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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지저왕전(地底王戰)
작성일 : 17-02-12 07:36     조회 : 847     추천 : 0     분량 : 1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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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저왕전은 화려하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이 모인 곳에서 앉아 앞선 순서의 참가자들의 격투를 구경했다.

 

 그러면서 희환외는 다양한 그들의 전투법과 처절한 방식의 격투에 놀랐다.

 

  독바로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이 무엇일까요?"

 "글쎄... 나는 돈. 돈이 제일 강하고, 값어치가 제일 무서운 거라고 생각해."

 "왜요?"

 "돈의 힘은 어마어마하지. 사람은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산을 옮길 수도 있어. 다 돈 때문이야. 손에 넣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돈만 있으면 되니까. 돈은 귀신마저도 부릴 수 있는 힘이 있어.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고? 금액이 부족해서 그래"

 "음.. 일리가 있네요 값어치는 왜 무서운 거죠?"

 "값이라는 것은 측정돼버린 수가 돼버리니깐. 예를 들어 누군가가 네 동생을 금자 10만 냥이라고 값을 정해버린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됩니다 제 동생을 돈으로 비유하다뇨."

 

 동생의 이야기에 희환외가 발끈했다.

 

 "그런데 사람은 숫자로 정해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그럼 그 숫자만큼 준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사는 것도 사람이야. 내 팔을 원하는 사람이 은자 천 냥을 걸어. 그럼 은자 천 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 팔을 자르려고 마음먹겠지. 그 때부터 내 팔은 은자 천 냥 짜리가 돼버려 ....그렇더라고 은자 5냥에 목숨 값을 거는 사람들이..."

 "이렇게 들으니깐 무섭네요."

 

 둘이서 잡담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독바로의 차례가 왔다.

 

 독바로는 준비해온 늑대 탈을 뒤집어썼다.

 

 "선랑 입장."

 

 팔각 모양의 격투장 위에 올랐다.

 

 반대편에는 터질 듯 한 거대한 몸체가 들어왔다.

 

 아마 350근(약 210kg)은 너끈히 넘을 것 같았다.

 

 "엄청나군."

 

 그 거대한 몸집의 사내는 가볍게 뛰어 격투장 위로 올라섰다.

 

 거대한 몸을 날려 격투장 위를 올라서자 바닥이 진동하며 굉음을 내었다.

 

 쿠웅.

 

 "놀랍기까지 하네."

 

 진행자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지저왕전을 위해 은거고수들, 잠룡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 중 한명. 최근 한 달 동안 치열한 투인전에서 10연승을 당당히 차지한 늑대의 신선. 각법의 달인. 서~~~~언~~~~라~~~앙~~!"

 

 과장된 표현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진행자는 상대편의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쪽은 반대편의 신인과는 정반대. 거대하지만 날렵한 멧돼지. 암흑투인루에 3년동안 125승 11패 앞도적인 기록의 보유자. 한대거(翰薱巨)!!!"

 

 소개를 마친 진행자는 두 사람을 가운데로 모아 설명을 시작했다.

 

 "상대방이 기절하거나 죽거나, 항복할 때까지 이고 시간, 무기 등 제한이 없습니다. ....그럼 시작."

 

 한대거가 독바로 머리통만한 주먹을 말아 쥐고 휘둘렀다.

 

 턱.

 

 독바로가 다리를 뻗어 정확하게 한대거의 주먹을 막아냈다.

 

 "끄으응"

 

 힘에 자신이 있는 듯 한대거가 용을 써봤지만 독바로는 요지부동(搖之不動)하였다.

 

 독바로는 신형을 뒤로 누이며 반 바퀴 돌아 나머지 반대쪽 발로 한대거의 가슴을 걷어찼다.

 

 무겁고 거대한 그의 몸이 반대편으로 사정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한대거는 거품을 기절해버렸다.

 

 심판은 단 한 번의 공격에 한대거를 보낸 선랑을 넋 없이 봐라보았다.

 

 "진행자?"

 "예? 아 예 승자 선랑!"

 

 가볍게 마치고 내려온 독바로는 희환외 옆에 털썩 앉았고 주변 참가자들은 경계의 눈빛으로 독바로를 쳐다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민국한은 여전히 엄청나게 강한 독바로를 보며 미소를 띠었다.

 

 독바로는 이번 대회에 마냥 놀러온 듯 했다.

 

 하긴 이곳에는 화경의 고수가 찾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

 

 다만 독바로의 흥미를 끄는 것은 사방신기 중 하나라는 구망도를 보려하는 것이었다.

 

 창을 쓰는 독바로인지라 그렇게 탐이 나지는 않았다.

