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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벽력왕
작가 : 강호풍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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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빠른 천궁과 번개의 힘'을 얻은 차가운 사내 무영.
천하제일 미녀이며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이기도 한 왈가닥 빙령.
그들이 펼치는 호쾌한 강호진출기가 시작된다

 
18 화
작성일 : 16-07-20 13:58     조회 : 549     추천 : 0     분량 : 8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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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땅거미가 길게 늘어지는 시간.

 동정호의 물결은 노을을 안고 출렁였다.

 잔잔히 부서지는 붉은빛의 향연.

 문사복을 입고 있는 한 청년이,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서 그런 동정호를 눈에 담고 있었다.

 “아버지, 도대체 왜 목숨을 끊으신 건지요? 무엇이 당신께서 자살을 할 만큼 힘들게 한 건가요? 도대체 어떤 자가…….”

 슬픔에 겨운 음성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눈, 오뚝 솟은 콧날, 그리고 붉은 입술이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정말 눈이 튀어나올 듯한 절세 미남이었다. 지나가던 여인이 있어 이 청년을 보면 며칠간은 상사병에 시달려야 하리라.

 청년은 점점 더 붉어지는 하늘과 동정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신발을 벗어들고는 자신의 옆으로 치웠다.

 “아버지, 떨리지 않으셨나요? 무섭지 않으셨나요? 이 높은 곳에서 목숨을 던지실 때, 제 생각은 나지 않으셨나요?”

 툭!

 떨어지는 눈물.

 청년은 울음성이 터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절벽가를 향해서 천천히 다가섰다. 아버지도 이렇게 절벽을 향해 나아갔으리라.

 청년은 그 당시 느꼈을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숨이 턱턱 막혔다. 자신은 이렇게 재현해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매사에 낙천적이어서 항상 웃음을 입가에 달고 사셨던 아버지는 왜 이 절벽 위를 혼자서 걸어가야 했을까?

 확실한 것은 돌아가시기 일 년 전부터 아버지는 웃음을 잃고 늘 근심 속에서 사셨다는 점이었다. 그때 이유를 자세히 캐묻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한이 되는 청년이었다.

 “자살할 건가?”

 청년은 등 뒤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음성에 흠칫하며 멈췄다.

 휘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청년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청년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하며 다시 발걸음을 앞으로 떼었다.

 지금 이 시간에, 이렇게 한적한 곳에 사람이 올 리가 없었다.

 “야! 죽으려는 거냐고?”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음성.

 청년은 그제야 환청이 아님을 깨닫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곳엔…… 거지가 하나 있었다.

 누더기가 아니라 걸레를 걸치고 있는 거지.

 머리카락이 얼굴의 칠 할을 가리고 있어서 외모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거지! 넌 뭐냐?”

 청년은 짜증이 밀려왔다.

 아버지가 자살한 때의 심정을 느끼고 싶었다.

 벌써 돌아가신 지 일 년 반.

 백방으로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흉을 찾고 있었지만 허사였다. 그렇기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한 것인데…….

 그런데 어디서 저런 천둥벌거숭이가 튀어나와서 산통을 깨는 것인가?

 “착각하고 있군. 난 말리려는 것이 아니야.”

 괴인 거지는 싸늘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죽으려 하면 말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그래? 그럼 날 훼방하지 말고 어서 꺼져라.”

 “말이 험하군. 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양심의 가책이 좀 덜해지지. 후후후…….”

 거지는 성큼성큼 청년에게 다가들었다. 청년은 호통을 치려다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드러나는 안광을 보고는 숨을 들이켰다.

 싸늘하다.

 어찌나 차가운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아날 정도였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청년은 그로 인해 호통 칠 때를 놓쳤다.

 “젠장 너무 작군. 무슨 놈의 발이 이렇게 작아!”

 거지는 청년이 벗어둔 신발을 내려 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뭐하는 거냐?”

 청년은 어이가 없어졌다.

 무슨 이런 놈이 다 있단 말인가? 죽으려는 사람을 말리지 않는 이유가 설마 신발을 훔치기 위해서란 말인가?

 “보면 몰라. 내 것이 낡아서 혹시나 한 거지.”

 “……!”

 “가지고 있는 은자는 없나? 내가 빈털터리라서…….”

 “허!”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토했다. 아무리 거지라지만 이 정도 되면 날강도가 아닌가?

