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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그 꽃이 붉게 물드는 법
작가 : 자올
작품등록일 : 2017.6.4

줄곧 한사람만 사랑해왔다.그를 열정적이게 사랑하고,그를 미치도록 사랑해왔다.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했었다.그렇게 믿었다.그리고 버린것 또한 한순간이였다.모든게 허상임을 알려주던것 같던 그 호박같은 금안이 나를 잡아먹었다.네 바짓가랑이를 잡고 믿어달라고 구질구질하게 펑펑운날,나는 내 사람들로 부터 부정받았다.그렇게 미쳐 있었다.완벽하게 현실을 받아들였을때는 나는 너를 저주했고 내 투명했던 눈물은 점점더 붉게 변하고있었다.언제부터였을까,이제는 피처럼 변한 내 눈물이 온전히 너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Part 01. 여우와 뱀
작성일 : 17-06-04 01:54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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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01. 여우와 뱀

 

 

 

 

 ***

 

 

 

 

  “······델.”

 

  “아델!”

 

  누군가가 나를 거세게 잡아 흔들었다.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으응······.”

 

  내가 눈을 천천히 떴고 내 앞에는 하얀머리카락이 존재하고 있었다.저 실루엣을 미친듯이 봐서 그런지 저절로 인상이 찌뿌려졌다.

 

  “뭐야아······.”

 

  눈도 부신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구역질 나는 실루엣 때문에 나는투정을 부렸다.그러자 그 실루엣은 나를 끌어안으며 내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댔다.

 

  “다행이야.”

 

  나지막히 내뱉은 단 네글자는 내 인상을 찌뿌리기에는 충분하다못해 넘쳐흘렀다.토가 나올듯한 목소리에 내가 다시 눈을 고쳐뜨며 앞을 정확히 바라보았다.

 

  마치 금으로 도배된듯한 벽지에 하나하나 가지런히 정리된 물건들은 흡사 내가 죽기전의 방과 같았다.내가 끔뻑끔뻑 눈을 끔뻑였다.나를 안고있는 그의 머릿결은 투명할정도로 맑은 하얀색이였으며,그의뒷덜미는 하얀 우유를 연상시키는 피부였다.가면갈수록 조여지는 그의 품에 나는 마치 답답하다는듯 몸을 버둥버둥거렸다.버둥거림으로서 내 붉은 머릿결이 보였고 저 멀리 나를 비추는 거울은 내 입을 떡 벌리기에는 충분했으랴.

 

  붉은 머릿결,붉은 눈동자,심하게 눈꼬리가 올라가지도 않았고 내려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앵두같은 내 입술은 내가 살아있음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주었다.내가 믿음이 가지 않아 손을 쥐락펴락 하니 앞에 있는 남자가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헛구역질이 날정도로 익숙하고 다정한 손길에 나는 흠칫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정면을 응시했다.

 

  하얀 머릿결에 우유빛 같은 피부,꿀이라도 떨어트린것처럼 맑고 투명하게 나를 비추는 그의 호박색 눈동자는 나를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뭐야······.”

 

  나 죽은거 아니였나?아니면 여태까지 다 꿈이였단 말인가?내가 말도안되는 이 상황을 최대한 정리해보려 고개를 떨구자 내 앞에 있는 그가 강아지처럼 추욱 눈을 내린다음 그의 손으로 내 턱을 들어 내가 그를 보게 만들었다.

 

 "아델,아무리 내가 보기 싫다해도 그렇지,그렇게 보기싫은 티를 내서야 되겠어?”

 

  순간적이였다,그의 눈빛이 바뀐게.예전의 나라면 절대로 잡지못할 눈빛이였다.여태 꿈이 아니였단 말인가?내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곤,몰래 인상을 쓰며 입술을 뗐다.

 

  “그······그게 아니라·····.”

 

  말도안된다,환생이라니,아니 회귀인가?

 

  “그저 아침에 보는 케르의 얼굴이······.”

 

  내가 대충 얼버무리며 일부로 얼굴을 붉히니 그가 한껏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곤 말했다.

 

  “하하,아델도 참.알았어,있다 아침식사때 보자.”

 

  그가 침대에서 일어서니 시녀들이 그를 따라가기 위해 발을 옮기며 이 방을 나갔다,내가 내 시녀들도 밖으로 물리니 그제서야 이 방은 고요해졌다.

