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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가짜 신부
작가 : 로제Roze
작품등록일 : 20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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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날, 한 시에 태어나 닮아도 너무 닮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 이시은과 이시연. 수능 한 달 전, 집을 나간 쌍둥이 동생 시연이 꿈에 나타난 그 날은 6년이 되던 해였다. 그렇게 6년만에 돌아온 것은 동생 시연이 아닌 청첩장? 그리고 걸려온 시연의 전화는 시은의 인생을 크게 흔들고 마는데..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남편만 모르는 아슬아슬한 위장 신혼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 이메일; libia_1025@naver.com

 
1. 나의 결혼식?
작성일 : 17-06-04 00:29     조회 : 1,111     추천 : 3     분량 : 6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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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 시은의 눈앞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넓고 화사하다 못해 눈이 돌아갈 만큼 번쩍이는 홀, 아이보리색의 은은한 기본 조명, 척 보기에도 화려하고 반짝이던 샹들리에 밑으로 길게 깔린 하얀 실크 재질의 카펫.

 

 

 시은은 자신의 발끝에서부터 시작해 저 단상 앞으로 쭉 뻗어 있던 하얀 카펫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꼭 눈길처럼 보였다.

 

 ​

 그래, 아이러니 하지만 따듯한 눈길.

 

 

 그 따듯한 실크 눈길의 양옆으론 하얀 장미꽃을 꽂아둔 꽃병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그 꽃병을 올려놓은 작고 심플한 검은색의 협탁 가장자리는 여러 겹 덧대어 풍성하게 늘어뜨린 드레스처럼 새 하얀 레이스가 이어져 있다.

 

 

 고귀하고, 고결하고, 고급스러웠다. 하얀 장미는 우아했고, 그 옆을 스쳐 지나갈 오늘의 주인공은 더욱더 화려하고 우아할 것이다.

 

 

 ‘역시 예식장엔 하얀 장미야.’

 

 

 웨딩홀 소속 플래너에 의해 꾸며진 식장을 그저 눈으로만 스캔하던 시은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깨달아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연한 베이비핑크색의 누디한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워낙 곱고 결 좋은 피부 탓에 다른 신부들보다 두껍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두께감 있는 메이크업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미소였다.

 

 

 드르륵-!

 

 

 좌측에서 들려온 의자 끌림 소리에 흐릿하게 띄웠던 미소를 서둘러 거두었다. 불안정하게 떨리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시은의 시야에 들어온 따듯한 실크 재질의 눈길을 필두로 양옆엔 원형 테이블이 즐비했다. 조금 전에 보았을 때만 해도 몇 명밖에 없었던 객석은 금세 서너 군데를 제외하고는 빽빽이 채워져 있었다.

 

 

 

 “서둘러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검은색 포마드 헤어로 빡시게 꾸민 남자가 말을 끝내곤 급히 목에 두른 보타이를 정리했다.

 

 

 듣기 좋게 격식을 차린 음성이 홀 안을 가득 메우자 부산스럽던 광경이, 저마다 어울려 웅성거리던 소리가 점차 차분해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 그럼! 서둘러 행복한 두 사람을 맞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이곳저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례와 같은 성원을 보내며 입으로 휘파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사회자로 보이는 그 남자는 열렬한 반응에 기분이 좋은지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려 해사하게 웃었다. 박수를 유도하듯 눈웃음까지 흘리며 장난스레 손을 까딱까딱 움직이기까지 했다.

 

 

 그들이 더욱더 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홀이 떠나갈 정도로 결혼행진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빰, 빰빠밤 - ♬

 

 

 

 “신랑 입장!”

 

 

 

 사회자는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시은의 옆에서 나란히 서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에게 손을 뻗었다.

 

 

 아니, 그냥 남자도 아니고 아주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귀티가 좔좔 흐르는 잘생긴 남자에게.

 

 

 강렬하고 과격한 사회자의 손짓에 시은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제 옆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 끝에 닿은 그 남자는 갑작스레 집중된 시선에 살풋 미소를 흘리다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모르던 시은은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두 눈을 깜빡이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푸스스 웃던 남자는 슬그머니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남자의 우측에 긴장하며 서있던 시은은 저를 향해 생긋 미소 짓던 그의 시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토록 잘생긴 남자가 있을 수 있구나 싶어 정신을 바로 잡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시은은 그의 은근한 시선 맞춤에 부케를 꼬옥 쥐고 있던 손가락에서 자칫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살풋 벌어지려던 입술색과 가까운 연분홍의 누디한 입술이 서서히 벌어지려하자 꾹 힘을 주어 다물었다.

 

 

 자연스레 흐릿해지던 초점도 선명해지며 그녀의 시야 한 가득 태어나 봤던 남자 중 손가락에 꼽을 만큼 수려하고 엣지 있게 생긴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먼저 가서 기다릴게.”

 

 

 

 다치지 않게 조심히 와.

