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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산동악가
작가 : 박신호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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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말 명초에 이르자 그 많은 문파 중에 수위를 다투는 문파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홉 문파를 구대문파라 불렀고,
각 지방의 패권을 장악한 열세 가문을 강호인들은 육문칠가라 했다.
육문칠가 중의 하나로 삼백 년간 산동성을 지배해온 가문 산동악가...
중국, 수많은 왕조가 흥망성쇠를 함께 한 풍운의 대륙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무예 대결이 시작된다.

 
제 24 화
작성일 : 16-07-20 13:39     조회 : 424     추천 : 0     분량 : 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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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迷路)-2

 

 

 

 무당의 일곱 도인들은 선위대가 날린 독탄에 실력조차 발휘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선위대를 뒤따라온 백살대 생존자 열세 명은 쓰러진 도인들의 목을 가차없이 날려 버리고는 내궁으로 들어가는 정문으로 돌진했다.

 백살대의 행동을 본 선위대 대원들의 눈살을 가볍게 찌푸려졌다. 백살대가 선위대를 지나쳐 정문으로 먼저 들어갔지만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선위대는 죽은 동료들 시신을 먼저 수습하기로 했지만 백살대의 행동을 보고 그들과 같이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백살대는 그런 선위대를 뒤로 하고 정문을 박차고 들어갔고 그것을 보고 있던 총사는 건양당 1, 2향에게 진격명령을 내렸다.

 정문을 박살내고 백살대가 들어오자 곽씨 형제들은 양의진(兩意陣)을 펼치며 도를 휘둘렀다.

 곽씨 형제가 사용한 양의도법(兩意刀法)은 두 사람이 공격과 방어를 나누어 사용하는 도법이었다.

 특히 곽씨 형제가 사용하는 양의도법은 악풍을 상대하기 위해 산서쾌도문이 심혈을 기울인 무학이었다.

 

 곽씨 형제가 가장 먼저 공격한 대상은 선두로 들어온 육혼참육 사마광지였다. 사마광지는 일류고수급의 무력을 갖추고 있었으나 화기에 의해 수하들이 몰살에 가까운 타격을 입자 분노로 이성을 잃었고 중화상마저 입어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곽철의 유엽도가 사마광지의 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사마광지는 번개 같은 속도로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은빛 섬광을 양손에 착용한 철장갑(鐵掌匣)을 이용해 막았다.

 “챙.”

 사마광지는 철장갑을 착용한 손으로 곽철의 유엽도를 잡아챘다. 그러나 곽철의 뒤에 숨어 있던 곽진은 곽철이 도를 뿌리는 순간 일학충천(一鶴沖天)을 사용해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운리번신(雲裏飜身)을 사용해 몸을 뒤집은 후 창응박토(蒼鷹搏兎)의 신법으로 사마광지의 뒤로 빠르게 낙하했다.

 곽철의 칼을 잡고 웃음을 터트리려는 사마광지의 목을 곽진의 쾌도가 지나가 버렸다.

 “쓱.”

 웃음을 터트리려는 사마광지의 수급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땅바닥에 떨어져버렸다.

 그러나 곽철의 도를 굳게 잡은 사마광지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고 머리를 잃어버린 상체는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곽철은 유엽도의 칼을 버리고 허리에 찬 두 번째 유엽도의 도병을 잡고 백살대 대원을 향해 달려가는 곽진의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곽진의 도가 백살대 대원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자 곽철은 발도술을 이용해 휘둘렀다.

 한순간에 내궁의 정문은 십여 구의 시신과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극한의 빠름, 공수의 조화, 산서쾌도문이군.”

 “산서쾌도문에도 합격진이 있었습니까? 대장.”

 “저기 있지 않느냐.”

 “그렇군요. 재수 없는 백살대를 쓸어 준 것은 고마운데 지금부터는 우리가 저들과 싸워야 하겠죠?”

 “지금이 아니면 언제 산서쾌도의 쾌도수를 만날 수 있느냐.”