 

  “뭐야······.”

 

  뒤늦게 상황파악에 들어갔다.멀쩡히 움직이는 내 몸과,일정한 박자로 뛰는 내 심장은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살아있다는것을 알려주었고 창문넘어로 아침부터 열심히 지저귀는 새들과 그는 내가 예전으로 돌아왔음을 증명했다.

 

 

  내가 말도안되는 이상황에 손에 얼굴을 갖다대며 마른세수를 하였고 그래도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었다.

 

  “하하······,말도안되”

 

  내가 계속 손을 쥐락 펴락 하며 내가 살아있음을 계속 인식시켰고 내가다시 생각을 하기 시작한건 10분 뒤 쯤이였다.

  나는 죽었다,그 때문에.

 

  아까 그의 눈빛에 스쳐지나가는 증오감과 역겨움.그 모든 것은 다 나를향한것이라고 단언할수 있었다.

 

  “하하하!내가 살아있어?살아있네?”

 

  내가 호탕하게 웃었다.이 말도안되는 상황이란 말인가!그에게 처절하게배신당한 나를 신도 나를 가엽게 어기여 이곳에 보내주신거다.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때였다,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며.

 

  “마마,준비하실 시간이옵니다.”

 

  문 넘어로 들리는 소리에 나는 침대에서 비틀비틀 거리며 일어났다,문을응시하는 나의 눈빛은 사나운 맹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

 

 

 

 

  짤그락,짤그락.

 

  식당에는 여전히 식기 부딪치는 소리가 이 공기를 뀄다.

 

  “아델”

 

  내이름을 상냥하게 불렀던것은 오랜만이였다,내가 잠시 흠칫 하곤 그를 돌아봐 대답했다.

 

  “케르?”

 

  내가 이름을 불렀는데도 인상을 쓰지도 않고 가볍게 웃으며 음식을 썰었다.그래,우리 관계가 원래 그런 관계였었다.

 

  “오늘 아침부터 이상한것같아서,혹시 아프면 꼭 황궁의 부르고 알았지?”

 

  그의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말에 나는 마치 토할것만 같아서 입 안쪽을 이빨로 깨무니,너무 세게 깨물기라도 한건지 내 입안은 피의 비릿한 맛이 감돌고 있었다.

 

  “응."

 

  내가 스테이크를 한입 먹고는 잘근잘근 씹어댔다,고기가 이상하게 너무나도 질겼다.

 

  “고기가,좀 질긴것 같은데 케르꺼는 괜찮아?”

 

  내가 예전처럼 그를 걱정하며 묻자,그가 먹던걸 잠시 멈추곤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아델꺼는 질긴가봐.”

 

  내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니 그가 인상을 찌뿌리곤 종을 울려 체셔를 불러냈다.

 

  “채셔,황후의 고기가 즐겨,이게 어떻게 된일이지?”

 

  이말을 들은 채셔가 줄곧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연신 반복하며 잘못했다고 빌었다.그런 내가 괜찮다고 싱그럽게 웃으며 조금만 더 앉아있다간 정신이 이상해질것만 같은 이 자리를 떠나지 위해 핑계를 대며 자리에 일어났다.

 

  “체셔,괜찮아요.인간이 실수할수있기 마련이예요,괜찮으니 체셔도 먼저가보도록해요.”

 

  내가 웃으며 손을 젓자 체셔는 마치 감동이라도 한듯 감사하다며 자리를급하게 떠났다.그런 내가 웃으며 입에 묻은 음식물들을 닦기 위해 냅킨을 가져다가 닦으며 이 자리를 일어났다.내가 의자를 빼자 그는 인상을 찌뿌리며 나에게 어디가냐고 묻길래 나는 예전처럼 그저 그에게 가벼운 볼키스를 해주곤 식당을 나갔다.

 

  “정말이지,최악이야”

 

  내가 욕을 작게 읇으며 인상을 팍 썼다.음식도,그도 하나도 마음에 들게하나도 없었다.그런 시녀가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쪼물쪼물 거렸다.

 

  “할말이 있니?”

 

  내가 다시 상냥한 투로 시녀를 보자 시녀는 놀라 흠칫 했지만 나는 그저 상냥하고 이쁜 미소를 자아내 그녀를 다독였다.