 

 아마 사방신기중 하나인 현명창(顯明槍)이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곧이어, 희환외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희환외의 상대는 호리호리한 몸의 창을 쓰는 자였다.

 

 희환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종종 희환외는 독바로에게 대련을 부탁했고 독바로의 창식을 본 그의 안목은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희환외는 청풍검결로 상대를 압박해갔다.

 

 휘리릭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돌며 검을 뻗어내자 마치 희환외의 몸 중심에서 검기다발이 뻗어 나오는 듯 수십 개가 상대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따당다땅.

 

 상대 역시 창을 흔들어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크윽"

 

 희환외의 검면이 사내의 목에 닿자 사내는 항복을 선언했다.

 

 잠시 후 민국한의 차례였다.

 

 민국한의 상대는 여자였다.

 

 그 여인은 강호에서 알아주는 여협이었는데 엄청난 보상이 걸린 탓에 참가한 듯 했다.

 

 민국한은 여인을 향해 대뜸 발을 뻗었다.

 

 독바로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민국한의 한수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국한이 펼친 저 초식은 분명 제천태견각의 감결이었다.

 

 제천태견각은 중화무술과는 달리 현란한 초식을 자제하고 관절을 틀어 파괴력과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발전한 무공이었다.

 

 그 독특한 움직임을 독바로가 못 알아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저 녀석... 왜 여기 와있는 거지? 태 나라가 전쟁에서 졌기 때문인가..."

 

 민국한은 여인을 공격한 뒤 물러나자 잠깐의 시간 뒤에 독바로를 향해 쳐다보았다.

 

 아마도 독바로를 의식하는 듯 했다.

 

 그러한 사실을 여인 또한 알고 있었다.

 

 민국한에게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무시당한 듯 한 느낌에 여인은 화가 났다.

 

 "내 앞에서 어디 한눈을..."

 

 그녀는 자신의 독특한 무기인 연검을 팔랑거리며 오른손을 쭈욱 뻗었다.

 

 잔뜩 움츠려 있던 연검이 간격에 들어서자 펼쳐지며 쏘아지듯 검 끝이 민국한의 미간으로 향했다.

 

 막지 못하면 즉사하게 되는 악독한 수.

 

 하지만 민국한은 느슨하게 손을 들어 연검의 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연검을 타고 올라가 여인의 손을 붙잡았다.

 

 "저희 어머니에게 항상 그리 배웠습니다. 여인은 보호하고, 지켜주며, 잘해주며, 무안을 주지말고, 행복하게 해줘야한다. 어릴 때 부터 세뇌... 아니, 가정교육을 그렇게 배워서 더는 매몰차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기권을 권하고 싶군요."

 "치잇."

 

 여인은 대꾸하지 않고 반대편 손을 잔뜩 웅크리며 민국한의 어깨를 향해 뻗었다.

 

 민국한은 신경 쓰지 않고 잡고 있는 손을 틀어버렸다.

 

 그러자 그 여인의 몸이 한 바퀴 돌며 공중에 띄워졌다.

 

 민국한은 손목을 꺾어 여인의 뒤를 점했다.

 

 고개를 여인의 귀 옆에 바짝 대고 귓속말을 하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같은 절정의 고수를 이렇게 쉽게 제압하는 민국한의 안목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상대의 움직임이 읽어내며 미리 점해버리는 민국한은 비슷한 경지의 사람에게까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여인은 귓가에 불어오는 바람에 목을 살짝 웅크렸다.

 

 이내 자신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는걸 자각하고 분한 얼굴로 진행자에게 기권을 선언했다.

 

 민국한은 무대에서 내려오자 독바로가 찾아왔다.

 

 독바로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

 

 너 잘 걸렸다라는 것이 훤히 드러나게 어금니를 악 물고 말을 했고 민국한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답했다.

 

 "너구나. 그 복면인."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군대장님."

 "나 전역했어. 그리고 난 안 반가워. 너 때문에 내가 죽을 뻔한 거 기억 안나?"

 "하하하 큰 사람은 지난 작은 과오 따윈 신경치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나 큰 사람 아냐. 완전 좁아."

 "...그러시군요... 역시 보고서에 올라온 대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시네요."

 "알면 따라와. 너 좀 맞아야 될 거 같은데 그러고 나서 이야기 좀 해보자."

 

 민국한은 순순히 독바로를 따라갔다.

 

 그리고 민국한과 독바로와의 비공개 격투가 시작되었다.

 

 아니 구타가 시작되었다.

 

 독바로는 그간 성취한 무공을 마음껏 펼쳐보았다.

 

 그동안 상대가 없어 써볼 곳이 없었는데 오늘이 날이었다.

 

 여의신류를 펼치는 현란한 그의 발놀림에 마치 수십 명의 독바로가 민국한을 덮치는 듯 해보였다.

