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박재영
수담.옥
박재영
이그니시스
프로즌
촌부
임허규
수담.옥
박재영
조돈형
촌부
조돈형
이그니시스
 
작가연재 > 무협물
사라전종횡기
작가 : 수담.옥
작품등록일 : 2016.7.21
사라전종횡기 더보기

스낵북
https://www.snackbook.net/snac...
>
작품안내
http://storyya.com/bbs/board.p...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용화성의 촌놈 장소열, 마침내 그가 강호와 맞장을 뜨러 왔다!
예측할 수 없는 투로, 걸걸한 입담, 뒷골목 건달식 박투술로
칼밥 인생을 살아가는, 강호의 어두운 중심을 통과해 가는 소열.
그가 신 난투 시대의 강호를 무와 협이 살아 숨쉬던 지난날의 황금빛 시절로 되돌릴 수 있을지….

 
15 화
작성일 : 16-07-21 14:35     조회 : 755     추천 : 0     분량 : 80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흡."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치아에 손가락 크기의 침이 물려 있었다. 그녀는 침을 손바닥에 뱉어냈다. 그러다가 그만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나, 난 몰라."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진정하자 연아, 진정하자 연아.' 라며 몇 번을 되뇌었지만 그녀는 들뜬 감정을 쉽사리 다스릴 수 없었다.

 하나,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뿌듯했다.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이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금 전신을 가늘게 떨고 있는가 하면, 뭐라 알아들을 수 없는 낱말을 쉼 없이 중얼대고 있었다. 비록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의 신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그녀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소열의 얼굴을 슬쩍 쓰다듬었다. 살결이 무척 험했다. 그가 험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으로 어딘지 모르게 그가 가엾다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그녀는 느껴지는 게 있었다. 독기와 순박함이 공존하는 이상한 남자. 독기는 후천적일 수 있지만 순박함은 타고나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그녀 자의가 아니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은 억센 손으로 인해서였다. 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소열이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잠시 동안 수없이 오고갔다.

  소열이 말했다.

  "불안해하지 마. 이제부터는 내가 널 지켜줄게."

 

 * * *

 

  소열은 백지에 먹물을 찍듯 그녀를 한차례 주시하고는 뒤돌아섰다. 뒷머리가 따가웠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사로운 감정에 취할 때가 아니었다. 승리에 도취해 기고만장하게 웃고 있을 적들의 면상을 갈아버리는 게 먼저였다.

  통로 뒤편에서는 고함과 비명,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것 또한 그가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광풍조와 화산오검의 싸움!

 유정이 부상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일 터였다.

  서너 걸음 앞의 통로 중앙에는 유선이 머리를 숙이고 서 있었다.

 그는 유선에게 다가가다 말고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유선은 머리를 숙인 게 아니었다. 그 부분은 유선의 발 옆에 나뒹굴고 있었다.

  ㅡ제길. 이거였나. 유선을 부르던 음성이.

  유선의 앞에는 개천형이 등을 돌린 채 칼을 높이 쳐들고 있었다. 또 그 앞에는 유열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옆에는 좌냉추가 어깨를 건들대고 있었다.

  소열은 유선의 어깨를 툭 쳤다. 상대가 들을 수도, 볼 수도, 말 할 수도 없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빙긋한 미소를 띠었다.

  ㅡ하하, 유선. 잘 보라고. 네가 섭섭하지 않게 저 새끼 얼굴을 터뜨려버릴 테니까.

 유선은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말할 수 있었대도 그냥 미소로만 화답했을 것이다.

  "흐흐흐, 난 아마도 앞으로 화산파와 원수가 될 거야. 두 놈씩이나 잡았으니까. 캬아아."

  사형수의 목을 쳐내는 도부수가 저러하리라. 개천형은 단칼에 자르기가 무척 섭섭한 듯 유열의 목에 칼을 대었다 말았다 하며 광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미 생을 포기했음인지 유열은 저항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몇 번 칼을 견주던 개천형이 마침내 칼자루를 움켜잡고 어깨를 한껏 젖혔다.

  그때였다.

  "그럼 난 무불련과 원수가 되겠네. 쓰레기 같은 놈들 떼거리로 잡았으니까."

 "으응?"

 개천형은 칼을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동작을 멈추었다. 등 뒤라지만 지척이었다. 그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더군다나 그 음성은 그가 생각하기에 조금 전 폐기됐던 놈의 어투와 흡사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임을 확인시켜주듯 한 번 더 그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왜, 내가 살아난 게 이상해? 그럼 더 이상한 것을 보여줄 테니까. 지금 한번 돌아서 봐."

