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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빼앗긴 신의 아이들
작가 : 가브리엘
작품등록일 : 2017.5.19

살아있는 모든 자의 왕이자 신앙의 수호자로서
천 년 넘게 세상을 지배하던 라티움 제국의 콤네노스 가문이 무너져 갈 때
작은 나라 아키엔의 나이시아 가문과 제국의 방계인 앙겔로스 가문이 일어섰다.

꺼져 가는 촛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콤네노스 가문과
잃어버린 이름의 신과 오래된 종교를 받아들인 나이시아 가문
미쳐버린 왕을 폐하고 제국의 계승권을 주장하는 앙겔로스 가문의

장구한 천 년 역사의 수도이자 신이 내린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노플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한 결전이 시작되리니…….

 
1. 아키엔 - 07
작성일 : 17-05-20 13:48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6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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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현실의 문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포박된 것은 아니었으나 포위된 것이나 다름없이 근위병들에 둘러싸여 들어오는 칼레인과 오르무스 변경백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두려움과 믿을 수 없다는 빛이 가득했다. 칼레인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받으며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놀란 눈이 크게 떠졌으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옥좌에 앉아 있는 나이시아 12세의 바로 앞까지 달려가듯이 빠르게 걸어간 그는 이내 안도감이 가득한 목소리를 뱉어냈다.

 

 “아버지, 정신이 드신 겁니까?”

 

 실로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부축을 받거나 누워 있는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바르게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이제야 정말 깨어나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칼레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보며 나이시아 12세도 웃었다. 그러나 대놓고 뒤틀린,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기쁘더냐?”

 “네?”

 “아비가 정신을 차린 게 기쁘더냔 말이다.”

 “무, 물론입니다, 아버지. 당연히 기뻐할 일이 아닙니까.”

 “그래?”

 

 나이시아 12세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한발 한발 계단을 걸어 내려와 칼레인의 앞에 당도한 그는 아들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에 칼레인은 헛, 하며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저런 색이 아니었을 텐데? 하는 놀라움도 잠시, 나이시아 12세가 손짓하자 온몸을 검은색의 로브와 망토로 휘두른 누군가가 두루마리 서류들을 가지고 다가왔다.

 

 ‘누구지?’

 

 후드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를 마주한 순간, 칼레인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아니, 뛴다기보단 저릿한 느낌이 들며 아파져 오는 것만 같았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으려 하자 별거 아니었는 듯 이내 아픔은 사라졌고 그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이시아 12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살기 위해서 간단히 태도를 바꾸는구나, 칼레인.”

 “아, 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네 이놈! 네 녀석이 나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려 한 것을, 정녕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알현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나이시아 12세의 호통에 칼레인은 물론이고 그 안에 들어서 있던 사람들과 뒤늦게 알현실로 들어온 자문회 위원들까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무,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버지, 제가 어찌 그런…….”

 “그래, 그렇겠지. 영리한 너니까, 물증이 없으면 잡아떼면 그만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내게 증거가 있다면 어쩌겠느냐?”

 

 국왕은 검은 로브의 사내에게서 두루마리를 빼앗듯이 꺼내 들어 칼레인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거기에는 조금 전, 오르무스 변경백이 자신의 이름으로 국왕 시해 음모를 짠 것과 똑같은 밀명이 담겨 있었다.

 

 “아, 아버지…… 이건…….”

 “그래, 이거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말할 셈이냐? 그럼 이건 어떠냐?”

 

 또 하나의 두루마리가 찢어질 듯이 펼쳐졌다. 거기에는 나이시아 12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에 칼레인의 명으로 미량의 환각제와 독약을 첨가했음을 알리는 내의들의 고백이 있었다. 물론 그 내의들은 죄책감에 시달려 이미 목숨을 끊은 뒤였기 때문에 확인할 방도는 없었으나 이미 눈이 뒤집어진 나이시아 12세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 아닙니다,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칼레인이었으나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 아닌 듯 또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내 들었고, 이내 칼레인의 얼굴을 향해 집어 던졌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움켜쥔 칼레인을 향해 나이시아 12세는 끓어 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참아내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읽어 보아라.”

 

 떨리는 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친 칼레인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이것은 자신과 변경백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제국의 디카리온 공작에게 보내는 친서였다. 비록 칼레인이 나중에 그를 족쳐 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는 해도 지금 당장은 잘 달래고 회유해서 가능하면 이쪽에 피해가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랬기에 딱히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지만, 왕국과 백성을 위해서는 그편이 낫다고 판단을 했기에 둘이 고심하여 써서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 자신의 손에 담긴 두루마리에는 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온전한 친서가 아니라, 군데 군데가 지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뿐이었으면 칼레인이 놀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워진 내용을 제외하고 읽어내리니 묘하게도 디카리온 공작에게 나라 일부를 떼주려는 느낌도 들거니와 결정적으로 공작에게 국왕의 영복을 빌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문장이 마지막에 쓰여 있었다. 아직 죽지도 않은 자의 영복을 빌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은…… 결국 공작이 손을 써서 국왕을 죽여 달라는 소리였다!

