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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딸바보의 태세전환, 알 수 없는 마음.
작성일 : 17-02-13 05:08     조회 : 506     추천 : 0     분량 : 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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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국한은 결국 결심했다.

 

 사실 리경에게 마음이 없진 않았다.

 

 아니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떠나보낸 연채정을 생각하며 참았을 뿐이다.

 

 연채정을 배신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소중한 패웅문의 사람들과 리경을 위험에 내몰 수는 없었다.

 

 그렇게 위로했다.

 

 그리고 리경이 자신을 떠나자 리경의 소중함이 다가왔다.

 

 공기가, 물이, 없어야 소중함을 알 듯이.

 

  때때로 귀찮고 때때로 짜증날 때도 있지만 리경과 있으면 많이 웃었다.

 

 리경과 장난치는 것이 좋았었다.

 

 민국한은 리경이 떠난 옆자리가 자꾸만 헛헛했다.

 

 결국 리경을 받아들여 혼인을 하기로 결심했다.

 

  민국한은 아침부터 깨끗이 씻고 머리를 단정히 빚은 다음 꽃을 사왔다.

 

 리경도 여자이지만 정말 꽃을 좋아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있어야만 그나마 기분이 나을 것 같았다.

 

 그 꽃은 잘 보이기 위한 아부의 선물이자, 자신에게는 마음의 진정제였다.

 

 꽃의 가지부분이 찌부러들게 움쳐 쥔 다음 리경을 찾아갔다.

 

 리경을 시중하던 시녀는 굳은 표정의 민국한의 눈치를 보고 황급히 나갔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민국한이 들고 있는 꽃을 보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리경은 갑자기 벌컥 들어선 민국한이 꽃을 들고 있자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관리했다.

 

 이미 너는 끝났어. 라는 표정으로

 

 민국한은 무릎을 쿵. 찍었다.

 

 바닥과 민국한의 무릎 중 하나는 부서졌을 만큼 세게.

 

 "나 민국한. 리경을 좋아한다. 리경과 혼인하고 싶다."

 

 무릎 꿇고 리경에게 꽃을 받치며 굳은 얼굴.

 

 굳은 목소리로 딱딱하게 말했다.

 

 "머하는거야? 지금 나랑 장난해? 괴롭히지 말라며?"

 "그 때 한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사실 난 니가 웃을 때 엄청 이쁘다고 생각했다."

 "늦었어. 바보야."

 "늦었으면 끝. 그리고 다시 시작. 리경 나랑 혼인하자."

 "사람 놀려?"

 "난 니가 화를 내는 지금 조차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이없는 말에 리경은 피식 웃고 말았다.

 

 "또 웃어버렸다. 안아버리고 싶게."

 "치, 그럼 안아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르르 기분이 풀린 리경은 민국한에게 다가갔다

 

 "아니 안 안을래."

 "왜? 괴롭히는 거야?"

 "아니 익숙해질까봐. 니가 소중하다는 걸 니가 없는 동안 깨달았다. 그래서 안지 않을거야. 안는게 익숙해지면 그 소중한 감각이 무뎌질 것 같다."

 "그건 또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당최 괴롭힘이라고 했다가 소중함이라고 했다가 한번을 제대로 안아주지 않는 민국한이 미웠다.

 

 하지만 리경은 그런 민국한이라도 좋았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민국한은 리경과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어릴 때 편식이 심했어."

 “그래?”

 "편식을 하니깐 아버지는 날 그 자리에서 때리셨어. 피가 나고 머리가 찢어지도록. 뜨거운 국그릇에 머리를 박아 넣기도 하셨지."

 “어머 아버지가 많이 엄하셨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밥 먹을 때 혼나지 않을까,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찾은 방법이 씹지 않는 거야. 음식은 씹지 않으면 떫고 쓴 맛이 덜 하더라고. 그래서 그 때부터 그냥 씹지 않고 꿀떡 삼켰어. 삼키니깐 잘 먹게 되고, 천천히 먹는다고, 가려서 먹는다고 혼나지도 않았지. 그래서 점점 더 삼켜서 밥을 먹었어. 그게 계속 됐어. 그리고는 습관이 됐지. 이제는 씹어서 삼키는 게 영 어색해. 더 불편해."

