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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무림 개발자
작가 : 황규영
작품등록일 : 2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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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많지만 비리 천국인 남천 무사맹. 호시탐탐 전쟁을 노리고 첩자를 보내는 북산교.

삼 년 전에, 남천의 무사였던 차삼룡이 전쟁을 막기 위해 북산교 교주에게 사기를 쳤다. 북산교의 전쟁자금을 대규모로 소모시키려고 전설의 보물인 여의보주를 만들게 했다.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지만, 실수로 성공했다. 진짜 여의보주가 만들어졌다.
차삼룡이 상처회복과 형태변형 등의 이능을 가진 여의보주를 빼돌려 전장을 떠났다. 남천 땅으로 돌아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았다.

이제 다시, 차삼룡의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무림개발자 6
작성일 : 16-04-09 18:47     조회 : 697     추천 : 0     분량 : 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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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몇 번의 진검대련이 지나고 나서, 오늘의 마지막 차례인 유인영이 나왔다. 그녀는 일 년 전까지는 유산문주의 딸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를 목표로 경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녀의 맞은편에서는 도무철이 서 있었다. 그는 현재 유산문의 실세의 아들이다.

 도무철은 좋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반면에 유인영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노리는 게 있나요?”

 도무철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웃음은 상대가 경계하는 걸 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유인영. 왜 그렇게 생각하지?”

 “꿍꿍이가 있을 때, 그리고 그 꿍꿍이가 통한다 싶을 때, 그런 표정 짓는 걸 여러 번 봤으니까.”

 도무철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다시 입꼬리를 휙 올렸다. 이번 웃음은 조금 달랐다.

 “나는 아주 정정당당하게 싸울 거다. 비겁한 수를 쓰는 건 너야. 유인영.”

 유인영이 인상을 더 찌푸렸다. 도무철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게 무슨…….”

 수많은 구경꾼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어서 그들의 대화가 대련장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 * *

 차삼룡은 귀가 밝다.

 원래는 이 정도로 밝지는 않았는데, 삼 년 동안 여의보주를 손목에 차고 있었더니 귀가 밝아졌다.

 차삼룡은 유인영과 도무철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하는 대화를, 구경꾼들의 시끄러운 소음을 뚫고 알아들었다.

 차삼룡이 피식거렸다.

 “계획을 세운다고 다 되면 세상에 어려운 일이 뭐가 있겠냐.”

  * * *

 유인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무철이 땅을 박차며 크게 외쳤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

 구경꾼들이 충분히 듣고 남을 만큼 큰 목소리였다.

 남들이 들으라고 말을 그렇게 했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목을 노렸다. 실수로라도 칼에 맞는다면 죽을 수도 있는 급소다.

 유인영이 입술을 깨물었다. 못 막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다. 적의 칼을 비껴 쳤다. 비껴 쳤음에도 불구하고 칼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이 상당히 컸다.

 ‘대련에 쓰는 힘이 아니야. 진검대련을 핑계로 날 죽이려고?’

 그렇게 판단했다.

 ‘경쟁자를 실수로 가장해 죽이려고?’

 그녀의 눈빛도 강렬해졌다. 그녀가 도무철의 칼을 쳐내자마자 반격했다. 칼이 빠르게 회전해 적을 노렸다. 반격이 날카로웠다.

 도무철이 뒤로 훌쩍 뛰어 피하면서 허공에 칼질을 했다. 그 칼질이 나름 매서웠다. 유인영이 쫓아가서 후속타를 집어넣기는 어려웠다.

  * * *

 한미소가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우와. 대단해요. 꼭 진짜로 목숨 걸고 싸우는 거 같아요.”

 “진짜로 싸우는 거야.”

 “예?”

 곁에서 꼬마 한미래가 물었다.

 “아저씨. 둘 중 누가 이길 거 같아요?”

 “누가 이기면 좋겠어?”

 “우리 고객님이요.”

 차삼룡이 웃으며 한미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한미소가 걱정했다.

 “아저씨. 저렇게 진짜처럼 싸우다가 실수로 다치기라도 하면 우리 미래 보기에 좀…….”

 “그럴 거 같으면 미래 눈을 가려.”