  개천형은 재빨리 돌아섰다. 돌아서자마자 그는 불신에 찬 음성을 토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살아날 수가 있지? 화염전이 가슴에 박힌 걸 보았는데?"

  "글쎄? 아마도 날 기습한 그 빌어먹을 새끼가 손속에 인정을 베풀었나 보지."

  "죽어!"

  개천형이 다짜고짜 소열에게 칼을 내리쳤다. 거리가 가까웠기에 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소열의 정수리를 향했다. 개천형은 순간 만족했다. 소열이 피하지 않고 팔목을 들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개천형은 소열의 팔목이 틀림없이 잘려 나가리라 생각했다. 한데,

  카캉!

  "헉!"

  개천형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건 뭔가? 팔이 잘리기는커녕 왜 쇠와 쇠가 만나는 음이 들린단 말인가? 의문은 곧 풀렸다. 소열의 팔뚝에는 거무튀튀한 철갑이 둘러져 있었다. 좌냉추와 싸울 때 한번 보였던 바로 그 철갑이었다.

 하나 그 점도 개천형에게 이해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공격이 어디 시정잡배의 휘두름인가. 내공으로 후려친 칼이 아니던가. 상식적이라면 무쇠라도 잘려나가야 하지 않은가. 어찌 됐던 개천형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 그는 일격이 실패하자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소열이 고개를 비스듬히 젖혀 씩 웃었다. 그건 조롱이었다.

  "왜 이상해? 안 죽어서? 그럼 한 번 더 해봐, 닭대가리야."

  "으으, 죽일 놈의 새끼!"

  후우우웅.

  개천형의 칼끝에서 부유스름한 도기가 방출됐다. 거리는 불과 이 장. 소열이 피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하긴 소열 역시도 피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는 공간을 가르는 도기에 맞서 양 팔목으로 몸통을 가렸다.

  쾅!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개천형은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게도 상대는 서너 걸음 물러나기만 했다. 다시 말해 주먹질, 발길질만 잘하던 조금 전의 그 산골 촌놈이 아니란 말이었다.

  "제, 제기랄."

  그렇다고 마냥 넋만 놓고 있을 수 없는 개천형이었다. 일도를 막아낸 소열이 험악한 기세로 달려들고 있었다. 개천형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후퇴했다. 내공이 담긴 칼질이었건만 칼은 정확히 소열의 팔목어림에서부터 튕겨 나갔다.

  소열과 개천형의 거리는 순식간에 팔 길이 정도로 좁혀졌다. 소열은 개천형의 목을 향해 오른손을 내뻗었다. 칼을 퉁겨내고 난 다음의 연속된 동작이었기에 개천형은 눈만 부릅뜰 뿐 방어를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맞기만 해도 뼈가 갈릴 것 같은 한줄기 내기가 소열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화라락.

  소열은 내민 손을 돌리며 재빨리 서너 걸음 물러났다. 물러난 자리로 한줄기 장력이 지나갔다. 좌냉추의 천살기였다. 앞도 보이지 않건만 상대를 정확히 찾아 공격하는 수법. 상대를 잘못 만나 그렇지, 좌냉추는 과연 일류였다.

  좌냉추의 도움으로 위급했던 순간을 벗어난 개천형은 짧은 시간이나마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안도에 불과했다. 물러났던 소열이 어느새 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경멸에 찬 음성과 함께.

  "그렇지 니들은 뒤통수를 노리는 게 주특기지."

  “죽어!”

  개천형과 좌냉추가 동시에 내기를 방출했다. 한데 그들을 상대하는 소열의 방식이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그는 피하지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들지도 않았다.

 그가 그들을 대적해 처음으로 한 동작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열의 검을 발로 찬 것이었다. 검은 표적을 향하는 화살처럼 날아갔다. 대상은 좌냉추였다.

  고수는 기감이 남다르다. 좌냉추는 본능적 위험에 공격을 멈추고 한쪽 벽면으로 물러났다. 좌냉추가 피해야 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소열이 발로 찬 검에 내기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소열이 한 동작은 손을 뒤로 돌린 거였다. 시간상으로 보면 좀 전 검을 발로 찬 것과 거의 동시라고 할 수 있었다.

 뒤돌린 손안으로 무언가가 빨랫줄처럼 날아와 잡혔다. 이 장 떨어진 유선의 검이었다.

 놀라운 격공섭물!

 그는 지금 완연한 일류고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소열은 검을 잡자마자 검끝을 아래로 해서 돌리는 선풍격을 취했고, 다음으로 아래에서 위로 베어 올리는 등교세를 취했다,

  파파파팟.

  놀랍게도 소열에게 닥쳐들던 개천형의 검기가 사방으로 비껴나갔다. 검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검세이건만 이 순간 소열이 보인 동작은 천하의 그 어떤 절기보다 훌륭했다.