 “제길… 대장의 병이 또 도졌군.”

 “나 혼자 상대한다. 너희는 구경이나 해라.”

 “네?”

 “저런 강자들과 겨루지 않고 언제 강자가 될 수가 있느냐.”

 “후~, 역시 대장은 어쩔 수가 없어….”

 동료들 시신을 수습한 선위대는 백살대 대원들의 시체가 굴러다니는 정문을 지나 정원에 도착하자 혁무강 홀로 곽씨 형제를 향해 걸어갔다.

 혁무강의 발걸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기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혁무강의 오른손은 박도의 도병을 굳게 잡고 있었고 두 눈에는 강한 투지가 넘쳐흘렀다.

 “대단하군. 저런 인물이 저 무도한 집단에 있다니. 까마귀 무리 속에 백로가 한 마리 있었군.”

 “악 형의 생각에 동감하오. 저 친구를 보아하니 30대 초반의 인물 같은데… 놀라운 경지에 올라있구려.”

 “더욱 훌륭한 것은 기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오. 기세로 상대방을 눌러버리는 기술을 자연적으로 체득한 것으로 보이오. 정말 놀랍소.”

 곽씨 형제는 다가올수록 강대해지는 혁무강의 기세에 눌리자 필살의 도법을 펼치기 위해 칼을 도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발도에 생사를 걸어버린 곽씨 형제의 기세는 혁무강의 기세와 강하게 격돌했다.

 혁무강과 곽씨 형제는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거리까지 도달하자 서로의 허점을 찾기 시작했고 주변은 기세와 기세가 맞부딪치면서 생긴 폭풍이 휘몰아쳐 긴장감이 흘렀다.

 

 선위대와 막강함을 자랑하는 무당칠성검진과 격돌을 목격한 장 총사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무리 막강해도 피해 버리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법이었고 자연스럽게 무당칠성검진을 해체시킨 선위대의 방식을 목격한 장 총사는 감탄하고 말았다.

 무당의 일곱 도인이 너무나 어이없게 선위대의 손에 운명을 마감하자 장 총사는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에 탄식하고 말았다.

 “하~, 저렇게 어이없게 끝나다니…. 오라버니가 선위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알겠구나. 그리고 본 방의 무사들이 선위대를 우상으로 보는지 알 수가 있겠어.”

 내궁으로 들어가는 정문을 박차고 들어간 백살대가 단 두 명의 손에 처참하게 몰살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장 총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장총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숨겨진 힘을 선보이자 최소한 3푼은 숨긴다는 강호인의 진면목을 실감했다.

 선위대와 곽씨 형제가 강대한 기세를 내뿜으며 격돌하려하자 장 총사는 두 당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혁 대장과 저 두 도객이 격돌하는 순간 공격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총사.”

 건양당과 곤음당의 당주들이 장 총사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자신의 수하들을 정비하러 가자 유모는 교자를 향해 말했다.

 “아가씨….”

 “알아요, 유모. 하지만 혁무강을 영웅으로 만들 수는 없어요. 안 그래도 오라버니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어요. 다른 세 방주님들은 오라버니를 신용하지 않고 있어요. 혁무강이 영웅이 되면 다른 세 방주님들은 분명히 그것을 이용해 오라버니의 위치를 뒤흔들어 버릴 겁니다. 아직은 할아버지의 위엄에 눌려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 방주님들은 언제든 칼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혁무강과 곽씨 형제는 일격필살(一擊必殺)의 기세를 뿜어대며 상대의 허점을 노리며 가느다란 호흡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혁무강과 달리 곽씨 형제는 산서쾌도문에서 무공만을 죽어라 익혀 실전경험이 부족했다.

 쾌도법과 양의 도법이라는 절학으로 그 단점을 숨기고 있었지만 상대는 실전의 달인인 혁무강이었다.

 일격으로 승부하는 발도를 사용하는 위험한 격전에서 실전의 허실을 파악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했다.

 또한 혁무강은 합격진을 익히면서 자연적으로 호흡을 맞춘 곽씨 형제의 호흡법마저 파악해 냈다.

