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허엉!
단말마를 내며 쓰러지는 곰.
곧이어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곰을 처치 하셨습니다.
- 곰 10마리를 모두 처치하셨습니다.
- 9단계를 통과하셨습니다.
1단계가 시작 된 후 몇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난 9단계를 통과.
1단계 이후 나타난 시험 상대는 너구리, 여우, 원숭이, 멧돼지, 하이에나, 늑대.
녀석들 대부분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 또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녀석들이었다.
치료나 회복 없이 단검 하나만을 가지고 이긴 건 기적.
하지만 역시 동물들을 상대로 싸운 적은 없었기에 생명력이 반 토막이 났다.
앞으로 몇 단계가 남았는지 모르지만 이 상태로는 모든 시험을 통과하기는 무리다.
‘어떻게 하지?’
내가 방법을 강구 할 때 다음 단계가 곧 시작된다는 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 10단계가 곧 시작됩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난 그 소리에 잡념을 떨치고 전투준비를 했다.
‘잡념은 필요 없어. 오로지 이긴다.’
- 7, 6, 5, 4.......
카운트가 내려가는 소리.
난 그 소리를 들으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 3, 2, 1....... 10단계 시험을 시작합니다.
- 10단계 시험은 ‘사자 사냥’입니다.
시험 상대가 정해지자 난 단검을 뽑아 준비했다.
- 이전 단계의 시험에서 난이도 상승이 확인되었습니다.
- 이전 난이도 상승에 맞춰 난이도 조정 및 시험을 변경합니다.
뭐?
우웅!
처음 들어보는 시스템 알림에 의아해 할 때 내 앞에 생겨나는 거대한 빛 덩어리.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그 시각. 트루의 시험을 관전하던 여관 주인은 벌떡 일어났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여태껏 트루의 시험을 관전 및 조정 한 것은 모두 그의 작품.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시험이 알아서 바뀌었어?”
시험이 알아서 바뀐 것이다.
이건 전례 없는 일.
시험이 여태껏 알아서 바뀐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바뀌었다면 모두 그의 변덕으로, 심술로 직접 바꾼 것들.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봐야겠어.”
그는 처음 있는 일에 시험을 관리, 조정 하는 석판에 다가가 확인하려 했다.
파지지직!
“크윽!”
석판에 손을 대려 하자 일어나는 스파크.
갑작스러운 스파크에 여관 주인의 손이 튕겨나갔다.
‘석판이 날 거부해?’
계속되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는 여관 주인.
그런 여관 주인 앞에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 시험에 관한 모든 접근이 차단되었습니다.
- 시험에 간섭할 수 없습니다.
- 시험을 관측할 수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어떻게 되는 거지?’
시험 바뀐다는 알림과 함께 나타난 빛 덩어리가 나타난 지 10분.......
그 사이 시험장은 어떠한 안내 없이 침묵만이 감돌았다.
계속되는 침묵에 경계가 느슨해질 쯤 거대한 빛 덩어리에서 뛰쳐나오는 무언가.
반사적으로 단검을 앞으로 내밀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무언가는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날 후려쳤다.
퍼억!
“커억!”
‘뭐 이런 힘이.......!’
콰앙!
난 그 힘에 속절없이 날아가 나무에 부딪쳤다.
나는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녀석을 바라봤다.
다행히 첫 공격 후 가만히 있는 녀석.
덕분에 난 녀석이 어찌 생겼는지 볼 수 있었다.
‘저건 뭐지?’
난 예상치 못한 상대에 당황했다.
여태까지의 상대가 동물이었기에 동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칠흑 같은 몸.
그와 같은 색의 복장.
상대는 인간이었다.
아니 저걸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상대를 확인하자 떠오르는 시스템 알림.
- 시험 변경 완료.
- 상대는 히든 보스(Hidden Boss) ‘그림자 인간’입니다.
- 제한 시간은 1시간.
- 1시간 이내에 ‘그림자 인간’을 쓰러트리지 못할 시 시험에서 탈락합니다.
- 곧 시험을 재개 합니다. 10, 9, 8, 7.......
뭐? 또 다른 자신?
난 시스템 알림에 놀랐다.
또 다른 자신이라니.......
‘그러고 보니.......’
나는 그 소리 듣고 녀석을 살피자 형체와 이목구비가 나와 닮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딱 내 캐릭터에 먹물을 뒤집어씌운 모습이네.’
내가 녀석의 모습을 확인하는 사이 카운트가 모두 끝났다.
- 3, 2, 1 시험을 재개합니다.
시험을 재개한다는 시스템 알림과 함께 달려드는 녀석.
녀석이 달려들자 나도 단검을 들고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단검을 들고 달려들자 마찬가지로 검은 단검을 생성해내는 녀석.
녀석의 단검과 내 단검이 부딪쳤다.
챙! 챙! 챙! 챙! 채앵!
순식간에 이루어진 짧은 공방.
난 녀석과 검을 나눠보고는 놀랐다.
‘어떻게 나랑 같지?’
그 이유는 녀석의 움직임이 나랑 같기 때문에.
아니, 단순히 움직임만 같은 게 아니다.
녀석은 내가 힘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타이밍마저 같았다.
거울 속 자신과 싸우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점점 떨어져가는 체력.
그에 비해 녀석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쌩쌩했다.
이대로라면 패배는 기정사실.
설상가상으로 남은 시간도 30분미만.
난 변화를 주기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소용없는 녀석.
녀석의 주먹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몸을 뒤로 내빼보지만.......
퍼억!
콰앙!
“크윽!”
결국 녀석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저걸 어떻게 쓰러트리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녀석을 쓰러트릴 궁리를 했다.
