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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미미객잔, 너구리 사냥
작성일 : 17-02-17 07:28     조회 : 749     추천 : 0     분량 : 1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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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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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바로는 희준고가 떠나가고 희환외와 민국한은 각기 자신의 세력을 일구느라 바빠, 혼자 늘 심심했다.

 

 청풍문의 무상이라는 직책은 명예직인 듯 할 게 없었다.

 

 한번은 문도들에게 무공 수련을 가르쳐 보라는 희환외의 부탁을 듣고 마지 못해 새로 들어온 문도들을 굴렸다.

 

 늘 하던 식으로.

 

 그 다음부터 희환외의 부탁은 없었다.

 

 평상시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 독바로는 이곳저곳에서 맛을 보고 평을 내리는 것을 좋아했다.

 

 문도들에게 물어물어 맛좋은 객잔을 수소문하여 외식을 하러 혼자 인근의 객잔을 찾았다.

 

 <미미객잔>

 

 “음...”

 

 들어가는 입구는 잡초가 나 있었고, 간판은 약간 삐뚤하게 걸려있었다.

 

 건물은 왠지 오래된 듯 싶은 칙칙한 분위기에 손님이 없는지 객잔 안은 조용했다.

 

 독바로는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배는 고프고 기왕지사 이곳까지 온 거, 외식의 나쁜 예를 경험해보고자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스으으윽.

 

 객잔 안에 들어서 의자를 뒤로 슥 꺼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아무도 나와 보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 계시오~?”

 

 그러자 식당의 한 쪽 문에서 사람이 나왔다.

 

 이제 40대에 들어설 법한 나이에, 나잇살이 턱과 볼에 덕지덕지 붙어 상당히 게을러보이고 불량해보이는 인상이었다.

 

 앞섬은 숨쉬기 편하게 약간 풀려있었고 소매는 대충 둘둘 걷어 올려있었다.

 

 자다 나온 듯 머리는 한쪽이 눌려 꼴이 영 좋지 않았다.

 

 작은 눈으로 독바로를 위아래로 슥 훔쳐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서오쇼. 머 먹을꺼요?”

 “...이 집에서 가장 잘하는 거 가져다 주시오”

 “좀 기다리쇼.”

 

 주문을 받은 그는 주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마 주문, 요리, 계산을 혼자하며 이곳을 운영하는 듯 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은 돼지고기를 가져다 주었다.

 

 푸석푸석한 몇몇 채소와 몇 개의 장, 그 외 자잘한 몇 가지 음식들까지 차려주고는 맛있게 먹으라는 소리도 없이 휙 돌아섰다.

 

 독바로는 별 기대도 않고 젓가락을 들어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장에 찍어 입 속으로 넣었다.

 

 “억.”

 

 독바로는 한 입하고 깜짝 놀란 듯이 표정을 짓다가 돼지고기를 한 점 더 집어 눈 앞에 가까이 두고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입속으로 넣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거지... 이래야지... 아...”

 

 행복해 하던 독바로는 허겁지겁 고기와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반 각안에 모두 맛있게 먹었다.

 

 객잔의 주인은 계산대에 앉아 맛있게 먹는 독바로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은 듯 표정이 많이 풀렸다.

 

 독바로는 계산을 하기 전 머릿속에 음식에 대한 품평을 하며 차를 한 모금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 때, 주인장이 계산대에 앉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장사를 접어야 하나...”

 

 독바로는 그 소리에 뭔가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아니, 정확한 심정을 표현하자면 말하긴 싫은데 말하고 싶었다.

 

 이 수육은 그냥 썩히기에는 너무 맛이 좋았다.

 

 참여하기 싫지만 저도 모르게 주인을 부르고 말았다.

 

 “이보시오 주인장.”

 “다 자셨소?”

 

 맛있게 먹어 준 보람인 듯 주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많이 상냥해졌다.

 

 “그렇소. 그런데 말이오... 너무 노력을 안 하는 것 아니오?”

 “노력? 무슨 노력 말이오?”

 

 독바로의 뜬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턱살을 접자 3겹이 되며 되물었다.

 

 “객잔 운영에 대한 노력 말이오.”

 “그게 무슨 소리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만든 음식인데. 평범해 보이는 듯해도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데 10년이 걸렸소. 왜, 맛이 없었소?”

 “아니 맛있었소. 그게 아니라, 객잔 운영이라고 하지 않소.”

 “객잔에서 음식만 맛있으면 됐지 뭘 또 더한단 말이오.”

