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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이름이 생기거든 그 이름을 베고
작가 : 은영재
작품등록일 : 2017.6.3

차원이동했더니 네 마리 용이 서로 나를 키우겠다고 주장한다. ※ ! warning ! 이 글에서 윤리나 도덕을 바라지 마세요! 1편부터 여주 다리 없어짐 주의. 집착 주의. 역하렘 루트 주의(=남주 하나와 이어지지 않음). ""사이다 여주X"". 가벼운 막장 로맨스판타지입니다.

 
(1) 우린 오래 전부터 어쩔 수 없는 거였어
작성일 : 17-06-03 23:40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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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는 상훈의 소주잔에 홀로 잔을 부딪히고는 말했다. 요즘 시대에 웬 말이래니,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수연이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겨우 집안이 평범하단 이유로 그렇게 역정들을 내신다니. 넋두리는 필요이상으로 길고 상세했다. 우희는 상훈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술이 담긴 잔만 멀거니 바라보며, 그녀는 마저 변명을 내뱉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너도 알잖아, 상훈아. 너네 부모님 고집."

 

  작은 숨을 들이키고,

 

  "나랑 결혼해."

 

  말했다. 상훈이 그제서야 푹 숙였던 고갤 들었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술에 취하고, 자기연민에 취해있었다. 상훈은 우희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그만큼 우희의 말은 터무니 없었기에, 남몰래 찔끔한 건 우희였다.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나. 어차피 평생 독신으로 살려고 했어. 그런데 우리 엄마가 하도 선 봐라, 보고 얘기해라, 좋은 남자가 나올 지 네가 어떻게 아냐, 닥달을 하는 거 있지, 하, 나 겨우 스물 셋인데. (웃으라고 던진 투덜거림이었으나 상훈은 결코 웃지 않았다. 오히려 짐짓 진지하기까지 했다. 우희는 결국 멋쩍은 얼굴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러니까 너랑..., 나랑. 결혼하면, ...너는 수연이랑 살림을 차리든 뭐든 지지고 볶고 살고, 나는 나대로 실컷 독신인양 살면, 뭐, 그런대로 완벽하지 않니? 그치?"

 

  개소리였다. 겨우 스물 셋이 내뱉기엔 터무니없이 맹랑했고, 스물 셋이기에 던질 수 있는 치기이기도 했다. 평소에도 똑똑하단 소리를 우희는 잘 듣지 못했다. 들어도, 반복학습이 가능한 공부에 한해서였다. 넌 왜 그렇게 어렵게 사니?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했다. 남들은 쉽게도 가는 길을 우희는 항상 어려운 길을, 그것도 필사적으로 돌아 가곤 했다. 단순한 인간관계에서부터, 사랑도.

 

  우희는 한 입도 대지 않아 표면에서 넘칠 듯 찰랑이는 소주 잔을 내려놓았다. 우희는 웃었다. 굳은 입매를 조금 매만지다, 곱게 접어지는 눈매 사이로 울음을 삼켰다. 그리고 사랑해마지않는 상훈에게 다정하게 애원한다.

 

  상훈아.

 

 

  상훈아, 그러니까 울지마.

 

 

 

 

  학창시절, 우희는 체육시간을 싫어했다. 몸을 쓰는 일엔 도통 재능이 없었던 탓이다. 그건 노력으로도 극복이 불가능했다. 한 달을 앞 둔 수행평가를 위해 저녁마다 열심히 노력해도 몸은, 체력은 늘 그대로였다. 그녀의 동생 우진은 우희와 반대였다. 공부는 못했지만, 몸을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잘했다. 우진이 안쓰러운 누나를 위해 혀를 차며 뭐라고 조언했더라, 우희는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급하게 들이쉬며 우진을 떠올렸다. 저택의 정원에서였다. 어린 우희는 그날도 정원을 열심히 뛰고 있었고, 우진은 1층 테라스 난간에서 몸일 기대고는 우희를 구경했다. 화려한 금발로 염색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옷만 입고 다니는 동생. 그러나 우희는 그 엄격한 부모님이 우진의 앞에선 내심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넘어가는 날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집안의 귀염둥이 막내였다. 바깥에서도 항상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으로 서 있는, 내 동생.