 두 개의 다른 호흡이 있다면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이지만 한 호흡으로 두 명이 움직이며 한 사람에게 단지 두 개의 칼과 몸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이것이 합격진의 장점이지만 혁무강의 눈에는 단점으로 보였다.

 혁무강은 상황에 따라서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고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혁무강은 나지막하게 호흡을 하면서 곽씨 형제의 호흡을 훔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혁무강의 호흡이 곽씨 형제보다 반 호흡이 빨랐을 때 혁무강의 의지와 관계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칼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스슥.”

 “휙.”

 곽씨 형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혁무강의 발도를 보게 되자 환상에 빠져버렸다.

 그들이 평소 꿈꾸던 발도였고 너무나 자연스런 빠름이었다. 혁무강의 빠름은 곽씨 형제들보다 느렸다.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반 호흡 빠르게 뽑은 칼은 곽씨 형제의 수급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곽씨 형제들 역시 가볍게 당하지는 않았다.

 곽씨 형제는 수급이 날아가는 상태에서도 칼을 뽑았다. 혁무강은 두 자루의 칼을 허벅지와 어깨에 박고는 쓰러졌다.

 선위대 대원들은 바로 혁무강에게 달려갔다.

 선위대의 네 조장은 혁무강을 중심으로 수비자세를 취했고 다른 대원은 의학지식을 가졌는지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혁무강과 곽씨 형제의 승부가 일격으로 끝나자 곧 바로 건양당과 곤음당의 무인들은 내궁을 향해 돌격했다.

 악풍은 선위대를 한번 힐끗 보고는 바로 정문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백여 명이 넘는 무인들이 몰려오자 악풍의 얼굴에는 싸늘한 미소가 흘렀다.

 악풍은 미리 준비했던 죽창을 한꺼번에 날리기 시작했다.

 허공을 향해 날아간 일장 크기의 죽창은 무려 50자루나 됐고 그 죽창들은 갑자기 허공에서 방향을 급선회했다.

 죽창들은 돌진해 오는 사해방의 무인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 콰, 콰.

 파바바박.

 사해방의 무인들은 칼을 들어 날아오는 죽창을 내리쳤다.

 그러나 죽창은 칼로 내리칠 때마다 몇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날아가 사해방의 무인들의 신체를 관통해 버렸다.

 “크아악~.”

 “으악.”

 심장이 관통해 즉사한 자부터 눈이 뚫려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사해방의 진영은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돌변했다.

 악풍은 이장 크기의 죽창을 던졌다. 죽창은 일장 크기의 죽창과 달리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사해방의 무인들 목을 분리시켰다.

 사십여 개의 죽창을 던진 악풍은 발 밑에 있는 기와를 발로 차서 가까이 온 사해방의 무인들을 날려 버렸다.

 백여 명이 넘는 사해방의 무인들이 처참할 정도로 악풍 한 사람에게 당하자 장 총사는 열두 명의 집법사자에게 명령했다.

 “저 자를 잠재우세요.”

 “네, 알겠습니다. 총사.”

 “이번에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세요.”

 “네. 기필코….”

 집법사자 열두 명은 이를 갈며 악풍을 향해 날아갔다.

 악풍은 이장 크기의 대나무 열 자루를 격전장의 앞에 순서대로 땅바닥에 꽂으면서 사해방의 무인들을 향해 달려갔다.

 푸르스름한 죽창은 악풍의 현빙공력을 받아 벽옥처럼 빛났고 양끝에 달린 도신에는 새하얀 서리와 유형화된 도기가 안개처럼 서렸다.

 사해방의 무인에게 다가간 악풍이 죽창을 풍차처럼 돌리자 살이 에일 정도의 차가운 혹한의 돌풍이 불었다.

 죽창이 지나간 길에는 피가 얼어붙은 수급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악풍의 움직임은 양 떼를 급습한 늑대와 같았다.