 “도둑질에도 도가 있는데. 어째 객잔 운영에도 도가 없을 수가 있겠소.”

 “거 사람 참. 도둑질에 무슨 도가 있소?”

 “모르는 소리요. 옛 적에 도척(盜跖)이 말하기를 도둑질에는 5가지의 도가 있다고 했소이다.”

 “그것이 무엇이오?”

 

 주인장은 독바로의 안 좋은 소리에 기분이 안 좋아진 듯 했다가 도둑의 도라는 말에 흥미가 생긴 듯 했다.

 

 “방이나 금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맞히는, 성(聖). 남보다 먼저 훔치려 들어가는, 용(勇). 훔치고 남보다 뒤에 빠져나오, 의(義). 훔칠 수 있는지 아는 지(知). 훔쳐서 골고루 나누는 인(仁). 이 있다고 했소.”

 

 독바로가 옛날에 싸부에게 왜 도둑질을 하고, 기껏 도둑질 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싸부 동길홍이 도둑의 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분균인야(分均仁也, 골고루 나눈다)하여 갖추지 않으면 대도(大盜)가 될 수 없다는 알 수 없는 소리만 하였다.

 

 잠시 옛 생각을 떠올렸던 독바로는 주인장에게 쓴 소리를 날렸다.

 

 “이처럼 도둑에도 도가 있는데, 객잔을 운영하는 것에도 도리가 없겠소? 주인장은 운영이 형편 없소이다.”

 “객잔의 도는 무엇이란 말이오? 어떻게 운영해야 한단 말이오?”

 

 주인장은 독바로와 거리를 바짝 좁히며 팔꿈치를 잡고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현재, 주인장이 미미객잔의 문을 연지 일 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항주에서 이름 날리던 객점의 주방장이었단 소문에 첫 3달 동안은 손님이 꽤 많이 있었다.

 

 그때는 점소이도 둘이나 있었고 매출이 꽤 있었다.

 

 하지만 점차 손님이 줄어들며 수입이 줄어들자 점소이 들도 하나둘 떠나보내고 최근에는 혼자 운영을 하고 있는데 늘 적자였다.

 

 그도 벌어야 먹고 살지 않겠는가.

 

 은근히 조여오는 자금의 압박에 요즘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고 있었다.

 

 “내가 외식을 할 때마다 평가하는 것들이 있소. 맛, 친절, 가격, 응대, 인사, 시간, 위생 이오”

 “객잔에서 맛있고 많이 주고 싸게 팔면 되는 것이 다가 아니오?”

 “결코 그렇지 않소.”

 “굶주린 자들은 양만 많으면 되오. 하지만 돈을 내고 맛을 찾으러 온 사람은 분위기를 따지오.”

 “객잔에서 무슨 분위기를 찾는단 말이오?”

 “음식이 아무리 맛이 좋다 한들.”

 

 독바로는 자신이 비운 접시를 들어올려 뒤집었다.

 

 식기의 바닥에는 씻기지 않은 무언가가 눌러 붙어 있었다.

 

 “위생이 철저하지 않으면 사람은 입맛이 사라지오. 문 밖의 잡초, 가게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 바닥의 끈적임 등을 해결 하지 않고서는 결코 손님이 오지 않을 것이오.”

 

 독바로의 말에 얼굴을 붉힌 그는 객잔을 둘러보았다.

 

 탁자와 의자는 여기저기 제 멋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식탁을 제외하고는 구석구석에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었다.

 

 천장 구석에는 거미가 집을 차려 거미줄에 걸려든 날파리를 무전취식하고 있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게다가 인사와 응대는 미미의 얼굴이오.”

 “미미의 얼굴?”

 “객잔의 운영은 그저 맛, 가격, 시간 맞춰 문을 열고 닫는 것 뿐만 아니오. 그런 것이 쌓여 미미의 얼굴이 되고 손님들이 자꾸 모여들어 단골이 생기는 것이오. 장사하는 곳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단골이라고 할 수 있소.”

 

 독고력의 말에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안이하게 문을 열어왔는지 새삼 느끼며 창피함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처음엔 자신의 음식 실력이면 그냥 사람들이 몰려올줄 알았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늦게 열고, 피곤하면 일찍 문을 닫았었다.

 

 손님이 없으면 휴식공간에 들어가 누워 있다가 손님이 오면 그저 열심히 만들어주기만 했었다.