 “음……. 옷도 벗어 봐. 작겠지만 몇 군데를 손보면 될 거야. 적어도 내 옷보다는 낫겠지.”

 “뭐?”

 청년은 머리가 멍해졌다. 너무나 몰상식한 거지의 말로 인해 현실감이 무뎌졌다.

 “어차피 죽을 것 아닌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지. 죽기 전에 인심이나 쓰란 말이다.”

 “……!”

 청년은 대꾸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고 불렸다. 사서삼경을 열한 살 때 줄줄 외울 정도였으니 말하면 무엇 하랴?

 그의 나이 약관에 이르렀을 때, 가족에게 말했다.

 “이젠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배워야겠습니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던 서책들을 불살랐던 청년이었다. 그런 청년에게 눈앞의 거지는 심각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많은 책을 보았고, 많은 사람을 보았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이런 인간은 세상에 다시없으리라.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은자를 내놓으라 하고 옷까지 벗으라니!

 “미친 거지로구나!”

 청년은 주먹을 움켜쥐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기마세(騎馬勢)였다. 거지는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눈을 빛냈다.

 “강하지는 않지만, 기초는 제대로 배웠군.”

 “뭐라?”

 청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단지 동작하나만 보고 자신을 정확히 판단한단 말인가?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넌 곧 자살하려는 놈이고, 그러니 거추장스러운 것은 필요 없다는 거야.”

 “뭐?”

 휘익!

 청년의 눈이 커졌다. 거지의 몸이 흔들리는 듯싶었는데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는 것이다.

 타타타타탁.

 거지의 양 손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자신의 몸, 어딘가를 찍었다. 도대체 어떻게 손써 볼 틈도 없었다. 청년은 너무 놀라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입에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혈도를 짚었다.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주면 서로 간에 편했을 텐데. 저승에 옷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거지는 냉막한 어조로 말하며 청년의 옷을 풀어나갔다. 그러나 곧 분주하던 거지의 손이 멈추고 말았다.

 “젠장!”

 거지는 무영이었다. 그는 당황스러워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청년은 여인이었던 것이다.

 남장여인.

 풀어헤쳐진 상의 사이로 드러난 꽁꽁 묶여있는 가슴 가리개.

 무영은 잠시 동안 멈춰 있다가 남장여인의 아혈을 해혈시켰다.

 “여자라고 왜 말 안 했지?”

 “이이! 개자식! 널 죽여 버리고 말겠어.”

 “왜 남장은 해가지고.”

 “이 나쁜 자식! 말미잘에다가 두꺼비를 합한 놈 같으니라고! 내가 너를 삶아서…….”

 남장여인의 욕설이 길게 흘러나왔다.

 무영의 얼굴에 고뇌의 빛이 아주 잠깐 동안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곧 고개를 흔들며 다시 손을 들어 아혈을 점했다.

 “시끄럽군.”

 “……!”

 여인의 눈이 커졌다.

 무영의 손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의가 다 벗겨지고, 마침내 하의까지 거침없이 풀려나갔다.

 뽀얀 피부가 붉은 노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요 부분만 가린 속옷을 제외하고 모두 벗겨진 그녀의 나신은 너무 아름다웠다.

 잘록한 허리에서 급격히 팽창하는 둔부의 선. 그리고 발목까지 쭈욱 내려오는 곡선은 사내라면 눈을 충혈 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무영은 관심 없다는 듯이, 자신이 걸치고 있는 누더기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던 하얀 문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무영에게는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었다. 자살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했지.

 찌익, 찍찍~.

 무영은 양쪽의 어깨 품을 찢어 민소매를 만들어 버렸고, 바지 밑단은 무릎까지 말아 올렸다.

 그녀가 원체 오 척 반의 늘씬한 키였고, 가슴을 숨기기 위해 훨씬 풍성한 옷을 입었던 터라 그럭저럭 모양새가 나왔다.

 매우 비싸 보였던 문사복은 순식간에 건달들이나 입는 옷으로 변신해버렸다.

 “생각보다 괜찮군. 좋아.”

 무영은 나름대로 흡족한 미소를 짓다가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의 눈과 마주쳤다. 눈에 서리서리 맺혀 있는 살기.

 “어차피 죽을 거 아닌가? 그렇다고 네 몸까지 더럽히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적어도 난 쓰레기는 아니니까.”

 “…….”

 죽긴 누가 죽으려 했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정말 죽고 싶었다.

