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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등광형의 신위
작성일 : 17-02-20 10:58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8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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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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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생명체가 나타나 지척에 이르자 독바로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 팔을 휘둘렀지만 여태와는 달리 노인이 독바로의 손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바로야... 이제 그만하거라."

 

 노인의 정체는 바로 등광형이었다.

 

 등광형은 북해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가 북해빙궁주(北海氷宮主)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과 함께 강호행을 나선 것이었다.

 

 원래 그런 부탁을 들어줄 등광형이 아니었지만 빙화(氷花) 경성이를 보자 독바로가 생각나면서 짝을 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데려왔다.

 

 떠날려는 찰나 동길홍의 서신이 도착해 황급히 길을 잡아 왔지만 먼 거리를 경성이와 오느라 그만 늦어버리고 만 것이다.

 

 한나절만 빨리 왔었어도 아마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독바로는 등광형을 알아보지 못하고 괴수의 형태를 한 채 등광형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꺼져가는 촛불같은 독바로의 공격은 이전과는 달리 힘이 많이 줄어있었다.

 

 등광형은 독바로의 상태를 보고 더 이상 지체하다가는 목숨이 위험하다는 판단에 기절시켰다.

 

  등광형은 독바로의 목을 수도로 내려쳤지만 쓰러질 뿐 흉성을 잃지 않자 발 끝에 기운을 끌어올려 쓰러져있는 독바로의 관자놀이를 차버렸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패호사수의 팽구사였다.

 

 "누구냐!"

 

 극도의 긴장감에 주먹을 쥔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은 팽구사는 노인에게 정체를 물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독바로를 보고 있었는데 독바로가 팔을 휘둘러지고 그걸 막아선 모습을 보고서야 그를 알아차렸다.

 

 극강의 고수.

 

 오늘 초고수를 여럿 만나는 날이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초라해진 기분이 들었다.

 

 "사신(死神)."

 

 그렇게 말한 등광형은 독바로를 주워 멀리 높게 던지자 하얀 머리칼의 소녀가 독바로를 받아 들었다.

 

 [잠시 물러나 있거라]

 

 아직 새벽은 끝나지 않았다.

 

 이곳은 숲.

 

 등광형은 자신이 어째서 살수들의 황제인지 500의 무인들에게 직접 알려주었다.

 

 스스스.

 

 분명 똑똑히 보고 있었건만 등광형의 신형이 점점 옅어지더니 순간 사라졌다.

 

 모두가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등광형을 찾고 있을 때

 

 툭.툭.툭.툭.투두두둑.

 

 자꾸 먼가가 넘어져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앞쪽에서 뒤쪽에서

 

 소리가 난 곳을 보고 그제서야 그들은 상황을 깨닫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 복수심을 불태우며 온 무림인들이었다.

 

 주위의 동료가 쓰러지자 왜 그런가 싶어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상처도 없이 그들은 숨이 끊어져 있었다.

 

 사신이 내리는 죽음은 아주 고요했다.

 

 어떠한 마찰음, 고통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람부는 소리마저 없어서 마치 숲이 잠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생명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툭. 툭. 풀썩. 풀썩.

 

 “으...으아~”

 “살려줘~”

 

 겁제 질린 무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멀지않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공포에 젖어 지르는 비명도, 뛰어가는 소리도.

 

 현실을 깨닫게 되자 그들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괴물이 되어 사람을 찢고 터트려버리던 독바로와는 다른 공포였다.

 

 다음은 내가 죽는 것이 아닐까 라는 공포심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움직이면 먼저 죽었다.

 

 그들은 덜덜덜 떨며 발을 떼지 못했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여전히 툭툭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그렇게 죽음을 기다기만 하였다.

 

 어느덧 숲 속에 서있는 사람은 팽구사. 그는 마지막에 남았다.

 

 팽구사는 혼자 남게 되자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나와! 나와! 정정당당...."

 

 툭.

 

 분명 모든 무인이 다 죽고 이제 자신만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 들리는 이 소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팽구사는 불안한 기분으로 소리 난 곳을 보았다.