 

 “네가 쓴 것이 맞느냐.”

 “…….”

 “네가 쓴 것이 맞느냐고 묻고 있질 않으냐!”

 “제, 제가…… 제가 쓴 것은 맞습니다만, 이 내용은…….”

 “그래, 그리도 이 아비가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였더냐?”

 “아버지, 그게 아니라…….”

 “그래서, 봉신들에게 지시하여 나를 죽이고 그것도 부족해 끝없이 왕국을 침략해 대는 저 원수 같은 디카리온 공작에게 날 죽여달라고 청탁을 올린 것이더냐?”

 

 너무 당황하니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칼레인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항변하려 하였으나 왠지 모르게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 뿐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 그렇겠지. 입이 있어도 차마 말이 나오지 않겠지. 제 아비를 죽이려는 음모가 들통 난 마당에 무슨 면목이 있어 말을 하겠느냐!”

 

 국왕과 왕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오르무스 변경백은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 하며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칼레인과의 대면에서는 뭔가 일이 묘하게 꼬이는 것을 느꼈으나, 지금은 자신이 짠 계획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두루마리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기에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으나, 아들이 자신을 시해하려 했다며 국왕이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게다가 제정신이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강렬한 분노에 휩싸여 있는 국왕이었다. 잘하면 자신이 예상했던 것처럼 칼레인이 왕위계승 순위에서 밀려 버리는 사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뭘 그렇게 히죽거리며 웃는 것이냐, 아우야.”

 

 갑자기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변경백은 서둘러 표정을 바로 잡았으나 나이시아 12세는 네 녀석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식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 들어 그의 앞으로 집어 던졌다. 황망하게 그것을 받아서 슬쩍 내용을 확인한 변경백은 이내 경악을 하며 국왕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앞으로 다가온 국왕이 그의 얼굴로 뭔가를 쑥 내밀었다.

 

 “그래. 상속법을 연장자 상속제로 바꾸게 되면, 내가 죽은 뒤 네 녀석이 왕이 되겠지. 칼레인을 제치고 말이야. 그래서, 법률을 네 마음대로 바꾸려고 내 인장까지 훔쳤더냐?”

 “혀, 형님, 무슨 말씀인지…….”

 “네 집무실에서 찾아낸 나의 인장이다. 어찌하여 인장 보관실에 있어야 할 이것이 너의 집무실에 있는지 말을 해 보겠느냐?”

 

 변경백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하며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비록 국왕 시해 음모를 조작하기 위해 칼레인의 인장을 훔치기는 했어도 나이시아 12세의 인장을 훔친 적은 없었다. 이미 정신이 나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의 인장은 훔쳐서 뭐에 써먹는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국왕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고, 어찌하여 나의 인장이 너에게 있느냐 묻고 있었다.

 

 “모, 모르는 일입니다. 형님, 저는 정말 모르는…….”

 “아, 그래. 다 모른다고 잡아떼면 참으로 쉽게 끝날 거라 생각을 하는 게지. 그럼 묻겠다. 이것을 누가 짐에게 가져온 줄 아느냐?”

 

 알 리가 없는 변경백이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국왕은 손짓했고, 이내 누군가가 변경백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를 본 변경백의 눈이 찢어지라 크게 떠졌다. 칼레인이 남작들을 소집한 뒤, 일이 틀어졌을 가능성을 인지하며 다른 이들에게 두루마리를 돌리라고 명했던 그 전령이었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 내가 언제 그랬다고…….”

 “용서하십시오, 주군.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이 불충은 죽음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찧으며 눈물을 흘리던 전령은 갑자기 단도를 꺼내 들어 가슴팍을 찔렀다. 알현실에 있던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피로 뒤덮인 전령은 더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를 다그쳐 빨리 이게 사실이 아니고 누군가가 시킨 일이라고 말해! 라고 외치고 싶었던 변경백의 소망은 이뤄질 수 없었다.

 

 “잘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음모를 꾸몄더구나. 상속제를 바꿀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영리하군그래. 그래서 칼레인과 작당하여 나를 죽이려 한 것이더냐? 칼레인의 야심을 이용하여 나를 죽이고, 자신이 왕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칼레인의 꿈을, 상속제의 변경을 통해 부숴버리려는 너의 야심이 참으로 무섭구나. 두 놈이 아주 제대로 나를 죽이기 위한 갖은 음모를 다 짰구나…… 그것도 가장 믿었던 놈들이…….”

 

 점차 국왕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졌다. 그러나 알현실에 있는 누구도 그의 분노가 누그러졌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라지듯이 작아지는 목소리와는 달리 그의 얼굴은 더욱 붉어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불꽃을 쏟아낼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조차 폐하의 눈동자가 원래 저런 색이었던가? 하고 수군댈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근위대장.”