 

  쉽게 살지 못하는 우희를 대신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너무나도 쉽게 무엇이든 해내는 우진은 우희를 가엾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누나는 내 관찰대상이야.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지. 우진은 항상 제 속을 숨기는 법이 없었고, 우희는 그런 우진의 말에 항상 상처를 받았지만, 모두 옳은 말이기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날도 똑같았다.

 

  '누나는 그 여자가 아니야.'

 

  못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 노력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기 않기에 싫어한다, 그렇게 체육 종목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싫어하지만, 그 중 우희는 달리기를 특히 싫어했다. '그 여자'는 달리기를 가장 잘했다. 가벼운 몸을 날렵하게 움직여 하늘을 날듯 뛰면, '그 여자'에게 홀리듯 박혀오는 하나의 시선을 우희는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 보는 내가 답답하고 짜증나잖아.'

 

  유일하게 우희의 시선을 알아 챈 우진이 말했고, 우희는 그날 달리기 수행평가를 포기했다.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며 우진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내려다보았던 우진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동정이었던가? 아니면 가벼운 경멸이었던가. 하지만 우진아.

 

 

  하지만, 아무리 너라도 여기서 주저앉으라고는 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포기하면, 내 인생도 주저앉을테니까!

 

 

  한동안 전혀 보지 못한 상훈이, 드물게 먼저 연락해온 날이었다. 우희는 덕분에 아침부터 바빴다. 온 집안을 헤집다 못 해 잘 하지도 못하는 화장을 하겠답시고 이것저것 바르고 얹다가 지워내며 우진을 귀찮게 했다. 결국, 우희는 '하루종일 자다가 약속시간이 다가올 무렵 깨버려 허겁지겁 아무 거나 걸치고 나온' 컨셉으로 집을 나섰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걸까, 기대와 걱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탔고, 타서도 한참 거울을 들여보다, 기이할만큼 1층으로 도착하지 않는 기분에 거울에서 등을 돌렸고, 그 순간 알림음이 울렸다. 문이 열리면서, 돌연,

 

  세상이 바뀌었다.

 

  작열하는 태양이 온 몸을 달궜다. 달릴 때마다 푹푹 파이는 모래는 그렇지 않아도 느린 우희의 달리기 속도를 굼벵이로 만들었고, 그녀는 몇 번이고 넘어졌으나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대한민국에, 아니, 서울에, 사막이 있었던가? 어떻게하면 고작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그녀를 사막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단 말인가. 사막도 그냥 사막이 아니었다. 우희는 뛰어도 뛰어도 멀어지지 않는 하늘 위의 저, 용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흘낏 올려다보고 더욱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이 이상한 사막에는 용이 날아다녔다. 날아다니며 저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로 흩어져 도망가는 사람들을 향해 자비없이 불을 내뿜었다.

 

  정말, 정말 이상한 일이다. 용은 분명 입에서 불길을 내는데, 그 불길에 맞는 사람은 돌이 되어 모래바람에 부스스흩어졌다. 꿈인가? 우희는 훌쩍훌쩍 눈물과 콧물을 삼키며 간절히 바랐다. 어쩌면 상훈에게서 연락이 온 시점부터지금까지 모조리 다 꿈인지도 모른다. 그래, 말이 안되지. 상훈이 내게 먼저 연락하다니. 너무나도 간절히 바란 나머지 그런 꿈을 꿨고, 그 벌로 꿈 속의 용이 대신해서 나를 벌하나보다.누군가는 그녀의 생각을 멍청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그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다짜고짜 용과 사막을 현실로 믿는 것보다야.

