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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저승 암행어사전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4.2

가온은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는 20세 대학생. 그런데 심부름센터에서 하는 일들이 뭔가 이상하다. 변기에 머리가 낀 귀신의 머리를 빼주거나, 망태할아버지의 찢어진 망태자루 수선해주기, 처녀귀신 엉킨머리 풀어주기, 콩콩귀신 머리 스프링 갈아주기... 폼 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일을 시작한 거였는 데! 저승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암행어사이야기! <<작가메일 : vento312@naver.com>>

 
2. 혹부리 할아버지 (1)
작성일 : 17-04-05 11:51     조회 : 432     추천 : 2     분량 : 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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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은 지금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절대 가지 않을 거라며 호기롭게 뛰쳐나왔는데 왜 지금 노래방에서 전등을 갈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가온은 툴툴거리며 노래방 전등을 하나하나 갈아 끼우기 시작했다.

 

  “내가 눈이 침침혀서 그런 걸 잘 못하거든.”

 

  손을 가늘게 떨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가온은 묵묵히 전등을 빼고 끼우기를 반복했다. 아직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노래방을 찾는 연령대는 다양했다. 개교기념일인지 학교를 땡땡이치고 나온 것인지 모를 어린 학생들부터 별 내색하지 않으며 트로트를 열창하는 어르신들까지.

  가온은 마지막 전구를 갈아 끼우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불이 잘 들어오는 지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그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비용을 받았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열악한 환경의 ‘치킨 런’에게는 꼭 필요한 자금이었다.

 

  “여기는 가온. 전구 갈아 끼우기 끝났습니다.”

 

  보고를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도 폼 나는 일이 아닌 전구 갈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헤븐 워치’에서 팀장이 무어라 답을 하기도 전에 가온은 신경질 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이것들 하나씩 먹어.”

 

  “감사합니다.”

 

  야쿠르트를 받아든 가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아버지가 준 야쿠르트는 두 개였다. 분명 할아버지 눈에 승후는 보이지 않을 텐데? 당황하여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온의 모습에 할아버지는 그저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노래방을 나와 여지껏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을 지키던 승후에게 야쿠르트를 하나 넘긴 가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니가 보이셨나봐.”

 

  “그러게.”

 

  승후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 그를 보다니... 여태 한 명도 그를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간혹 할아버지처럼 자신을 본 사람들도 있었다. 가온은 승후가 야쿠르트를 만지작거리자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야쿠르트를 원샷했다. 분명 이 곳에 존재하는데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는 헤아리지도 못할, 이해하지도 못할 그럴 기분인 것을 알기에 그는 승후가 자그마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그래도 용케 의뢰를 받았네.”

 

  승후의 말에 가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게나 말이야.”

 

  분명 그는 받을 생각이 없었다. 팀장이 눈물, 콧물 빼가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눈, 코, 입에서 온갖 물을 흘려대며 길거리에서 엉겨 붙는 바람에 그는 두 손, 두 발 모두 들을 수밖에 없었다.

 

  “사직서를 내야하는데...”

 

  ‘처음부터 낚인 게 잘못이었어.’라며 가온은 이를 갈았다. 폼 나는 일이라는 말에 혹하지만 않았어도 취업난에 허덕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에 혹하지만 않았어도... 이 일을 하겠다 승낙한 과거의 자신에게 실컷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가온은 걷기 시작했다. 승후는 그런 가온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원래라면 나랑 동갑이랬지?”

 

  “너보다 키가 더 컸을 지도 모르지.”

 

  가온의 말에 승후가 장난스레 말했다. 17세의 꽃다운 나이에 죽지 않았다면 그는 가온과 똑같이 스무 살이었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죽은 영혼이니까.

 

  “매일 나를 따라다니는 게 지겹지 않아? 암행어사는 원래 혼자 다니잖아. 쌍둥이는 둘이서 세트라면서 우기고 있는 거고.”

 

  “너를 따라다니는 게 재미있거든. 원래 귀신은 사람한테 붙는 거라잖아?”

 

  “아... 그러지마. 오한이 들려고 그래.”

 

  가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승후의 말이 왠지 괜히 진담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보고도 해야 하고 의뢰비 받은 것도 줘야 하니까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겠지?”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는 가온의 모습에 승후는 픽-하고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가온의 표정이 꼭 떼쓰는 어린아이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하지 않아?”

 

  “너 혼자가면 안 될까? 어차피 가봤자 그 팀장 놈팡이랑 또 싸울텐데.”

 

  “이제 그만 단념하는 건 어때?”

 

  “아니, 단념하지 않을 거야. 이런 비생산적인 일은 더 이상 사양이야. 이번에 가면 이 사직서를 꼭 낼 거야!”

 

  가온은 늘 상 품안에 넣고 다니는 사직서 봉투를 내보였다. 승후는 그런 가온의 모습에 손을 이마에 얹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저 사직서를 보는 것은 벌써 서른 번이 넘었다. 매번 사직서를 내지 못한 것이 아니다. 사직서는 늘 상 팀장에게 내보였다. 책상에 놓고 오기도 하고 면전에 집어 던지기도 했으며 무단결근을 하고 퀵으로 보내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귀본능이라도 갖고 있는 것인지 꾸준하게 돌아오는 사직서에 지칠 법도 하건만 가온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사직서를 다시금 제출했다.

 

  “이번에야 말고 성공하고 말리라.”

 

  “너도 팀장님도 진짜 징하다. 매번 질리지도 않아?”

 

  “무단결근하면 집까지 찾아와서 질질 짠단 말이야. 그냥 사직서를 쥐어주고 며칠만이라도 조용히 지나는 게 좋거든.”

 

  눈을 빛내며 말하는 가온에게 승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보니 가온은 사직서를 내고나서 사직서가 돌아오기까지의 그 짧은 휴식을 원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사직서 수리를 외치더니 짧은 휴식에 만족하는 가온의 모습에 승후는 사람의 꿈이 어떻게 작아지는 가에 대해 밀접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한 번씩 사직서를 내 봐. 3년 동안 너는 한 번도 못 쉬었잖아?”

 

  “나는 너랑 다르게 죽은 몸이라서 팀장님이 더 갈구거든.”

 

  “설마 내 본 거야?”

 

  가온의 물음에 승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라고 사직서를 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도 사직서를 냈었다.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내보았다. 사실 승후가 낸 사직서는 가온이 냈던 그 수많은 사직서들보다 그 양이 많았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낼 때마다 넌 휴가를 줬겠지만 나는 낼 때마다 나한테 찾아왔거든. 낸 그 당일 날.”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어대는데 못 봐주겠더라.’라며 승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제 팀장한테 두 손, 두 발 모두 든 상태였다. 이 이상은 상대할 수 없다며 승후는 도리질을 치었다. 그 때, 두 사람의 헤븐 워치가 요란하게 울렸다. 불안이 엄습하는 가운데 가온과 승후는 이 모든 내용을 설마하니 팀장이 듣지는 않았겠지라며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네, 말씀하십시오.”

 

  가온이 조심스럽게 헤븐 워치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인지 받자마자 시끄럽게 떠들어대야 할 팀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초 정도의 침묵이 흐르고 가온이 다시금 입을 떼려하는 데 팀장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사 유가온, 노승후 출두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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