  * * *

 유인영의 근접경호무사 장혁준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당장이라도 칼을 잡고 뛰어나가 저 싸움을 막고 싶었다.

 “아가씨는 대체 왜…….”

 차삼룡이 옆에서 말했다.

 “그러게. 왜 굳이 대련을 가장한 살벌한 싸움을 하는 거야?”

 장혁준이 깜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구경꾼 몇 명이 방금 그의 옆으로 옮겨왔었다. 장혁준은 차삼룡이 그중에 섞여 왔다고 판단했다.

 “네놈 때문이다.”

 “내가 왜?”

 “아가씨는 이 대련 참가 요구를 거절하려 하셨다. 네놈이 유성검을 고쳐주지만 않았어도…….”

 “나도 먹고 살아야지.”

 “정의를 모르는 놈.”

 “누가 문주가 되어야 하는지가, 너희들한테는 정의일 수 있겠지만, 외부인 입장에서는 집안싸움이야.”

 “경쟁자가 문주가 되면 자기 배만 채울 거다!”

 “정말 그런지를 내가 모르잖아. 너희들끼리만 알지.”

 차삼룡이 충고했다.

 “사람들은 말이야. 자기가 보고 들은 걸 믿어. 그래서 여론은, 정보를 숨길수록 조작하기가 쉽지.”

 “자세한 사정을 밝히면 우리 문파가 큰 손해를 본다.”

 “그러다가 네가 끼고 도는 저 아가씨가 쫓겨날 수도 있어.”

 장혁준이 멈칫했다.

 “난 끼고 돈 적이 없…….”

 말을 하다 말았다. 그녀가 쫓겨날 수 있다는 말이 그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난 간다. 우리 미래가 험한 꼴 안 보게 여차하면 눈 가려주기로 했거든. 선택은 네가 해. 그런데 나라면, 문파가 욕은 좀 먹더라도 진실을 동네방네 소문내겠다.”

 차삼룡은 국경무사대 장거리정찰대 출신이다. 장거리 정찰대는 적의 후방에 침투해서 작전을 수행한다. 적 후방에서 하는 작전 중에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것도 있다. 소문만 잘 퍼트려도 적은 혼란에 빠진다.

 

 차삼룡이 근처에 있는 한미소를 향해 걸어가면서 혼잣말을 했다.

 “때에 따라서는 소문 몇 마디가 천 명의 전투무사 부대보다도 치명적이지.”

  * * *

 유인영은 칼을 아끼지 않았다. 칼날을 강하게 부딪쳐가며 도무철을 밀어붙였다.

 도무철이 그 공격에 밀려 한 걸음 물러나며 경고했다.

 “그러다 그 칼 부러진다. 네 아버지가 물려준 칼인데 아껴야지.”

 북두유성검은 오래 전에 만들어진 칼이다.

 “네 걱정이나 해!”

 그녀는 칼을 험하게 썼다.

 ‘칼이 고장 나면 그 사람이 고쳐줄 거니까.’

 그녀는 차삼룡을 잘 모르지만, 그의 실력은 제대로 경험했다. 다른 장인들은 북두유성검의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차삼룡은 겨우 하루 만에 수리했다.

 믿는 게 있으니 칼을 쓰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도무철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도무철의 파벌에서는 그녀가 북두유성검을 무척 아낀다고 파악했다. 그는 그런 사람을 상대로 싸우는 연습을 잔뜩 하고 이 장소에 나왔다.

 “젠장!”

 ‘이년이 어차피 고장 난 칼이라고 막나가는구나.’

 도무철이 견디지 못하고 비장의 수를 꺼냈다. 그가 자기 칼 손잡이의 아래쪽을 손바닥으로 탁 소리가 나게 쳤다.

 손잡이 속에 숨겨진 칼날이 용수철의 힘으로 밖으로 쑥 밀려났다. 숨어있던 칼날의 길이는 한 뼘 정도였다. 칼날이 그만큼 길어졌다.

 서로 간의 칼의 거리에 익숙해졌을 때 칼날의 길이가 변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도무철이 가진 칼은 그걸 노린 무기다.