그 때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
- 일정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히든 보스(Hidden Boss)의 정보가 일부 공개 됩니다.
뭐?
시스템 알림이 끝남과 동시에 알림 창 하나가 나타났다.
「 그림자 마수
그림자에서 탄생하는 마수.
탄생 시 숙주가 된 자의 능력을 가지고 탄생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숙주를 죽이고 숙주 자체가 된다.
- 시험장의 제한으로 인해 시험자의 여태까지의 능력을 바탕으로 탄생. 」
눈앞에 떠오른 그림자 마수의 정보.
난 그 중 한 부분에 유독 눈이 갔다.
‘시험자의 여태까지의 능력을 바탕으로 탄생이라.’
그 사이 녀석이 단검을 찔러 들어왔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인 속도.
난 녀석의 공격을 흘리고는 그대로 들이박았다.
콰앙!
이번에는 녀석이 날아가 나무에 쳐 박혔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미소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였어.’
아까 전 공격은 여태껏 녀석이 보여준 움직임이라면 분명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하지만 녀석은 대응하지 못했다.
그건 바로 녀석이 이전까지의 내 움직임만을 알고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그건 바로 녀석의 정보를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바로 이것.
‘시험장의 제한으로 인해 시험자의 여태까지의 능력을 바탕으로 탄생.’
바로 이것이다.
난 이 정보를 보고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1단계부터 9단계까지의 나의 움직임과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란 가능성.
그래서 난 여태껏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돌진을 시도해봤다.
결과는 대성공.
이걸로 가능성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녀석은 1단계부터 9단계까지의 나를 카피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싸우면 된다는 거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팔찌를 풀었다.
띠링!
- ‘수련의 팔찌’를 해제하셨습니다.
- 봉인이 해제됩니다.
- 능력치 제한이 모두 해제됩니다.
팔찌를 풀어냄과 동시에 들리는 시스템 알림.
그와 동시에 난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풀어낸 팔찌는 ‘수련의 팔찌’
여명의 여관을 찾기 전 연무장에 붙들려 수련하고 얻은 아이템이다.
「 수련의 팔찌
능력을 제한하지만 그만큼 수련을 도와주는 팔찌.
효과: 능력치 제한 50%, 수련에 의한 능력치 증가 가능성 10%
제한: 사용(2/3) 후 파괴. 」
단순한 설명.
그렇지만 효과만큼은 단순하지 않았다.
능력치를 50% 제한하지만 수련에 의한 능력치 증가 가능성을 10% 상승.
이건 고 레벨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아이템이다.
안타까운 건 3번 사용하면 파괴라는 점.
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시험 중에도 팔찌를 계속 끼고 있었다.
하지만 저 녀석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난 팔찌를 풀었다.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니까.
잠시 후 몸을 추스른 녀석이 다시 덤벼들었다.
퍼억!
내 손에 잡힌 녀석의 주먹.
능력치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녀석의 움직임이 훤하게 보였다.
난 붙잡힌 녀석의 턱에 어퍼컷을 꽂아 넣었다.
하늘 위로 떠오른 녀석.
그와 동시에 떠오른 시스템 알림.
띠링!
- 남은 시간은 10분.
- 10분 안에 히든 보스(Hidden Boss) 처치 실패 시 시험에서 탈락합니다.
‘쳇!’
난 여태껏 당한 걸 돌려주고 싶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곧바로 끝장내기로 했다.
나는 땅을 가볍게 박차고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녀석의 위에 도착.
난 단검을 바로 쥐고 녀석의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서걱!
내가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녀석의 몸이 세로로 이등분 되어 갈라졌다.
- 그림자 마수를 처치 하셨습니다.
- 10단계를 통과하셨습니다.
- 모든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녀석을 이등분하자 시험을 통과했다는 시스템 알림.
휴 이게 마지막이라 다행이다.
난 이제 어떻게 되나 두리번거리는데 녀석의 시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뭐지?’
나는 다가가 그 반짝이는 걸 들어보았다.
한 손에 잡히는 평평한 마름모 모양의 결정.
띠링!
- ‘숨겨진 시험의 증표’를 획득하셨습니다.
- ‘숨겨진 시험의 증표’를 시험 감독관에게 제출 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곧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됩니다.
결정을 손에 쥐자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
잠시 후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빛이 시야가득 차올랐다.
◆
“오 돌아왔는가?”
난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느새 감긴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시험장으로 이동되기 전에 있던 지하 공동과 날 엿 먹인 여관 주인의 모습.
난 여관 주인을 보자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응? 괜찮은가?”
그런 날 보고 안부를 묻는 여관 주인.
난 얼른 표정을 풀며 답했다.
“아 괜찮습니다.”
‘아직 보상도 못 받았으니 참자 참어. 릴렉스, 릴렉스.’
난 속으로 화를 가라앉히고는 아까 그림자 마수에게서 얻은 숨겨진 시험의 증표를 건네주었다.
“응? 이게 뭔가?”
증표를 전혀 못 알아보는 여관 주인.
이 사람 진짜 시험 감독관 맞아?
난 우선 시험장에서 들은 시스템 알림대로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그게 증표라더군요. 그걸 제출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하던데요?”
“응? 이게 말인가? 내가 알던 증표와는 다르게 생겼구먼? 잠시만 기다려보게.”
잠시 기다려 달라며 증표를 들고 석판으로 가는 여관 주인.
여관 주인은 증표를 석판에 댔다.
그러자 석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것이 허공에서 글씨를 이루었다.
하지만 난 전혀 읽을 수 없는 문자.
여관 주인은 읽을 수 있는지 눈이 빠르게 문자를 훑어갔다.
“이,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