 

 민국한이 리경의 손을 잡고 두 눈을 마주친 채 말했다.

 

 "이래서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거 인가봐. 니가 없으니까 불편해지고 어색했어. 너는 벌써 나한테 습관이 되어버렸더라."

 

 리경은 민국한 때문에 울고 웃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행복했다.

 

 민국한은 김이봉의 서둘러서 혼인하는 말도 있었고, 자신 또한 빨리 혼인을 해 리경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민국한은 리수독에게 찾아갔다.

 

 리수독은 민국한이 딸과 함께 같이 오자 반겼다.

 

 아마 흑인루에 대한 보고를 위해서 온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문주님께 아니, 아버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엥? 그게 무슨 소린가 아버님이라니?"

 

 리수독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스물스물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건 아니겠지... 설마...'

 "민국한! 리경 낭자와 혼인을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요!"

 "이 죽일 놈이!!!"

 

 리수독은 옆에 있던 도자기를 민국한에게 던지려했다.

 

  리경이 막아서지 않았더라면.

 

 "아빠, 나 이 사람과 같이 살거에요."

 "아.. 안된다..."

 "왜!"

 "다른 녀석들에게 너를 보낼 수 없다. 넌 내 딸이다!"

 "그럼 나 혼자 평생 혼자 살라고?"

 "이 아빠가 있잖아. 아빠가!"

 "아빠랑 남편이랑 같아?"

 "난 무조건 반대야! 너 이놈! 죽일 놈! 일을 가르치라고 붙여주었더니 순진한 우리 딸을 꼬여내? 죽여 버리겠다!!!"

 

 사실 리경이 먼저 꼬시긴 했지만... 아무튼 리수독은 흥분해서 칼을 뽑아 휘두르려고 했다.

 

 소란스러워진 가주전에 문파원들이 들어와 흥분한 리수독을 말리기 시작했다.

 

 리경과 민국한이 돌아가자 흥분을 가라앉힌 리수독은 리합불과 술을 마시며 속상한 마음을 달랬다.

 

 "내 딸이 그 녀석을 편을 들었네. 그게 말이나 되는가? 내가 지를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웠는데. 누구 덕에 세상에 이쁘게 태어났는데!“

 

 투덜거리던 리수독의 말을 듣던 리합불이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을 했다.

 

 "형님. 그러지 말고 혼인 시킵시다."

 "이 자식이 미쳤나! 그 무슨 말도 안되는..."

 

 리합불이 무작정 딸의 일이라 반대하는 리수독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사실 그놈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거 압니다. 배경도 없는 거 알고요. 하지만 무림에서는 무공이 법입니다. 그만한 나이에 지저왕전 우승한 녀석이지 않습니까. 또 리경이도 그 녀석을 좋아..."

 "순진한 우리 딸을 꼬여낸 녀석이야. 우승도 그 선랑인가 먼가가 양보해서 우승한 거잖아! 안돼! 절대로 안돼!"

 "그럼 우리가 무림에서 어깨 힘을 꽤나 준다고 치더라도 흑도무리인 우리에게 리경이가 좋은 선자리를 보기 쉬울 것 같습니까? 무공뿐만 아니라 성품 또한 좋지 않습니까. 솔직히 배경이 아쉽지 그 녀석 정도면 나한테 딸 있었으면 먼저 들이 밀었을거요. 솔직히 천지 분간 못하던 리경이를 데리고 가는 것..."

 "이놈! 주둥이를 찢어버릴테다!"

 "형님, 그러지 말고 무엇이 리경이를 위한 일인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시오. 내 더 할말 없소."

 

 밤새 혼자 자작을 하며 밤을 보낸 리수독은 밤 사이에 10년은 늙은 듯했다.

 

 다음 날, 리수독은 민국한의 처소에 들어섰다.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표정에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문주님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 밥 먹었나?"

 "아직 들지 못했습니다."

 "그럼 아침이나 같이 하지."