 

 미미객잔을 열기 전 큰 객잔의 주방에서 일하던 그는 자신의 실력이면 무조건 성공하리라 믿었건만 점점 매일 파리만 날리는 현실에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포기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오늘 찾아온 손님에게 들으니 미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객잔은 그저 음식을 내어주고 돈을 받는 곳이 아니었다.

 

 “...부끄럽소이다. 내 이러한 깨우침을 주었으니 음식 값은 받지 않겠소이다.”

 “힘내시오. 음식은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맛있었소. 단지 주인장의 성향이 셋 중에 하나인 기술자 유형이었을 뿐이오. 나머지는 노력하면 되리라 믿소이다.”

 

 주인장은 독바로의 말에 이제부턴 음식 뿐만 아니라 객잔의 운영에도 노오오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식당의 주인은 크게 3가지의 유형이 있었다.

 

 사장, 관리자, 기술자.

 

 사장은 배포가 크고 일을 벌일 줄 아는 유형이고, 관리자는 말 그대로 운영을 잘 하고 참견과 잔소리가 심하고 깐깐하다. 기술자는 남이 하는 꼴을 잘 못 보고 자신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며 한 가지에 집중해서 그것만 잘한다.

 

 공짜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온 독바로는 청풍문으로 향하다 옛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 저 청년이 계산해줄게다.]

 [아는 분이세요?]

 [말의 힘이다. 말은 천 냥이 되기도 하고 칼날이 되기도 하지.]

 

 싸부를 처음 만나던 날 음식을 공짜로 먹는 법을 배운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어느 가택의 방 안에는 6명의 사람이 모여 차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인상이 선했다.

 

 게다가 3인은 도복을 입고 있었고 3명 또한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그 중에 제일 먼저 입을 연자는 하얀 도복에 붉은 매화꽃이 수놓아진 도복을 입고 허리춤에 화산신검(華山神劍) 중 하나인 송풍검(松風劍)을 허리에 맨 흰 수염의 늙은 도사였다.

 

 "서면도적을 잡지 못한 지 십여 년이요. 전설의 투신도 아닐진데 그에게 착복당한 돈만 벌써 금자 2000관이 넘어가오."

 "금자 2000관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각 파의 절기들과 영단이나 신검 등 이물까지 싹 털렸소."

 "끄응..."

 

 흑색복장에 푸른 벼락과 묵빛 호랑이가 좌우로 그려진 옷을 입은 사내가 말을 받았고

 

 흰색 도복에 붉은 태양이 떠있는 사내가 침음을 흘렸다.

 

 누군가가 들었으면 깜작 놀랄 만한 금액이 나왔다.

 

 금자 2천관.

 

 그들은 나라의 3년치 세금액과 맞먹을 그 액수를 아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정의맹에서 장로직을 맡고 있는 여섯 장로였다.

 

 화산의 화영민(花影敏), 청성의 태상원(太上元), 곤륜의 여증재(餘增齎), 점창의 명품상(姳稟祥), 하북팽가의 팽해(彭偕), 모용세가의 모용요필(慕容要苾)이었다.

 

 이들이 뭉쳐 다닌지 어언 30년의 세월이 다되어간다.

 

 화산, 모용, 청성, 곤륜, 점창, 팽가의 이 여섯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라는 이름을 건지 수 백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권좌에 오른 적이 없는 비운의 가문들이었다.

 

 항상 2인자의 위치이거나 그 이상 올라가본 적이 없는.

 

 무림에서 태산북두, 천하제일가에 이름 오른 것은 항상 소림과 무당, 남궁세가였다.

 

 그들은 어릴 시절부터 뭇선배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소속을 제일로 만들고자 노력했으나 제일(第一)의 아성은 견고하고도 높았다.

 

 그리해서 그들이 방향을 바꾼 것이 재물이다.

 

 높은 무공을 바탕으로 범인들은 할 수 없는 불법과 위법을 저질렀고 그러한 수법으로 번 돈으로 거상들과 고관대작들을 매수하여 더욱 큰 돈을 벌었다.

 

 자연히 문파와 세가의 위상이 올라갔고 자신들의 입지 또한 탄탄해져갔다.

 

 그리해서 각 조직에서 수좌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나이가 60세를 바라보건만 사람의 욕심은 늙지 않았다.

 

 한데 최근 10여 년간 과거 투신의 재림이라고 불리우는 서면도적에게 자신들의 횡령금과 비상금 등을 탈탈 털리고 있었다.

 

 어디에서 하소연 할 수 없는 그러한 재물이기에 공공연하게 잡아드릴 수 없었고 그 놈은 매번 유유히 빠져나갔다.