 악풍은 뒤로 물러나며 죽창이 손상되면 바로 뒤에 꽂아놓은 죽창을 뽑아 쉬지 않고 공격했다.

 사해방의 무인들이 악풍에게 공포를 느껴 뒤로 물러나자 열두 명의 집법사자들이 비조를 날리며 달려왔다.

 악풍은 비조에 죽창이 걸리자 미련 없이 버리고 다른 죽창을 잡기 위해 손을 뒤로 돌렸다.

 그런데 손에 잡혀야 할 죽창이 잡히지 않자 악풍은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악풍의 앞에는 황충이 죽창을 들고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고 열두 명의 집법사자는 다시 비조를 날렸다.

 악풍은 날아오는 비조를 피하기 위해 황충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악풍은 그 순간 격렬한 통증을 느꼈고 자신의 등에서 배까지 죽창이 관통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커…억.”

 “파바바박.”

 죽창이 관통하자 피를 토하고는 아무런 행동조차 할 수 없는 악풍의 몸에 12개의 비조가 날아와 거세게 박혀 버렸다.

 “황… 형… 당신이 왜… 이런… 짓을….”

 “내가 황충이 아니기 때문이네.”

 황충은 갑자기 오른손을 턱밑에 넣고는 얼굴가죽을 벗어 땅바닥에 버렸다.

 악풍의 의식은 땅바닥에 떨어진 황충의 인피면구를 보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악풍의 생명이 사라지자 집법사자들은 잡고있던 밧줄에 내공을 넣은 후 거세게 잡아 당겼다.

 기분 나쁜 파열음을 내면서 악풍의 시체는 한순간에 수십 동강으로 절단되어 땅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태을궁 지하에 만들어진 비밀통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하동굴을 벽돌이나 돌을 사용해 벽을 쌓아 만든 것이었다.

 동굴의 높이는 삼장 정도였고 그 길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으며 수십 개의 갈래 길로 나누어진 복잡한 미로였다.

 “여기서부터 조심해야 하오. 길을 잃어버리면 바로 죽음이오.”

 “제갈 형, 도대체 이 통로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 거요?”

 “제가 본 책에 나와 있기로는 아무도 모른다고 되어 있습니다. 단지 탈출로까지는 천 칠백 리가 넘는다고 되어 있었소이다.”

 “천 칠백 리!”

 “그렇소이다, 진 형.”

 “여기서 북방으로 천 칠백 리면 궁륭산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경운도장.”

 “그건 무슨 말씀이오?”

 “천 칠백 리라 해도 동굴이 구곡양장(九曲羊腸)처럼 구불거려 직선거리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음~, 그렇소이까?”

 “그럼 어서 갑시다.”

 “그리고 주의할 점이 있소이다. 이곳의 위험한 점은 미로만이 아니외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이곳엔 수많은 함정이 설치돼 있소.”

 “함정이라니요….”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하오. 하지만 상당히 많은 함정과 기관이 설치돼 있다고 책에 나와 있었소이다.”

 “함정이 작동할까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팽가섭이 갑자기 제갈사의 이야기에 의문을 표현했다.

 “팽 대협은 이곳이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기관이나 함정이 작동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구려.”

 “그렇습니다. 태을궁이 만들어진 시기는 무려 오백 년 전입니다. 그런 오랜 세월이면 강철도 녹슬어 사라지고 강산도 수십 번은 바뀐다는 세월입니다.”

 “태을궁에 사람들이 기거를 하지 않게 된 것은 겨우 오십 년입니다. 오십 년 전에 그들이 떠나기 전까지 기관과 함정을 관리해 왔다면 어떻겠습니까?”

 “오십 년이라, 그럼 작동을 안 한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군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제갈사는 횃불을 들고 일행들 맨 앞에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제갈사를 따라 모두 조심스럽게 발을 뗐지만 악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악전과 악소채는 악삼에게 다가왔다.

 “삼아! 어서 가자.”

 “소채의 말대로 해라. 네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악 노사의 유명(遺命)을 어기는 것이다.”