 

 귀신같이 흐릿하지만 실제적으로 보이는 저 신형들이 다 공격을 했다.

 

 "그 보법은 언제보아도 신묘하군요. 아무리 보아도 실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한 번 본 초식은 기억과 동시에 재현해낼 수 있는데 그 보법만은 무리더군요. 대단합니다."

 "당연하지 우리 사문의 자랑인데 어줍짢은 무공들보다 훨씬 대단한 거라고"

 

 거칠게 달려드는 독바로의 각법을 침착하게 막아내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성과를 이루어 조금이라도 격차를 줄였으리라고 생각했건만 아직도 독바로와의 거리는 멀었기 때문이다.

 

 독바로도 나름대로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분해하고 있었다.

 

 '역시 천재는 다르단 말이지. 난 피똥 싸며 수련해서 무공을 익히는 중인데, 이 자식은 쉽고 편하게 무공을 엄청나게 높였잖아.'

 

 한번 보면 초식을 익힐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민국한이 쉽고 편하게 무공 수련중이라는 편견을 가지며 더욱 감정적으로 발길질을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간 성과 없이 또 각법 또한 복제해 갈 것이고, 제대로 때려보지 못한 채 그렇게 빼앗기는 것이 싫었다.

 

 독바로는 허공섭물을 이용해서 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사사십육식과 제천태견각을 겸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국한의 손과 발이 어지러워 졌다.

 

 독바로의 한 사람이 매 초마다 수백 개씩의 공격을 가하자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독바로에게 맞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퍼퍽.

 

 그 와중에도 맞아도 피해가 크지 않을 곳과 맞지 않아야 될 곳을 구분해서 맞는 모습을 보자 더욱 배알이 꼴려 독바로는 집요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진 동안 대련을 빙자한 구타가 끝나고 나서야 독바로는 몸을 멈추었다.

 

 실로 오랜만에 땀이 나도록 상대를 때린 것이다.

 

 "후우, 후우. 이건 저번에 날 곤란하게 만든 것에 대한 복수고, 아직 남았어."

 "하악, 하악. 또 머가 남았습니까?"

 "첩자 질한 거, 내 무공 훔쳐간 거."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그건 니 사정이고."

 "어? 그건 제가 즐겨 쓰는..."

 

 독바로는 민국한과 대화를 나누었다.

 

 민국한이 홀어머니를 수양하기 위해 돈을 벌려 비은문에 들어가 북방군을 조사했던 이야기, 그리고 전쟁에 패하게 되자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비은문을 떠나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했다.

 

 독바로는 민국한과 대화를 나누자 천재라서 얄미운 것 빼고는 사람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국한 역시 자신이 동경하던 독바로와 구타 같은 대련도 하고 대화도 나누게 되자 마음이 뿌듯했다.

 

 툴툴거리긴 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란 것이 느껴졌다.

 

 독바로에게 붙잡혀 술을 거하게 마신 민국한은 패웅문으로 들어섰다.

 

  아침부터 내내 민국한을 기다린 리경이 그를 맞이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술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마신거야? 오늘 이겼어? 어땠어? 어머 이 멍들은 다 머야? 진거야?

 "잔소리가 왜 이렇게 심해. 하나씩만 물어."

 "으이구. 잠깐 기다려."

 "윽"

 

 퍽퍽.

 

 민국한의 등짝을 때리며 침상에 눕힌 리경은 잠시 나갔다가 금창약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민국한의 상처 난 부위에 꼼꼼하게 발라주기 시작했다.

 

 "지저왕전이라 역시 무인들이 강하지? 무리 안 해도 돼. 그깟 흑인루 없어도 우리 패왕문 어디 가서 기 안 죽어."

 "풉. 그래 그런데 여태 나 기다린 건가?"

 "...그래 멍청아."

 "왜?"

 "몰라서 묻는 거 아니지? 확인용이지?"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알아. 그래도 난 너 포기 안 해. 너 내껄로 만들거야."

 "..."

 

 바로 코앞에서 금창약을 발라주는 리경에게서 향긋한 내음이 풍겨오자 민국한은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하늘 천 따 지 집 우 집 주 검을 현 누루 황...'

 

 속으로 천자문을 읊어보는 민국한이였다.

 

 ******

 

 예선전 2차전이 시작되었다.

 

 독바로의 상대는 일전에 객잔에서 보았던 강서삼흉의 첫 째, 기극태였다.

 

 강서삼흉은 이번 지저왕전에서 1,2,3등을 하여 흑인루에서 걸은 보상들을 손에 넣어 강서삼흉에서 대륙삼절로 올라서겠다는 당찬 포부를 꿈꾸며 올라왔다.