 

 몇 해 전 서면도적을 잡아들일 뻔 했으나 결국 놓쳤고 치명상을 입혔으니 죽었을 거라던 수하의 보고와는 달리 몇 해가 지나자 다시 왕성하게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했던가.

 

 위법자들은 위법자들끼리 모인다고 관리들 중에서도 서면도적에게 당한 이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인지라 이번 기회에 서로 합심하여 서면도적을 꼭 처리하고자 하였다.

 

 "이번에 안찰사(按察使) 어른께서 그 놈을 잡을 덫을 마련했으니 무인을 지원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소. 최근 태 나라와의 전쟁에서 크게 이겨 수입이 줄어든데다가 계속해서 대신들의 신경을 건드리니 위에서 합의하여 그 놈을 잡기 위해 승낙이 떨어졌다고 하오."

 "어떤 덫이 준비되었소? 방도가 있겠소? 워낙에 신출귀몰한 놈이라..."

 "그런 말이 있소이다. 주인을 불러내려면 개를 패라. 그 놈을 따르는 추종자들의 꼬리를 잡았으니 모조리 잡아들이고, 대대적인 지역수색을 하여 그놈에게서 받은 표식있는 백성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고 하오. 그리고 잡아들인 개들에게 은밀하게 정보를 푸는 것이오. 그 녀석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속이고 훔치고 도망치는 것이니 재물을 모아두었다는 정보만 흘리면 그 놈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외다. 그 때 우리가 덫에 걸려든 그 놈을 요리하면 될 것이오."

 "참으로 좋은 계책이오. 하지만 그 많은 백성들을 잡아들이려면..."

 "황제께서 위독하시고 조정이 소란스러운 이 때, 큰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그 놈을 확실히 잡아 죽이려는 의지 아니겠소"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두겠소이다."

 

 그 곳에 모인 이들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명 '너구리 사냥'의 준비를 하기 위해서 자리를 떠났다.

 

 *****

 

 얼마 후, 사천성에서 대대적으로 백성들을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직적으로 모여, 부정한 짓을 이용해 재물을 모으는 역적들을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숫자가 벌써 2만 명이 넘는다는 소문이었다.

 

 당연히 그 소식은 동길홍의 귀까지 들어갔고 동길홍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사천성으로 당도했다.

 

 객잔에서 밥을 먹는 척하며 내공을 끌어올려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이 재물을 나누어줄 때 항상 남겼던 무궁화가 그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보부상들인 듯 저마다 하나씩의 짐을 짊어지고 온 사내들은 자리에 앉아 먹을거리를 주문시키고 사천성 내의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집에 꽃이 있거나 꽃그림이 있으면 모조리 잡아간다고 하네."

 "으휴...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그러게나 말일세. 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무슨 잘못이라고 죄 없는 이들을 잡아간단 말인가."

 "아랫마을 개똥이네도 지난 해 벚꽃놀이를 하다 꺾어온 벚꽃 때문에 일가족이 모조리 잡혀갔다지 먼가?"

 "지금 제형안찰사에 사람이 넘쳐나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하는구먼.."

 

 동길홍은 본디 지혜로운 자였다.

 

 이것은 자신을 불러들이려는 뻔한 계략임을 알지만 보고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노릇.

 

 그는 사천성 지부의 하오문으로 찾아갔다.

 

 동길홍이 향한 곳은 시장 내에 있는 푸줏간이었다.

 

 이미 도축되어 있는 돼지와 소가 부위별로 여기저기 걸려있는 평범한 곳이었다.

 

 별 달리 이상해 보이는 것이 없는 푸줏간 그 곳에서 고기를 써는 이에게 말했다.

 

 "까마귀를 보러 왔네.“

 

 고기를 썰던 그는 그말에 흠칫 거리더니 낮게 되물었다.

 

 "무슨 까마귀 말이요?"

 "하얀 까마귀네"

 "어디에 있습니까?"

 "낮게 낮게 날아 천하를 두루 다닌다네."

 

 하오문의 밀호였다. 그러자 사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더니 동길홍을 안내하였다.

 

 뒷문을 열고 나서자 미로같은 길이 나왔다.

 

 몇 번을 돌고 돌아 자그만한 초갓집 앞에 두고 사라졌다.

 

 동길홍이 초갓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니 그 곳에는 누런 이와 곰보얼굴을 가진 사내가 있었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셨는가?"

 

 동길홍의 추정자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하오문의 문도들이었다.