 

 잠시 후, 밥을 차려오기 까지 리수독은 민국한의 처소를 둘러보았다.

 

 "쯧쯧, 남자가 이렇게 깔끔해서야 부인이 고생하지."

 "쯔쯔쯧, 남자가 이렇게 밥을 퍽퍽 먹으면 부인이 고생하지."

 "쯔쯔즈쯧쯧, 남자의 생김새가 저렇게 유약해보이면 못 쓰지."

 

 리수독은 계속 불평불만을 하였다.

 

 민국한은 주화입마에 걸릴 뻔하였다.

 

 리수독은 그저 수하라고 생각하고 아끼며 볼 때와는 달리 사위라고 생각하고 보자 더욱 꼼꼼하고 듬직한 모습만 보였다.

 

 그게 더 불만이었다.

 

 민국한은 이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리수독에게 잘 보일까 하여 머리를 굴리다가 리수독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이제 막 보고 드리려던 참인데, 흑인루를 저희 쪽으로 인수할 예정입니다."

 "그래? 마냥 내 딸을 꼬시고 있진 않았구만."

 

 그토록 흑인루를 인수하기 바라던 리수독의 반응이 시원찮자 민국한은 머리가 불이 나도록 굴렸다.

 

 "그리고..."

 "뭐?"

 "흑인루주가.. "

 "자네가 병약한 유생처럼 보인다고 싫다고 하던가?"

 "그게 아니라.. 저에게 충성을..."

 "이! 이! 내 그럴 줄 알았어. 결국 흑심을 드러냈구만. 패웅문하고 흑인루하고 지 입속으로 털어 넣으려고..."

 

 리수독이 오해를 하자 당황한 민국한은 가타부타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민국한의 말에 더욱 성을 내었다.

 

 "그게 아니라 흑인루주가 제가 아니고서는 묵호방 쪽으로 넘어가겠다고 해서..."

 "제깟 놈이 묵호방에 넘어간다고 내가 눈 깜짝할 거 같으냐?"

 "그.... 흑인루주가..."

 "흑인루주 놈을 죽여버릴테다!!!! 너랑 그놈 쌍으로 죽여버릴거야!!!!“

 

 급흥분한 리수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민국한이 한 마디를 꺼내자 상황이 달라졌다.

 

 "달선뇌입니다."

 "달선뇌 그놈이랑 민국한이 너... 응? 머라고?"

 "흑인루주가 달선뇌 김이봉입니다."

 "허억?"

 

 눈깜짝하지 않을 거라던 리수독은 입을 떠억 벌리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차분히 자초지종을 들은 리수독은 멍하니 알았다고 대답하고 돌아갔다.

 

 *******

 

 독바로는 희준고가 자신에게 화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여인의 마음은 알기 어려웠다.

 

 ‘아 좆도.’

 

 그 때,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생각해냈다.

 

  지저왕전 결승에서 기권을 하는 바람에 일 년간 모은 비자금을 모두 날려먹은 희준고가 생각났던 것이다.

 

 통탄할 정도로 미련한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고민하였다.

 

 ”아!“

 

 독바로는 자신에게 화가 난 희준고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하다가 희준고가 춤을 추는 모습을 한 동작 한 동작 조각하여 수백 개의 조각을 뒷뜰에다 세웠다.

 

 그리고 희준고를 불러 보여줬지만 더욱 메몰차게 대했다.

 

 그 후로도 독바로는 화를 풀어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취하기도 하고 요리를 하고 있을 때 몰래 다가가 장난도 치고 도우려했지만 희준고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희환외에게 상담도 받아보았다.

 

  엄청난 선물을 보따리에 넣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덥석 주는 남자는 어떻냐고 물으니깐 희환외는 독바로의 속도 모르고 말을 하였다.

 

 "그런 남자는 별로지 않나? 선물은 진심을 담아서 줘야지"

 "그렇지?"

 

 더욱 시무룩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눈치를 보며 다가갔지만 희준고는 예의 자신을 싸늘하게 대했다.

 

 결국 그날 밤, 독바로는 화가 나서 희준고를 찾아갔다.

 

 벌컥.

