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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벽력왕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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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빠른 천궁과 번개의 힘'을 얻은 차가운 사내 무영.
천하제일 미녀이며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이기도 한 왈가닥 빙령.
그들이 펼치는 호쾌한 강호진출기가 시작된다

 
25 화
작성일 : 16-07-20 14:05     조회 : 596     추천 : 0     분량 : 8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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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영과 대두가 해후를 하는 짧은 순간 동안에, 비상 타종 소리를 들은 만검궁의 전 궁도가 연무장으로 몰려들었다.

 무영의 화려한 등장에 잠시간 긴장감을 드러냈던 옥면공자는 그제야 여유를 회복하고는 입가에 웃음을 걸쳤다.

 만검궁의 장로들과 호법, 당주 등의 수뇌부와 중간간부들까지 모두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한 옥면공자는 뒷짐을 지며 어깨를 폈다.

 “놈! 네 놈은 누구인데 감히 본궁의 담을 무너뜨리고 들어오는 것이냐?”

 큰 고함.

 당당한 자신감이 한껏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무영은 대두의 손을 잡은 채 대꾸하지 않았다. 대두 역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눈물만 흘려대다가 입을 열었다.

 “형님, 수련은…… 무사히 마친 거요?”

 끄덕끄덕.

 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두의, 상의 앞부분의 벌어진 틈으로 많은 상처들과 시퍼런 멍들이 보였다. 그것이 더욱 무영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다.

 “히히히, 난 형님이 오 년 안에 올 줄 알았어요. 형님은 적어도 나한테는 거짓말 한 적이 없으니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요.”

 “다행이긴……. 더 빨리 왔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 고생이…… 참 많았나 보구나.”

 “고생은 뭘. 형님이 더 심했겠지. 근데, 형님도 그때 그 할아버지처럼 강해진 거요?”

 “궁금하냐?”

 “히히히, 그 할아버지처럼 오 년 만에 강해지는 거, 말도 안 된다는 것쯤은 무식한 나도 아오. 이 무공이란 게 무척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형님! 나도 엄청 강해졌소. 선녀님도 많이 도와주고 그래서…… 그때의 대두가 아니란 말이오. 히히히.”

 “그러냐? 녀석. 후후후.”

 무영은 억지로 웃으려고 했다. 대두가 자신에게 밝게 웃으며 말하는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슬픈 웃음이었다.

 “이젠 형님도 왔으니까…… 가요. 선녀님이 오려면 아직 이 년은 더 있어야 해요. 오 년 동안 폐관수련인가 그거 들어가서……. 이 년 뒤에 다시 와요.”

 “…….”

 무영은 대답 없이 허공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대두는 자신이 빙령을 싫어할까봐 변호해 주고 있었고, 자신이 이들에게 다칠까봐 나가자고 하고 있었다.

 머리를 잘 굴리는 대두가 아니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말을 돌려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함임을 눈치 빠른 무영이 모를 리 없었다.

 “……!”

 무영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거리가 십여 장은 되는 곳에 세워진 오 층 전각.

 그 최상위 층의 창가를 무영은 쏘아보았다.

 

 “음…….”

 검후 이화영은 낮은 신음성을 뱉었다. 무영의 등장으로 인해 아주 잠시, 자신도 모르게 몸의 기운을 흘렸다. 그런데 저 청년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파악한 것이다.

 호랑이가 자신의 영역 안에 다른 호랑이가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그것을 눈치 채는 것과도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그건 동물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할 지도…….”

 이화영의 음성이 떨렸다. 그 말에 수석호법은 숨을 들이키며 눈을 치켜떠야 했다.

 

 “놈! 내가 묻지 않았느냐? 넌 뭐하는 놈이냐고?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본궁의 담을 부수고 들어온 게냐?”

 옥면공자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무영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일단 대두와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고 강한 실력을 가진 놈이란 것은 그의 등장과 지금까지의 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건방졌다.

 죽으려고 작심하지 않은 이상 이리 무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감히 본궁의 담벼락을 부수고 들어오다니! 또한 자신의 말을 계속 무시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영의 시선이 밑으로 내려와,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옥면공자에게 옮겨졌다. 무영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동자가 옥면공자의 눈을 매섭게 직시했다.

 옥면공자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의 눈빛이 저렇게 차가울 수도 있다는 것을 옥면공자는 태어나 처음 알았다.

 스윽.

 옥면공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무영의 눈을 피했다. 그러자 무영이 대두의 손을 놓고는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고무영이라 합니다. 대두의 의형이고.”