 

 기극태는 가면을 뒤집어쓴 독바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독바로는 무대에 올라 기극태에게 말을 건넸다.

 

 "이젠 양아치 짓거리하고 안 하고 다니나?"

 

 기극태는 늑대가면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이어 목소리의 주인을 기억해낸 기극태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하하. 그럼요... 저희가 요즘 듣는 소리가 강서삼군입니다 하하하.."

 "그래?"

 

 독바로가 의뭉스러운 말을 끝내고 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기권하겠습니다."

 

 기극태는 바로 기권선언을 해버렸다.

 

 독바로는 손쉽게 예선전을 통과하였다.

 

 공교롭게도 희환외는 강서삼흉의 둘째, 봉일금과 민국한은 강서삼흉의 셋 째, 방락다와 대결이 잡혔다.

 

 봉일금은 자신의 긴 기형도을 쥐고 짝다리를 짚은 채 희환외를 노려보았다.

 

 "이봐 애송이, 엉아가 살살해줄게."

 "예전에 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때도 내가 이겼습니다."

 "허 그래? 좋게 봐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무릎 꿇고 빌면 봐줄까했는데 절름발이로 만들어주지."

 

 희환외는 현란한 검술을 펼치며 봉일금을 상대해갔다.

 

 봉일금은 장파도세(掌破刀勢)로 칼날을 머리 위로 올린 다음 왼 손으로 칼등을 치고 오른손으로 휘둘러 강맹한 공격을 했다.

 

 하지만 희환외는 봉일금의 도결에서 허점을 찾아 찔러 넣었다.

 

 강맹한 기운을 흐리던 장파도세가 어느새 사그라지며 영 맥을 못 추게 되었다.

 

 희환외는 더욱 날카롭고 현란하게 검을 휘둘렀다.

 

 봉일금은 달라진 희환외의 모습에 당황했다.

 

 '무..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기연이라도 만났나?'

 

 기연은 기연이다.

 

 화경의 고수에게 지도를 받고 영약까지 먹었으니까.

 

 희환외는 곧 봉일금의 초식을 결을 통해 파괴해버렸고 봉일금은 도를 손에서 놓쳐버렸다.

 

 희환외는 봉일금의 다리에 칼을 겨누며 말했다.

 

 "절름발이로 만들어줄까요?"

 "기..기권하겠소."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강서삼흉의 둘째, 봉일금의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민국한 역시 한손으로 쓰기 어려운 도를 두개나 가지고 힘으로 우악스럽게 휘둘러대는 조잡한 방락다를 금방 때려눕혔다.

 

 다음날, 예선 마지막이 시작되었다.

 

 독바로는 올라서서 인사를 건네고는 기습적으로 상대의 단전을 차버렸다.

 

 몇 년 동안 몸에 익은, 이기려면 온갖 방법을 다 쓴다는 습관이 몸에서 빠지지 않은 독바로였다.

 

 물론 구경하던 많은 관중들은 독바로의 치사한 행태에 야유를 보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민국한은 압도적인 무력을 뽐내며 수많은 사람들의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희환회 역시 편을 쓰는 생소한 무인을 만나 고전했지만 결국 승리를 따냈다.

 

 얼추 많은 사람들이 정리되었고 이제 이곳에는 진짜들만 남게 되었다.

 

 리경은 민국한을 보낼 때 수많은 잔소리와 걱정을 안고 보내주었다.

 

 독바로는 16강전 상대가 예선전 마지막에서 당한 부상이 악화되어 부전승. 민국한, 희환외은 별 탈 없이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8강전만 남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돈 놀음이 시작되었다.

 

 해서 암흑투인루에서 도는 소식지에 8강에 오른 투인들의 정보가 나돌았는데 다음과 같았다.

 

 선랑 독바로 – 늑대 탈을 뒤집어 쓴 정체불명의 각법 달인. 어디에서도 알려진 적 없는 독특한 저 각법은 이미 장안의 화제. 하지만 치사한 수법과 대진 운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풍랑 희환외 - 검을 쓰는 자로 별호가 선랑과 비슷하고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보아 동문(同門)으로 추측. 험한 인상의 무림인들 사이에서 나 홀로 유생처럼 보이는 외모로 많은 여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전광혈륜(電光血輪) 기탁세 – 8개의 륜을 자유자재로 쓰는 자로, 지난해와 지지난해 2회 연속 우승했다. 이곳 암흑투인루 출신 절대강자. 이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우승을 점쳤다.

