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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전우치
작가 : 권오단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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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는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에 능하고 시를 잘 지었는데 반역을 꾀한다 하여 1530년경 잡혀 죽었다고도 하고 〈조야집요 朝野輯要〉.〈대동야승 大東野乘〉.〈어우야담 於于野談〉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는 실재 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풍부한 사료, 재기 넘치는 한문시의 묘미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소설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전우치 1 - 처사 전유선 - 2
작성일 : 16-04-06 13:18     조회 : 463     추천 : 0     분량 : 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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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던 실권이는 동구 밖 소나무 아래에서 낯익은 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비탈이였다.

 “비탈아. 네가 여긴 왠 일이여? 설마, 나 보구 싶어 왔니?”

 실권이가 능글능글하게 수작을 거니 비탈이가 눈을 흘기며 소리쳤다.

 “되지도 않은 말 말어. 누가 너같은 등충이를 좋아한데?”

 “속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 다 아니까 너무 윽박지르지 마라. 네가 가는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볼 때가 제일 예뻐 보이니까 말이여.”

 “이, 이게…점점.”

 비탈이는 화를 냈지만 싫지 않은 얼굴이었다. 실권이가 정색이 되어 말했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 날 기다린거여?”

 “응. 어서 다녀오라구. 주인나리께 약방문을 받았지?”

 “어,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침 댓바람부터 개성 약방가에 다녀오시라 하시구 말이여.”

 “바보. 넌 그것도 모르니?”

 “내가 어찌 알겠어?”

 비탈이가 눈을 흘기더니 실권이의 옆에 살그머니 다가와 주위를 조심스레 살피더니 귓속말을 하였다.

 “글쎄 마님께서 회임을 하셨대.”

 “뭐라고? 그런데 회임이 뭔데?”

 “이런 바보. 마님께서 아기를 가지셨단 말이야.”

 “뭐라고? 그게 정말이여?”

 비탈이는 깜짝 놀라 실권이의 입을 막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쉿, 조용히 하란 말이여. 남들 알면 어쩌려고 그래.”

 실권이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비탈이처럼 주위를 둘러보곤 다그치듯 물었다.

 “그게 정말이여?”

 “정말이라니까.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어? 주인어른께서 그 때문에 널 개성에 보내신거라구. 아씨마님 보약 해 주시려구 말이야.”

 “어쩐지.”

 실권이는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전처사는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될 때까지 태평하게 책만 읽고 지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후사를 이미 포기하여 학문만을 벗 삼는다고 여기어 늘 부인 박씨를 측은하게 생각해 왔었다. 그런 상황이니 박씨의 마음고생 또한 오죽하였으랴.

 부인 박씨는 전처사의 나이 20살 무렵에 19세의 나이로 전라도 담양에서 개성 전처사집에 시집을 왔는데 원래 허약하여 잔병이 많았던 데다 아기가 들어서지 않아서 오랫동안 근심걱정으로 세월을 보내온 것이었다. 후사를 못 이어 늘 죄책감에 시달리던 박씨 부인을 보아 온 지가 십여 년이 넘은 실권이로서는 그 이야기가 정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행여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하지 마. 알았지?”

 “어째서 이야기하지 말라는 거여? 좋은 일이잖여.”

 비탈이는 실권이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이 바보야. 좋은 일일 수록 숨겨야 하는 것 몰라? 그러니 입단속 잘 하라구. 알았어?”

 “알았구먼.”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이 있는데 말이야.”

 “또 좋은 소식이 있어?”

 “응.”

 비탈이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더니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마님께서 올 가을에 너랑 짝지어 주신댔어.”

 “뭐여?”

 실권이는 덥석 비탈이의 두 손을 움켜잡고 기뻐 펄쩍펄쩍 뛰었다.

 “경사가 겹쳤구먼. 비탈아, 이렇게 기쁜 날 우리 입맞춤 한번 할까?”

 비탈이는 두 눈을 흘기며,

 “하여튼 남자들은 늑대라니까.”

 하고 앙칼지게 실권이의 두 손을 뿌리치더니 부리나케 마을을 향해 달아나 버렸다. 실권이는 비탈이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히히. 나도 이제 장가를 가게 되었구먼. 이제 나도 어른이 되는거구먼.”

 그동안 노총각 소릴 심심잖게 들어오던 실권이는 댕기머리를 올릴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개성으로 가는 발걸음이 나는 듯 가벼웠다.

 청하동은 개성에서 50리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여 오고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실권이는 이미 소축에 능하다는 전유선의 말처럼 워낙 걸음이 빠른 까닭에 심부름뿐만 아니라 생필품 사는 일을 독차지하였는데 농사일로 바빠서 개성 구경을 못 하다가 오랜만에 기쁜 소식을 안고 길을 나선 터라 발걸음이 시위를 벗어난 화살과 같았다.

 산과 들에는 여름의 물이 올라 짙은 녹색의 옷을 갈아입었고, 이름 모를 들꽃들은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나비들을 불렀다. 이 산골짜기 저 비탈에서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매미 울음소리와 어울려 실권이의 기분을 돋우었다.