  * * *

 한미소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앗! 저 남자 칼이 길어졌어요!”

 차삼룡이 설명했다.

 “이단전투검이라는 거야. 흔하지는 않지만, 돈만 많이 주면 구할 수 있지. 용수철 방식인데, 아예 새로 만들 수 있는 장인도 있어.”

 곁에서 한미래가 걱정했다.

 “우리 고객님이 불리해요. 이제 칼이 저쪽이 더 길잖아요.”

 “아니. 고객님 칼이 더 길어.”

 “예?”

  * * *

 남천은 기관장치가 꽤 발달했던 나라다. 이단전투검처럼 갑자기 길어지는 칼은 드물지 않다.

 유인영이 가진 북두유성검은 이단전투검보다 훨씬 더 희귀한 무기다. 오래 전에 여러 자루가 만들어졌지만, 현재 실전에 쓸 수 있는 상태로 보존된 칼은 그녀가 가진 것이 유일하다.

 유인영도 곧바로 칼 손잡이에 내장된 기관장치를 작동시켰다.

 기관장치가 쌀알만 한 괴수내단조각에서 동력을 뽑아냈다. 손잡이 내부에 있던 조각들이 움직였다. 작은 조각들이 순서대로 싸여 가느다랗고 짧은 삼각형 쇠기둥을 만들었다. 그 위에 큰 조각들이 달라붙었다. 정밀하게 가공된 부품들이 잘 맞물려, 조각들 사이에는 머리카락만 한 틈도 없었다.

 작은 부품들이 빠르게 조립되며 두 개의 금속막대를 만들었다. 금속 막대가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아직 부품들은 많았다. 새로운 삼각기둥이 만들어지고, 원기둥으로 보강되었다. 새로운 부품이 조립될 때마다 먼저 조립된 금속막대는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막대가 밀어낸 건 칼날이다.

 북두유성검의 손잡이 쪽에서 작은 손으로 쟀을 때 두 뼘쯤 되는 쇠막대 두 개가 튀어나왔다. 두 개의 쇠막대 끝에는 칼날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칼날이 두 뼘쯤 길어졌다.

 이제 유인영의 칼날이 훨씬 길었다.

 

 도무철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고장 나기 전보다 더!’

 칼이 수리가 됐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칼은 사고 전에는 손가락 길이 정도로 늘어나는 게 고작이었다. 예전에는 늘어나는 길이만 따지면 그가 쓰는 이단전투검보다 짧았었다.

 그런데 이제 두 뼘이 늘어났다. 심지어 늘어난 쇠막대의 길이가 부품이 들어있던 손잡이보다도 길었다.

 

 칼이 길어지면 무게중심부터 모든 게 변한다. 처음 다루면 당황하게 된다.

 유인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지난 사흘 간 늘어난 길이에 맞춰 따로 제작한 연습용 칼로 수련했다.

 “타핫!”

 유인영이 도무철을 베었다. 사정거리가 훨씬 길었다.

 도무철이 기겁을 하고 뒤로 뛰었다. 칼날이 그의 옷자락을 잘랐다. 잘린 옷자락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구경꾼들은 대부분 이것도 진검대련 행사의 한 과정이라고 착각했다.

 “우와아!”

 “장난 아니다!”

  * * *

 한미소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우리 고객님 칼이 더 길어요. 이제 더 유리한 거죠?”

 “긴 칼이 꼭 유리하면 처음부터 더 긴 걸 가지고 다녔겠지.”

 “예?”

 “너무 길어지면 검술을 펼치기 불리해.”

  * * *

 긴 무기를 휘둘러 맞히면, 적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맞히지 못하면 그만큼 빈틈도 커진다. 적이 커진 빈틈을 제대로 치고 들어오면, 피해는 치명적이다.

 도무철도 나름 무사다. 유인영의 공격을 옷자락이 잘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일단 피하자마자,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들며 외쳤다.

 “네년은 이제 칼이 너무 길어!”

 지금은 도무철의 칼이 상대적으로 짧다. 짧은 만큼 더 빨리 휘두를 수 있다.

  * * *

 구경꾼 차삼룡이 한마디 했다.

 “아닐걸?”