 

 멸화겁수(滅火劫手) 자전주 – 열양공(熱陽功)을 쓰는 자로 그가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하면 주변의 기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그와 닿은 모든 것은 불타버린다. 기탁세 이전의 이곳 지저왕전 우승자다. 이번이야 말로 기탁세를 이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파이와(利破痍訛) 기유공 – 강호에서 드물게 쓴 그는 조법의 달인이다. 그는 손톱과 손끝을 단련해서 쓰는 타 조법고수와는 달리 손등에 꼬챙이같은 4개의 조를 이용한 호악조범공(虎惡爪犯功)을 사용하는데 그의 공격은 악독하기 그지없다. 공격당한 부위는 지저분하게 찢겨지며 상대의 숨을 끊어놓는다.

 

 거후패부(巨厚覇腑) 왕구피 – 현 무림은 내공 수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외공의 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왕구피는 외공으로써도 완성도가 높으면서 무공의 경지 또한 절정이기 때문에 많은 상대들이 만나기 꺼려하는 유형이다.

 

 천변만해(千變萬奚) 민국한 – 상대가 공격하기도 전에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신묘한 초식의 운용의 대가. 강한 상대를 쉽게 이기는 모습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내며 승부조작이 아니냐는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었다.

 

 음독기마(陰毒奇魔) 병수생 – 독을 이용하는 자로 암기와 더불어 은밀히 살포는 그의 독에 당해 죽은 사람은 부지기수(不知其數). 살려달라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해독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곧이어 팔강전의 대진표가 나왔다.

 

 독바로–기탁세, 희환외–기유공, 자전주–민국한, 병수생–왕구피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지저왕전의 도박을 벌였다.

 

 이길 자를 선택하여 배당금을 거는 것.

 

 이제 마지막 2번의 기회였다.

 

 팔강전과 우승자.

 

 그리고 가장 많은 돈이 걸리고 가장 많은 배당금을 탈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희준고는 지난 일 년간 독바로가 준 돈 115냥을 모두 독바로에게 걸었다.

 

 의외로 통이 큰 여자였다.

 

 독바로는 그동안 빠르게 상대를 끝내버리고 화려한 무공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치사하게 이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부전승으로 팔강전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배당금이 가장 높았다.

 

 리경은 독바로에게 은자 300냥을 걸었다.

 

 민국한의 권유 때문이었다.

 

 민국한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배당금을 거는 리경에게 말했다.

 

 "선랑에게 걸어."

 "응? 미쳤어? 기탁세가 완전 유리하다고."

 "날 믿어. 날 그 모양으로 만든 게 저 사람이야."

 "어머."

 "아마 이 곳에서 저 사람을 당해낼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럼 너랑은?"

 "...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이긴다'식의 완성형 문장을 쓰던 민국한이 '이길 거야..'라는 의문형으로 문장을 끝내자 리경은 독바로를 다시 보았다.

 

 팔강전 부터는 본 대회의 진정한 승부처였다.

 

  대진표를 뽑고 하루의 휴식 후에 팔강전이 시작되었다.

 

 팔강전은 이틀에 나뉘어 하루에 2차례 씩 경기를 치뤘다.

 

 독바로는 희준고와 함께 희환외의 경기를 구경했다.

 

 첫 대전은 희환외와 기유공의 차례부터였다.

 

 희환외는 청풍검결로 먼저 탐색전을 벌였다.

 

 좌에서 우로 휘두르다 뚝 떨어지며 상대의 무릎을 공격하였다.

 

 기유공은 조를 아래로 내리그으며 검을 조 사이에 끼웠다.

 

 희환외는 검이 조에 끼여 꿈적도 하지 않자 당황했다.

 

 희환외가 당황한 사이 기유공이 반대편 손을 희환외의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단숨에 심장을 관통시켜 승부를 볼 참이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니 방식대로 진행해.]

 

 독바로는 희환외에게 전음을 날려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희환외는 독바로의 전음을 듣고서 퍼뜩 왼쪽 다리를 뻗어 상대의 명치를 가격하는 반면 상체를 뒤로 누였다.

 

 임기응변으로 황급히 내뻗은 발이라 강한 힘이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희환외의 발이 기유공의 몸을 밀자 기유공의 조가 희환외의 가슴에 닿지 않았다.

 

 희환외는 손목을 틀어 검을 조에서 빼내었다.

 

 그그으응.

 

 '...다양한 전투와 경험을 쌓기 위해서 이곳에 참전하라고 했다. 상대의 무기와 무공의 특징을 빠른 시간 내에 간파하는 순발력.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응용력, 이러한 것들을 숙달하라고 참전시킨 것이다. 당황하지 말자.'

 

 희환외는 우선 상대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머리의 양옆으로만 머리카락이 있는 대머리이다.

 

 그것은 무공과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눈은 상대를 공격해 죽이겠다는 살심이 보였다.

 

 양 손등에는 날카롭지만 짧은 조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낮은 자세, 낮은 자세는 우선은 자기 방어적일 확률이 높다.