 개천형의 검기를 무위로 돌린 소열은 곧장 검을 내밀고 개천형에게 달려들었다. 검봉에서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건 틀림없는 검화(劍華)였다.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경지에 다다른 일류들만이 할 수 있다는 무용(武用)이었다.

  "어어어?"

  개천형은 갑자기 변한 소열의 무공 수준에 허둥지둥했다. 그러다가 그만 피할 시간을 놓치게 되자 다급히 몸 앞에 도막을 형성했다.

  하나, 그것은 개천형의 오산이었다. 소열은 단순히 검기만 방출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열은 검봉에 아지랑이가 맺히던 바로 그 순간, 검자루를 놓았고, 놓는 것과 동시에 손바닥으로 검자루를 퉁겼다.

 비검(飛劍)!

 검은 화살을 방불케 하는 속도로 날아갔다.

  츄아아악!

  도막이나 검막은 내기를 상대하는 것. 유형체인 검은 도막을 사정없이 찢어버리고 개천형의 어깨에 박혔다.

 바닥에 있는 검을 차서 좌냉추를 옆으로 물러나게 하고, 달려들면서 검을 던지는 행위까지 하나도 독립된 게 없는 연환공격술이었다.

 그리고 연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검을 던진 소열이 날아가는 검의 속도만큼 빠르게 개천형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개천형으로서는 눈앞이 어두워진다고 느껴졌으리라.

  확.

  소열은 한 손바닥을 활짝 펼쳐 개천형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는 달리던 속도 그대로 통로 벽을 향해 내달렸다.

  빡!

  충격의 강도를 말해 주듯 돌가루와 함께 벽면에 사람 머리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개천형이 어떻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열은 개천형을 벽에 박아놓고 뒤돌아섰다.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좌냉추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으으으."

  좌냉추는 긴장 어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충격음이 있었건만 그게 개천형의 것인지 소열의 것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 그럴 경우 누구나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좌냉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광, 광사풍? 놈은?"

  "······."

  대답은 없다. 차가운 냉기만이 흐를 뿐.

  좌냉추가 재차 말했다. 음성이 떨렸음은 물론이다.

  "광사풍? 광, 사풍?"

  이번엔 대답이 있다. 등골을 훑어내는 음성이지만.

  "등신, 지랄하고 있네."

  좌냉추는 설마 하던 음성이 들리자 싸울 의욕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흔아홉 번 살인을 해서 천하에 악명이 자자했던 무인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모양새였다.

 소열은 저항 능력을 상실한 좌냉추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걱정 마. 난 한번 약속한 것은 지켜."

 좌냉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그럼?"

 "그래, 죽이진 않겠어. 단······."

  소열은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좌냉추의 목을 당겼다.

  "좀 전에 말했듯이 혓바닥은 뽑아야겠어."

  좌냉추가 안색이 새파래져서 소리쳤다.

  "이, 이놈, 그럴 바엔 차, 차라리 날 죽여!"

  소열은 좌냉수의 귀에 입을 가져가 빈정댔다.

  "얼마 전에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넌, 선택권이 없다고."

  뻐억.

  말이 끝나자마자 소열은 좌냉추의 입 속에 주먹을 처박았다. 이어 그는 그 손을 좌우로 놀리고는 좌냉추를 발로 걷어찼다. 좌냉추는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 삼 장을 굴러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스럽다면 좌냉추 자신이 비명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곧 소열이 말과는 달리 혀를 뽑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열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혀 뽑다가 혹시 죽으면 어떡해."

  "으, 이노아 드루보자."

  좌냉추는 원독(怨毒)에 찬 음성을 흘리고는 재빨리 뒤돌아 도망갔다. 그가 발음이 흐트러진 이유는 혀 대신 이빨이 모두 박살났기 때문이다.

  소열은 좌냉추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제 통로 뒤로 몸을 돌렸다. 그곳은 상황이 종료되기 직전이었다. 유경과 유진은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소열은 몸을 뒤로 살짝 퉁기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빠른 속도였다.

 "유경! 유진! 비켜!"

  소열의 고함이 통로를 쩌렁 울렸다. 하지만 유경과 유진이 소리를 듣고 반응을 하기도 전에 소열이 먼저 행동을 취했다. 소열은 달려가던 자세에서 두 사람의 허리춤을 잡아 뒤로 내보내고는 곧장 무인들의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파파파파팟!

  무인들로 빽빽하던 통로에 별안간 길이 생겨났다. 그 안에는 광풍조도 있었고 새북의 일급 무인들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달리는 소열을 막지 못했다.