  * * *

 유인영이 북두유성검의 기관장치를 반대로 작동시켰다.

 북두유성검이 괜히 도무철의 이단전투검과는 급이 다른 칼로 취급받는 게 아니다.

 기관장치가 다시 작동했다. 두 개의 쇠막대가 손잡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부품들이 고속으로 분해됐다. 순식간에 쇠막대가 사라지고 칼날이 손잡이와 붙었다. 칼날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내는 철컥 소리가 도무철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헉!”

 이제 유인영의 칼이 더 짧다.

 도무철은 북두유성검이 이렇게 완벽하게 동작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단순히 칼날이 짧아진 정도가 아니다. 그 속도가 눈 깜빡할 사이였다. 수리하기 전에는 늘어나는 길이도 짧았지만, 줄어드는 속도도 이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다.

 판단실수의 대가는 컸다. 도무철이 다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도무철이 노린 빈틈을 유인영이 못 잡을 리가 없다.

 “너무 느려!”

 그녀가 칼로 공간을 베었다. 바람 갈라지는 소리가 살벌했다.

 

 구경꾼들이 그 살벌한 기세에 놀라 몸을 움찔 떨었다.

 

 도무철은 피하는 건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급한 대로 칼을 들어 막았다.

 칼에 힘이 충분히 실리지 못했다. 도무철의 칼이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겨우 놓치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을 한쪽 어깨가 받아야 했다.

 “큭!”

 어깨가 얼얼했다. 칼날은 막았지만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갔다. 순식간에 도무철의 전투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도무철이 뒤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났다.

 유인영은 그런 도무철을 쫓지 않았다. 칼을 겨누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도무철은 유인영의 도도한 눈빛에서 그 의미를 읽었다.

 ‘네가 졌다.’

 도무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야!”

 도무철은 패배를 인정하기 싫었다. 그는 유인영을 파멸시키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

 유인영의 아버지는 인망이 높았다. 문파 내에서도 그녀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게 방해가 됐다.

 유인영만 몰락하면 차기 문주는 그의 아버지 차지다. 대신에 그는 유산문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된다는 약속을 받아두었다.

 그러려면 유인영이 이 자리에서 망해야 한다. 유인영이 철저하게 파멸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완전히 잃어야, 차기 문주 자리가 그의 아버지의 손에 확실히 들어온다.

 그녀를 파멸시킬 대본은 이미 다 짜놓았다. 연습도 충분히 했다.

 칼의 성능이 바뀌어서, 대본대로 싸우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대로 끝나면 모든 건 내 잘못이 돼.’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건 그 파벌에 도무철 혼자가 아니다.

 도무철이 당황했다.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걸 놓기 싫었다. 그래서 일단 악을 썼다.

 “저 여자가 비겁한 짓을 했다!”

 그건, 여기 오기 전에 몇 번이나 연습한 대사였다.

  * * *

 차삼룡이 판단했다.

 ‘그건 저 아가씨를 완전히 옭아매놓고 할 대사였겠지.’

 약간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바람이라도 잡아야겠는데?’

 일부러 한마디 툭 던졌다.

 “무슨 비겁한 짓을 했는데?”

 차삼룡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도무철은 그 소리를 확실하게 들었다. 마치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독을 썼다!”

 원래는 그녀가 독을 사용하려고 했다는 누명을 씌울 계획이었다. 누명을 씌우기 위한 장치도 있었다.

 

 유인영은 어이가 없었다.

 “독이 어디 있어?”

 독은 공개 대련에 쓸 만한 물건이 아니다. 기관장치가 장치된 칼은 대련을 할 때도 무기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독은 다르다. 무사에게 통하는 독은 원래 지독해서, ‘적당히’라는 개념이 없다. 공개 대련에서 그런 독을 썼다가는 매장 당한다.

 

 도무철이 당황했다. 그도 자기가 무슨 말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젠장. 내가 왜 하필…….’

 시간을 두고 행동했다면, 그런 말실수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욕심과 당황으로 실수를 했고, 차삼룡의 질문이 그 실수를 부추겼다.

 

 유인영은 더 이상의 대련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 네가 졌어.”