 “아름답군. 좋은 몸매야. 남자한테 차였나?”

 무영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는 건가?

 “세상의 반이 남자다. 너 정도면 얼마든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마침내 무영의 손이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

 탁, 탁, 탁, 탁…….

 해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속도라는 것이 느리기 그지없었다. 무영은 아주 천천히 해혈을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됐다. 이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뛰어내리기만 하면 될 거야. 죽음이란 한순간이지. 내세에서는 좋은 남자 만나라.”

 그녀는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안도감과 함께 드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란……. 방금 전까지 시원하게 느껴지던 바람이 그렇게 차가울 수 없었다.

 주르르륵.

 뺨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너, 이 자식!”

 “옷을 받았으니 그 정도의 욕은 참아주지.”

 무영은 완전 나신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순간 그녀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죽어!”

 그녀가 달려들었다. 무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옆으로 빗겨 섰다.

 “헉!”

 지척까지 왔을 때만 해도 가만히 있던 사내가 한 순간에 일 장 옆으로 주르륵 이동해 버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방향을 틀었지만, 사내는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발을 툭툭 몇 번 차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삼 장의 거리를 벗어난 것이다

 “……!”

 여인은 그제야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아까 자신이 점혈 당한 것은 너무 방심한 탓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오판이었다.

 “개방의 거지인가?”

 그녀는 어느새 침착한 목소리로 물으며 무영이 벗어던진 누더기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잽싸게 무영의 누더기를 입고 무영을 직시했다. 헐렁한 누더기 사이로 보이는 뽀얀 피부가 묘하게 선정적이었다.

 그녀의 빠른 변화에 오히려 무영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보통 여인이 아님을 직감한 무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음……, 너도 무림인인가? 마침 잘 됐군. 자살하기 전에 내 궁금한 것이 있는데 하나 묻자.”

 “내가 먼저 물었다. 넌 개방도인가?”

 무영은 또 다시 당황했다.

 실연당해 자살하려는 여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좀 전에 그녀를 감싸 안고 있던 우울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은연중에 풍겨 나왔다.

 “아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묻겠다. 환교를 아나? 널 보기 전 마주쳤던 몇몇 사람들한테 물어봤지만, 무림인이 아니라 그런지 모두 모르더군.”

 “……!”

 무영의 질문에 여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환교를 저렇게 노골적으로 찾는 사람은 없다. 정파나 사파 양쪽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환교였지만, 어느 방파도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아나? 모르나?”

 무영이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제야 여인은 입을 열었다.

 “환교의 정확한 본거지를 아는 사람은…… 천하에 손가락으로 꼽을 거야.”

 “그런가? 젠장…… 정말 난감하게 됐군.”

 무영은 미간에 고랑을 만들며 중얼거렸다.

 “환교를 왜 찾지? 뭔가 청부할 거라도 있나 보지?”

 “됐다. 옷은 고맙다.”

 무영은 돌아섰다. 그러나 이어지는 여인의 말에 다시 되돌아서야 했다.

 “내가 환교의 장소를 아는 열 명 중 하나라면?”

 “네가?”

 “난…… 하오문의 책사거든.”

 “……!”

 무영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개방과 함께 대륙의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방파가 바로 하오문이다.

 수많은 거지들이 개방의 정보원이라면, 역시 많은 소매치기, 건달, 기녀 등의 사회 하류층이 하오문의 정보원이었으니까.

 무영이 다시 돌아서자 그녀가 묘한 웃음을 입가에 지으며 물었다.

 “환교를 왜 찾지?”

 “빚진 게 있거든.”

 무영이 씩 입꼬리를 말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무영의 얼굴을 덮고 있던 머리를 뒤로 흩날렸다. 드러나는 그의 얼굴에 여인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빚진 거라……. 그 뜻은 혼자서 환교의 본거지를 박살이라도 내겠다는 건가? 호호호.”

 여인은 자신의 생각을 무심코 말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말한 거지만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책사군.”

 “……!”

 입을 가리고 웃던 여인의 웃음이 한순간에 멎었다.

 이 사내. 정말 환교를 쳐들어간다는 건가? 미친 건가? 아니면 어마어마한 고수인 건가?

 그 둘 사이로 갑자기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무영의 발소리였다.

 “뭐지? 머, 멈춰!”

 여인은 당황하며 다가오는 무영을 노려보았다.

 스르르륵.

