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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사라전종횡기
작가 : 수담.옥
작품등록일 : 201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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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성의 촌놈 장소열, 마침내 그가 강호와 맞장을 뜨러 왔다!
예측할 수 없는 투로, 걸걸한 입담, 뒷골목 건달식 박투술로
칼밥 인생을 살아가는, 강호의 어두운 중심을 통과해 가는 소열.
그가 신 난투 시대의 강호를 무와 협이 살아 숨쉬던 지난날의 황금빛 시절로 되돌릴 수 있을지….

 
3 화
작성일 : 16-07-21 14:29     조회 : 697     추천 : 0     분량 : 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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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그가 단신으로 구적회와 전쟁을 선포했을 때 용화성 사람들은 모두가 그를 미친놈이라고 그랬다. 구적회가 비록 무림의 방파는 아니라손 쳐도 그 위세만큼은 변방의 어느 무파에 못지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구적회가 산에서 나무나 캐던 인간에게 그만 이 개월 만에 붕괴되어 버렸다. 특히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수뇌부의 마지막 한 명까지 추적하여 뼈다귀를 부숴놓던 그의 그 지독한 근성에는 모두가 치를 떨었다.

 오죽하면 당시 구적회의 식객으로 있었던 무림인 산해삼귀(山害三鬼)가 그를 두고 ‘접근불가 미친개! 대적불가 악바리!’ 라며 개입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산골 무지렁이라는 전자의 모습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평상시에 성정이 무척 온유하고, 행동거지가 타인으로부터 칭송을 받을 만큼 모범적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솔직히 일반인들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지 삼천왕을 비롯한 용화성의 밤 조직에겐 상관이 없는 일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모범적 성향으로 인해 삼천왕과 밤 조직은 완전히 죽을 맛이라고 해야 한다. 구질구질한 불만은 걷어치우고 단적으로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돈! 바로 돈이다.

 무릇 활발한 조직 활동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건만, 그는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정 돈이 필요하면 니들 몸 팔아서 해라.’ 등등 그 점에서도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모범적 관리를 하여 왔으니 말이다.

  “어휴, 장소열. 무식한 너 땜에 없던 병도 생기겠다. 젠장, 골통! 대왕 골통…….”

  없는 데선 욕 못 할 대상이 없다. 천악은 입이 아플 정도로 장소열을 씹어댔다.

 사실 천악의 이런 심정 역시 그의 고지식한 관리 방침에 불거진 불만에 다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곧 있을 중추절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할 예정이건만 개편은커녕 조직원 모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아닌 말로 주최 측에 돈이 있어야 뭘 하지, 인간들을 모아놓고 손가락만 빨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사천왕의 재산을 통틀어 보아야 은자 스무 냥이나 나올까 말까, 혹여 있다고 해도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산하 조직원이 몇 명인데.

  그러나 조직 재건이라는 말! 이 말 역시 따지자면 삼천왕의 간덩이 부은 짓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사천왕 밑에 그런 조직이 구성되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만약 그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삼천왕은 그날로 명부에 이름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는 단체를 이루어 남 앞에 거들먹거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직 재건을 위해 삼천왕이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명분은 최근 가난에 찌들어 자꾸만 이탈하는 조직원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숭고한 취지. 물론 그렇다고 용화성에서 금전을 구할 수는 없다. 구하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겠으나 그 방법은 그들 대형의 귀를 속이려야 속일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구했다.

  한탕하고 튀는 완전 범죄를.

  뭐, 깔끔하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거다.

  노 - 상 - 강 - 도.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천악이 눈매를 좁혔다. 멀리 한 떼의 인마를 앞세운 마차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천악은 허리춤에 걸린 망치를 뽑아들고 일어섰다. 지겹던 시간의 종말. 조직 재건을 위한 위대한 첫 걸음. 천악은 마음을 한 번 더 다졌다.

  “삼걸이가 말하길 별 볼일 없는 오인조 상인이랬어.”

  겁은 좀 나지만 그래도 사천왕 아닌가.

 

 * * *

 

  “온다, 온다.”

  유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을 가리켰다. 한 대의 마차를 필두로 다섯 명의 인간들이 말을 타고 오고 있었다. 유빈은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이고는 삼걸에게 물었다.

  “틀림없겠지?”