 

 어릴 적 하오문주를 통해 은혜를 입은 동길홍은 매년 하오문에 크나큰 재물을 주고 하오문은 그 받은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정보를 모아주는 서로 공명하는 관계였다.

 

 이 에 있는 누런 이의 사내도 알게 된지 벌써 15년 세월이 넘어갔다.

 

 “알아 볼 것이 있어서 왔네.”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문도들이 잡혀가 매일 한명씩 모진 고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상심이 클 것 같은데 괜찮은가?"

 "썩어빠진 관리놈 들에게는 더 이상 떨릴 치도 없습니다."

 

 누런 이의 사내 누렁이가 말했다.

 

 하인의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뭇 백성들이 그렇듯이 부모님이 대충 지어준 이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누런 이와 이름이 잘 조합이 되었다.

 

 누렁이는 수집한 정보를 동길홍에게 건네며 말했다.

 

 "현재 잡혀 들어간 저희 쪽 사람들은 400여명 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은밀하게 도는 정보인데... 곧 승상에게 받칠 조공을 옮긴다는 것을 입수했습니다."

 "...훗, 용을 썼구먼."

 "예?"

 "아, 그 정보 아마 저들이 흘린 것 일게야."

 "...이중 덫이라는 거군요."

 "그렇지. 아무리 백성들이라도 몇 만 명씩이나 잡아들이고 덫을 많이 만드는 것을 보아하니 저들이 이번에 단단히 작정을 한 것 같네."

 "음... 그럼 어찌 합니까?"

 "아무리 관리들이라 할지라도 몇 만 명씩이나 백성들을 잡고 있으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수감비용이 꽤 나갈 것이네. 그렇다고 그들을 그냥 방치해두어 모조리 죽게 할 수도 없을 것이네. 그렇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지만... 고통 받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하필 스승님께서 북해로 떠나셨을 때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스승님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우선은 서신 두 장을 써주게나."

 "알겠습니다. 어디로 보낼까요?"

 "하나는 북해로 하나는 강서성으로 부탁하네."

 

 다음 날, 그는 관복으로 갈아입고 역체만용술을 펼친 다음 당당히 제형안찰사사로 들어섰다.

 

 동길홍이 즐겨 쓰는 ‘눈에 뜨일수록 눈에 띄지 않는‘ 방법이었다.

 

 호패를 내밀고 신분을 확인 받은 다음 통과하였다.

 

 동길홍은 은형귀영을 이용하여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한 다음 이곳저곳을 살폈다.

 

 건물 배치도와 위병들의 숫자 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경계를 서는 탓에 철통같은 경비였다.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자 교대하는 병사들의 시선이 분산된 틈에 감옥으로 들어섰다.

 

 감옥 안은 돼지우리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억지로 잡아 밀어 넣다보니 좁은 감옥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사람들은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서로서로 포개져 앉은 것도 아니고 누운 것도 아닌 상태였다.

 

 배식 상태도 좋지 않은 것인지 사람들의 안색은 좋지 못하였고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과 분노, 걱정 등의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쯧쯧 이런 천인공노할 놈들...'

 

 다음은 조공을 바치기 위해 모아둔 재물들을 찾아나섰다.

 

 머지않아 그 곳을 찾아낸 동길홍은 귀신같은 솜씨로 그 곳에 숨어들어갔다.

 

 어마어마한 양의 조공품들이 쌓여있었지만 살펴보니 조공들의 4분지 3은 지푸라기와 흙, 빈 상자들이 가득했다.

 

 동길홍은 재물들을 골라내어 따로 담아두어 그곳에 나두고 나왔다.

 

 동길홍은 탐문을 마치고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원래 계획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니 시간을 두면서 저들을 지치게 하고 주의력을 분산시킬 생각이었다.

 

 그래서 독바로와 스승인 등형광 중 한명이 올 때까지 기다릴 참이었는데

 

 막상 감옥 안을 둘러보고 오니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어른거려 통 잠이 오질 않았다.

 

 다음 날 동길홍은 누렁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동길홍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누렁이는 분개하며 계획에 열혈 동참하였다.

 

 이튿날 자정의 시간. 제형안찰사사의 담벼락과 건물 등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최대한 인명 피해를 자제하기 위해 사람이 있는 곳은 피했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는지 제법 큰 불이 나기 시작했다.

 

 마치 태양이 다시 뜨기라도 한 듯 환해진 밤.

 

 병사들은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했다.