 무영은 씩 웃었다. 약간 두툼해 보이는 그의 입술이 열리고 하얀 치아가 살짝 드러났다.

 입꼬리가 말리는 차가운 미소.

 무영의 동작은 포권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옥면공자의 얼굴을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

 옥면공자를 비롯한 모든 만검궁도의 얼굴에 황당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등장할 때는 그렇게 살벌하게 나타나더니, 지금은 흠잡을 데 없는 정중한 모습 아닌가? 비록 차가운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변화의 이유를 가장 먼저 눈치 챈 이는 옥면공자였다.

 무영은 완전히 포위된 상태였다.

 그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 그때는 가장 하급무사들 오십여 명이 아침 수련을 받을 때였다.

 그러나 비상을 알리는 타종이 있고 나서 정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니 놈이 내심 겁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저희 대두를 맡아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비록 수련과정이 거친 것 같지만, 대두가 잘 되라고 그런 것이겠지요.”

 무영이 또 다시 옥면공자에게 포권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의 눈은 옥면공자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동작만 그에게 취할 뿐, 눈은 주변을 훑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옥면공자는 자신의 추측이 옳다는 것을 확신하며 거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이놈 봐라. 겁 대가리를 상실한 놈이긴 한데, 그래도 완전히 미친 건 아니구나. 크크크, 하지만 말이다. 네 놈은 씻을 수 없는 무례를 저질렀다. 감히 본궁의 담을 부수고 들어와? 여기가 너 같은 촌부가 힘자랑이나 하는 곳 인줄 알았느냐?”

 “그 점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동생을 보게 됐는데, 너무 수련이 과한 것 같아서……, 제가 순간의 분기를 참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동생을 보살펴주신 비용과 담 수리비 그리고 저의 무례함에 대한 사과라고 하기엔 좀 적지만…….”

 무영이 소매 안을 뒤적거리다가 두툼한 전표를 꺼내 들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액수가 엄청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두툼한 전표 뭉치에 사람들의 눈이 쏠렸다.

 자고로 돈은 귀신도 부린다고 했다. 귀신도 그러할 진데 산 사람이 어찌 돈을 싫어하겠는가?

 옥면공자의 눈에 탐욕스런 빛이 일렁였고, 광소가 터져 나왔다. 어차피 대두 저놈은 내쫓을 놈이 아니었던가.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었다.

 “하하하핫! 형만 한 아우가 없다더니……. 네 녀석은 그래도 영 바보는 아니구나. 크크크.”

 옥면공자의 음성이 거침없이 쩌렁쩌렁 연무장을 울렸다. 그러나 그의 바로 뒤에 있는 총관은 불안한 기색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아니었다. 저자는 절정의 고수임에 틀림이 없었다.

 저자가 말을 타고 이곳으로 올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딱 한가지였다.

 자신과 말의 기운은 물론이거니와 말발굽 소리까지 차단하는 기막(氣幕)을 펼쳤단 뜻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기운 그리고 소리까지 막는 기막을 펼친다는 것은 총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아직 상상하기조차 힘든 경지였다.

 그래도 총관은 만검궁의 무공 서열 십위에 속하는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총관은 등줄기로 흐르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저자는 불과 한 명이다. 한 명일 뿐이다. 그렇게 자위하며 주변의 장로들과 많은 수하들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만약 저자가 궁주님과 동등한 수준의 실력자라면 많은 숫자도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는 마음대로 자신들을 짓밟다가 지치면 도망가면 될 것이다. 그렇게 강한 자를 누가 뒤쫓을 수가 있겠는가?

 “……!”

 총관의 눈에 대두가 들어왔다. 지친 기색으로 무영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대두가.

 ‘서, 설마…….’

 총관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나오지가 않았다.

 무영은 전표를 바치기 위해 바로 지척까지 접근해 있었다. 옥면공자도 본능적으로 꺼림칙함을 느꼈을까? 옆에 있던 무공교두에게 대신 그 전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터였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는 것이 문제였다.

 “대, 대공자님!”

 총관의 입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졌다.

 전표 하나에 ‘은자 백 냥’이라고 쓰여 있는 엄청난 뭉텅이의 전표. 그것에 침을 삼키고 있던 옥면공자의 고개가 순간 총관을 향해 뒤로 돌아갔다.

 동시에 무영의 눈에 스치는 차가운 눈빛.

 샤아아악. 퍽.

 무영을 경계하며 전표를 받아들려던 무공교두의 눈이 커졌다.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가슴에 무영의 발이 박혀들어 있었다.

 “컥!”

 짧은 단말마를 터트리며 주저앉는 무공교두.

