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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빼앗긴 신의 아이들
작가 : 가브리엘
작품등록일 : 2017.5.19

살아있는 모든 자의 왕이자 신앙의 수호자로서
천 년 넘게 세상을 지배하던 라티움 제국의 콤네노스 가문이 무너져 갈 때
작은 나라 아키엔의 나이시아 가문과 제국의 방계인 앙겔로스 가문이 일어섰다.

꺼져 가는 촛불의 마지막을 불태우는 콤네노스 가문과
잃어버린 이름의 신과 오래된 종교를 받아들인 나이시아 가문
미쳐버린 왕을 폐하고 제국의 계승권을 주장하는 앙겔로스 가문의

장구한 천 년 역사의 수도이자 신이 내린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노플을 차지하고 지키기 위한 결전이 시작되리니…….

 
1. 아키엔 - 03
작성일 : 17-05-19 17:51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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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브뤼셀 백작님, 진정하시지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제 아들들이 그런 반역에 가담하다니! 그럴 리 없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노쇠한 브뤼셀 백작은 간밤에 아들 두 명이 칼레인에게 불려 갔다는 소식에 이 밤에 웬일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이제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넘겨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작위를 계승할 자들은 군주와의 알현이 필수였다. 나이시아 12세가 저리되어 있으니 왕위계승자인 칼레인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 백작은 생각했다. 봉신들의 분할상속법에 따라 장남에게는 백작위를, 차남에게는 남작위를 물려주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조용히 성에 기거하며 좋아하는 고서들이나 뒤적이다가 먼저 간 아내를 보러 가면 되는 것이었다. 적어도 잠이 들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어 아들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불안함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알현이라면 굳이 야밤에 부를 필요가 없었으니까. 때마침 오르무스 변경백의 봉신들과 다른 몇몇 사람들도 불려 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다급히 왕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궁에 당도하여 칼레인의 최측근인 가르멜 백작을 통해 국왕 시해 음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들도 가담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은 덤이었다.

 

 “전하를 뵙게 해 주시오. 뵈어야겠어요!”

 “안 됩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가르멜 백작! 그대도 아버지가 아닙니까? 자식을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을 그대도 알 것이 아니오?!”

 

 브뤼셀 백작은 가르멜 백작의 팔에 매달리며 애걸복걸했으나 가르멜 백작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온화하며 사려 깊은 칼레인이었으나 오늘 자신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을 내릴 때는 분노를 머금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런 와중에 브뤼셀 백작이 난입하여 자기 아들들은 무죄라고 외치기라도 했다가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진정하시지요. 죄가 없다면 무사히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무고하게 얽히기라도 한다면……!”

 “소리를 낮추시라니까요! 심기 불편한 전하께서 백작님의 이렇게 큰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더 마음이 요동치실 것 아닙니까?”

 

 뭔 놈의 늙은이가 이리도 힘이 센지. 가르멜 백작은 아등바등 거리는 브뤼셀 백작을 간신히 달랜 뒤 사람들을 붙여 될 수 있는 대로 홀과 멀리 떨어진 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멀어져 가면서도 브뤼셀 백작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라며 두려움과 망연자실함이 가득한 눈동자로 가르멜 백작과 굳게 닫힌 홀의 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아…….”

 “주군, 괜찮으십니까?”

 

 땅이 꺼질 듯한 가르멜 백작의 한숨을 듣고 옆에 있던 로데인 남작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의연한 척하고 있었으나 사실 가르멜 백작 역시 그다지 상황이 좋지가 않았다. 얼마 전에 그에게서 영지를 하사받은 남작 한 명도 칼레인에게 불려 들어가 있었다. 그가 정말 역모에 가담했는지 안 했는지 자신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나, 그의 주군이 자신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기댈 언덕이라고는 칼레인이 자신을 아낀다는 사실 뿐이었다.

 

 칼레인과 자신은 같은 스승 밑에서 일정 기간 역사와 전술을 공부하였다. 나이가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다 보니 자신의 학습이 먼저 끝나 버렸고 그랬기에 딱히 볼 일은 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노쇠한 스승의 몸 상태가 몹시 좋지 않거나 한 날에는 칼레인이 자연스럽게 가르멜 백작에게 찾아왔던 것이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왕림하신 왕위계승자를 돌려보낼 수는 없었기에 가르멜 백작은 최선을 다해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얼마 후 스승이 세상을 뜨자 ‘왕위계승자가 스스로 찾아가서 배우고자 하는 스승’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달게 된 가르멜 백작이 어쩌다 보니 두 과목을 전담하게 된 것이었다. 나이시아 12세 역시 칼레인의 의견을 존중하였고, 칼레인의 또 다른 스승인 오르무스 변경백 역시 자신이 가르치는 학문과 겹치지 않았기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칼레인은 많은 시간을 가르멜 백작의 영지와 성에서 보낼 수 있었다.

 

 어릴 때 전대 가르멜 백작이 세상을 뜨는 바람에 성인이 될 때까지 가르멜 백작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성인식을 치르고 섭정으로부터 권력을 다시 이양받은 그는 비록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온 정성을 쏟아 자신의 영지를 돌봤고 그런 모습이 장차 이 나라를 다스려 나가야 하는 어린 왕자의 눈에는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칼레인은 가르멜 백작을 신뢰하여 아끼기 시작했다.