 

  “아······아닙니다,그저 기분이 안좋아 보이시길래······.”

 

  “어머,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니?”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시녀의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렸다.그런 내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농이란다.폐하를 보았는데 기분이 안좋을수가 있겠니.”

 

  그러자 시녀가 한시름 덜었다는듯 내앞에서 대놓곤 한숨을 푹 쉬었다.그리곤 내가 시녀가 못보게끔 인상을 팍 찌뿌리며 다시 내 방을 향해 갔다.

 

  “방에 아무도 들이지 마렴,급한게 아니라면 되도록면 들어오지 말고,만약 폐하께서 나를 보러 오신다면 나는 오늘 매우 아파서 못뵙는다고 말해주지 않으련?폐하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묻거든 두통이 심하다고······.아,그리고 만약 폐하께서 병문안을 오신다고 하면 오늘 내가 혼자있고 싶다고 전하지 안으련?.”

 

  내가 상냥하게 그들에게 말하자 마치 그들은 나한테 홀리기라도 한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내 침실 문을 닫곤 내 방을 둘러보았다.물건의 위치도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짜증나······.”

 

  내가 드센말을 내 입술에 짓씹으며 날짜를 보았다,전생에 나는 시간과 날짜를 꽤나 중요시 여겨서 매일 적곤 그랬는데 이게 여기서 도움될줄은.

 

  “제국력 456년 4월 5일?”

 

  흥미롭게도 456년 4월 5일은 내가 처참하게 죽기 1년전이였다.이 무슨 재밌는 장난인가.내가 입술을 비틀어 매 턱을 쓸었다.내가 눈으로 방을 훑고 있을때 문 넘어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방에 누구도 들라하지 않았는데?”

 

  내가 문득 인상을 찌뿌리며 닫혀있는 문을 바라보자 문넘어로 꽤나 당황 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 그것이 아무리 말리셔도 폐하께서 병문안을 오신다길래······,저녁쯤 오신다고······.”

 

  뭐 하나 제대로 일처리하는게 없었다,내가 입술을 콱 깨물며 인상을 험악하게 찌뿌렸다.

 

  “알았다,물러가거라.”

 

  내가 짜증 나는 투로 답하자 문 밖에서는 여러 시녀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왔고 그런나는 문득 들고 있던 노트를 구겨버렸다.

 

  "이런.”

 

  내가 구겨진 노트를 쭉쭉피며 방안을 왔다갔다 거렸다.

 

  “어찌한담?”

 

  내가 손톱을 아그작아그작 짓씹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걸 생각해냈다.그와의 사랑부터 시작해 배신까지.화가나 미칠지경이였다.당장이라도 그의 잘난 면상에 안갈기면 다행인거다.

 

  “제기랄.”

 

  내가 욕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아직도 생각해도 화가나고 증오심이 쑥쑥자라는것만 같았다.사실 내가 단두대에서 보았던 그의 옆에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여인은 이 궁 지휘장의 여인의 딸 이였다.이상하리 만치 그녀는 나에게 호의적이지않았는데,이제와서 보니 이해가 갔다.굳이 그녀가 말해주지 않아도 배경도 빵빵한 나를 몰아내긴 어려웠을 그들에겐 내가 그저 그들의 앞길을 막는 골칫덩어리로 밖에 안보였을거다.

 

  그런 내가 그들에게 당하곤 웃는 모습을 보자니 그건 내가 배알이 꼴려서도저히 못하겠다.내가 입술을 삐딱하게 비틀며 떨어져 나가는 내 살점을보았다.무심결에 뜯었지만 이런,너무 많이 뜯었나 티가 났다.내가 애써 손을 감싸며 속을 진정시켰다.

 

  “내가 멍청했어.”

 

  과거의 저가 멍청했음을 인정했다.

 

  부드럽게 감기는 내 드레스를 구두굽으로 짓누르고 살기어린 눈빛으로 거울에 있는 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역겨운 나의 붉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오만한 웃음 안보이게 해주지.”

 

  그건 자그만치 그에 대한 증오심의 시초였다.

 

 

 

 

  ***

 

 

 

 

  “뭐?”

 

  내가 찻잔을 사납게 내려 놓으며 인상을 찌뿌렸다.

 

  “아······저 그게 체셔님께서 간밤에 살해 당하셨습니다.”