  “그럼. 천악이가 말하길 놈들은 동북 땅으로 인삼을 구하러 가는 상인들이랬어. 그러니까 저것들은 이거 한방이면 그냥 뻑 간다, 이 말이지.”

  삼걸은 어깨에 매어놓았던 커다란 활을 풀어 유빈에게 보란 듯 흔들었다. 그는 빈 시위를 몇 번 당겨보다가 유빈에게 고갯짓을 했다.

  “자, 너도 빨리 준비해.”

  유빈도 활을 들었다. 화살촉에는 특이하게도 붉은 천이 매달려 있었다. 일종의 신호 대용이랄까. 화살이 날아갈 때 멀리서도 잘 보이라고 일부러 달아놓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시위에 화살을 걸고는 팔을 힘껏 당겼다.

  파르르-.

  당겨진 시위 끝에 미세한 떨림이 인다.

  “금방이겠지? 정말 별다른 일은 없겠지?”

  “야, 이눔아! 몇 번 말해야 돼. 뻔한 인간들이라니까. 아마 천악이가 망치 들고 나타나면 모두 지레 겁을 먹고 오줌을 쌀 거야. 읍, 읍!”

  대화 도중 표적이 잡혔는지 삼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나, 둘, 셋!

  참았던 삼걸의 숨이 한순간 확 토해진다.

  피슈웅-.

  피슈웅-.

  두 개의 화살이 동시에 공간을 갈랐다. 평소 연습량을 말해 주듯 화살은 정확히 표적에게 날아갔다. 두 사람은 이제 활을 바닥에 놓고 검을 빼들었다. 단박에 뛰쳐나갈 태세였다.

 한데 삼걸이 막 숨을 크게 모아서 달려 나가려고 할 때였다. 유빈이 그만 들고 있던 검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어?”

  어어? 무언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을 때 나오는 말이다.

  삼걸 역시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딱 벌렸다.

  “마, 맙소사!”

  어설픈 강도 오늘 초상나는 날이다.

 

 * * *

 

  “끄아아아!”

  천악은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망치를 번쩍 쳐들곤 표적에게 뛰어갔다. 화살로 몇 놈을 거꾸러뜨린 다음, 겉모습에 자신 있는 천악이 뒷정리를 하는 것. 이는 사전에 계획된 일이었다. 상황에 따라서 피를 볼 각오도 충분히 다진 터였다.

  고성이 채 끝나기도 전, 천악은 뚱뚱한 몸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재빨리 동작을 멈추었다. 험악했던 눈은 막 졸음에서 깨어난 소의 눈알처럼 씀벅대고 있었고, 입은 어벙하게 벌린 상태에서 했던 말을 연이어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다, 난다, 날아!”

  그랬다. 지금 천악의 말처럼 표적이, 별 볼일 없다던 상인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사실인 걸 어떡하는가.

  눈앞의 상황은 이렇다.

  조금 전 두 개의 화살이 그들 표적에게 날아갔을 때다. 가장 앞서 있던 표적이 말 등에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얼마나 빠른지 날아가는 화살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다음은 더욱 놀라왔다. 뒤로 날아가던 표적이 허공에서 반 회전하고는 날아가는 화살을 파리 잡듯 잡아버렸다.

 다른 화살을 상대했던 인간은 놀람을 뛰어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글쎄 이 인간은 눈앞, 날아오는 화살이 무섭지도 않은지 피하기는커녕 검을 뽑아들고는 날아오는 화살을 그냥 가지 치듯 툭 잘라버렸다.

  천악은 돌격전에 생각해 두었던 무시무시한 인사말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딱 한마디만 저절로 튀어나왔다.

  “조, 조졌다.”

  손으로 화살을 잡았던 괴물 같은 사내가 천악에게 말했다.

  “너 누구니?”

  “으으.”

  천악은 겁에 질려 무릎을 후들후들 떨었다. 대적한다는 생각, 도망간다는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다. 날아가는 화살을 손으로 잡는 인간에게 무슨 딴 마음을 가져보겠는가.

  천악이 대답을 못하자, 사내는 들고 있던 화살을 매만지며 멀리 시선을 주었다. 그곳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이었다.

  “말하기 싫음 관둬. 네 친구들에게 물어보지 뭐.”

  휘익-.

  사내가 화살을 던졌다.