 

 그 틈을 타 감옥에 스며든 하오문도들이 감옥문을 열어두자 백성들이 감옥 밖을 뛰쳐나왔고 곧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 때, 동길홍은 조공이 있는 곳을 습격하여 병사들을 공격하다 빠졌다.

 

 "동길홍이다! 잡아라!"

 "동북쪽으로 향한다 동북쪽!"

 

 동길홍은 병사들을 유인하였다.

 

 그리고 파놓은 구덩이에 병사들이 우수수 빠져버리자 입을 둥그렇게 모아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남아 있던 병사들은 사방에서 덮쳐오는 그물에 걸려 허우적 거렸다.

 

 동길홍은 극성으로 신법을 펼쳐 다시 돌아와 골라둔 재물들을 가지고온 밧줄을 이용하여 천장에다 매달아두고 진법을 펼쳐 보이지 않게 해두었다.

 

 등화불명(燈火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는 계책이었다.

 

 저들은 재물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할테지만 정작 그 재물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저 재물들은 하오문 문도들이 불이 나서 소각된 건물들을 보수하러 올 때, 차곡차곡 빼돌릴 것이니 염려없었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아무 저들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큰 출혈을 감수하고서 이 정도의 덫 밖에 준비하지 못 했다면 저들은 바보이리라.

 

 동길홍은 잔뜩 긴장을 한채 벗어나기 시작했다.

 

 동길홍이 떠난 뒤 찻잔의 차가 식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사람이 이곳에 나타나 이 곳 저 곳 수색하기 시작했다.

 

 ******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꾼들이었다.

 

 동길홍은 일부러 이곳에서 재물을 가지고 나간 것처럼 발자국을 남겼기 때문에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족적을 남긴 땅의 습기로 보아하니 얼마 되지 않은 듯 싶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추격이 가능합니다."

 "가지."

 

 좀 더 자세히 살폈더라면 재물의 행방까지 알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동길홍이었기에 흔적을 놓치기 전에 서둘렀다.

 

 동길홍은 자신의 예상대로 본격적인 시합이 되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변에 드문드문 보이는 기운들.

 

 이것은 무림인들이었다.

 

 그가 대충 헤아려진 무인들만 수백.

 

 쫓기는 자와 쫓는 자들의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

 

 오기조원에 올라 자신감이 부쩍 오른 독바로는 현경을 바라보기 위해 아둥버둥 무공 수련을 했다.

 

 하지만 화경을 이르기 전 보다 더욱 두텁고 견고한 벽은 결코 틈을 보이지 않았다.

 

 무공 수련 외에 아무런 것도 하지 않던 독바로는 어느날 갑자기 날아온 사부의 서신을 받고 급히 강서성을 떠나 사천성으로 향했다.

 

 한 번도 자신의 도움을 부탁한 적이 없는 동길홍이었기에 사뭇 걱정이 되었다.

 

 몇 해 전 싸부가 위독한 상태로 복귀한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오기조원의 경지에 오른 독바로는 마치 천리마(千里馬)와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말밥굽 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는 것과 두 발로 뛴다는 것이다.

 

 독바로는 사천성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길홍의 행한 것은 이 곳 사천성의 뜨거운 감자였다.

 

 모든 사람들이 신비의적을 걱정하며 그가 구원해주었다고 추앙하고 있었다.

 

 독바로는 동길홍이 수많은 관군들과 무림인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독바로는 싸부가 정신병자문 특유의 암호문이 남겨둔 것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반나절 뒤 다소 지친 듯 왜소해 보이는 싸부의 등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싸부의 등이 좁아보이자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독바로는 억지로 입을 좌우로 당겨 웃는 모습으로 싸부에게 다가갔다.

 

 신경을 바짝 세워두고 있던 동길홍은 기척에 놀랐지만 이내 독바로임을 알게 된 후 안심하고 크게 기뻐하였다.

 

 "싸부, 식사는 하셨어요?"

 "흘흘, 도망치는 사람이 편하게 식사를 어찌한단 말이냐?"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도망치는 중이라도 배는 든든히 채우셔야죠. 이게 뭐에요 마르셔가지고..."

 

 독바로는 품에 넣어둔 주먹밥과 육포를 꺼내 싸부에게 꺼내 주었다.

 

 동길홍은 우선 자리를 피하자고 했지만 다 먹기전에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독바로의 엄포에 허겁지겁 주먹밥을 먹다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

 

 독바로는 싸부의 왜소한 등을 툭툭 쳐주었다.

 

 "추격자들보다 니 녀석이 싸온 주먹밥이 더 무서운 놈이로구나. 이런 살인주먹밥 때문에 이승을 하직할 뻔 했지 않느냐."