 진검 대련은 원래는 목숨 걸고 싸우는 결투가 아니다. 승패가 결정되면, 대련도 끝난다.

 누가 봐도 이 싸움은 승패가 명확했다. 유인영이 승리를 선언하고 돌아섰다.

 그녀의 앞쪽에 차삼룡이 보였다.

 

 도무철이 옆을 힐끗 보았다. 그의 파벌 사람들의 얼굴에 표정이 드러났다. 파벌 내에서도 그의 계파는 인상을 찌푸렸다. 파벌 내 경쟁 계파는 웃었다.

 ‘이대로 다 날릴 수는 없어!’

 도무철이 욕심에 눈이 멀었다. 당황해서 판단력을 잃었다. 눈에 유인영의 등이 보였다. 거기다 한 칼만 먹이면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년 칼 속에 숨겨둔 독을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 * *

 차삼룡이 도무철의 표정을 보고 혀를 찼다.

 “쯧. 저지르겠네.”

  * * *

 도무철 계파의 우두머리인 장로가 진검대련장으로 걸어가면서 부하에게 물었다.

 “그 칼 속에 숨겨둔 독이, 지난 며칠 사이에 깨진 건 아니겠지?”

 며칠 전에 복면을 쓰고 차삼룡을 찾아왔었던 남자가 조용히 대답했다.

 “우리가 섭외한 장인이 그 기관장치는 완전히 고장 나 동작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정했습니다. 칼을 아껴 쓰는 거 다 아는데, 그 사이에 독이 담긴 용기가 깨질 정도로 쓸 리 없습니다. 오늘 실전에서는 깨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새어나온 독이 구경꾼들에게 뿌려지면 더 좋습니다.”

 “그럼 현장에 조금 늦게 도착한 내가, 그년의 비열한 계획을 눈치채고 급하게 챙겨온 해독제로 중독된 사람들을 구하는 거지.”

 “의심하는 사람이 몇 명 나온다 해도, 미리 배치해둔 바람잡이들이 나서서 장로님, 아니, 문주님을 먼저 영웅으로 만들면 그런 소수 의견 따위는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독이 뿌려져서 중독된 사람이 나오면 내가 영웅이 되는 거고, 유출이 안 되면 내 아들이 그년과 싸워 이긴 후에 고장 난 북두유성검에서 독을 꺼내서 비겁하다고 비난하면 되고.”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작전입니다.”

 “흐흐흐. 당연하지.”

  * * *

 ‘싸우다 눈치챘다고 하면 돼. 쓰러뜨리고 독만 꺼내면, 나머지는 바람잡이들이 어떻게든 해 줄 거야.’

 이 싸움에서 지고 끝나면 후계자 자리에서 완전히 밀려난다.

 여기서 사고를 치면 더 나락에 떨어질 수도 있지만, 책임회피에 성공만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무철이 갑자기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던졌다. 목표는 유인영의 어깨였다. 비겁하다고 욕을 먹을 짓이지만, 그래도 저질렀다.

 ‘칼에 숨겨둔 독만 꺼내면, 모든 건 저 년 탓으로 만들 수 있어. 내 행동은 어떻게든 묻어버릴 수 있어!’

  * * *

 차삼룡이 스윽 움직였다. 한 손으로 한미래의 눈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 한미소를 끌어당겼다.

 그 움직임이 도무철이 단검을 던진 것보다 한 박자 빨랐다. 도무철이 단검을 던질 준비를 하느라 어깨근육이 움찔거릴 때, 차삼룡은 이미 움직였다.

 차삼룡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유인영의 뒤를 보았다.

 ‘이 아가씨, 실력은 있는데 실전경험이 없네. 눈 돌아간 놈은 손익계산을 제대로 못하는데.’

 유인영은 차삼룡을 보고 있었다. 자기 칼을 고쳐준 사람이라서 시선이 먼저 갔다. 그리고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움직인 이유를 깨달았다. 등 뒤의 이질적인 느낌이 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 도무철이 막 단검을 던지는 게 보였다.

 ‘막아야 해!’

 그녀가 피하면 구경꾼이 맞는다. 그 방향이 차삼룡 방향이다. 정확히는 한미소가 있는 쪽이다.