 “유명이라….”

 “어서 가자. 삼아.”

 악삼은 머리 위에 있는 출입구를 조용히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악소채와 악전은 한숨을 쉬면서 악삼의 등을 바라보면서 걸어갔다.

 잘 구어진 벽돌로 만든 벽을 따라 어둠 속에 희미하게 비치는 횃불을 보며 악삼은 하염없이 걸어갔다.

 악삼은 지난 오 년간 사부인 악풍과 지낸 시간을 되새기며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악소채는 악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사부인 비연자 목추영이 비틀거리는 것을 목격하고는 빠르게 뛰어갔다.

 악소채가 비연자 목추영에게 가자 기다렸다는 듯 한 여인이 악삼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운남오독문의 사갈미인 갈운영이었고 자신을 구해준 악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려 했다.

 그런데 악삼이 사부인 악풍이 생명을 걸고 배후를 맞아 참담한 안색을 하고 있자 갈 기회를 놓치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보기에도 뛰어난 미녀가 악삼의 주변에 있자 미묘한 기분에 젖어 접근하지 못했던 것이다.

 “악 소협, 저는 운남오독문의 갈운영입니다.”

 “아, 악삼입니다.”

 갑작스럽게 갈운영이 자기 소개를 하자 악삼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여인의 몸으로 사내 앞을 가로막고 자기 소개를 한다는 것은 여염집 여인에게서는 볼 수 없었고 강호의 여인들도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특히, 여인이 자신의 성을 밝히는 경우는 있어도 이름까지 말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경우였기에 악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누구도 할 수 있었지만 그때 그 일을 하신 분은 악 소협뿐이었습니다.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악삼은 갈운영의 감사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당황했다. 악삼은 갈운영이 빨리 되돌아가기를 원했다.

 볼수록 모친을 닮은 그녀를 보는 일이 악삼에겐 알 수 없는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갈운영을 볼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비참했던 마지막 헤어짐이 기억나 악삼의 마음을 괴롭혔다.

 악삼은 어머니가 결국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두 형처럼 아사한 것을 알고 있었고 갈운영을 볼수록 괴로움이 가중되었다.

 그러나 갈운영은 그런 악삼의 마음을 몰랐고, 오히려 자신을 피하고 싶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반감과 함께 묘한 감정이 생겼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홀려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 보려는 젊은이들만 보아 왔지 자신을 피하는 남자는 본 적이 없었기에 악삼에 대한 호기심이 새록새록 생겼다.

 갈운영은 자신을 구하려 달려오던 악삼의 모습을 기억했다.

 오십여 명에 달하는 무인들을 한순간에 쓸어 버리던 악삼의 가공할 무공과 단호한 행동이 갈운영이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었다.

 ‘도대체, 나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나이에 어떻게 그런 가공할 무공을 익혔을까? 그리고 왜 나를 피하려는 거지. 아까 그 여인 때문인가?’

 갈운영은 온갖 잡생각을 하며 걸어가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악삼이 넘어지려는 갈운영의 손목을 잡아 창피를 면하게 해주었다.

 “정말 고마워요. 악 소협이 아니었다면 큰 창피를 당할 뻔했네요.”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악삼은 갈운영이 같이 있는 것이 영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했다. 갈운영은 악삼이 먼저 가려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저는 열 아홉입니다. 악 소협의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요?”

 “네! 아, 저는 스물하나입니다.”

 “그럼 저보다 두 살이나 많군요. 제 생명의 은인이신 분을 계속 악 소협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어요?”

 갑작스런 갈운영의 제안은 악삼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갈운영도 말하고 나서 자신이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는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중원에 비해 변경지역인 운남 출신인 갈운영은 어느 정도 자유분방했지만 악삼에게 한 행동은 자신이 생각해도 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한편, 목추영을 부축하고 있던 악소채는 그 광경을 낱낱이 듣고 있었다.

 어둠에 깃든 동굴 속에서는 조그만 소리라도 공명작용을 해 크게 들려왔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크게 들려온다.