 

  그러나 우희는 필사적인 생존본능에 의해 도주를 멈추지 못했다. 구두( '하루종일 자다가 약속시간이 다가 올 무렵 깨버려 허겁지겁 아무 거나 걸치고 나온 컨셉' 이어도 구두만큼은 포기하지 못했다.)는 진작에 벗겨진 지 오래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발은 이미 화상으로 인해 살갗이 벗겨졌는지 따갑고 아팠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벅찬 숨은 더욱 문제였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지도 몰라. 치미는 울음이 눈앞을 가렸으나 무작위로 도망치는 이상 다를 건 없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우희는 왜인지 동생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상훈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 건 왜 일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순간까지 쓸데없이 현실적이고 소심한 것이 우희다웠다. 그러나 동생과도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동생의 직설적인 말에 항상 상처를 받았고 때문에 가까이 두고 마음을 줄 상대로는 여기지 않았다. 낯선 사람과는 좀처럼 친해지지 못하는 우희와는 달리 동생 우진은 외향적이고 대범한 면이 많았다. 둘의 대화는 지극히 적었고, 어쩌다 길가에서 마주치면 우희 혼자서만 인사를 해야할까 말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보통의 남매처럼 서로 이를 가는 사이만도 못한, 말 그대로 남 보다 못한 둘인건만, 그러나, 그래도.

 

  우희는 잊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결혼에 화를 내준 것은 동생 우진 뿐이었다. 상류층이 그렇듯 상훈이 죽고 못 사는 여자가 따로 있다는 것쯤은 우희의 부모님도 다 알고 계셨다. 그래서 그 알고 계신 분들께서 어떻게 말씀하셨더라.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 하셨고, 아버지는.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김수연이라는 여자더러(망극하게도 이름마저 외우고 계셨더라.) 사생아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전하라고.

 

  ...별로, 내가 선택한 길이니 서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픈 말을 내뱉긴 해도 그녀가 고집을 부리면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지켜봐주던 동생이, 제게 처음으로 욕하고, 다음 날 상훈이 멍을 달고 온 날. 그 푸른 자국이 못내 속상하고 걱정되는 한 편, 그래, 솔직해지자. 우희는 스스로를 자책할 만큼 조금 기뻤다. 그 뒤로도 우진과는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우희는 살면서 처음으로 오전한 자신의 편이 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 본 기분이라서.

 

  못난 누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보다 뭐든지 잘 해나가는 동생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도와줘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순간이었다. 우희는 갑작스레 모래 위로 고꾸라졌다. 헛디뎠다거나 모래에 걸려 넘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치, 다리가 돌이 된 것마냥...,

 

 

  "못된 것. 어딜 도망가느냐."

 

 

  붉은 남자였다. 붉은 머리에 눈, 검은 천을 두른 것같은 옷을 입은 사내는 비뚜름히 입술을 당기며 우희를 내려다보았다. 지독히도 잘난 외모를 가진 사내였으나 우희는 그를 살필 여력이 되지 못했다. 아, 아아. 간신히 손끝을 움직여 다리를 더듬는다. 딱딱하고 거친 질감이 퍽 낯설다. 머리로 느껴지는 촉감 또한 없었다. 우희는 돌이 된 제 다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현실성은 진작에 없어졌지만, 이성은 지금에서야 기어코 터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사내의 심기를 건드렸다. 감히,

 

 

  "아악!"

 

 

  사내는 기어코 돌로 굳어버린 우희의 다리를 부숴버렸다. 고통은 없었지만, 정신적 충격은 더했다. 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우희 눈과 가는 눈매의 사내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내는 가증스레 고갤 기울이며, 이런. 짐짓 안타까운 목소릴 내며 무릎을 굽혀 우희와 얼굴을 마주했다. 그녀의 턱을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핀다.

 

 

  "짐의 실수로군."

 

 

  아가, 어디서 왔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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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우린 오래 전부터 어쩔 수 없는 거였어 2017 / 6 / 3 323 0 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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