둘 뿐이고"
"행님 짐작이 맞아요"
"뭐?"
"행님도 지금 그 둘 중 한 명이 거짓말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
"그리고..."
"...?"
"장혜진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요"
준혁의 말에 경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어떻게 알아?"
"그건...."
자신의 신체 변화에 대해 설명하려다 다시 한숨 쉰 준혁이 말했다.
"제 직감 정도로 해두죠"
"야, 니가 씨엔블x야 뭐야? 니가 날 떠날 거란 직감이 와 뭐 그런거야?"
경일이 장난스럽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준혁이 말한다.
"제 직감이 틀리다면... 장혜진이 싸이코패스거나요"
"...?"
"형사랍시고 갑자기 시커먼 남정내 둘이 집 안으로 들이닥쳤는데, 몇 마디 얘기에 벌벌 떨면서 통곡하는거, 햄도 봤잖아요?"
"뭐 그거야..."
"그게 만약에 연기라면 장혜진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따놓은 당상일 겁니다"
"..."
"그리고 하나 더"
"또 뭐?"
"장해진이 바보가 아니라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경일이 고개를 끄덕였고, 준혁이 계속 말한다.
"장혜진 주민등록초본 떼보면 언제 이사해서 주거지 이전했는지 다 나올 거고, 통화내역 따보면 오재희한테 협박 전화, 문자 받은 기록 다 있을 거고, 그 이후로 민경우랑 연락 못했다는 거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잖아요? 민경우 통화내역 땄을 때..."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폰 개통해서 폰 쓰고 있을 수도 있잖아?"
"누구 명의로요? 일가친척도 없는 민경우가? 고작 치정관계 때문에 대포폰을 구해다 썼을까요?"
경일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친구 명의로 개통해서 쓸 수도 있잖아"
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확률 낮다는거 행님도 잘 알고 있잖아요? 정 찝찝하면 장혜진 최근 1년치 통화내역 다 따보면 되구요. 주기적으로 연락하는 번호가 있을 테니까 그 번호 한번 확인해보죠"
경일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 똥 굵다 새끼야. 아주 잘나셨어. 엘리트야? 우리 조형사님? 니가 조장해라 에라이 씨팔"
경일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준혁이 되받아친다.
"그럼 행님 말대로 조장 한번 해볼까요? 아~ 목도 마르고 출출한데 조원이 앞에 편의점 가서 빵이랑 바나나우유 하나 사왔으면 좋겠네"
"뭐 이새끼야?"
카톡
경일이 준혁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데 준혁의 주머니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켁, 켁. 햄, 햄. 좀 놔봐요 카톡, 카톡"
"카톡같은 소리하네. 나도 카톡 많이 온다. 빵? 나도 빵 좋아한다 이새끼야. 어디 죽빵 한방 맞아봐라."
경일이 주먹으로 때릴듯이 위협하자 준혁이 급히 말한다.
"아 이거 업무용 폰이라고요!"
"뭐?"
"업무용 폰! 업무용 폰에 카톡올 곳이 한군데 밖에 더 있어요? 팀장님이나 희연이누나네겠지!"
경일이 쥐고 있던 멱살을 풀었다.
"우리 조장님 생명줄도 기시네. 어디보자 어느 보살님이 우리 조장님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셨는지"
경일이 준혁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내받아 화면을 들여다본다.
순간 경일이 눈을 크게 떴다.
"야 조장...아니 준혁아"
"아 왜요?"
준혁이 뾰루퉁한 얼굴로 대답했다.
"유골... 발견됬단다"
준혁의 고개가 휙하고 돌아갔다.
"예?"
"산에서.. 산에서 유골이 2개나 발견됬는데, 1)과수에서 현장나와서 감식하고 이제 국과수에 신원확인 긴급감정의뢰 보낸단다"
"예? 그건 무슨 말이에요? 2개요?"
"하나는 7~8세 정도 어린 아이 유골로 보인다는데, 정황상 민채린 양이 확실한 것 같다. 백골화 진행상태로 봤을 때 최소 1년은 지난 것 같은데 박미현이 목격했다고 진술한 날짜랑 거의 일치해. 그리고 다른 하나는...다 자란 성인남자의 유골로 보인다고... 백골화 진행상태고 조금 차이가 있는 걸로 봤을 때 민채린 양이 묻힌 이후에 다시 땅을 파서 묻은 것 같다고..."
"...민경우"
경일의 말에 준혁이 중얼거렸다.
"오재희 이 미친년!"
"행님"
욕설을 내뱉는 경일을 준혁이 조용히 불렀다.
"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경일을 잠시 바라보던 준혁이 말한다.
"팀장님이 오경옥이랑 정미숙에 대해서만 체포영장 신청했다고 했죠?"
"..그래. 팀장님이랑 희연이네는 오재희는 커녕 이게 어디서 나온 유골인지도 지금 혼란스러울거다"
잠시 생각하던 경일이 준혁을 부른다.
"준혁아"
"네 행님"
"넌 지금 바로 이 차타고 오재희 집으로 가서 집에 오재희 있는지 확인하고, 튀는지 안튀는지 감시해라. 절대 혼자 들어갈 생각은 하지말고"
"...네. 행님은요?"
"나는 팀장님한테 상황설명하고, 지금 장혜진이 데리고 참고인조사 받아서 통화내역 정리하고 오재희 체포영장 신청할거니까"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경일이 말한다.
"너, 노파심에 하는 얘기지만 쓸대 없는 생각하지마. 혼자 올라가서 오재희를 잡아 족치겠다, 그런 생각 하지도 마라. 어차피 너같이 짬 안되는 순경은 혼자 영장없이 긴급체포도 못하는 거. 많이 공부해서 들어왔으니까 잘 알고 있지?"
"...예"
"사고치지마라. 마음 같아서는 내가 그 쪽으로 가고 싶은데, 오재희 영장 신청하려면 할 일이 좀 많아서 앓느니 내가 가는 거니까. 넌 오재희 움직이는거 감시만 잘해"
"아 걱정마시라니까요. 저도 2번이나 징계받을 생각 없어요"
준혁의 말에 미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보던 경일이 말했다.
"좋아, 난 장혜진이 데리고 택시로 이동할테니까 넌 지금 바로 오재희 집으로 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예, 예"
차량에서 내린 경일이 준혁을 바라본다.
"준혁아"
"예?"
경일이 오른쪽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린다.
"이거는 차갑게. 릴렉스. 알지?"
준혁이 피식 웃었다.
"나중에 봐요 행님"
준혁이 차량을 출발시켰고, 시야에서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경일이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 저 꼴통새끼 사고 칠 것 같은데..."
깊은 한숨을 쉰 경일이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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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수 : 과학수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