 

 그랬던 게 벌써 십오 년 전이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신뢰와 우정은 결코 작지 않았다. 만일 봉신 남작이 실제로 저지른 죄가 크지 않다면 칼레인이 자신을 문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아 남작에게도 자비를 베풀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선의 수일 경우였다. 반대로 최악의 수가 나오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국왕 시해 음모라는,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거대 반역죄에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거늘. 자네는 성으로 돌아가서 내 식솔들을 챙겨주게. 급히 나오느라 제대로 챙기지도 못해서 조금 염려되는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군.”

 

 로데인 남작이 사라지자 가르멜 백작은 보초들이 지키고 서 있는 홀의 문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비명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니 칼레인이 직접 고문을 한다든가 하지는 않을 듯싶었다. 게다가 저들은 다 귀족이거나 귀족의 자제들이었다. 그들에게 벌을 내리려면 합당한 절차가 필요했다. 물론 국왕 시해 음모라는 으뜸가는 역모죄에 얽혀있는 이상 그 절차는 무의미할 수도 있었으나 어쨌든 단말마의 비명 따위는 들려오지 않았다.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는 했으나 그래도 보초들이 서 있는데 백작 체면이 있지 문에 귀를 대고 엿듣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저 혹시라도 누군가가 다가온다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이나 충실히 하자,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시종의 모습이 보였다.

 

 “가르멜 백작님, 안으로 드시라는 전하의 분부십니다.”

 “아, 알았다.”

 

 잠시 심호흡을 한 가르멜 백작은 안으로 향했다. 접견 홀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불려 왔던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들은 모두 벗은 채 헐렁한 로브 한 장만 걸치고 서 있었다. 뭔가 비릿한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상하다 생각하던 백작은 그들 너머에 있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누군가가 죽어 있었다. 두꺼운 천으로 여러 겹 덮어놔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으나 천 바깥으로 삐져나온 다리와 신발, 그리고 천을 붉게 물들게 한 것으로도 부족해 바닥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붉은색의 피를 보자 백작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옆에는 칼레인이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 전하…… 이미 누구를 정말로 저리하신…… 겁…… 죄, 죄송합니다.”

 

 가까이 다가간 가르멜 백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곤거리듯 묻다가 번쩍이는 칼레인의 눈빛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경의 봉신 중 한 명도 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가담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가르멜 백작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시선이 밑으로 내려가니 죽어 있는 자의 다리가 더 잘 보였다. 혹시 길게 늘어뜨린 자신의 목을 칼레인이 검으로 내려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에 시달리는 그의 귓속으로 칼레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에 적힌 자들은 모두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십시오. 쓸데없는 음모를 짜지 못하도록 모두 독방에 가두십시오.”

 

 그가 건네준 쪽지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쓰여 있었는데 자신의 봉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슬쩍 칼레인을 올려다보니 별다른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빨리 가지 않으면 네 모가지부터 쳐버리겠다는 듯한 표정도 어째 보이는 것 같았기에 백작은 바람처럼 움직이며 지명된 자들을 골라냈고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과 함께 그들을 바깥으로 끌고 갔다.

 

 ‘잠깐, 그러고 보니…….’

 

 방문을 나서 지하 감옥으로 향하던 가르멜 백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숫자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칼레인의 방으로 들어간 이는 모두 열다섯 명. 방을 나설 때 봤던, 남아 있는 자들이 다섯이었고, 지금 호송하는 자들이 열 명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한 명이 더 들어갔던 것인가?

 

 “독방에 모두 집어넣어라.”

 

 막상 지하 감옥에 올 때까지는 조용하더니 독방에 집어 넣어지려고 하자 모두가 제발 살려달라고, 자기는 그런 반역죄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그저 일을 도와달라기에 도우려 한 것뿐이라는 다양한 변명들을 해대며 애걸복걸해댔다. 그러나 명을 받은 병사들과 간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독방에 처넣었고 햇빛 하나 들지 않는 그곳에 갇힌 그들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베리온 남작. 멈춰라.”

 

 그래도 주군 앞이라서인가. 다른 이들과는 달리 호들갑을 떨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독방으로 향하던 베리온 남작은 가르멜 백작의 호명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온 백작은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후려쳤다.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찢어지는 충격에 남작은 비틀거렸다. 연이어 날아올 충격에 마음을 굳게 먹었으나, 가까이 다가온 가르멜 백작은 가만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정녕 네가 역모에 가담한 것이 맞느냐.”

 “저, 저들이 꾸미는 짓이 이런 반역죄인 줄 알았다면, 절대로 돕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말은, 돕기는 도왔다는 뜻이군.”

 “그, 그렇습니다…….”

 

 가르멜 백작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지 고개를 기울여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희가 불려 간 뒤에, 전하께서 누구를 죽이신 거냐?”

 “저, 저희가 모두 들어간 뒤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럼, 바닥에 있던 그 시신은 누구냐.”

 “저도, 저도 모릅니다.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있었습니다.”

 “네 뒤로 몇 명이나 들어왔지?”

 “정확히는 모르나, 다섯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가르멜 백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베리온 남작이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그 앞에 들어간 이들이 여럿 있는 이상 죽은 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칼레인이 분노를 못 이겨 누군가를 그 자리에서 참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직 죄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인데 처결부터 먼저 하였다는 것은, 자문회 위원들과 봉신들에게 폭군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일. 칼레인의 치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데다, 또 혈기왕성한 나이시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야 하나.’

 

 가르멜 백작은 독방으로 들어가는 베리온 남작의 뒷모습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간수들에게 쥐 새끼 한 마리 드나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라 명한 뒤 감옥을 나섰다. 벽을 긁어대고 울부짖어대는 그들의 목소리가 천천히 귓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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