 "천천히 드세요 주먹밥 탓 하지 마시구요."

 

 허기를 달랜 동길홍은 독바로와 함께 사천성을 벗어나기 위해 서남쪽으로 향했다.

 

 ******

 

 추격자들은 지도를 보며 동길홍의 방향을 예측하였다.

 

 속도면에서나 은신법에 있어서나 동길홍은 이미 무림에서 일절로 평가받고 있었다.

 

 해서 미리 동길홍의 방향을 예측하지 않는 한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이 곳 성도에서 빠져나갈 길은 동북쪽 낙(濼)을 통해 면죽관(綿竹關)으로 재동(齋洞), 낭중(郎中), 가맹관(加盟關), 백수(白首)로 향하게 되면 사람들 틈에 숨어드는 동길홍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쪽 길은 빠져나갈 틈없이 막아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들이 향할 곳은 월수(月數)에서 복미(復米) 그리고 건녕(乾寧)으로 향할 것입니다. 저들이 건녕에 도착하게 되면 놓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건녕은 북으로 복미, 동으로 누(漊)와 남으로 동병(銅甁), 서쪽으로 영창(潁昌)이 있기 때문에 신출귀몰한 그에게는 구렁이가 담 타듯 쉽게 빠져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이곳. 월수에서 복미로 향하는 길목이군."

 "예, 그렇습니다. 북경에서 먼 곳에 일을 벌이기 위해 사천성을 선택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동길홍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월수와 복미는 횡단산맥을 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나."

 "예, 이곳 공가산(拱架山), 매리설산(媒利雪山), 옥룡설산(玉龍雪山) 삼각형 지역에 각 일천 명씩 무인들을 미리 소집해두었기 때문에 저희들은 쫓으면서 방향을 지시해 저들을 이곳 복미 부근에서 사로잡으면 될 것입니다."

 "실수는 없다. 이번에 잘 못되면 너희뿐만 아니라 너희가 속한 곳과 가족들이 무사하지 못하는 점을 명심하도록 해라."

 "차질 없이 준비 하겠습니다."

 

 *****

 

 독바로는 동길홍과 추격망을 벗어나며 유유자적 이런저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 생활 때 몸에 밴 수색작업이 독바로를 불편함 없이 하였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동길홍의 탈출방법은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적들에게 혼란을 줄 함정과 위장흔적 하나하나 간단하면서 빠르게 많이 만들어 버렸다.

 

 왜 싸싸부가 동길홍이 마음먹으면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독바로는 동길홍의 탈출 솜씨에 놀랐듯이 동길홍 역시 독바로의 무공성취에 놀랐다.

 

 이제 이십대 중후반의 나이 아닌가 이십대 중반에 화경에 오른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건만 오기조원이라니 아마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자신의 제자의 재능이 무서우면서 이 녀석이 바로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뿌듯했다. 독

 

 바로의 경지라면 적들에게 포위되더라도 자신과 힘을 합하면 무사히 이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스승님께서 오셨으면 간단했을 텐데 스승님께서 현재 북해에 볼일 보러 가셔서 괜히 너를 끌어들여 불안했건만 이제 마음이 놓이는구나."

 "스승님께서 오시면 간단해요?"

 "네 스승을 잡으려면 북방의 초원 한 가운데에 백만 명을 포진시켜야 잡을 수 있을게다.“

 

 평상시 과장법을 즐겨 쓰지 않는 동길홍이었기에 독바로는 더욱 놀라웠다.

 

 "그 정도에요?"

 "내가 여의신류에서 자음신법에 사력을 다 했듯이 스승님께서는 은형귀영을 극성에 달하셨다. 바로 눈 앞에 있어도 찾기 어려운데 이런 산맥에서는 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풀어놔도 스승님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우와... 완전 멋있다. 나도 그냥 은형귀영을 극성으로 익힐 껄 그랬나. 괜히 땡기네."

 "끌끌끌, 여의신류를 바탕으로 혼월자령보(混越紫靈步)라는 절세신법을 만들어냈으면 됐지 욕심이 과하구나."

 "헤헤 그래도 혼월자령보를 극성으로 익히면 은형귀영을 수련 할래요."

 "후후후 그렇게 됐으면 좋겠구나."

 

 하루가 저물고 다음 날이 되었다. 월수에서 복미로 향하는 두 사승에게 조여들어오는 포위망이 심상치 않았다.