 유인영이 몸을 회전하며 칼을 휘둘렀다. 늦지 않았다. 날아오던 단검이 칼끝에 걸렸다. 단검이 탱 소리를 내며 튕겨나갔다. 작은 단검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다가 구경꾼 앞쪽 땅바닥에 꽂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유인영의 분노한 호통소리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같은 문파의 도무철이 구경하던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도무철이 저질렀다.

 둘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다섯 걸음이 훨씬 넘었다.

 그녀는 그 거리에서 칼이 닿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분노가 몸이 움직이게 했다. 분노한 유인영이,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칼로 공간을 베었다.

 경고의 의미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칼을 휘둘렀다. 손이 자연스럽게 기관장치를 조작했다. 그건 원래 이 칼을 쓰는 검술에 포함된 동작이지만, 아주 오래 전에 망가져서, 그렇게 조작해도 동작은 하지 않았었다.

 차삼룡이 깔끔하게 수리한 내부 기관장치가 작동했다. 칼날 끝을 물고 있던 고정 장치가 해제됐다.

 칼날 끝부분이 십 년 만에 실전에서 분리됐다. 한 뼘 정도였다. 분리된 칼날의 뒤로, 칼의 몸체 속에 숨어 있던 가느다란 사슬이 풀려나갔다. 목걸이 줄보다도 훨씬 가는 사슬을 끌고, 칼날이 앞으로 쭉 날아갔다.

 

 도무철은 날아오는 칼끝을 보며 경악했다.

 “헉!”

 반사적으로 칼을 들어 막았다.

 

 유인영도 깜짝 놀랐다. 십 년 전에 망가진 이 기능을, 어릴 때 구경해 본 적은 있었다. 이것까지 수리가 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머리는 놀랐지만 몸은 수련했던 대로 움직였다. 그녀가 검술을 펼치자, 사슬과 함께 날아가는 칼날의 궤도가 확 바뀌었다.

 

 도무철의 칼이 허공을 베었다. 유인영의 칼날이 도무철의 목을 향해 꽂히듯 날아갔다.

 

 도무철은 자기가 죽는다고 생각했다.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유인영의 손잡이에 있는 기관장치를 조작하며 칼을 당겼다. 사슬이 따라 당겨지며 칼날의 궤도가 다시 휙 바뀌었다. 칼날이 그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잘린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다.

 도무철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기가 뭐에 당했는지 깨달았다.

 “부, 북두유성검?”

  * * *

 꼬마 아가씨 한미래가 물었다.

 “아저씨. 우리 고객님이 쓴 칼이 북두유성검이에요?”

 “어. 칼날이 유성처럼 날아다닌다 해서 북두유성검이지. 제대로 쓰면 멀리 있는 적도 공격할 수 있어. 저렇게.”

 언니 한미소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와아. 저런 거 처음 봤어요. 왜 전에는 못 봤죠?”

 무술의 문외한인 그녀는, 이게 정상적인 대련이 아니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칼의 저 기능이 아주 오래 전에 고장 났었거든.”

 “예? 그런데 지금은 왜 저렇게 잘 돼요?”

 “누가 고쳤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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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림개발자 14 2016 / 4 / 9 639 0 7263   
13 무림개발자 13 2016 / 4 / 9 691 0 6376   
12 무림개발자 12 2016 / 4 / 9 579 0 8435   
11 무림개발자 11 2016 / 4 / 9 621 0 7465   
10 무림개발자 10 2016 / 4 / 9 542 0 6634   
9 무림개발자 9 2016 / 4 / 9 512 0 6585   
8 무림개발자 8 2016 / 4 / 9 547 0 7376   
7 무림개발자 7 2016 / 4 / 9 535 0 6291   
6 무림개발자 6 2016 / 4 / 9 698 0 9781   
5 무림개발자 5 2016 / 4 / 9 628 0 7398   
4 무림개발자 4 2016 / 4 / 9 587 0 7550   
3 무림개발자 3 2016 / 4 / 9 508 0 7461   
2 무림개발자 2 2016 / 4 / 9 548 0 6677   
1 무림개발자 1 2016 / 4 / 9 1059 0 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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