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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부끄러움이 옮다.
작성일 : 17-02-11 05:07     조회 : 594     추천 : 0     분량 : 1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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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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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희환외는 수련을 하려 나왔으나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희환외에게 희준고가 찾아왔다.

 

 남매는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으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오라버니... 나한테 미안해 할 거 없어. 오히려 오라버니가 내 옆에 계속 있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이 집 같은거 미련가지지 말자. 작은 집이라도 오라버니랑만 같이 있으면 돼. 이런 집은 나중에 우리 오라버니가 독대협처럼 위대한 고수가 되면 그때 다시 구하면 돼지 머"

 "준고야... 고맙다. 그리고 이제껏 똑바로 한 번도 너한테 말 한 적이 없었지만 항상 너한테 미안했어."

 "아냐 오라버니 난 괜찮아 정말."

 "그래."

 

 잠시 밝아진 얼굴을 하던 희환외는 다시 어두워졌다.

 

 마음을 내려놓는다고 하더라도 이 집을 뺏기는 건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오라버니 왜 그래?"

 "아냐. 내가 한심스러워서... 실력도 올라가지 않고..."

 "그래도 어제 독 대협께서 그러시던데... 오라버니한테 필요한 거 다 가르쳐줬다고..."

 "필요한 거? 다 가르쳐줬다고?"

 "응 분명 그렇게 얘기했어."

 

 희환외는 눈을 감고 어제 독바로와 이야기 했던 것을 떠올렸다.

 

 자신감. 자존감. 스스로의 생각.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었으나 들어보면 구구절절 맞는 말들이었다.

 

 다시 한번 어제 했던 대화를 복기해보았다.

 

 한동안 멍하던 희환외는 한순간 퍼뜩 먼가가 떠올랐다.

 

 희환외는 검을 들고 홀린 듯이 검을 휘둘렀다.

 

 희환외가 휘두르는 검에는 생명이 담긴 듯이 쾌활하게 휘둘러졌다.

 

 희환외는 갈수록 몸의 힘을 풀었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변화가 신묘해져가며 속도가 빨라졌다.

 

 마치 푸른 바람이 자유롭게 부는 듯했다.

 

 거친 바람과 부드러운 바람이 희환외의 주변을 맴돌았다.

 

 "청풍만리(靑風萬里)! 푸른 바람은 만 리를 퍼져나간다."

 

 희환외가 검을 크게 휘두르자 그의 검에서 푸른 검기다발이 사방을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청풍천하(靑風天下)! 푸른 바람은 천하 어디에도 존재하네."

 

 희환외의 검이 낭창낭창 부러질 듯 휘둘러지자 그의 몸 1장 안에는 날카로운 검기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그렇게 한참 휘두르며 몰아의 경지에 빠져 있던 희환외가 탈진하듯 쓰러졌다.

 

 "오라버니!"

 

 희준고는 깜짝 놀라 희환외에게 다가갔다.

 

 희환외는 희준고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희준고는 그런 희환외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 좋아서.

 

 잠시 후, 희준고는 독바로를 찾아갔다.

 

 독바로는 힐끔 희준고의 눈치를 보더니 모른척했다.

 

 이미 기감이 발달한 독바로는 대충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고 있었다.

 

 "독대협 감사해요."

 "어? 아, 뭐."

 "그래서 생각했어요. 역시 독대협에게 배워야 겠다고요."

 "그래 호구인 내가 호구 짓을 해야지."

 

 독바로는 우선 희준고에게 알고 있는 무공을 펼쳐보라고 했다.

 

 의외로 희준고의 수준 또한 낮지 않았다.

 

 "너 무공 수련 하고 있었어?"

 "아니요. 어릴 때 말고는 한 적이... "

 "그런데 왜 니 움직임에는 마치 짐승들의 흉내나, 나비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 녹아 들어있는 거지?"

 "아! 비금백팔무(飛禽百八舞)랑 구련쇄접무(九蓮惢蝶舞) 때문인가봐요. 춤을 추기 위해서 서고에 있는 책들 중에서 익힌 것들인데..."

 "음... 상당히 괜찮은데? 둘 다 동공이고 검을 들면 검술이 되고 손으로 펼치면 수공이 되겠는데?"

 "동공이요? 아... 그래서..."

 "내력이 늘었지?"

 "네..."

 

 희준고도 자신의 상태를 몰랐다. 남매가 판팍이었다.