 

 추격에 혼란을 주기 위해 제아무리 흔들어놓고 은밀히 이동하더라도 저들은 추격에 목숨을 건 자들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점점 저 조여들어오는 포위망에 동길홍은 미간을 찌푸렸다.

 

 준비가 철저한 그들의 천라지망을 무사히 피해가긴 틀려보였다.

 

 "아무래도 살생은 불가피한 듯 하구나. 앞으로 무력을 이용해 포위망에 돌파해야 할 때가 올 것 같구나."

 

 동길홍은 자신의 이동경로에 무작정 수많은 사람들을 몰아넣어 찾아내는 저들의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그후로부터 간간히 적들과 마주쳤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독바로와 동길홍을 찾아내 공격했지만 화경의 끝자락에 닿아있는 고수와 또 하나의 화경의 고수를 고작 일반 무림인들로 잡아둘 수는 없었다.

 

 아무리 많은 숫자의 무인들이 각 파의 절진을 이용해 시간을 끌려고 해보지만 마치 호랑이가 토끼 떼들을 덮치듯 막아낼 수가 없었다.

 

 화산파는 이번 추격망에 가장 많은 수의 무인들을 데려왔다.

 

 제 아무리 화산의 매화검진(梅花劍陳), 오안검진(五雁劍陣), 칠앵검진(七鸚劍陣), 구작검진(九雀劍陣) 등의 절진을 펼치더라도 독바로의 푸른강기가 담긴 발걸음에, 창격에, 발길질에 산산히 부셔져 나갔다.

 

 묘용세가의 묘용협진(妙用協陳), 하북팽가의 맹호포교진(猛虎捕校陳), 점창파의 한매검진(寒梅劍陳) 등 또한 예외는 없었다. 실로 가공한 수준의 무력이었다.

 

 일명 너구리 사냥이라고 부르는 이 포위망에는 화경의 고수가 무려 2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는데, 본래 계획은 진법과 천라지망(天羅蜘網)을 이용해 너구리를 붙잡아두면 이들 화경의 고수가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화산육선(華山六仙)과 패호사수(覇虎四秀)의 수장들이 그들이다.

 

 청성육검협(靑城六劍俠) 또한 모두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이 신호를 받고 도착하면 이미 너구리들이 사라져버렸다.

 

 신호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길 그깟 도적놈들을 붙잡아놓는 것도 못한단 말이냐."

 "무량수불. 벌써 그들에게 당한 숫자만 600명에 달합니다. 대부분 중상자들이 많지만 목숨을 잃거나 무공을 쓸 수 없게 된 수 또한 적지 않습니다."

 "이러다한 그놈들을 놓치고 말 것입니다."

 "으음...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저들의 내공이 다하여 체력이 떨어지고 부상당해 포위하길 바라는 수밖에요..."

 "그나저나 동길홍을 돕는 고수의 정체는 파악이 됐습니까?"

 "대부분 창격에 당한 터라 의심되는 것은 적화창왕(寂化槍王) 건수(虔修)가 떠오르지만 그는 아닙니다. 수법이 달라요."

 "이렇게 손 놓아 기다리지 말고 우리도 이제 적극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아니면 사문이 당할 피해가 만만치 않을겝니다."

 "정녕 그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그들의 바램과는 달리 독바로와 동길홍은 부상을 당한 곳이 없이 쌩쌩하였다.

 

 복미를 지난 그들은 이제 곧 건녕에 도착하게 된다면 건녕에 있는 하오문도들의 도움과 역체만용술을 이용해 무사히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표정이 밝았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인근에 발견한 동굴 안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동길홍은 동굴에서 기다리고 독바로는 산 속을 헤메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에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화산육선 그들이었다.

 

 그들은 이제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일단 쉴 곳을 찾아보도록 하자꾸나.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수색에 나선다."

 

 독바로는 수풀로 잘 가려놓은 동굴을 저들이 지나치기를 바랬다.

 

 화산육선이 동굴을 근처를 지나가자 가슴이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 그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 했다.

 

 그 때, 한 마리 토끼가 그들 보고 깜짝 놀라 동굴을 가려놓은 수풀로 도망쳤다.

 

 화산육선은 배를 채울 겸 토끼를 잡았다.

 

 그런데 수풀 뒤에는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묘한 느낌.

 

 왠지 이곳에 먼가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뇌리에 스치자 그들은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육선의 수좌이자 화경의 고수인 이궁아(李穹峨)가 손짓을 하자 그들은 육행검진을 이루며 동굴로 들어서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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