 

 "야! 너 내가 멀 잘 못 했는지 말도 않고 말이야! 지저왕전에서 날려 먹은 돈 그대로 준다니까? 준다고 해도 싫다 그러고, 대놓고 무시만 하고 왜 그러는거야! 너무 하잖아!"

 "잘 못한거 없다고 말했을텐데. 늦었어 돌아가. 무례하게 굴지 말고."

 "안돼. 못 돌아가."

 

 독바로는 희준고의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희준고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실... 내가 비밀이 있어.."

 "알아."

 "헉 알아?"

 "군대 말하는 거 아냐?"

 "응? 내가 군대 이야기를 했었어?"

 

 술을 마셔 기억이 끊긴 독바로는 전혀 몰랐다.

 

 "그거 말고 나한테 치명적인 비밀이 있어."

 "먼데?"

 "사실 남들한테는 내 이야기 잘 안하는데... 너하고 거리감이 생기니깐 말하는거야..."

 "훗."

 

 그 때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독바로가 귀여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기분이 풀린 것처럼 보이자 독바로는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쪽팔린 이야기를.

 

 "나 고자 아니야!"

 "어?"

 "나! 동자공을 익힌 것 뿐이라고. 그래서 너한테 다가가지 않은 거야. 니가 싫어서 피한 게 아니라고. 이제 곧 있으면 동자공도 풀리게 될 거야... 한 5년?"

 

 희준고의 눈치를 보다가 숫자를 줄였다.

 

 "한 3년?"

 

 물론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자신이 희준고가 자신을 싫어하게 된 까닭이 자신이 자꾸만 희준고가 다가오면 피하자 마음이 상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럼 잘됐네."

 "머가?"

 "계속 피해 다녀."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보따리에 성의없이 줘서 그래? 와~ 선물 줘놓고 이렇게 억울한 점 처음이네"

 "그런 거 아냐. 나 니가 그냥 싫어."

 "어?"

 "물론 우리한테 참 고마운 사람인거 알아. 하지만 니가 준 돈과 도움만 고마운 거지 니가 싫어. 니 목소리, 니 이기적인 행동, 니 냄새, 니가 좋아하는 작계까지, 나 사실 싫었었어. 작계 냄새만 맡아도 토할 거 같았단 말이야. 그러니깐 그만해. 옥루잠의와 금령단은 돌려줄게. 니가 준 돈은 내가 나중에 반드시 갚을게. 그만 나가줘."

 

 희준고는 독바로에게 보따리를 건냈다.

 

 독바로는 보따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희준고만 유심히 보았다.

 

 "나는... 나는... 니가 그렇게까지 작계를 싫어하는 줄 몰랐어. 작계는 분명히 누구나 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알았어...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께... 그리고 그거 안 줘도 돼 필요없는 거라고 했잖아. 버려."

 

 독바로는 돌아서면서 희준고의 대한 마음도 버렸다.

 

 독바로는 희준고가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그렇게 까지 싫다고 말하니 충격이 컸다.

 

 독바로와 희준고의 냉냉한 기류에 희환외만 곤란할 뿐이었다.

 

 희환외는 희준고와 평생 같이 살았기 때문에 동생을 잘 안다.

 

  희준고는 분명 독바로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독바로가 성취를 이룬 날 그 이후부터 태도를 바꿨으나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최대한 끼어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누군가가 말했다.

 

 남녀사이에 끼어든 행동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고.

 

 그 행동을 희환외는 하고 있었다.

 

 "준고야 너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내가 멀?"

 "바로한테 왜 그렇게 매정하게 구는 거냐고."

 "별거 아냐"

 "머가 별거 아냐. 너 바로 많이 좋아하잖아. 너 설마 우리가 가진 게 없어서 자존심 상해서 그래?"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바로가 성격이 유별나서 그래?"

 "그런 거 아니라고!"

 

 희준고는 결국 자꾸 아픈 곳을 건드리려는 희환외에게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 오라버니. 그런데 정말 그런 거 아니야."

 "오라버니한테 말해줄 수 없어?"

 

 희준고는 한참동안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희환외는 그런 희준고를 기다려주었다.