 

 자신은 다치지 않고 역습을 통해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하는 유형인 듯 했다.

 

 몸은 평균보다 작고 등이 살짝 굽었다.

 

 그렇게 관찰하고 있을 때 기유공이 희환외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희환외는 검을 뻗어 기유공을 공격하는 척 검에 힘을 빼고 검을 내밀었다.

 

 기유공이 희환외의 공격을 받아내고 역습을 가하려고 했다.

 

 그러자 희환외는 눈을 번뜩였다.

 

 상대의 유형을 재빨리 파악해 허초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한 다음 진짜 공격을 해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기 위함이었다.

 

 다칠 것을 각오한 상태로 희환외가 검을 뻗자 기유공은 몸을 사렸다.

 

 소심했던 몇 달전과는 달리 많이 과감해진 수법이었다.

 

 그동안 독바로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며 구른 보람이 슬슬 성과를 드러낸 것이다.

 

 승기를 잡자 계속해서 희환외는 다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도외시하고 상대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먹일 것처럼 동귀어진의 수를 쓰자 기유공은 수에 몰려 결국 어깨에 검을 내주고 말았다.

 

 희환외는 자신의 무기가 상대보다 길다 라는 것을 자각하고 동시간에 공격하면 자신이 유리하다는 것을 염두해 둔 공격이 유효하게 통했다.

 

 희환외는 기유공의 어깨에 찔러 넣은 검을 빼고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기유공을 바라보며 기권을 권했다.

 

 "다음 다른 쪽 팔입니다. 아마 잘릴 지도 몰라요. 더 하시겠습니까."

 

 기유공은 희환외를 노려보다가 기권선언도 하지 않은 채 무대를 내려갔다.

 

 희준고는 자신의 오라버니가 승리하자 기뻐하며 같이 공유하자고 독바로에게 말했다.

 

 “어머 오라버니가 이겼어요.”

 “그래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의 단점을 잘... 응?”

 

 독바로는 먼가 간질간질 한 것이 느껴졌다.

 

 먼가 닿을 듯 말 듯 두루뭉술한 이 느낌은 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었었다.

 

 깨달음.

 

 독바로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짓자 희준고는 눈치를 살피며 말을 아꼈다.

 

 독바로는 희환외를 칭찬해주고 무대로 올라갔다.

 

 다음 대결은 독바로와 기탁세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탁세의 승리를 점쳤다.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신진 고수와 지난 2번의 지저왕전 우승자 기탁세의 경기이고

 

 각법을 이용해 근거리 공격만이 가능한 독바로와 원거리와 근거리에서 모두 공격이 가능한 기탁세.

 

 경력 면에서나 상성 상에서도 기탁세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경기의 배당금은 기탁세가 참가자들 통틀어 가장 낮았고 반대로 독바로의 배당금은 지나치게 높았다.

 

 좌중들은 독바로가 무대에 오르자 노골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우우!!!, 가면이나 뒤집어쓴 겁쟁이는 무대 위에서 내려가라."

 "기탁세! 새끼늑대를 한 수로 끝내버려!"

 "선랑! 가서 아버지한테 더 수련 받고 와라."

 

 많은 사람들이 야유와 힐난을 주었음에도 언제나 남의 의견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독바로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하였다.

 

 아니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먼가 생각에 곰곰이 빠진 듯 했다.

 

 기탁세는 무대 위에 올라 독바로를 보았다.

 

 그리고 식은땀이 등 뒤로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고유의 기세와 존재감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독바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연체(自然體).

 

 보기엔 허점투성이로 보이지만 도무지 공격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살짝 몸을 틀어 가볍게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서있는 독바로지만 허점투성이면서 완전무결해 보였다.

 

 이미 대결이 시작한지 반각이 지났건만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독바로는 깨달음의 끝자락을 잡기 위해 기탁세에게 신경을 끄고 있었던 것이고 그런 기탁세는 잔뜩 긴장한 채 공격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독바로가 무의식중에 코를 쓰윽 만졌다.

 

 그러면서 눈이 살짝 감겼다.

 

 그 때, 기탁세는 전력을 다하여 4쌍의 륜을 허공에 뿌렸다.

 

 십여 장의 공간을 8개의 륜이 독바로의 전후좌우위아래를 점했다.

 

 그리고 뱅그르르 돌며 가볍게 진동하며 독바로를 덮쳤다.

 

 아무리 봐도 독바로가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독바로는 날아오는 륜을 보며 아! 하면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여의신류의 북두칠보.

 

 그동안 왠지 껍데기만 핥았던 기분이 들었다.

 

 북두칠보를 만든 이의 속 뜻.

 

 의(意)와 형(形)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엄청난 자신감. 지독할 정도의 광오함.