 

 자신의 발아래에는 자신의 팔로 보이는 것이 떨어져 있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

 

 화경의 고수인 자신이 느끼지 못한 사이 팔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제서야 잘려나간 팔에서 통증이 밀려들어왔다.

 

 "크윽."

 "노인은 어쨌느냐."

 

 어디에선가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독바로와 동길홍에게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아니였다.

 

 팽구사는 발악하듯 남은 팔에 든 칼을 허공에 저으며 소리 질렀다.

 

 휙휙.

 "알려줄 듯 싶으..."

 

 툭.

 

 또다시 한 쪽 팔이 떨어졌다.

 

 "으으으..."

 "노인은 어쨌느냐."

 "...."

 

 처음 질문을 했을 때와 같은 어조 같은 말로 되물었다.

 

 하지만 팽구사는 공포에 질려 대답이 없었다.

 

 문득 기억이 떠올랐다

 

 살황.

 

 그 누구도 살황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살황에게 죽은 자들은 부기지수였다.

 

 그가 나타나 떠난 곳에는 죽음만이 남는다.

 

 "사, 살황?"

 

 퓻.

 

 그리고 어느 순간 히끗하더니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한 쪽 눈마저 터트려 버린 것이다.

 

 겁에 질려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노.인.은. 어.쨌.느.냐."

 

 하지만 사신의 목소리가 그의 뇌리를 파고 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며 대답을 하였다.

 

 "수, 수, 수, 수하들에게 옮기라고 명했습니다."

 

 툭.

 

 팽구사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몸이었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이 거꾸로 뒤집어져 있었다.

 

 그리고 목이 없었다.

 

 등광형이 목을 벤 것이다.

 

 동길홍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 동길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염제를 집어들고 기절한 독바로를 경성이에게 받아 등에 업고 흔적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등광형을 따르는 백발의 소녀 경성이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째서 북해의 패자인 자신의 아버지가 아무런 기세도 없는 이런 초로한 노인에게 쩔쩔 맸는지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등광형은 흔적의 끝에 다다랐으나 동길홍의 모습을 찾지 못하자 산을 떠나기 시작했다.

 

 동길홍을 포기한 것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추격자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였다.

 

 독바로의 목숨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빨리 건녕으로 가서 안가에 있는 영약으로 독바로의 상태를 되돌려야 한다.

 

 보통 주화입마를 초기에 극복하지 못하면 뇌에 화기가 미쳐 백치가 되고 결국에는 생명의 원기까지 다 태워버리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었다.

 

 하지만 만정신공을 익힌 독바로는 선천진기를 수련하고 있고 몸 속에 녹아들지 못한 기운을 폭발 시킨터라 고비만 잘 넘긴다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독바로는 사흘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는 하얀 선녀가 있었다.

 

 묘한 분위기에 이국적인 느낌, 하얀 머리칼에 사람이 아닌 선녀인 듯 싶었다.

 

 자신을 멀뚱 쳐다보더니

 

 "정신들어?"

 

 라고 물었다.

 

 독바로는 선녀세요?라고 대답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의 부주의함, 싸부의 죽음, 이성을 완전히 잃기 전에 잠깐 동안 자신이 사람들을 살육하던 모습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곧 독바로의 얼굴에서 눈물과 콧물이 흘렀다.

 

 하얀 선녀는 콧물을 닦아주고 밖으로 잠시 나갔다.

 

 잠시 후 싸싸부와 선녀가 들어왔다.

 

 "정신이 드는게냐?"

 

 언제나 그렇듯 반갑고도 무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독바로는 싸싸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시선을 내린 채 그저 눈물만 쏟을 뿐이다.

 

 등광형은 몹시 불안한 상태에서 충격을 받을까봐 수혈을 짚어 독바로를 재웠다.

 

 독바로가 다시 눈을 뜨자 옆에는 싸싸부가 있었다.

 

 "싸싸부..."

 

 이제는 목소리가 나온다.

 

 등광형은 준비해둔 죽을 독바로에게 먹이려 했다.

 

 영약으로 만들어진 죽.

 

 하지만 독바로는 거부하며 말했다.

 

 "싸부가..."

 "...."

 

 잠시 동작을 멈춘 채 천장을 보던 등광형은 눈가가 떨렸다.