 

 "나 사실 그날 밤에 바로한테 과거 이야기를 들었어."

 "과거?"

 "응, 그 사람 군대에 있었대. 그리고 군대에서 대장이었는데 자신의 사람들이 모두 죽자, 강해지려고 엄청 노력했대.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기 싫어서."

 "그런데? 그게 왜?"

 "알잖아. 인정하기 싫어도 지금의 나는 그 사람에게 짐이 될 뿐이야. 무려 화경의 고수잖아. 그 사람의 약점이 될 거야 나는."

 "그렇지 않아. 오라버니가 도와줄게 그러면 되잖아."

 "아니. 분명히 지금의 나는 짐이야. 오라버니가 도와준다고? 화경의 고수를 이용하려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 거 같아? 돈도 무공도 일천한 우리가? 지금은 놓아줘야 할 때야. 그래야 그 사람이 높이 날아갈 수 있어.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날개를 접고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하며 살 거야. 이게 나와 그 사람을 위한 일이야."

 "......“

 

 이제야 희준고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희환외는 할 말이 없었다.

 

 싸늘하게 냉정한 말이지만 틀린 말이 아니였다.

 

 무림에서 살아가는 자신들이 고작 일류와 절정에 불구함에도 독바로와 지내다보니 화경 고수에 대한 경외감이 무뎌졌었나보다.

 

 구구절절 희준고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침묵하는 희환외를 보며 희준고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 바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나도 화경에 들어서 바로를 도울 수 있을 때, 내 마음을 전할거야."

 

 속사정을 들은 희환외는 망치를 머리에 맞은 듯 굳었다.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느날 우연처럼 만나서 자연스레 형제처럼 지내던 터라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

 

 희환외는 그날부터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희환외는 준고와 바로가 소중했다.

 

 바로의 재능은 무서울리 만큼 엄청났고 그런 바로와 함께 하려면 자신도 그 격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희환외는 무공수련에 다시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날, 희환외에게 기연이 찾아왔다.

 

 내공증진에 좋을 거라고 생각한 희환외는 취와미인상에 숨겨진 절학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여지껏 남들이 찾지 못한 절학을 자신이 본다고 찾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기 때문이다.

 

 희환외는 문득 돌 대신에 취와미인상에 내공을 불어넣어 수련하는게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무공수련을 하면서 내공을 불어넣었다.

 

 매일 매일. 한 달이 흘렀다.

 

 어느날 희환외는 취와미인상 미인의 얼굴에 묘한 불빛이 어리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신기한 마음에 눈높이를 맞추고 쳐다보다가 늘 하던대로 내공을 불어넣자, 혼이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겪게 되었다.

 

 희환외의 혼은 취와미인상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그곳에 늙은 노인이 그를 맞이하였다.

 

 [연자여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연을 맺게 되었으니 나를 사부로 맞이하고 예를 갖추라.]

 

 그리고 희환외는 그 곳에서 취와미인상이 만들어진 유래와 그 노인의 정체, 그리고 한 가지 심공과 검결을 얻었다.

 

 희환외는 그렇게 수백년간 잠들어 있던 취와미인상의 비밀을 풀고 무공을 얻었다.

 

 독바로는 희환외를 축하해주었다.

 

 희환외는 이제 자기 자신이 자립할 기반이 마련되었으니 청심문을 다시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현판을 제작하였다.

 

 청.풍.문(靑風門)

 

 비록 역모죄 때문에 눈치가 보여 그대로 청심문이라 개파할 수 없었지만 비슷하게, 검법 이름과 같이 지었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 모으니 일경 천에 달했다.

 

 이미 희환외가 지저왕전 3등, 여기에 머물고 있는 독바로가 2등을 하였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천혜화 희준고의 미모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희환외는 무공의 고하, 재능, 재질, 배경을 따지지 않고, 일일이 대면하여 마음이 곧은 것 같은 사람만 뽑았다.

 

 청심문의 오랜 전통을 지킨 것이다.

 

 푸른 마음을 지니는 문파.