 

 그것이 북두칠보였다.

 

 독바로는 느낌이 가는 대로 발을 한 발자국 내밀었다.

 

 북두칠성보 제 1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내가 있음이다. 천추탐랑(天樞貪狼)"

 

 늑대탈을 뒤집어쓴 독바로는 실제로 먹이를 발견한 늑대가 고요히 움직이듯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신형이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무지 피할 방법이 없었는데 눈 깜짝 할 사이에 독바로는 모든 공격을 피한 것이다.

 

 북두칠성보 제 2보.

 

 "내 발구름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천권문곡(天權文曲)"

 

 독바로가 또 다시 한보를 내딛자 거리를 벌리려던 기탁세가 땅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마치 바닥에 아교를 붙여놓은 듯 했다.

 

 독배로가 바로 앞까지 도달하자 기탁세는 비장의 한수인 장법을 펼쳐 독바로를 막아내려 했다.

 

 북두칠성보 제 3보.

 

 "발걸음으로 막고자 하면 막을 것이다. 옥형염정(玉衡廉貞)"

 

 독바로가 발을 땅에 닿자 그의 발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위로 쏘아져 올라가며 장법의 기운을 해소하였다.

 

 동시에 땅에서 퍼져나간 기운이 기탁세의 용천혈을 때리며 자세와 기운을 흩트렸다.

 

 북두칠성보 제 4보.

 

 "이곳에 서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다. 요광파군(搖光破軍)"

 

 다시 한 번 독바로의 발이 바닥을 쿵 찍자 거대한 지기가 독바로의 발을 통해 흘러들어왔고 독바로는 그 기운을 제천태견각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미증유의 힘이 기탁세의 가슴을 향했다.

 

 기탁세는 사력을 다해 두 손에 모든 내공을 끌어 모아 막아냈지만 두 손이 밀려나며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퍽. 쿵.

 

 "으악."

 

 암흑투인루의 모든 좌중들이 고요해졌다.

 

 잠시 5초동안 고요하던 그곳은 폭팔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천하제일각이다."

 "선랑!선랑!선랑!"

 "우윳빛깔 선랑각. 사랑해요 선랑각."

 

 돌변한 좌중들을 향해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시시하게 반응해주고는 내려 가버렸다.

 

 독바로의 머릿속엔 북두칠보만이 가득했다.

 

 천상천하(天上天下)!

 

 북두칠보의 진정한 요체였다.

 

 독바로는 이 감각을 잊지 않으려 눈을 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

 

 다음 날, 시작은 병수생과 왕구피의 대결이었다.

 

  2미터의 거구 왕구피가 무대를 올라서자 무대가 꽉 찬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몸이 큰 것 뿐만 아니라 온 몸 이곳저곳에서 사방으로 터져 나가려고 꿈틀거리는 근육이 시선을 끌어모았다.

 

 병수생은 까만 얼굴에 음침해 보이는 얼굴로 다소 왜소했다.

 

 올라서자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약해보였다.

 

 "근육덩어리, 무공은 크기로 하는 게 아니야."

 "맞아 그리고 입으로 하는 것도 아니지."

 

 두 사람이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진행자가 병수생에게 말했다.

 

 "이 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공기 중으로 중독되는 독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조건, 무제한의 지저왕전이기 때문에 모든 수법을 써도 가능한 곳이었다.

 

 바지를 까고 엉덩이로 상대방을 때려서 모욕감에 죽게 만들어도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변 관중들에게 피해가 갈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저런 놈을 상대하는데 그런 것 까지 쓸 필요는 없지. 받아들이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병수생은 칠흑색 비슷한 녹색의 장갑을 왕구피에게 뻗었다.

 

 아마 병수생의 손에 닿으면 살과 뼈가 녹게 될 것이다.

 

 왕구피는 들고 있던 거대한 철추(鐵鎚, 쇠망치)를 휘둘러 병수생의 손을 향해 휘둘렀다.

 

 병수생의 손과 철추가 만나면 아무래도 손이 뭉게져버릴 것이다.

 

  병수생은 뒤로 빠지며 암기를 던졌다.

 

 왕구피는 몸에 힘을 주자 근육이 팽창하였다.

 

 팅팅.

 

 암기는 왕구피의 몸에 맞자 튕겨져 나가버렸다.

 

 병수생의 암기는 사람 몸통만한 나무도 뚫어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놀라운 호신공(護身功)이었다.

 

 "도검불침(刀劍不侵)?"

 "그런 자잘한 것들이 이 몸에 생채기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때부터 왕구피는 거대한 호랑이가 덮쳐들듯 병수생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상성이 나빴다.