 

 안간힘으로 참아내며 다시 숟가락을 내밀었다.

 

 독바로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차분하던 등광형은 덜컥 화를 내었다.

 

 "일단 먹거라!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하지만... 싸부는... 싸부는....."

 "떽! 사내놈이 울긴 왜 우느냐, 멀 잘했다고 질질 짜고 있어"

 "싸부가... 싸부는.... 으엉엉엉"

 "먹기싫으면 관두거라, 너처럼 정신상태가 썩어빠진 놈은 목구멍에 밥알을 넘길 자격도 없어!"

 "나때문에... 나때문에요... 싸부가...."

 

 독바로는 정신을 놓고 울었다.

 

 꺼이꺼이 울다가 정신을 놓치고 자칫하면 머리에 충격이 가해질 정도가 되자 등광형은 다시 한번 독바로의 수혈을 짚어 혼절시켰다.

 

 다시 깨어난 독바로는 마치 죽은 생선의 눈을 하고 있었다.

 

 동공은 흐릿해서 초점이 없고 힘없이 팽창돼있었다.

 

 그런 독바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잘 마시지 않은 술을 마시러 등광형은 한마디도 않고 나가버렸다.

 

 하얀 선녀는 그런 독바로를 보며 안쓰러워하였다.

 

 독바로는 침상에 누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등광형이 상체를 세워 죽그릇을 눈 앞에 내밀었지만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짝.

 

 독바로는 고개가 돌아가며 오른쪽 뺨에서 화끈 거리는 통증에 정신을 차렸다.

 

 꿀밤을 때릴지 언정 대련외에는 어떠한 손찌검도 하지 않던 등광형이 독바로의 뺨을 때린 것이다.

 

 "정신 차려라! 길홍이가 네 모습을 보면 퍽이나 좋아할 것이다 이놈아!"

 

 독바로는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등광형은 억지로 독바로에게 죽을 먹였다.

 

 식사시간만 되면 억지로 독바로에게 죽을 먹였다.

 

 이틀이 지난 뒤 등광형은 죽 대신에 밥을 차려왔다.

 

 고소한 밥 냄새가 풍겼지만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길홍이를 찾으러 가야지."

 

 목이 쉰 등광형의 말에 독바로는 고개를 들어 싸싸부를 쳐다보았다.

 

 "아마 그 녀석... 죽었을게다. 살아있더라도 그놈들이 살려두지 않았을 게야. 비밀을 캐내려 모진 고문을 할 테지."

 "싸부는... 그날... 돌아가셨어요..."

 

 며칠 만에 입을 뗀 독바로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인 힘없는 목소리가 들릴듯 말듯 했다.

 

 하지만 등광형은 똑똑히 들었다.

 

 알지만 새삼 죽었다는 소리를 듣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시신이라도 찾아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녀석의 묘라도 세워줘야지 않겠느냐 말이다. 먹거라, 먹어서 스승보다 먼저 떠나버린 못난 그 녀석을 찾으러 가자."

 

 독바로는 그 말에 그제서야 숟가락을 쥐고 밥을 삼켰다.

 

 모래를 삼키는지 쌀을 삼키는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자 독바로는 많이 회복되었다.

 

 등광형은 독바로가 좋아하는 작계를 차려서 가져왔다.

 

 독바로는 그토록 좋아하던 작계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간질였으나 식욕이 들지 않았다.

 

 독바로는 그날의 이야기를 자초지종 등광형에게 말했다.

 

 결국 무심한 듯 보이던 등광형이 눈물을 훔쳤다.

 

 독바로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등광형은 가벼운 산책을 시켰다.

 

 경성이가 많은 위로가 될까 경성이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독바로는 경성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경성이는 말없이 독바로의 곁을 맴돌며 가만히 따라다녔다.

 

 독바로는 그저 산책이 끝나면 방 안에 들어가 구석에 쭈그려서 자신을 자책할 뿐이었다.

 

 독바로는 싸부의 그리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동길홍은 그 자체로 직접 걸어서 온 기연이였다.

 

 거렁뱅이같은 소년을 데려다가 사람 구실할 수 있게 사람을 만들어준 기적이었다.

 

 “아이야, 이건 얼마냐?”