 실권이는 정오가 되기도 전에 개성의 남대문 앞에 도착했다. 남대문 앞 개성시장은 고려태조가 개성에 왕도를 정하고 시가지를 조성할 때 세운 시전이라 그 규모가 방대하였다. 개성의 남대문을 중심으로 동서를 가르는 큰 거리 양편에 상가들이 밀집하여 성시를 이루었는데, 조선이 개국한 후 그 자취가 쇠퇴하여 전조에 미치지는 못 하였지만 예성과 임진의 편리한 수로를 이용한 송상들이 터를 잡고 세를 키워 백목전․지전․어과전․남초전․미전․유기전․약전 등의 다양한 물품이 거래되었다.

 성시로 어지러운 남대문 앞의 큰길은 행인들로 북적거렸다. 커다란 대문 아래에는 기찰포교가 길 가는 사람을 붙잡아놓고 실랑이하고 있었고 그 옆에 판을 벌여놓은 점쟁이가 한 노파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는 길손들에게 짚신을 파는 사내며, 떡 파는 수다쟁이 아낙이 길 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실권이는 남대문 앞 긴 성시대로의 서쪽 끝편의 위치한 약전으로 가서 전유선이 주문한 약방문을 주인에게 내 주었다.

 늙은 약방주인이 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삼, 황기, 당귀, 속단, 황금, 천궁, 백작약, 숙지황, 백출, 감초….”

 한동안 중얼거리며 처방전을 읽던 약방주인이 실권이에게 말했다.

 “이 처방은 태산반석산(泰山磐石散)이군. 누가 임신을 했는가?”

 실권이는 마님이 회음을 했다는 비탈이의 말을 떠올리곤 약방주인에게 말했다.

 “용하시네유.”

 “산모가 기가 허한 모양이군.”

 약방주인이 약함에서 약을 꺼내 조제하며 중얼거렸다.

 “예? 기가 허하다구요.”

 “산모의 기가 허할 때 태산반석산 처방을 하지. 이런 처방을 하는 산모는 특별히 거동을 조심해야 돼. 유산을 할 수도 있거든.”

 실권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약을 먹으면 괜찮겠지유?”

 “안 먹는 것 보다는 낫지. 장복하면 기가 보해져서 유산의 가능성이 낮아지니까 말이야.”

 약방주인이 잠시 후, 몇 첩의 약을 조제하여 실권이에게 건네주었다. 실권이가 약 값으로 면포 한필을 셈한 후에 약방문을 나서니 벌써 해가 중천에 올라 뜨거운 햇살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길모퉁이에 주기(酒旗)가 걸린 주막이 보였다.

 “점심이나 먹고 갈까?”

 시장하던 참이라 장국 한 그릇과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였다.

 “아니여. 내가 이럴게 아니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나보다 마님과 아기씨가 더 소중하니까 말이여.”

 실권이는 점심 먹는 것을 단념하고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때였다.

 패랭이를 쓰고 등짐을 진 사나이 하나가 주막 안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건장한 사내들이 주막을 나와 쫓아오고 있었다. 무거운 등짐을 든 사내와 홀가분하게 쫓아오는 사내들의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등짐 든 사내가 실권이 앞에 걸음을 멈추자 쫓아오던 사내들이 그 뒤로 멈추어섰다. 사내들의 숫자가 10여명은 되어 보였다.

 급하게 숨을 몰아쉬던 사나이는 패랭이와 등짐을 내려놓고 약첩을 들고 있는 실권이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내 짐 좀 부탁하오.”

 사내는 다짜고짜 실권이에게 맡겨놓고는 두 손에 침을 퉤 뱉어 문지르며 몸을 돌렸다.

 “이놈들. 어디 한번 겨뤄보자.”

 실권이가 사내들의 얼굴이 눈에 익어 자세히 보니 개성 송방(松房)의 주먹꾼들이다.

 “나는 너희와 원한이 없는데 무슨 이유로 나를 잡으려 하는 게냐?”

 주먹패들 중에 의관을 제대로 차려입은 젊은 사나이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네놈이 주막에서 우리 아이에게 주먹다짐을 하지 않았느냐?”

 사나이는 총오자가 짧은 흑립을 쓰고 있었으며 푸른 물을 들인 짧은 광목 도포를 입었으니 중인(中人)이 틀림없어 보였다.

 “개소리 하고 있네. 시비는 올바로 따져 봐야 할게 아니냐. 주막에서 먼저 시비를 건 놈이 누구냐? 나이도 어린 녀석이 패거리를 믿고 다짜고짜 주먹다짐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중인 젊은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입이 뚫렸다고 말은 잘하네. 내 구역에 와서 내 허락도 없이 내 아이들에게 주먹을 쓰는 것은 우선 내가 용서할 수 없어. 얘들아, 쳐라.”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패거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사내는 재빨리 담장을 의지하여 섰다. 건달 하나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사내는 좌장을 활개질하여 피하며 우장으로 달려드는 사내의 턱을 쳐올리고, 잇달아 발등을 안에서 밖으로 비틀어 오른편에서 달려드는 다른 사나이의 뺨을 후려쳤다. 턱을 맞은 사내는 기함한 듯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고, 발바닥으로 뺨을 맞은 사내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지더니 몸을 굴려 뺨을 어루만지며 물러섰다.

 ‘어, 대단한데.’

 한 번에 두 명을 물리친 싸움 실력이 수박에 능한 사내 같았다. 더구나 다수와의 싸움에서 후방을 의식한 듯 담장을 등 진 것 하며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보아 싸움으로 단련된 사람이 틀림없어 보였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라 무예를 좋아하는 실권이의 시선은 못 박힌 듯 보부상 사나이에게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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