 

 무림 12화는 그저 얼굴만 이쁘다고 주는 것이 아니었다.

 

 얼굴과 실력 또한 겸비되어야만 얻을 수 있는 칭호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희준고의 경지를 일류로 보았는데 자신은 자각이 없었던 것이다.

 

 "하... 그래 이제 적응 할 때도 됐지... 내가 얼간이들을 제외하고 이렇게 멍청한 녀석들을...."

 

 독바로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희준고는 독바로가 잠시 말을 끊자 궁금증이 일었다.

 

 "왜 그러세요?"

 "응? 아냐. 그 책 있으면 줘봐 내가 보고 책이랑 틀린 점 있으면 봐줄게."

 "네 잠시 만요."

 

 잠시 후, 희준고가 책을 가져오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희준고는 그런 독바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독바로를 이렇게 자세히 본적은 처음이었다.

 

 남자가 어지간한 여인들보다 고왔다.

 

 짙은 눈썹에 흰 피부, 고집 있어 보이는 입술에 날카로운 콧대.

 

 어느 날 갑자기 객잔에서 만나 자신들과 같이 지내는 이 남자는 또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력과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말을 곱게 하진 않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자신들에게 툴툴거리고 멍청하다면서 비꼬아도 하나하나 자신들을 위해서 알려주고 도와주었다.

 

 빨간 그의 입술을 보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 때 책을 다 본 독바로와 눈을 마주쳤다.

 

 "왜?"

 "네? 아, 아니에요."

 

 희준고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일어서서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이제 익숙해진 그녀의 빨간 얼굴은 아무래도 천혜화 보다는 홍면화(紅面華)라는 별호를 지어줘야 할 듯 싶었다.

 

 "다 봤는데 대충 알겠어. 한번 해봐."

 "네? 벌써 그걸 다 보셨어요?"

 "내가 그... 천재같은 거라서 그래. 진짜 천재는 아니야. 나보다 더 천재인 놈이 있거든... 아무튼 해봐."

 "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독바로가 하라는 대로 희준고는 늘 추던 비금백팔무와 구련쇄접무를 추었다.

 

 운율없이 춤을 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끝 하나, 선을 그리는 동작 하나가 두 눈을 사로잡았다.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선녀가 지상으로 내려와 있는 듯싶었다.

 

 '역시 위...위험하다'

 

 그녀의 황홀한 자태를 보다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정신을 차린 독바로는 희준고의 무희가 끝나자 감상평을 말하고 자세를 지적해주었다.

 

 여기저기 군더더기가 있는 부분을 교정해 주기위해 자연스레 몸을 여기저기 만지게 되었다.

 

 두근두근.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희준고는 독바로의 설명이 귀에 잘 들려오지 않았다.

 

 독바로도 지금 자신이 뭐라고 설명하는지 몰랐다.

 

 그냥 미묘한 분위기와 함께 심장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독바로는 얼른 가르쳐주고는

 

 "알았지? 버릇이 들면 고치기 힘드니깐 천천히 다시 해야 돼. 난 간다."

 

 휭~ 하고 사라졌다.

 

 위험하니까.

 

 희준고는 떠나는 독바로의 뒷모습을 보고 가슴에 손을 모았다.

 

 너무 행복했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진 않지만 독바로 덕분에 꿈꾸던 것을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응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서 가슴이 벅찼다.

 

 독바로는 도망치듯 그 곳에서 벗어나 희환외를 보러갔다.

 

 무공을 수련 중이던 희환외는 독바로를 보자 멈춰 서서 경외심이 담긴 인사를 정중히 하였다.

 

 "대협. 덕분에 저도 이제 절정이 되었습니다!"

 "어? 사기꾼 아니고 대협이네? 검법만큼이나 태도의 변화가 심해?"

 "죄..죄송합니다."

 

 독바로가 달라진 희환외의 태도를 지적하며 살짝 비꼬자 희환외는 머쩍어하였다.

 

 그런 희환외를 보며 독바로는 시큰둥하게 이야기하였다.

 

 "나한테 고마워 할거 없어. 저축의 미학이니까."

 "저축의 미학이요?"

 "돈만 저축이 되는지 알아? 아니야. 세상에는 모으고 모으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 니가 절정이 된 건 순전히 내 덕분만이 아니야. 니가 노력하고 노력해서 수련하고 또 수련했기 때문에 절정이 된 거야."