 “나를 따라 가지 않을테냐?

 “나를 따라오면 약초를 팔지 않고도 밥값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그런데 아이야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바로, 독바로에요”

 “어 그래.. 바로구나 바로는 몇 살이니?”

 “10살이요”

 “10살~ 노부는 동노야라고 한다.”

 “네”

 “바로야 나를 따라 세상을 선도해 보지 않을테냐? 우리 문파의 신념에 따라 선량한 사람들을 선도하는 구도자, 선도꾼이 돼보지 않겠느냐?“

 

 "동노야. 동노야. 동노야."

 

 한 없이 말해도 좋은 그리운 이름.

 

 "왜 왔느냐. 너만이라도 도망쳤어야지"

 '너 라 도 도 망 가 거 라 꼭 살 아'

 

 이따금 마지막 순간이 떠오르면 괴로웠다.

 

 항상 자신의 뒤에서 묵묵하게 지켜봐주었고 자신이 어떠한 실수를 해도 그저 허허 웃으면서 감싸주었다.

 

 자신을 속여서 군에 입문 시켰을 때도 자신을 위해서 그랬음을 알았다.

 

 "바로야, 답답할 텐데 여행 한 번 가보도록 하자꾸나"

 "여행이요?"

 "천노란 노예병을 말하는게다."

 "...., ......설마 에이 설마요~ 싸부님 그죠?"

 

 그래서 한 번도 원망해 본 적이 없었다.

 

 수하들을 잃어 괴로울 때도 묵묵히 다독여주었었다.

 

 토닥토닥.

 "괜찮다. 괜찮아. 너는 최선을 다 했어"

 

 까불거려도 혼을 내지 않았다.

 

 싸부는 사부이자 친구였고 형이었고 아버지였다.

 

 "헤헤 그래도 혼월자령보를 극성으로 익히면 은형귀영을 수련 할래요."

 "후후후 그렇게 됐으면 좋겠구나"

 "싸부, 식사는 하셨어요?"

 "흘흘, 도망치는 사람이 편하게 식사를 어찌한단 말이냐?"

 

 독바로는 강해졌다고 거들먹거리던 자신의 모습이 구역질났다.

 

 화경에 올라 오기조원을 이루면 머하나.

 

 또 다시 세상 가장 소중한 싸부를 잃었는데...

 

 등광형이 술을 들고 독바로를 찾아왔다.

 

 "그 녀석은 말이다. 처음 봤을 때 마치 미친놈 같았지..."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술 한잔을 기울이며

 

 "제 가족들을 어느 악독한 놈들에게 의해 능욕을 당하고 모조리 죽임을 당했어..."

 

 독바로에게도 술을 한잔 건네 주었다.

 

 "복수를 마친 그 녀석은 지금의 너처럼 아무런 의욕이 없이 패다놓은 장작마냥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잔을 받아 다시 한잔 하였다.

 

 "정신을 차린 그놈이 인두겁을 쓴 못된 사람들을 응징하는 것을 삶의 목적처럼 살았었다."

 

 다시 한잔 건네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네 놈을 데리고 온 거야 꼬질꼬질한 니 놈을... 훌쩍 줘버리곤 숨었다가 다시 나타났었지. 기억하느냐?"

 

 독바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니 놈과 나 그리고 그 녀석 셋이서 그곳에서 살았었지 참 행복한 순간이었어. 니 놈은 모를 것이다. 그 녀석이 네가 오기 전까지 그 녀석이 어떠했는지. 평범한 척 굴어도 마음 속 한 곳에는 슬픔이 남아 있었지... 그런데 니 놈과 생활하다 보니깐 어느날 그 녀석이 진정으로 활짝 웃는 것을 보게 되었다. 넌 그 녀석의 가장 귀한 보물이자 웃음, 행복. 그 자체였었어."

 "싸부는 왜 저를 그리 아껴주셨을까요? 지나가다 주은 거지잖아요"

 "...내가 물은 적이 있지. 왜 저 아이를 데려왔냐고. 니 싸부가 그러더구나. 처음에는 몸 속에 깃든 기운이 궁금해 말이 붙여볼까 했고, 대인에서 아저씨 다시 대인으로 바뀌는 영악함이 좋았다고 하더구나. 또 따라오라고 하니 남은 약초까지 꼼꼼이 챙기는 모습과 말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더니 대뜸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나요?’ 하면서 쳐다보는 네 눈동자에 빠졌다고 하더구나.”