 

  내가 흘러내리는 내 머리를 쓸어올리며 손톱을 아그작 깨물었다.

 

  “어디서?”

 

  “·····주,주방이요.”

 

  알만했다,그가 죽인것이겠지.회귀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나에게 잘못한것이 있으면 죽었던 그들이였다.그런 나는 그것들을 전혀눈치채지 못하곤 그들을 동정하곤 했는데 나중에 폐위될때 이것들이 내 죄목이 되어선 돌아왔다.아마도 그가 한짓일거다.

 

  “그렇군······.”

 

  내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그런 시녀들은 혹시라도 입일 틀세랴 안절부절 못했고 나는 그런 그들을 보고 인상을 찌뿌린뒤 축객령을 내렸다.

 

  “어찌한담.”

 

  내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워졌다.그에게 복수할 기회,신에게 보답할 기회.나는 문득 이빨을 까득였다.

 

  “하는 수 없지.”

 

  내가 드레스를 털고 일어나 다 식어버린차를 일부로 업었다.또륵,또륵 찻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곤 찻잔을 눈으로 흘기며 문을 열었다.

 

  “찻물이 쏟아졌어,누가 좀 닦아주니 않겠니?”

 

  내가 상냥한 미소로 그들에게 부탁했다.그래 나는 상냥한 황후,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황후,착한 황후였었다.적어도 그들에게 그랬었다.나는 그걸 한번 이용해볼셈이였다.

 

 

 

 

  ***

 

 

 

 

  톡톡톡.내가 검지로 연신 책상을 두들겨 댔다.

 

  “흐응······.”

 

  아무래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내가 회귀한지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없었다는게 내 마음에 들이 않았던 것이다.

 

  “마마,혹 무슨 걱정 있으신건지요?”

 

  주황빛을 띄고있는 머리가 내 시야에 불쑥 들어와 나에게 물으니,나는 그저 싱긋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해줄 뿐이였다.

 

  “그리 크게 걱정할건 아니란다.”

 

  내 상냥함에 그녀가 감동이라도 받은것인지 나에게 감동의 시선을 보내왔고 나는 그저 차를 홀짝이며 그 시선을 가볍게 무시해주었다.기어이 나는 입술과 손톱을 뜯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벨라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에게 지적했다.

 

  “마마.”

 

  “안다.”

 

  내가 인상을 찌뿌리며 대답하자 벨라는 무엇이 마음에 안드는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관자놀이를 짚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제발 내 휴식시간 만큼은 그들이 내 눈앞에서 꺼져주길 바램이 그득했지만 나는 그저 하하호호 거릴 뿐이였다.

 

  “하······.”

 

  내가 한숨을 내 몰아쉬며 콧등을 꾹꾹눌러주었다.어디 뾰족한 수가 없나.

 

  "······."

 

 그러자 벨라가 방금 문열고 들어온 시녀에게 말을 전해듣곤 나에게 공손이 두손을 모으며 나에게 말했다.

 

  “포르체 공작님이 급히 마마를 뵙고싶다고······.”

 

  “아버지께서?”

 

  “네.”

 

  내가 탁자에 손을 올리며 일어났다.

 

  “응접실에 계시니?”

 

  내말에 벨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열었다.내가 싱긋 웃자 그녀가 반대편을 바라보며 복도를 응시했다.내가 은근슬쩍 드레스 자락을 꼬옥 쥐며 걸었다.공허한 복도를 내 구두굽소리로 매웠고 나는 응접실문에 들어섰다.

 

  “너희들은 가보아도 좋다.”

 

  내가 시녀를 물리고 문은 닫혔다.넓은 방에 존재하는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원형 테이블과,그에 맞게 제작된 장인의 가죽소파위에는 나와 같은 붉은머리를한 중년의 남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마마.안색이 좋아보여 다행입니다.”

 

  “오랜만입니다,아버지.그래도 연락한통은 하고 찾아오시는게 예의가 아닙니까.”

 

  나는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았다.늘 여느때처럼 나는 내 아빠를 꾸짖었고,그는 넉살좋게 웃으며 나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딸칵.그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좋으신일 있습니까?”

 

  “흥미로운 일은 있어요.”

 

  내가 미지근해진 차를 마시며 웃었다.연분홍빛 입술이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그 사이에 혀가 날름거렸다.