 천천히 오던 것 같은 무영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여인의 앞으로 다가들었다. 여인은 피하려다가 방금 전의 무영의 보법을 생각하고는 태연하게 멱살을 내주었다.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볼썽사납게 잡히는 것 보다는 당당하게 내어준다.

 “난 질질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자, 말해 봐. 환교의 근거지가 어디지?”

 “내가 왜 대답해야 하지?”

 “왜냐면 내가 생명의 은인이니까.”

 “이봐! 난 자살하려는 것이 아니었어!”

 그녀의 말에 멱살을 잡은 무영의 손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힘을 주며 싸늘하게 말하는 무영.

 “내 말을 오해하는 군. 내 뜻은……, 대답을 안 하면 여기서 널 절벽 아래로 던져버리겠다는 뜻이야. 그러나 대답을 하면 조용히 물러갈 테니 생명을 구해주는 거지.”

 “……!”

 여인은 입을 딱 벌렸다. 점점 숨이 막혀와서가 아니라 무영의 억지에 질려버린 것이다.

 문제는 무영의 눈빛으로 보건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점이었다.

 “이봐, 대답하지 않을 건가? 난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들의 성격을 잘 알지. 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해.”

 무영의 차갑고 서늘한 눈이 여인의 눈에 꽂혀 들어갔다. 여인은 점점 자신의 목을 죄는 무영의 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약속을 해주면……, 알려 주겠어.”

 “멍청한! 난 네 생명의 은인이야. 모르겠나?”

 “환교와의 일이 끝나면 다시 나를 찾아줘. 그것뿐이야.”

 “훗, 함정을 파두고 복수를 하겠다는 건가?”

 “아니! 절대 아니라는 것을 하늘에 두고 맹세해.”

 “너희같이 잔머리 굴리는 인간들의 그런 말은 나에게 별 의미가 없어. 하지만…… 약속하지.”

 무영은 그녀의 목에서 손을 떼어내며 대답했다. 이 여인은 똑똑했다. 그것을 무영은 직감했다.

 일이 끝나고 자신을 찾아달라는 의미는, 다시 말해서 환교의 근거지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살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알려준다면 다른 찬란한 조건을 달았을 테니까.

 무영은 환교의 위치와 하오문 총타의 위치를 듣고는 화색이 되었다. 환교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군. 네 정보가 거짓이 아니라면, 나중에 네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지.”

 “고마워요.”

 “……!”

 무영은 눈가를 찌푸렸다. 갑자기 그녀가 존대를 쓰며 미소를 지은 탓에. 또한 자신이 부탁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선심을, 마치 예상한 것 같이 바로 대꾸하는 것이 왠지 찝찝했다.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음……. 그러나 거짓 정보면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얼마든지요. 하지만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안 그런가요?”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 모습에 무영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돌아섰다.

 “나는 청연이라고 해요. 한청연. 그러나 본문에서는 송학(松鶴)이라는 이름으로 통하지요. 당신 이름은…… 뭐죠?”

 “왜 남장을 하고 있지?”

 “다음에 찾아오면 대답해 주죠. 당신 이름은?”

 “…….”

 “저는 원래 예약되어 있는 사람만 만나요. 하지만 당신 이름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해두려는 것뿐이에요. 나중에 왔을 때 괜한 소란이 이는 건 귀찮잖아요.”

 “무영, 고무영이다.”

 몇 발자국 천천히 움직이던 무영이 어느 순간 바람처럼 빠른 속도로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무영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그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다가 자신이 입고 있는 누더기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짙은 땀 냄새와 그 사내의 체취가 후각을 마비시킬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찢어지고 뻥뻥 뚫린 구멍으로 인해서 숨겨지는 살보다 보이는 부분이 더 많았다.

 “훗, 이 옷이야 말로 제대로 선정적인 옷이네. 보일 듯 말 듯. 그런데…… 내가 별로 매력이 없는 건가?”

 그녀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저 사내가 아버지의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누군가를 상대할 수도 있으리란, 설명하지 못할 믿음이 들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문주가 된 오라버니가 요즘 들어 부쩍 말이 없어졌고, 얼굴에선 수심이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이유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아버지 때와 똑같아 불안하던 참이었다.

 저자라면…….

 때로는 여자의 직감처럼 무서운 것도 없었다.

 그녀는 강호 3대 천재라는 강호삼뇌(江湖三腦) 중 일 인이었다. 한 번 보거나 읽은 것은 절대 잊지 않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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