 

 독바로는 싸부의 첫 만남이 생각이 났다.

 

 등광형은 재차 말을 이었다.

 

 “사람 좋은데 이유가 있겠느냐? 넌 지나가다 주은 거지가 아니였다. 그 녀석의 분신이었어. 후손을 이을 수 없는 우리 문파의 특성상 제자는 곧 아들이자 자신의 분신이다. 그런데 자신의 분신이 이렇게 장작처럼 방구석에서 썩히고 있으면 좋아하겠느냐 저승에서도 혀를 찰 것이다."

 "......그럼 저는 어떻해야 할까요? 저는 절 용서할 수 없어요. 저 때문에..."

 "니 때문이 아니다. 그건 순리였다. 그 녀석이 자초한 일이야. 악인들을 상대했고 악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러니 너도 이제 그만 자책하고 털고 일어나거라. 먼저 간 싸부를 위해서라도 보란 듯이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한 잔 더 비운 등광형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혼자 남은 독바로는 마지막 눈물을 흘렸다.

 

 *****

 

 등광형은 그동안 하오문과 자신의 사람들을 통해 동길홍의 소재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사천성에서 행적이 끊긴 뒤 어디로 빼돌렸는지 알아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하였다.

 

 "살황(殺皇). 소재지를 알아내었습니다."

 

 평범한 농촌의 촌부같아 보이는 그는 등광형이 현역시절 부렸던 수하였다.

 

 독바로가 어릴 적 안가에 찾아왔던 두산.

 

 현재는 등광형이 만들어준 마을에 정착해 촌장으로 남은 여생을 지내고 있었다.

 

  그 마을은 살수들이 은퇴해서 지내는 마을로 약 700여명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살황이란 허명은 버린지 오래네... 아니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잘 쉬고 있는 자네들을 불러내서 미안하구만."

 "아닙니다 살황. 다들 살황께서 목숨이라도 원하신다면 기꺼이 내놓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찾아왔을 때와는 달리, 수하의 모습을 철저히 지키며 예를 다하였다.

 

 "그래, 어디에 있는가?"

 "지금 섬서성에 있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뭔가?"

 "남은 추종자들을 축출하고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시체를 효수를 하고 시체를 걸어 두겠다고 합니다."

 

 등광형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으으으으.“

 

 등광형과 가까이 서있던 산두는 기운에 맞서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등광형은 기운을 거두며 힘들어하는 산두에게 사과를 하였다.

 

 "휴우. 미안하구만 내 잠시 흥분했네. 살수로서 평정심을 잃다니, 감각이 무뎌진 모양이야..."

 "아, 아닙니다."

 

 산두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대답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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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강해질 것입니다.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2017 / 2 / 9 515 0 10142   
31 한 명을 향한 천 명의 목숨 2017 / 2 / 9 829 0 10811   
30 마지막 시험, 천마지관 2017 / 2 / 8 867 0 16178   
29 아, 나는 천재가 아니구나 2017 / 2 / 7 435 0 10843   
28 역대급 가볍고 허술한 대장 2017 / 2 / 7 477 0 9197   
27 죽음의 결사대 2017 / 2 / 7 462 0 12150   
26 면접, 백유유의 어릴 적 2017 / 2 / 6 421 0 6105   
25 역시 될 놈은 떨어져도 된다. 2017 / 2 / 6 611 0 9166   
24 그 와중에도 청춘은 뜨겁다. 2017 / 2 / 6 510 0 10488   
23 독고력을 원하는 두 남자. 2017 / 2 / 5 466 0 13551   
22 동정의 화경 고수 2017 / 2 / 4 450 0 6616   
21 일당천(一當千)의 늑대들을 키우다 2017 / 2 / 4 613 0 13240   
20 외전 동길홍의 과거 2017 / 2 / 4 434 0 7625   
19 독바로, 그러게 나서지 말걸 후회하다 2017 / 2 / 3 482 0 9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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