 

 그렇게 겨우 백여명의 문도를 뽑는데 2주일이나 걸린 희환외는 독바로에게 청심문의 무상을 맡아주겠냐고 부탁하자, 독바로는 흔쾌히 들어주었다.

 

 "커흠, 청풍문 무상(武上) 독바로다 헤헤."

 

 위엄이 있는 건지 가벼운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역대급 무상이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

 

 한편, 리수독은 결사 반대하던 마음이 서서히 돌아서지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버티고 있었다.

 

 리경과 민국한은 아예 만나지도 못하게 했다.

 

 리경이 매일같이 자신을 들들볶자 오기가 생겨서 허락하지 않고 버텼다.

 

 민국한은 일주일째 제자리 걸음인 현 상황에 고민이 많았다.

 

 서둘러야 하는데 첫 걸음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심난한 마음에 민국한은 구망도를 들고 정원에 산책을 나섰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구망도를 들고 연못 앞에서 앞으로 계획을 생각할 때였다.

 

 해가 지고 동쪽에서 달이 뜰 그 때, 해와 달의 빛이 구망도를 비추자 구망도는 그 빛을 통과하여 연못에 글을 만들어 냈다.

 

 깜짝 놀란 민국한은 이것이 말로만 듣던 구망도의 숨은 전설임을 깨닫고 집중해서 암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해가 완전히 져버리자 글자가 사라졌지만 남다른 민국한의 기억력은 그 긴 글자를 모조리 외어버린 후였다.

 

 민국한은 못마땅해 하는 리수독 대신 리합불과 달선뇌에게 폐관 수련을 말한 뒤, 한 달동안 폐관하여 무공을 수련하였다.

 

 물론 반대는 있었지만 자신을 믿어달란 말 한마디만 하였다.

 

 민국한은 구망도에 남겨진 무공의 앞부분을 실현할 수 있게 되자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왔다.

 

  생각 같아서는 그대로 적공을 이루기까지 계속 수련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만 삼키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리수독, 리합불, 리경, 김이봉을 불러모았다.

 

 리수독은 툴툴거리면서 나타났다.

 

 김이봉이 온다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한다는 듯이.

 

 리수독은 민국한이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자 한마디 하였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어른들을 오라가라해놓고 가장 늦게 나타나?"

 "죄송합니다. 요즘 무공에 매료되어 사심에 잠기다보니..."

 "무공은 너만 익히느냐?"

 "형님 그만 하시오. 그래 무슨 중요한 일로 이렇게 다 불러 모았느냐?"

 "다름 아니라 그 무공 때문에 이 자리에 모여달라 한 것입니다."

 

 리경은 설마 하는 눈치로 민국한에게 말했다.

 

 오직 민국한만을 바라보는 리경은 민국한의 미묘한 것까지 다 알아차렸다.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여인의 눈썰미는 그런 것에 신묘한 공능이 있었다.

 

 "가가 설마?"

 "가가는 무슨..."

 "예, 저 화경입니다."

 

 순간 툴툴대던 리수독마저 입을 떠억 벌렸다.

 

 당금 무림에서는 한명의 절대 고수가 문파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였다.

 

 "주군 큰 성과에 감축 드립니다."

 "고맙소."

 "가가 축하드려요~"

 "축하한다. 허허 이것 참."

 

 리합불은 특히 그러면서 리수독에 눈치를 주었다.

 

 마치 이래도 버틸거냐는 듯이.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반드시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자칫하면 피바람이 불 것입니다."

 

 짐짓 무거운 이야기를 하자 들뜨던 그 곳은 다시 민국한에게 집중되었다.

 

 "말해보게."

 "먼데?"

 "명심하겠습니다."

 "..."

 "구망도에서 무공을 얻었습니다."

 

 단 한 마디의 문장은 엄청난 파급력이 있었다.

 

 구망도의 전설.

 

 그것은 지진이 일어난 것과 같았다.

 

 "!!!!"

 "헉."

 "오라버니!!!!"

 "주, 주군!"

 "아시다시피 구망도에서 무공을 얻었다는 소문이 나게 된다면 저희 패웅문과 흑인루는 한 점의 가루도 남지 않을 것이니, 제게 좀 더 힘을 기를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남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된다면..."