 

  “······흥미로운 일이요?”

 

  그가 내 혀를 보곤 움찔하곤 입을 뗐다.

 

  “예,어디서 여우새끼 한 마리가 날뛰더군요 꽤나 날쎄서 못알아 차렸다만······.”

 

  내가 과격한 말을 하며 다리를 꼬곤 내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훑었다.

 

  “꼬리가 길면 다 잡히는법,아니겠습니까?”

 

  내가 손을 가리고 웃으며 눈웃음을 주었다.내 말에 그가 한차례더 움찔하며 차를 한입마시곤 내려놓았다.

 

  “도와줄건 없는지요?”

 

  그래······,이 답을 원한거다.이번에는 내가 한손으로는 한쪽 턱을 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하아,그런데 그 여우가 호랑이도 꾀어냈지 뭐예요······.이리 연약한 제가 몰아낼수있을지 걱정이라서 요즘 통 잠을 못잡니다.도움이라······하지만아버지께서 만에하나 위험해지신다면 이 소녀가 더더욱히 슬퍼질텐데······.”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가 한층더 어둔운 표정을 지으며 찻잔의 손잡이를 문질렀다.

 

  “이 아비는 걱정마세요,저는 마마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겠습니다.”

 

  내가 그걸 놓치지 않고 고개를 들곤,울먹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어떤순간에도요?”

 

  “네.”

 

  그의 비장한 표정에 나는 혀를 굴리며 내 이빨을 훑었다.마음에 들었다,그의 모든 것이.내가 고개를 삐딱하게 하곤 목소리톤을 바꾸었다.단 한순간에 공기의 흐림이 달라졌다.

 

  “그게 설마 위험한 일 일지라도요?”

 

  “그렇다면 더더욱히.”

 

  내가 고개를 꺽으며 물었다.

 

  “가문이 멸문할지도 모르는데도?”

 

  내 말에 흠칫한 그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일이 길래 그러시는겁니까?”

 

  내가 눈썹을 꿈틀대며 검지를 내 입가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듣는이가 많습니다.”

 

  “······.”

 

  “그래서 협력하실껀가요 아니면 그냥 모르는척하실껀가요.”

 

  내가 흘러내려온 내 머리카락을 베베꼬며 냄새를 맡았다.로즈향이 내 코를 장악하는데는 그리 긴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른척 하기는 힘드실겁니다.아마,이건 공작가의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일지도 모르거든요.”

 

  아까의 미소는 온대간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고,그 자리에는 비릿한 미소만이 그 자를 꿰찼다.

 

  “그게 무슨······.”

 

  “확답을 말해주시기 전까진,저도 이 내용을 말 할수 없습니다.그만큼 들키면 곤란한 내용이거든요.”

 

  내가 다시한번 검지를 입에 갖다대며 이번에는 눈까지 찡그렸다.그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생각하기를 포기한듯 나에게 말했다.

 

  “시간을,시간을 주신다면 그때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고로 빨리말하시는게 좋을겁니다.그만큼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거든요.”

 

  내가 손가락을 허공에다 빙빙돌리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교양이라고는 몸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

 

  그는 머리를 짚으며 마치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그러면 결혼기념일때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요.”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문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내가 깊은 한숨을 내 쉬고는 문을 열어 재꼈다.

 

  “그럼,부디 훌륭한 선택을 할수있길 원합니다.”

 

  내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응접실을 빠져나갔다.하녀를 다 물린 응접실 문밖은 그야 말로 허전했고,그가 있는 응접실에는 싸늘한 기분만이 맴돌고있었다.제 인생 처음보는 그의 딸의 공허한 붉은 눈은 마치 피를 연상시켰다.마치.

 

  오싹 돋아난 소름 때문에 그는 입술을 잘근,씹었다.그리곤 제 입에 흘러 들어온 혈을 삼켰다 상냥했던 그의 딸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살기만이 존재했고 그 살기는 그를 억압해왔다.정치를 하는 그도 수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단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살기 였다.

 

 

  응접실에 나온 나는 시녀들을 이끌며 다시 내방으로 향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머지않아 나를 도와주는 쪽을 택할것이다.

 

  "날씨가 좋구나."

 

  생각보다 세상은 쉬웠다,그리고 나는 너를 죽이는것에 도달할것이다.너의 모든것을 망가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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