 “……네, 넷! 폐하.”

 

 거리 들릴락 말락 한 소리였기에 근위대장은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하고는 사색이 되어 그의 앞으로 달려왔다. 국왕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지하 감옥에, 반역을 꾀한 놈들이 모두 수용되어 있다고 들었다. 맞느냐.”

 “네, 그렇습니다, 폐하.”

 “지금 모두 형장으로 이동시키고, 모조리 교수형에 처하라.”

 

 헉, 하며 숨을 들이마시는 가르멜 백작은 물론이고 자문회 위원과 알현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하는 얼굴로 두려움에 휩싸였다.

 

 “폐, 폐하……?”

 “아, 그래. 반역의 수괴들에 대한 처벌도 함께해야겠지.”

 

 옥좌를 향해 발걸음을 돌린 나이시아 12세는 힘겹게 계단을 오른 뒤 천천히 착좌하였다. 그리고 무릎 꿇은 채 억울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칼레인과 사색이 된 변경백을 비딱한 시선으로 번갈아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반역을 저지른 자에게 내리는 형벌이 뭔지는 너희가 더 잘 알 터.”

 “혀, 형님?”

 “오르무스 변경백의 작위와 영지를 몰수하라. 두 손을 자르고 두 눈을 뽑아라. 그리고 추방하노라.”

 “형님!!”

 

 알현실을 가득 메우는 변경백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러나 딱딱 끊어지는 듯 처결을 내린 국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칼레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짐의 유일한 후계자…… 였으나, 이제 더는 아니게 된 칼레인, 너에게는…….”

 

 순간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의 시선이 국왕에게로 향했다. 마악 말을 하려던 국왕은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컥컥거렸다. 신하들이 놀라며 그에게로 다가가려 하자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시켰다. 그리고 이내 모든 분노가 사라진 듯한 얼굴로, 생기를 잃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에게 수여한 공작 위를 회수하고, 영지와 모든 재산을 몰수한다. 또한, 너는 아헨의 탑 최상단에 유폐될 것이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는 이미 예견한 일이었다. 게다가 유일한 후계자인 왕자에게 이 이상 뭘 할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처결이 끝날 것이라 예상을 했는지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한 모습도 보여 왔다. 하지만 정작 칼레인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왕이 내뱉었던 말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유일한 후계자였으나, 더는 아니게 되었다고? 그럼, 나 말고도 정당한 왕위 계승자가 또 있다는 말인가? 그는 자신이 엄청난 음모에 빠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유일한 후계자였을 때와는 달리, 다른 이로 대체할 수 있는 후계자이게 되면 내려질 형벌의 무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게 될 터였다.

 

 “그 전에…… 너의 후손이 다시는 이 땅을 거닐지 못하게 하리라.”

 “……폐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그 의미를 먼저 파악한 칼레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아, 아버지…… 그게 무슨……!”

 “형을 집행하라. 거세 형에 처한다.”

 “아버지!”

 “폐하!”

 

 알현실은 일대 소란에 휩싸였다. 왕의 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나 그럼 후사는 어쩌시려고? 하는 사람들, 이 말도 안 되는 처결을 집어치우라며 난리를 치는 변경백, 너무나 억울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왕자, 그리고 그런 그들을 왕의 칙명에 따라 끌고 가려는 근위병들이 한데 어우러져 법석을 떨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끌려가는 변경백과 왕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왕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의 앞에서 봉신들이 뭐라고 항변을 하기도 하고 자비를 요청하기도 하고 다른 형벌이 낫지 않느냐고 외치기도 하고 소란을 피웠으나 왕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울려 퍼지던 그들의 외침이 사라지자, 그는 눈을 떴다.

 

 “가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침묵을 깨트리며 왕이 말했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한 발 내딛는 순간 비틀거렸다.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근위대장이 날듯이 몸을 날려 그를 부축했다. 축 늘어진 국왕이 평소보다 배는 더 무거웠기에 근위병들도 힘을 보탰고, 국왕은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형이 집행되는 곳으로 향했다. 알현실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눈치를 보더니 잠시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다.

 

 그곳에 남은 것은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뿐이었다. 그는 잠시 아무도 없는 알현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천장에 높이 난 유리창 너머의 달을 응시했다. 시리고도 푸른빛이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왠지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의 그 시절 그 모습이었다. 그때도, 누군가는 달빛을 바라보며 처연함을 느꼈을까. 달도 신도 푸른 빛 감도는 시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애도했을까. 그렇게 버려지던 아기의 운명을, 그렇게 빼앗겨 버린 나의 권리를, 누군가는 안타까워했을까…….

 

 잠시 감상에 잠겼던 남자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듯 심호흡을 한 뒤, 빠른 걸음으로 형장을 향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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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당...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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