 

 병수생은 제 아무리 암기를 날려도 통하지 않고 독수로 상대를 중독 시키려 해도 왕구피가 침착하게 그의 망치로 두 손을 방어하자 품속에서 향낭을 꺼냈다.

 

 "차앗."

 "독을 살포하는 것은 안 됩니다."

 

 왕구피는 독을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맞으며 망치를 휘둘러 병수생의 등짝을 후려 버렸다.

 

 으드득.

 

 내공의 힘과 외공의 힘이 더해지자 거대한 힘으로 작용돼 그의 망치는 병수생의 등뼈와 척추를 아작 내버렸다.

 

 "도, 독이다."

 

 독바로는 소란스러움이 싫어 조용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사람들과 같이 벗어나려했다.

 

 하지만 그때 자전주가 내공을 끌어올리며 열양공으로 흩어지는 독의 가루들을 불태워버렸다.

 

 "역시 자전주!!"

 "자전주대협 만세."

 

 한껏 의기양양해진 자전주는 사람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잘난 체를 하였다.

 

 독바로는 그런 자전주를 보며 민국한에게 말했다.

 

 "아직 대련도 시작 안 했는데 내공을 소비하는 걸 보니, 너 완전 무시당했는데?"

 "그런 말이 있습니다. 자만심은 패망의 선봉이 된다."

 "오, 되게 멋진 말인데? 나중에 나도 써먹어야지. 자만심은 흐흠, 패망의 선봉이 된다!"

 "대게 실력 있는 자만한 자들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라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배웠습니다. 그런 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결국 나태와 게으름 속에 패배자가 된다고요."

 

 짐짓 위엄 있는 척 민국한의 말투를 따라하는 독바로.

 

 주변 소란이 진정이 되자 자전주와 민국한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민국한은 자전주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이미 내공으로 몸 속의 주독은 배출했으나 옷에 묻은 주향까지는 없애지 못한 것이다.

 

 자전주는 몇 해 전 기탁세에게 패배해 이번 지저왕전에서 복수를 벼르고 있었는데 기탁세가 독바로에게 져버려 설욕할 기회가 사라지자 화가나 어젯밤 술을 퍼부은 것이다.

 

 "온 몸이 녹아내리기 전에 기권해라."

 "왜? 설마 아까 거기서 힘 다 써버린건가 조루씨?"

 "조, 조루?"

 "힘 한번 반짝 쓰고 나면 시들어져 버리는 거 말야."

 

 원래 상대를 저급하게 도발하는 민국한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러 상대를 도발한 것이다.

 

 자전주는 열양공을 끌어올려 민국한을 공격하였다.

 

 자전주의 자신감은 저 열양공에 기인한 것이 틀림없었다.

 

 어릴 적부터 무공에 대한 자질이 남다른데다 열양공을 익히기 좋은 체질에 쉽사리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민국한은 자전주의 주변의 들끊는 열기 때문에 숨이 쉬기 어려워질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수법과 손을 섞자 살이 지져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하하하. 꽤 하는 군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다. 나는 기탁세 놈을 이기고 우승하러 온 것이지 너같은 잔챙이나 상대하러 게 아니란 말이다."

 

 민국한은 버티기 어려운 듯 신형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상대의 위태로운 모습에 더욱 신이난 자전주는 더욱 강하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민국한은 자전주의 공격을 받아내고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자전주는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때, 민국한은 몸을 세워 급작스럽게 자전주를 공격했다.

 

 황급히 팔을 들어 민국한의 각법을 막아내려 했으나 한번 보면 상대의 초식을 바로 파악 가능한 민국한은 상대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다리를 찔러 넣었다.

 

 자전주는 여유롭게 내공을 끌어올리려다 민국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민국한의 발등이 자전주의 옆구리를 강타하며 갈비뼈를 부셔버렸다.

 

 급격하게 호신기공을 펼치려 했으나 내공이 부족했다.

 

 결국 자전주의 내장까지 충격을 주어 내상을 입혔다.

 

 "오만한 녀석은 상대하기 편하군“

 

 부상을 입은 자전주는 결국 민국한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입에서 피를 한 사발 뱉어내고 무릎을 꿇고 민국한을 노려보며 변명했다.

 

 "흥, 아까 소실한 내공만 아니 였더라면 그따위 공격은 막았을 것이다."

 "변명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술을 마셔 자신의 상태도 끌어올리지 못하는 썩어빠진 준비성과 상대를 경시하는 자만감이 있는 한 넌 이미 나의 상대는 아니다."

 

 그리고는 민국한은 자전주에게 강압적인 눈빛을 보내며 공격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입술을 꽉 깨물은 자전주는 기권을 선언하였다.

 

 그렇게 해서 4강에 오른 자는 독바로, 왕구피, 민국한, 희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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