 

 

 소리 죽여 입술을 벙긋거리며 말하던 남자는 그녀가 꽤 높은 웨딩슈즈를 신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원래 배려심이 많은 남자일까? 아니면 인생의 반려자가 될 사람이라 이리 다정한 것일까?

 

 

 남자의 눈맞춤 한 번만으로도 볼을 간질이던 탓일 것이다. 그렇지 않는 이상 곤란해야 할 작금의 상황임에도 가슴이 말랑해지고,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겠지.

 

 

 점잖고, 유니크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냉혈한 여우처럼 생긴 남자. 얼핏 보면 섹시하기까지 한 눈매가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오묘한 느낌을 주던 이 남자 탓에, 그의 다정한 미소와 부드러운 시선 탓에 시은의 주위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눈앞이 핑- 도는 것 같았고, 또 그만큼 아찔했다.

 

 

 그런 시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에게 말을 걸던 남자는 꽤나 경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힘차게 하얀 카펫 위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앞으로 걸어 나갈 때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한참 뒤에 서 있던 그녀의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역시 이건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야.’

 

 

 

 본래 시은이 있어야 할 자리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 저들 무리 속 일부가 되어 박수갈채를 보내고,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는 그저 평범한 하객 중 한 명이었다.

 

 

 

 ‘난 결혼식 하객으로 초대 받은 건데 어째서…….’

 

 

 

 이것만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직도 시은의 검은색의 퀼팅 클러치 백 속에 고이 모셔진 심플한 디자인의 청첩장이 그 증거였다.

 

 

 아니! 어째서! 내가! 왜?!

 

 놀랄 노자가 따로 없네.

 

 

 오늘의 행적을 곱씹어볼 틈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파악할 겨를도 없었다. 머릿 속은 각자의 생각들이 시끄럽게 울려 정신없을 지경이라 그럴 생각도 없었다.

 

 

 살짝 고개를 가로젓던 시은은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에 집중했다.

 

 

 어깨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인지, 본래 태평양처럼 넓은 것인지. 검은 턱시도가 듬직해 보이는 어깨의 버프를 받은 것 마냥 강직해보이기도 했다.

 

 

 뒤태가 끝내주던 저 남자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힘 있게 걸어 나갔다.

 

 

 시은은 그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갑갑한 기분이 들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무거운 숨을 억지로 갈무리하기를 두어 번정도 반복하니 어느 새 새까만 물건을 든 사람들이 그녀의 주위를 에둘러 싸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앞, 뒤, 양옆. 그것도 모자라 똘똘 뭉쳐있는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로 팔을 뻗어 사진을 찍던 기자들, 플래시를 쨍하게 켜놓고 영상을 찍는 지상파 3사의 방송국 카메라맨까지.

 

 

 그야말로 시은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인산인해였다. 연신 팡팡 터지는 플래시 세례에 그녀의 인상이 저도 모르게 찡그려졌다.

 

 

 

 “신부님, 화장 무너지니까 인상 쓰시면 안 돼요.”

 

 

 

 단발머리의 플래너분이 생글생글 웃으며 허리까지 내려온 면사포를 정리하며 말했다.

 

 

 과연 이 분은 이 드레스 입고, 지금 이 자리 서 있어야 할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일까?

 

 

 하도 웃어서 그런가. 아니면 억지로 행복한 새 신부처럼 웃어서일까. 안면근육에 미세한 경련이 느껴져 좀처럼 제 뜻대로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네.’라고 단답으로 말하는 것조차 볼 안쪽이 당겨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아…… 앞으론 신부님들께 무조건적으로 웃으라고 강요하지 말아야하나.’

 

 

 

 스스로도 신부들에게 아름다움과 행복함을 강조하기 위해 웃고 있으라 말하곤 했지만 억지로 웃고 있는 것이 이토록 곤욕일 줄은 몰랐다.

 

 

 

 “웃으셔야지요, 좋은 날이신데~ 최고로 아름다운 날의 주인공이시잖아요. 호호.”

 

 

 

 오…… 이 언니 멘트 좋은데? 오케이, 킵!

 

 

 하객으로써 이곳에 온 시은은 어느 새 웨딩드레스를 입고, 모르는 남자와 식을 올리기 위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그를 아주 얄팍하게나마 알았지만 저 남잔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어서 우리 도둑 신랑 ‘권 열’군의 피앙세인 아름다운 신부 ‘이시연’ 양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긴 문장 속에 있던 단 한 마디에 가녀린 시은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들썩였다.

 

 

 

 ‘역시 이건 미친 짓이야.’

 

 

 

 사회자의 말에 반듯한 단발머리를 옆으로 한 번 쓸어 넘기던 웨딩플래너가 어느 새 시은의 뒤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는 것이 느껴졌다.

 

 

 

 ‘어쩌지, 지금이라도 말해야 하나.’

 

 

 

 갈팡질팡,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럽던 찰나.

 

 

 

 “신부님, 신랑님이 기다리셔요.”

 

 

 

 또랑또랑 울리던 플래너의 말에 시은은 숙인 얼굴을 느릿하게 들어 앞을 보았다.