 

 그렇게 말한 독바로는 퍼질러 앉았다.

 

 그리고는 희환외에게 절정을 달성한 기념으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희환외가 술을 가져오자 독바로는 잔을 비우며 말했다.

 

 "너도 내가 고수라서 많이 부럽지?"

 "...예"

 "그런 놈이 나한테 있었어. 많이 부러워하던.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깐 내가 재능이 있어서 이렇게 고수가 된 건 아니더라고. 나보다 재능이 있는데 나보다 약한 놈을 봤거든. 싸부님과 싸싸부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쯤 어디에선가 약초나 팔고 다니고 있었을 꺼야. 아니면... 북방 초원에서 썩어가고 있었겠지."

 

 씁쓸한 독바로의 표정은 보는 이마저 가라앉게 만들었다.

 

 한 잔 더 비운 독바로는 마저 말했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문파의 사조님들, 싸부님들, 형제같은 동료, 수하들과 친구 덕분이야. 나도 얼마 전까진 그저 당연하게 여겼었어. 당연하게. 하지만 몇몇이 날 떠나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 사람들이 날 묵묵히 도와주고 있었단 것을. 너도 니가 돈이 없고,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고 징징될 상황이 아니야. 니 문파가 있고 니 사조들이 남겨준 무공도 있고, 니 여동생도 있잖아."

 

 희환외는 독바로의 말에 부끄러웠다.

 

 그저 남들이 가진 것과 자신이 없는 것만을 부러워하고 원망했던 것을.

 

 독바로는 서너 잔 더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부터는 완벽히 숙달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뿐이야 나머진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내가 봤을 때 니가 부족한건 호흡과 이완이 조금 불안정해.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나 간다."

 

 독바로는 이곳을 나가려 할 때 무언가가 슬쩍 도망가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모른척했다.

 

 홀로 남겨진 희환외는 독바로의 가르침을 곱씹었다.

 

 얼마 후, 희환외는 돌을 쥐고 다시 다른 돌을 깨보았다.

 

 150개.

 

 순식간에 백여 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로는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결국 희환외는 독바로를 다시 찾아갔다.

 

 "대협. 솔직히 제가 1000개를 깰 수 있으니까 시키신 겁니까?"

 "왜? 아직도 속은 기분이 들어?"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천개는..."

 "해봐."

 

 희환외는 독바로를 보는 앞에서 돌을 깨기 시작했다.

 

 5개를 깨자 독바로는 멈추게 했다.

 

 "기의 운용방법은 무궁무진해. 그저 막 내공을 때려 넣는다고 만사가 형통하리라는 생각은 버려. 틀을 깨버리고 이것저것 다 해봐야지. 이번만큼은 내가 가르쳐줄테니깐 잘 봐봐."

 

 독바로가 손에 돌을 쥐고 다른 돌들을 깨기 시작했다.

 

 100개, 200개, 300개, 500개까지 깬 독바로는 멈췄다.

 

 희환외는 독바로가 건네준 돌을 쳐다보았다.

 

 돌은 처음과 상태가 똑같았다.

 

 두 눈동자를 떨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희환외를 보며 독바로는 물었다.

 

 "다른 이유가 먼지 알아?"

 "어떻게 하신 겁니까?"

 "무작정 내공을 돌에다 밀어 넣으면 내공을 얼마 실을 수 없어. 하지만 돌이 하나의 빈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그 곳에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키워 가면 더욱 꽉 차고 정밀한 내공을 실을 수 있지. 내공을 잘 다룬다는 건 그 힘을 확산시키고 응집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야. 이러한 진기를 응축하고 응축하게 되면 별무리처럼 영롱하고 불꽃처럼 빛이 나며 뿜어져 나오는데 그것을 강기(剛氣)라고 해."

 "아!"

 

 이제 보니 독바로는 처음부터 자신을 절정이라 보고 화경에 들어서기 위한 기초수련을 가르쳐주려고 했던 것이다.

 

 사기를 친다는 소리를 꺼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독바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또 하나,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이란 게 존재해. 세상의 모든 물체에는 틈, 약점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사혈, 마혈 같은 것이 그러하지. 사람마다 위치가 틀리고 사혈이 존재했다 사라졌다 반복하지. 생각 없이 툭 쳤는데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 있지 사혈을 쳐서 그래. 결이란 것은 무언가 그 물체의 약한 곳인데 그곳을 치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그 물체를 간단히 끊어 내버려. 이것은 무공에서만 아니라 도공들이나 목수들도 그것을 보고 느끼게 되지. 배고프다 나 간다."