 

 잠시 숨을 고른 민국한은 한자 한자 신중하게 고르듯 말을 뱉었다.

 

 "패웅문을 강호 제일문으로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패웅문은 결혼준비를 서두르게 되었다.

 

 "이보게 사위."

 "예 장인어른."

 "이보게 사~위~"

 "예. 장인어른."

 "일위 이위 삼위 사~~~~위~~~~~"

 "예~~~ 장인어른~"

 "껄껄껄."

 

 돌연 듯 변한 리수독의 태도는 당사자들만 알 뿐이다.

 

 리경은 어머니와 함께 결혼 준비에 바빴다.

 

 알다시피 결혼의 준비는 쉬운 것이 하나 없었다.

 

 리경은 매일같이 오늘 어땠는지 민국한에 조잘거렸다.

 

 무공수련에 바쁜 민국한과 리경은 매일 밤 방에서만 만나게 되는데 이는 리수독이 리경을 혼인 전에 민국한 방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리경은 오늘도 이래서 안 좋았고 기분이 나빴다고 투덜거렸다.

 

 민국한은 그 앞에서 무릎꿇고 앉아서 리경을 바라보았다.

 

 "음~ 내가 먼가 해주고 싶은데, 해결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

 "그냥 안아줘, 바보야."

 "그럼 바보가 안아도 될까요? 소문주님?"

 "꺄르륵"

 

 성급한 리수독 덕에 민국한의 방은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얼마 후 청첩장을 받은 독바로와 희환외, 희준고가 패웅문을 찾았다.

 

 독바로가 민국한에게 축하를 건넸다.

 

 "대단하네. 역시 천재는 결혼도 쉽게 하는구만."

 "흐.. 결코 쉽지 않았어요"

 

 민국한은 할 말이 있다는 뜸을 들였다.

 

 "내가 이번에 화경의 경지에 들었는데,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말인데... 대련 좀 부탁해도 될까요?"

 "내일 결혼식 아냐?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될텐데?"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만 해주세요."

 "그러지 머"

 

 그리고 마찬가지로 벽에 막혀있는 희환외도 같이 대련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높은 경지의 무인들은 같은 수준의 사람들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대련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대련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민국한과 희환외 독바로는 셋만의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결혼식 전날 밤 뜨거운 시간을 가졌다.

 

 리경의 결혼 소식을 들은 랑사김과 별한박이 찾아와 수다를 떨었다.

 

 "어머, 얘는 혼자 도도한척 하더니 부뚜막 위에 먼저 올라가네?"

 "그래서 벌써 합방하는 거야?"

 "언니~ 민가가가 날 가만히 두질 않아. 하암~ 미안해 요새 통 잠을 못 자서..."

 "호호호"

 "호호호"

 

 그렇게 수다를 벌이다 시간이 되어 혼례복을 입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결혼식장 분위기가 어수선하였다.

 

 신랑인 민국한이 어제 독바로와 사라졌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이미 다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2각 정도 지났을 까 민국한이 거하게 한바탕했는지 흙먼지와 퉁퉁 부운 얼굴로 식장에 나타났다.

 

 서둘러 혼례복을 걸친 민국한을 보고 리경은 뿔이 났다.

 

 민국한과 리경의 혼례식은 흑인루의 지하 격투장 위에서 거행되었다.

 

 민국한이 그 곳에서 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달선뇌와 독바로를 만난 길한 장소라고 우겼기 때문이다.

 

 주례는 달선뇌가 보고 진행은 독바로에게 맡겼다.

 

 축가는 뜻 밖에도 강서삼흉이 하게 되었다.

 

 강서삼흉은 민국한의 마지막 대결에서 독바로에게 맞서면서 사나이의 뜨거운 마음을 보여준 것에 감명 받았다며 패웅문에 들었다.

 

 속셈은 언제든지 구망도를 훔쳐 달아나기 위해서였지만.

 

 강서삼흉은 독바로와 청풍문 남매가 나타나자 긴장하며 축가를 불렀고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축가가 탄생했다.