 그런데 갈운영이 말하는 내용이 갈수록 가관(假觀)을 달리자 악소채의 신경도 곤두서기 시작했다.

 목추영은 악소채의 표정을 읽고는 살포시 미소를 짓었다.

 “소채야!”

 “네! 사부님.”

 “나는 괜찮으니 네 동생에게 가보렴.”

 “아니에요!”

 “삼이는 아직도 사부를 놔두고 떠난 일로 마음이 아플 거다. 네가 가서 위로해 주렴.”

 “아, 그렇군요. 동생 마음이 무척 안 좋을 거예요.”

 핑곗거리를 찾은 악소채는 악삼에게 걸어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때 악삼은 고개를 숙인 채 바르르 떨고 있는 갈운영의 어깨를 목격하자 자신도 모르게 부탁을 들어주는 말을 하고 말았다.

 “원하는 대로 하시오. 갈 소저.”

 “정말이에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갈운영은 악삼이 긍정적인 대답을 말하자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갈운영은 혹시나 안 된다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마음이 한번에 날아가자 너무나 기뻐했다.

 갈운영은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 않은 악삼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러나 갈운영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지자 악소채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악소채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는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흘렀다.

 “왜 그러니, 소채야.”

 “아니에요, 사부님. 저는 사부님과 함께 있겠어요.”

 목추영은 악삼을 향한 악소채의 마음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악소채는 악삼을 동생으로 생각하며 모성애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경쟁자로 인해 자신도 모르던 독점욕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그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내가 동생에게 왜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외로운 동생에게 예쁜 여동생이 생기면 좋은 거잖아… 그런데 왜 내 것을 뺏겼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악소채는 사부인 목추영이 자신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져버렸다.

 악전은 악삼과 악소채, 갈운영이 하는 행동을 보고는 헛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악전의 눈에는 그들의 행동과 반응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입구 방향에서 방울소리가 들려오자 악전과 제갈사의 안색은 돌변해 버렸다.

 “이런….”

 “왜 그러십니까?”

 “문제가 생겼소이다.”

 “무엇입니까?”

 “입구가 들킨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제갈 형.”

 “나는 출발 전에 방울 달린 줄을 설치해 두었소. 지금 울린 방울 소리로 보건데 적들이 통로에 들어온 것 같소이다.”

 “악 형이나 황 형이 아닐까요?”

 “여 형의 생각대로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닐 겁니다.”

 “그럼….”

 “어서 갑시다. 조금만 더 가면 갈래길이 나옵니다. 잘하면 거기서 적을 따돌릴 수 있을 겁니다.”

 제갈사가 뛰어가자 각 파의 수장들과 강동의 세 괴물, 연남의 세 의형제와 악가의 젊은이들은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악삼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입구 쪽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사부님….”

 

 황충이 갑자기 악풍을 공격하고는 인피면구를 벗어버리자 집법사자들이나 사해방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 총사에게 다가가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정체를 밝혔다.

 “총사께 인사드리오. 본인은 환객(幻客)이오.”

 “아, 무객(霧客) 척소람과 함께 강호이대신비객으로 불리는 이분이 무슨 일로 저희를 도우신 겁니까?”

 그러자 환객은 품속에서 사각형의 금패(金牌)를 꺼내 보였다. 집법사자 열두 명은 금패를 보자 안색이 급변해 황급히 무릎을 끓으며 외쳤다.

 “집법사자가 집법금패를 뵈옵니다.”

 “모두 일어나라. 이곳에는 나보다 지위가 높은 총사가 있으시다.”

 “네, 알겠습니다. 패주님.”

 환객이 내민 금패에는 정체로 집법이라는 글자가 양각돼 있었다. 장 총사는 집법금패가 갑자기 나타나자 놀라고 말았다.

 사해방은 네 명의 방주가 다스리는 연합세력이었기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쉬웠다.

 특히, 거대세력을 유지하면서도 강호에 일체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사해방은 총사라는 지위와 집법원을 이용해 관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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