 

 * * *

 

  “으헉!”

  되돌아온 화살은 정확히 삼걸의 어깨에 박혔다. 하늘을 날 재주도 화살을 잡을 재주도 없는 삼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깨에 박힌 화살 여파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던 삼걸이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지금 화살을 날린 인간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삼걸은 유빈에게 소리쳤다.

  “가! 너라도 가!”

  “무, 무슨 소리야? 그럴 수 없어!”

  유빈이 울먹거렸다. 삼걸이 재차 소리쳤다.

  “이 바보야! 너라도 도망가. 그래야 우리가 살아!”

  “살아?”

  “그래! 지금 당장 대형에게 뛰어가. 우리가 살 길은 그 방법밖에 없어. 상대는 화산이야. 구대문파란 말이야.”

  “화산? 화, 화산!”

  유빈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표적을 조준할 때 마차의 지붕에 매화 문양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유빈이 머뭇대자 삼걸이 다시 고함을 질러댔다.

  “가! 빨리 가! 내가 너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아!”

  “으으흑.”

  유빈은 삼걸을 잠깐 응시하고 뒤돌아 뛰어갔다. 삼걸의 말이 맞았다. 정보가 어떻다느니, 누구의 잘못이라느니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멀리, 한 사람이라도 도망을 가야했다.

  유빈은 얼마 가지 않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달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숲을 지나 언덕을 구르듯 달렸다. 다리에 가시가 박히고 팔목에 상처가 났다. 유빈은 피가 나든 현기증이 일든 오직 대형만을 생각하면서 달렸다.

  -그래, 그라면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언제나 그랬으니까. 남들이 불가능이라 포기했던 일도 싱긋 웃으며 해결했으니까. 그는 우리들의 대형이니까.

  유빈은 달려가며 외쳤다.

  “아아아- 장- 소- 열!”

  소열이 황학루에서 해소락으로 향하기 두 시진 전에 있었던 일이다.

 

 * * *

 

 북방의 작은 도시가 대개 그렇듯 용화성은 도시 간 교류보다는 자급자족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렇다고 남의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용화성 사람들이 잘 산다는 뜻은 아니다.

 용화성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궁핍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제 살기에 바빠 늙은 노인이 거리에서 얼어 죽든, 젊은 여인이 몸을 팔든, 아이들이 동냥질을 하든 무관심할 뿐이다.

  특히 한때는 고아들이 너무 많아 심각한 도시 문제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근자에 들어 해소락이라는 고아원이 생겨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었지만 말이다.

  해소락이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벌이냐고 비아냥댔다. 그러다가 그만 해소락의 주인이 장소열이라고 밝혀지자, 그럴 줄 알았다는 말, 요즘 세상에 참 보기 드문 젊은이라는 말, 딸이 있으면 주고 싶다는 말 등등 비아냥거림이 일제히 찬사로 변했다. 조금은 눈꼴틀리지만 뭐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산적이 산에 살면 소굴이고, 선인이 산에 살면 도화경이니까.

 

  해소락.

  작고 허름한 장원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통나무로 뼈대를 잡고 그 위로 빛바랜 초가를 대충대충 덮어 놓았다. 마당에는 벌거벗은 열댓 명의 아이들이 커다란 물통 앞에서 제 맘대로 뛰어 놀고 있었다.

  “이놈들아! 때를 밀랬지, 누가 장난치고 놀래!”

  어깨걸이 물통에 물을 담아 오던 천 노인이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곤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재빨리 대형 물통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허나 그때뿐, 아이들은 곧 물통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다시 요란을 떨기 시작했다.

 아이가 세 명 이상 모이면 통제가 힘들어짐은 정설이다. 천 노인은 노했던 인상을 거두곤 씁쓸한 미소를 자아냈다. 그때 너무 낡아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해소문의 대문이 열리곤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만두 봉지를 손에 들고 있는 소열이었다.

  “형, 형이 왔어!”

  아이들이 물통에서 와르르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소열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몸싸움을 해댔다. 소열은 그런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씩 쓰다듬다가 문득 한 아이를 번쩍 들어 가슴에 안았다.

  “어디 보자. 우리 아강이 하룻밤 사이에 얼마나 자랐는지!”