 

 *****

 

 희준고는 결혼식 장에서 검후(劍侯)를 보았다.

 

 중원십이좌의 하나인 검후! 검후는 현재 제자를 찾아 유랑 중이라고 들었다.

 

 검각(劍閣)에서 평생동안 무(武)에만 치중하느라 아직까지 제자를 들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슬슬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줄 제자를 찾아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지저왕전 이야기를 듣고 지저왕전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판단에 그녀는 이곳에 머물렀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차는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무림에서 쓸 만한 여식 중에 소속이 없는 여아는 그야 말로 하늘에서 별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중원을 떠돌려는 차 이곳에서 결혼식이 벌어지고 무림십이화라는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고 들었다.

 

 또 결혼식을 하면 주변 방파에서 사람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번 더 둘러보려고 들린 것이다.

 

 물론 검후는 이곳에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검후가 결혼식을 빛내준다고 하니 마다할 리가 없었다.

 

 검후는 결혼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찰나 희준고가 검후에게 말을 걸어왔다.

 

 “제자로 받아주세요.”

 “머라?”

 

 검후는 대뜸 자신에게 제자로 받아달란 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제자는 자신이 골라야 했다.

 

 누군가가 하고 싶다고 해서 검후 자신의 제자가 될 순 없는 것이었다.

 

 검후는 그리 말한 아이의 위아래를 쭉 훑어보았다.

 

 딱히 특출나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왜 너를 들이지?”

 

 검후는 평생 검에만 매진한 사람답게 딱딱한 어투로 짧게 본론만 말했다.

 

 “제가 강해지고 싶어서 그래요.”

 

 희준고가 곱지만 단단하게 그리 답하자 검후는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무공은 강해지기 위해서 익히는 것이지. 강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쉬이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 요물같은 게지.’

 

 하지만 속으로 생각할 뿐 그대로 내뱉지 않았다.

 

 딱딱한 어투로 냉정하게 말했다.

 

 “그뿐이라면 받아드릴 수 없다.”

 

 희준고는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 검후라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희준고는 그 자리에서 춤을 추었다.

 

 비금백팔무와 구련쇄접무를.

 

 금령단을 섭취한 그녀는 내공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였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춤은 더욱 힘이 있었고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데 힘을 보태주었다.

 

 누군가가 비파를 켜기 시작했다.

 

 강서삼흉의 흉악한 축가에 땀을 쩔쩔 매던 사람이었다.

 

 잔잔하게 시작하던 비파는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더욱 빨라지며 더욱 고조되기 시작했다.

 

 희준고는 구슬땀을 흘리며 비파 키는 이의 소리에 맞춰 몸을 빨리 움직였다.

 

 주변의 몰린 사람들은 그저 입을 벌리고 희준고의 무희를 보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희준고가 슬픔을 표현하면 눈물을 흘리고 감정이 격해지면 얼굴이 벌게졌다.

 

 희준고의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추었다. 이제까지 춤은 돈벌이를 위해 추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후의 눈에 들기 위해 추는 것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춤 밖에 없었다. 요리도 잘 하지 못하고 무공도 약했다.

 

 춤을 출 때만이 가장 행복하고 자신이 있었다.

 

 희준고의 절실한 춤은 검후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만.”

 

 구련쇄접무의 후반부를 추던 희준고를 불러 세웠다.

 

 어느새 주변에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희준고의 주위를 둘러쌓고 있었다.

 

  검후의 말에 희준고가 춤을 멈추자 사람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아!”

 “아~!”

 “아니 누가?”

 

 사람들은 희준고의 춤을 멈춘 사람에게 화를 내려고 쳐다보았다.

 

 검후였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검후는 희준고가 마음에 들었다.

 

 제자로 삼고 싶었다.

 

 제자를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검후는 소유욕이 엄청 강한 사람이었다.

 

 희준고는 결혼식이 끝나고 검후를 따라 나섰다.

 

 독바로는 그저 희준고의 뒷모습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첫사랑은 떠나갔다.

 

 희준고의 봇짐에는 조각상이 들어있었지만 자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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