 그러나 그가 허물어지기도 전에 무영의 몸은 옥면공자의 바로 앞에 다가들어 있었다.

 “이익!”

 옥면공자의 입에서 기겁성이 터졌다. 총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교두의 비명에 다시 앞을 보았다.

 그의 눈앞에 쇳덩이처럼 단단해 보이는 주먹이 들어오고 있었다.

 파아아아.

 옥면공자는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바람일 뿐이었다.

 퍼억.

 무영의 주먹이 옥면공자의 얼굴 정중앙을 찍었다. 옥면공자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충격을 받았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오히려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몸이 뒤로 쓰러지려는 순간, 무영의 다른 손이 그의 상의를 잡아채고는 앞으로 당겼다.

 결국 옥면공자는 쓰러지지도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져야 했다.

 계속해서 쓰러지는 그의 배로 무영의 무릎이 들어왔다.

 퍼억.

 “꾸륵.”

 옥면공자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터졌다. 그의 상체가 다시 들려지는 순간, 무영의 팔꿈치가 등을 찍어 내렸다.

 콰직.

 옥면공자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목에서 호흡이 걸려 턱턱 막혀왔다.

 파라라라라.

 무영의 신형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원을 그렸다. 주변에 있다가 경악한 만검궁도들이 달려들려다가 쏟아지는 기세에 놀라 주춤하며 물러섰다.

 무영의 돌려차기는 단순한 선풍각(仙風却)이 아니었다. 그의 발에서 경력이 쏟아져 나오며, 강한 강류(强流)가 달려드는 이들을 덮쳐나갔던 것이다.

 “크으으윽.”

 “커흑.”

 만검궁도들이 팔을 들어 쏘아져 들어오는 기운을 막으며 신음을 뱉었다.

 총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기엔 너무나 강력한 기운이었던 것이다.

 “맙소사!”

 서너 걸음을 주르륵 밀린 총관이 상체를 가렸던 팔을 풀며 허탈한 듯 입을 벌렸다.

 무영이, 쓰러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옥면공자의 머리를 잡고는 질질 끌면서 대두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모두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대공자가 잡혀버린 터라 달려들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아…….”

 총관은 탄식했다.

 저 청년은 자신의 예상대로 무서운 고수였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냉정하고 교활하기까지 하다는 점이었다.

 정면충돌을 했다가 대두가 인질로 잡히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길 것까지 이미 염두에 두고 한 행동이었다.

 그러기에 죽이고 싶은 대공자에게 허리까지 숙이며 깍듯이 공대를 했던 것이다.

 “이젠 방법이 없다. 저자를 막을 사람은 궁주님밖에는…….”

 총관이 생각한 무영의 행동에 대한 추측은 거의 맞았다. 그러나 한 가지 틀린 점이 있었다.

 무영은 사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을 무시하고 모두 박살 내려고 했다.

 그러나 검후 이화영의 존재를 눈치 채고는 급히 방법을 바꾼 것이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 층 전각에 있는 인물이 보통 고수가 아니란 것을 무영은 깨달았다. 그러니 대두의 신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차별적인 난타전이 되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저 인물이 이곳에 합류하면 대두를 보호하며 싸우는 것이 매우 불리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혀, 형님!”

 대두는 자신의 눈을 비비며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무영은 차가운 얼굴로 옥면공자를 내려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만검궁의 연무장에 어색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무영의 무위를 본 만검궁도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저자라면 이미 전의를 상실한 대공자를 순식간에 죽일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달려들 수조차 없었다.

 물론 대공자를 좋아하는 만검궁도들의 숫자는 적었다. 하지만 그것과 지금의 경우는 달랐다.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궁(宮)의 문제였다.

 만검궁의 장로도 총관도, 외당주와 내당주도, 호법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어찌해야 할지 눈으로 물었다. 그러나 답이 없어서 서로 고개만 흔들 뿐이었다.

 “형님! 어쩌시려고요?”

 고요한 침묵을 깬 건 대두였다.

 대두 역시 무영의 무위에 놀랐지만, 걱정부터 들었다. 상대는 너무 많았다.

 무영이 이렇게까지 한 이상 자신들을 결코 쉽게 보내주지 않을 것이기에.

 “그걸 고민 중이다.”

 “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놈에게 가장 무서운 지옥을 선물해 줄지. 사지를 뽑아 죽일 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팰 지.”

 “……!”

 만검궁도들의 얼굴이 모두 흙빛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것은 무영의 단단한 손에 머리채를 잡혀 있는 옥면공자였다.