 

 

 제 앞엔 지금껏 시은이 보아왔던 수없이 많은 신랑 아니, 남자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될 만큼 상당한 외모의 남자가 그녀에게 지그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신부의 입장을 기다리던 하객들의 눈동자 역시 정확하게 그녀에게로 고정되었다. 고개를 쭉 빼며 언제 들어오나 오매불만 기다리는 눈초리들이 느껴졌다.

 

 

 

 ‘에라이…… 모르겠다!’

 

 

 

 시은은 하얀색 레이스로 발등을 덮게끔 만들어진 웨딩 슈즈 한 발을 힘겹게 내딛었다.

 

 

 지금 상황에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처음 구두를 신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높은 굽 탓에 휘청거리며 걸었던 불과 몇 년 전의 자신이 떠올라 괜스레 헛웃음이 나왔다.

 

 

 떠오른 기억은 금세 지워져 현실로 돌아왔다. 웨딩플래너인 자신이 이렇게, 이런 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줄은 꿈에도 몰라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했다.

 

 

 

 “와…… 권 열 저 자식 진짜 도둑놈이네.”

 

 

 

 하얀 카펫 위를 걷기 시작하자 양 사이드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속 들리던 목소리에도 시선을 줄 여유가 없었다.

 

 

 두근두근. 다른 의미의 두근거림을 가슴에 안고 앞을 향해 나아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도록 심장이 뛰었다. 만약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이 아주 가쁘고 힘차게.

 

 

 그렇게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서자 먼저 도착해 있던 열은 시은에게 다정한 미소와 함께 손을 건넸다.

 

 

 시은은 제 앞으로 내민 열의 손을 한 번, 사랑스럽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의 시선을 한 번, 푸근한 미소로 저를 내려다보던 주례사를 한 번 번갈아가며 보았다.

 

 

 

 “엇?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요? 우리 도둑 신랑 이대로 퇴짜 맞는 것인가요?”

 

 

 

 얼굴이 꽤 익숙한 사회자의 깝죽거림이 들려도 열은 오롯이 시은을 보고 있었다.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럽다는 생각과 감정을 담뿍 담은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 이젠 진짜 모르겠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던 시은은 그의 내민 손 위에 살포시 왼손을 얹었다.

 

 

 제 손바닥 위로 얹어진 시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쥔 열은 자연스레 자신의 오른쪽으로 에스코트하며 직접 다정하게 팔짱까지 껴주었다.

 

 

 

 “어이쿠, 다행입니다! 자! 우리 도둑 신랑이 신부님께 퇴짜 맞기 전에 얼른 식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하객들의 입에서 일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는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지 키득키득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모두가 웃었다. 웨딩홀 소속 직원들 역시도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흘렸지만 단 한 사람. 시은만은 그들을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내 옆에 서 있는 이 남자가…… 한동안 같이 지내야 할 남편이라니…… 심지어 배우 권 열이라니?!’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끔 슬쩍 눈동자를 움직였다. 은근히 흘겨보기만 해도 심장을 건드리는 외모, 먼지 한 톨조차 미끄러져 내려갈 듯한 날카로운 콧날. 냉정할 것 같은 두 눈썹 사이 주름 하나 없는 미간. 그 외 모든 것.

 

 

 단단한 그의 팔뚝에 어설프게 걸려있는 손이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은은 고개를 정면으로 최대한 뻣뻣하게 고정시켜 시원한 머스크 향을 폴폴 풍기는 열을 또 다시 눈동자만으로 훔쳐보았다.

 

 

 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지금껏 봤던 신랑들보다 200% 소화해내는 웨딩 턱시도와 보타이, 옅게 미소 짓는 입매에 그 틈으로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까지.

 

 

 이런 남자의 옆에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직도 꿈만 같았다.

 

 

 단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감정이 번지기 시작했다. 은은하게 번지던 감정은 금세 가슴이 콩콩 거리는 작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 두근거림은 분명 오늘 갑자기 생긴 비밀 때문일 것이다.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이 남자 때문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예.”

 

 

 

 시은의 생각이 점점 깊어지고 있을 찰나.

 

 

 홀 안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열이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예, 신랑 권 열 군이 큰 소리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아, 이것은…….

 

 

 

 “신부 이시연 양은 신랑 권 열 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 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오늘 갑자기 시은에게 주어진 문제는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첫째, 자신은 이 남자가 사랑하고 결혼을 약속했던 이시연이 아니라는 것.

 

 둘째, 정작 이 결혼의 주인공은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

 

 

 이 콩콩 거리는 심장소리는 신랑 권 열 이라는 남자가 멋있어서라기보다 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초대 받아서 마지못해 오게 된 누군가의 결혼식.

 

 

 마지막으로, 하필이면 그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 사람이 이시은.

 

 

 자신이 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던 결과였다.

 

 

 

 “신부, 맹세합니까?”

 

 

 

 즉각 대답이 나오지 않자 주례사가 한 번 되물었다.

 

 

 

 “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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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5-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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