  소열이 지나가고 나자 무인들은 서로 마주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자아냈다. 그중 태반은 방금 뭐가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마침 어느 무인이 그 원인을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어어, 또, 또, 온다!"

  무인들 후미에 다다랐던 소열이 몸도 돌리지 않고 그냥 뒤로 달리고 있었다.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는 속도였고, 달리는 와중에는 주먹, 발, 때론 몸통까지 사용해 무인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있었다.

 무인들 선두로 되돌아온 소열은 한 무인의 손을 툭 쳤다. 무인의 손에 있던 검이 자연스레 소열의 손으로 이동됐다. 소열은 그 검을 무인들에게 겨누고는 말했다.

  "너희들 그거 알아? 지금 너희들이 갇힌 거라는 거?"

  갇힌 건 너희들이다! 그건 공갈이 아니었다. 상식적인 견지에서라면 당연히 소열이 갇힌 거겠지만 현재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소열을 앞에 둔 무인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표현으로는 기세에 질렸다는 말도 되겠다. 선두에 서 있던 무인들은 이미 다리를 후들대며 물러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의 백만대군을 막아냈듯, 수적 우세가 무용지물이 된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선두가 싸울 의사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땐 숫자가 많다는 점이 도리어 해가 된다.

  "막는 놈은 모조리 죽일 거야!"

  소열이 별안간 통로가 무너져라 일갈을 지르며 무인들에게 달려들었다. 혼비백산이라고 할까, 선두에 섰던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너도나도 뒤돌아 달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무인들은 어떻게 상황대처를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곧 극심한 혼잡이 일어났고, 급기야는 도망가는 무인끼리 서로 부딪쳐 넘어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무인들은 자신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 몰랐다. 일단은 피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만 가득했다. 굳이 하나 더 찾자면 '남이 뛰니까 나도 그냥'이었다.

  소열은 그런 무인들 속을 휩쓸고 다녔다. 흡사 양떼를 휘저어놓는 사자와 흡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는 도망가는 무인들에게는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무인들 무리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두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무인들이 통제가 되지 않자 당혹해 하고 있는 혁무추와 서요평이었다.

  ㅡ소수가 다수를 상대할 때는 우선 머리부터 잡아라!

  수적 우세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소열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거였다.

 한순간 혁무추와 소열이 눈이 부딪쳤다. 소열은 야수 같은 괴성을 지르고는 곧장 무인들의 머리를 밟고 혁무추에게 치달았다. 혁무추는 소열이 점점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혼잡한 무인들로 인해 운신이 여의치 않는 혁무추였다.

  화가각!

  수직을 가르는 검. 혁무추는 자신의 머리를 쪼갤 듯 내리쳐 오는 검을 접하고는 본능적으로 대감도를 이마 위로 들었다. 혁무추는 문득 상대의 검이 푸른빛을 띤다고 생각했다.

  파지직.

  검은 대감도를 두부 베듯 자르고는 그냥 아래로 내려갔다. 혁무추의 얼굴에 수직으로 선이 생겨났다. 혁무추는 이런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열이 아래로 내렸던 검을 거두며 퉁명스레 말했다.

  "너무 흔들지마. 갈라져."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 화 2016 / 7 / 21 691 0 7058   
24 24 화 2016 / 7 / 21 621 0 7210   
23 23 화 2016 / 7 / 21 717 0 7590   
22 22 화 2016 / 7 / 21 768 0 6750   
21 21 화 2016 / 7 / 21 972 0 7312   
20 20 화 2016 / 7 / 21 675 0 7545   
19 19 화 2016 / 7 / 21 698 0 7158   
18 18 화 2016 / 7 / 21 765 0 8096   
17 17 화 2016 / 7 / 21 631 0 6902   
16 16 화 2016 / 7 / 21 670 0 9420   
15 15 화 2016 / 7 / 21 756 0 8014   
14 14 화 2016 / 7 / 21 803 0 7725   
13 13 화 2016 / 7 / 21 768 0 5755   
12 12 화 2016 / 7 / 21 630 0 6363   
11 11 화 2016 / 7 / 21 667 0 5477   
10 10 화 2016 / 7 / 21 628 0 6506   
9 9 화 2016 / 7 / 21 624 0 6877   
8 8 화 2016 / 7 / 21 618 0 5011   
7 7 화 2016 / 7 / 21 635 0 6693   
6 6 화 2016 / 7 / 21 667 0 6512   
5 5 화 2016 / 7 / 21 643 0 6022   
4 4 화 2016 / 7 / 21 695 0 5819   
3 3 화 2016 / 7 / 21 672 0 7745   
2 2 화 2016 / 7 / 21 708 0 7416   
1 1 화 2016 / 7 / 21 1180 0 938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청조만리성
수담.옥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