 

 자신을 우러러 보는 희환외의 모습이 부담스러웠는지 독바로는 도망치듯 나왔다.

 

 진정 부끄러움이 많은 건 독바로가 아닐는지.

 

 희환외는 몸을 반 숙여 사라지는 독바로에게 인사를 하였다.

 

 발끝에는 숙여진 얼굴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신발을 적셨다.

 

 독바로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아무 상관없는 두 사람에게 잘 해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무 멍청해서 인 것 같았다.

 

 두 남매는 너무 착해보였다.

 

 멍청할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 불편할 정도로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넘쳤다.

 

 이 지저분한 세상에서 모질게 살기도 바쁘건만 답답할 정도로.

 

 독바로는 적당히 나쁘고 편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돕질 않았다.

 

 ”휴... 왜 내 주변에는 이런 바보들만 모이는 거지?“

 

 독바로는 부담스러운 두 남매로부터 갈 곳이 없어지자 뒤뜰로 갔다.

 

 뒤뜰에는 나무들이 많았는데 어떤 것은 사람모양 처럼 생겼다.

 

 그 나무를 보자 아까 전에 보았던 희준고의 춤이 생각났다.

 

 한창때의 독바로 가운데에 힘이 몰리려고 하자 고개를 털며 그 나무를 잘랐다.

 

 물끄러미 나무를 쳐다보던 독바로는 나무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곧 손바닥만한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춤을 추는 희준고의 모습이었다.

 

 다음날, 독바로는 희준고에게 무공을 지도해주고 갈 때 어제 조각한 조각상을 건네주었다.

 

 "아니 뭐,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아, 버려도 돼."

 

 부끄러운 독바로는 도망쳤다.

 

 여의신류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었다.

 

 말릴 새 없이 사라진 독바로를 보며 희준고는 자신의 손에 있는 조각상을 보았다.

 

 가슴에 꼭 품었다.

 

 그날부터 희준고는 매일매일 일어날 때, 잘 때, 힘들 때, 심심할 때 조각상을 쓰다듬으며 힘을 내었다.

 

 *******

 

  2달이 흘렀다.

 

 희환외는 내공을 숙달시키기 위해 하루에 2시진씩만 자며 난생처음 이렇게까지 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몰두를 하였다.

 

 돌을 손에 들어 내리쳤다. 1개.. 10개.. 100개.. 400개.. 하지만 더 내리칠 수 없었다.

 

 “허억허억.”

 

 돌이 깨진 것이 아니라 내공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안간힘을 쓰며 유지시켜보았지만 터무니없었다.

 

 독바로는 그런 희환외를 며칠 전부터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며칠 뒤 독바로는 수련하고 있는 희환외에게 갔다.

 

 한동안 밝던 희환외의 표정이 그늘져있었다.

 

 독바로는 품에서 하나의 환단을 꺼냈다.

 

 "오늘 저녁은 작계 축제를 하자. 곧 생길 나의 집을 위해. 가서 종류별로 작계 10마리 사와. 양념작계, 마늘작계, 간장작계, 파작계..."

 "네. 가서 사오겠습니다."

 "아 가기 전에 이거 하나 먹고 가."

 "이것이 무엇입니까?"

 

 독바로가 내민 동그란 환단에서는 청아하고 향긋한 내음이 풍겨왔다.

 

 "심부름 값."

 

 희환외는 독바로가 내민 동그란 환단을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항상 예측할 수 없고 엉뚱한 독바로니까.

 

 희환외게 환단을 삼키자 독바로가 갑작스럽게 희환외의 몸을 여기저기 쳤다.

 

 오금을 후려치서 앉힌 다음 허리를 쳐서 몸을 똑바로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희환외의 장심에 손을 대고 내공을 불어넣었다.

 

 흠칫했지만 독바로의 부드럽고 포근한 내공이 몸에 들어오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때 삼켰던 환단에서 엄청난 기운이 들끓기 시작했다.

 

 "집중해."

 

 독바로는 희환외의 몸속에 퍼지는 기운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다독이기 시작했다.