  소열은 듬성듬성 배겨 있는 턱수염으로 아이의 볼을 문질렀다. 아이는 까르르 웃었고,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도 덩달아 웃었다. 천 노인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열에게 다가섰다.

  “오늘은 좀 늦게 오셨군요.”

  “오늘은 돈을 받는 날이니까요.”

  소열은 아이를 내려놓고 만두 봉지에서 만두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은 배가 고팠는지 만두를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어댔다.

 소열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문득 품에서 돈 꾸러미를 꺼내 천 노인에게 건넸다.

 천 노인이 환한 낯으로 허리를 굽실거렸다.

  “저녁에 고기를 좀 사다가 애들에게 먹일까요?”

  “그렇게 하세요, 한데?”

  소열은 말하다 말고 해소락 한쪽 귀퉁이에 만들어져 있는 허름한 움막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그와 삼천왕이 기거하고 있는 숙소였다. 현재 그 안에서 묘한 흐느낌이 들려오고 있었다.

  “누가 왔었습니까?”

  “아, 좀 전에 삼공자가 왔습니다. 울면서 말입니다.”

  “유빈이가?”

  소열은 고개를 한 차례 갸웃하고는 막사로 걸어갔다.

 

  움막 안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어두웠다. 소열은 제자리에 서서 시야가 적응되기를 기다렸다. 느낌이 왠지 안 좋았다. 항상 뭉쳐 다니던 놈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도 그렇고, 이 시간이면 싸돌아다닌다고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이 집에 있는 것도 그랬다.

 어둠이 눈에 익자 소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찾는 대상은 현재 코맹맹이 소리를 내고 있는 유빈이었다.

  “흑흑흑. 미쳤어. 우린 잠시 미쳤던 거야.”

  움막 한구석, 이불을 푹 뒤집어쓴 형상이 있다. 소열은 그곳으로 걸어가 다짜고짜 이불을 확 걷어버렸다.

  “대낮부터 왜 청승을 떨고 지랄이야.”

  “헉, 대, 대형!”

  갑작스런 소열의 등장에 유빈이 화들짝 놀라 앉은 자세 그대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그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두 뺨 위로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려냈다.

 소열은 그런 유빈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와 삼천왕은 삼 년도 넘게 같이 생활했다. 행동은 물론 눈만 마주쳐도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말해. 무슨 일이야. 이번엔 또 뭐야?”

  싸늘하다. 사람 좋을 때의 소열 음성이 아니다.

  “그게, 저, 저…….”

  유빈이 떠듬거렸다.

  와락.

  소열은 유빈의 머리칼을 한 손으로 움켜잡곤, 다른 손의 손가락 세 개를 세워보였다.

  “전유빈 앞으로 셋이다. 하나, 둘, 세에…….”

  “할게, 말할게! 우리 조…… 됐다!”

  “왜? 뭐가?”

  “삼걸이랑, 천악이가 잡혀갔어.”

  “잡혀가다니?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구당협에서 화살을… 그러다가 무사들이…….”

  “똑바로 말 못해!”

  유빈의 미적댐에 소열이 눈썹을 갈매기처럼 찌푸렸다. 유빈은 저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잔대가리 굴리면 그냥 골로 간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대답,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아도 마찬가지이고.

  “강도! 강도짓 하다가 잡혀갔어!”

  “강도?”

  강도라는 말에 소열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냈다. 그러나 그 표정은 얼마가지 않아 말끔히 지워졌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았다. 상황이 발생하면 조치가 우선이라고 그 옛날,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우고 또 생활해왔기 때문이다.

  소열이 말했다.

  “누구에게? 어떤 놈들에게?”

  이왕 내친걸음, 유빈으로선 이제 망설일 게 없다.

  “화산파 무인들. 오면서 알아보니 화산오검이라고 해. 지금 삼걸이와 천악을 끌고 상주 종리세가로 갔어.”

  “으음.”

  화산파 검사. 무림 검가의 삼대 본산. 변방의 촌놈들이 거론하기에는 너무나 멀리 있는 존재들이다.

  “유빈, 빠른 말을 준비해. 지금 당장!”

  하지만, 그로선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화산오검이라면 화산파에서 고르고 골라 무불련에 파견한 검사들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동생들이 죽거나 병신이 될 수 있었다.

 소열은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작은 불꽃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두렵지 않다.

  결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건 내 속에 숨어 있는 전의(戰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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