 “으으. 이, 이보시오. 뭐, 뭔가 오해가…….”

 퍼억.

 머리를 흔들며 더듬거리는 옥면공자의 입에 무영의 금강저가 박혀들어 갔다가 나왔다.

 “꺽!”

 숨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옥면공자의 고개가 밑으로 떨궈졌다.

 우수수수~.

 그의 부러진 이빨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무영은 고통에 진저리를 치면서 ‘컥컥’거리는 옥면공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넌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 내 앞에서는 말할 생각을 하지 마라.”

 “나, 나아는…….”

 옥면공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살아야 했다. 빌어서라도 살아야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양손으로 빌며 용서를 빌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서운 묵빛 몽둥이였다.

 퍼억.

 “꺼억.”

 “내 앞에서 말하지 말라고 했다.”

 “…….”

 “한 가지 약속하지. 대두가 삼 년간 받았던 걸…… 오늘 하루에 갚아주지. 난, 절대로 일을 뒤로 미루거나 질질 끄는 사람이 아니거든.”

 “……!”

 무영의 서늘한 말에 옥면공자뿐만 아니라, 전 만검궁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사나운 귀신인 야차(夜叉)가 있다면 저러할까? 아니, 지옥의 야차도 저자보다는 나을 것이리라.

 무영이란 자.

 저자와 원수가 된다면 차라리 스스로 자살하는 게 나을 것이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무영은 싸늘한 눈길을 들어 두려움과 긴장의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만검궁도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을 철저히 방관한 죄 역시 묻겠다. 이런 잔인한 상황이 삼 년간이나 지속되어 왔는데도 방치한 죄. 기대해도 좋다. 너희들이나 이놈이나 오십보백보의 차이니까.”

 무영의 목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이는 고개를 떨군 채 한숨을 쉬었고, 어떤 이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쇄애액.

 그때, 헉헉거리며 축 늘어졌던 옥면공자의 신형이 움직이며 그의 양팔이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는 무영에게 향했다. 그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대두가 눈을 치켜떴지만 무영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홰액.

 머리를 잡고 있는 무영의 손이 뒤로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옥면공자의 몸도 뒤로 갈 수밖에 없었고, 주먹도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좋아. 아직 반발할 힘이 남아있다는 거지?”

 퍽, 퍽퍽퍽퍽퍽…….

 금강저가 옥면공자의 전신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시작해서 얼굴과 팔, 가슴을 지나 배와 다리까지.

 처음엔 비명을 지르던 옥면공자는 결국 입만 쩍 벌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아픈가? 고통스러운가? 자신이 하면 재밌고, 당하면 싫은가?”

 퍽!

 수십여 차례의 매질 끝에 명치끝에 박혀든 금강저.

 옥면공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직 기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영은 일부러 사혈(死穴)이나 뼈 같은 곳은 손대지 않고 있었다. 쉽게 끝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그러면서도 무영은 오 층 전각에서 자신을 계속 뚫어지게 보고 있는 존재가 성가셨다. 지금까지 구경만 하고 있다면……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건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무영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러나 곧 무영은 피식 웃었다.

 중요한 건, 이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놈이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최악의 상황엔 이자를 인질로 잡고 후퇴하면 그 뿐.

 무영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옥면공자를 노려보다가 머리채를 놓았다. 그러자 옥면공자의 몸이 바닥으로 털썩 허물어졌다.

 “으으으…….”

 그의 눈이 완전히 풀려있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엄살 떨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더군다나 나에게 자비 같은 것은 기대도 하지 마라. 네가 그동안 저지른 것을 갚기엔…….”

 무영이 서릿발같이 차갑게 말하다가 문득 멈췄다. 그의 고개가 자신이 부수고 들어온 담으로 향했다.

 주먹을 부르르 떨며 인상을 쓰고 있던 만검궁도들도 의아한 시선으로 무영의 눈길을 쫓았다.

 “……!”

 사람들의 눈이 커져갔다.

 무너진 담으로 들어오는 인영.

 “소궁주님을 뵙습니다.”

 총관이 깜짝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많은 궁도들이 따라 외치며 부복했다.

 “소궁주님을 뵙습니다!”

 소검후 빙령이었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연무장을 훑어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뒤를 따르는 신신 파파역시 입을 쩍 벌리고 미간을 잔뜩 구긴 표정이었다.

 “무영…….”

 빙령은 자신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무영을 마주 보며 이 장거리 앞에서 멈췄다. 무영은 그녀를 보면서 차갑게 웃었다.

 “크크큭, 오랜만이군. 계집.”

 빙령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벽력왕 2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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