 

 "흔히들 먼가 좋은 영약을 먹으면 바로 1갑자니 2갑자니 늘어난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들이 많아. 그거 다 개소리야. 경험자로써 말하자면 일단 그만한 내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좋은 심법과 자신의 내공과 체질에 맞는 영약을 먹어야 돼. 니가 빙정을 삼킨다고 무공이 늘까? 아니야 니 몸이 축나지 않으면 다행이야. 화령신단은? 것도 아니야 속이 쓰릴걸? 그럼 심법과 영약과 체질에 맞아, 그럼 바로 1갑자가 생길까? 그것도 아니야. 빠른 시일 내에 흡수하긴 해야 돼. 아니면 약효가 배설이나 모공을 통해서 날아가 버리거든. 약간의 약효만 남고 다 사라져버려. 그만해도 보통 일반인보다 건강하게는 살 수 있어. 하지만 좀 더 노력하면 말로만 듣던 1갑자 내공 가질 수 있다 이거야. 머 좀 많이 노력해야 하긴 하지만."

 

 독바로는 어느 정도 희환외가 안정을 찾자 장심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작계 축제는 좀 미루지 머. 심부름 값 떼먹지 마라."

 

 재차 심부름 값이란 말을 강조한 독바로는 사라.. 도망쳤다.

 

 부끄러움도 옮는 병인가보다.

 

 희환외는 그로부터 3시진 후 눈을 떴다.

 

 눈빛이 엄청 깊어졌다.

 

 희환외는 가부좌를 풀고 바닥에 무릎 꿇고 울기 시작했다.

 

 그런 희환외를 멀리서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희준고가 독바로에게 말했다.

 

 "오라버니에게 주신 심부름 값이 별로 였나봐요."

 "크흠.."

 

 희준고는 부끄러워하는 호구를 귀엽단 듯이 쳐다보았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독바로는 부엌으로 향했다.

 

 앞치마를 두른 희준고와 식탁 가득 메운 작계의 자태는 독바로의 마음에 쏘옥 들었다.

 

 "아침부터 작계를 머 이렇게 준비했어?"

 "제가 사온 게 아니라 오라버니가 심부름 다녀왔어요."

 "아침부터 작계 파는데 가 있어?"

 "그러게요 후훗."

 '웃지마! 위험해!'

 

 아침부터 위험해진 독바로에게 다가와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희환외였다. 굳은 결심을 보여주는 눈빛과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앞으로 독대협을 주군으로 모시고 평생 따르겠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나 이제 부하 같은 건 안 둔다."

 "독대협 덕분에 꿈을 좇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대협이 저를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곧 포기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표사나 낭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급급하게 살다가 할아버지가 되면 생각했겠지요. 아 내 진정한 꿈은 무림고수 였었지...... 하면서 후회하는 인생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협이 받아주시지 않으시면 대협에게 받은 이 은혜. 제 손으로 없애겠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찍은 희환외를 가리키며 독바로는 희준고에게 말했다.

 

 "니 오라버니 원래 이렇게 박력있었어?"

 "다 독대협 때문이죠 뭐."

 "나 참. 거 되게 부담되네..."

 

 독바로는 아직도 땅에 이마를 대고 있는 희환외를 일으켜 세웠다.

 

 눈이 마주친 독바로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나 다시는 부하 같은 안 둘 거라고 맹세했어 나 자신한테."

 "그럼 내공을 폐.."

 "어이 끝까지 들어. 부하는 안 둬도.. ...."

 "네? 머라고 하시는지 잘 안 들립니다."

 

 뒷말을 조그맣게 흐리자 희환외가 되려 물었다.

 

 "크흠. 친구는 둔다고. 나 얼마 전에 친구가 죽어서 친구가 없어."

 

 동그랗게 눈을 뜬 희환외는 눈물을 흘렸다.

 

 멋쩍은 독바로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눈물이야. 좋은 작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고는 포옹을 하였다.

 

 뜨겁게 끌어안은 두 사람.

 

 희환외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독대협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여태 궁금했지만.."

 "나? 25살..."

 "네? 25살밖에 안 되셨다고요? 저는 27살, 그럼 제가 형..."

 

 묘한 정적이 흘렀다.

 

 "하하하"

 "하하하 바..바로라고 부르면 되지....요?"

 "어... 응"

 

 놓치지 않고 희준고도 말했다.

 

 "세상에 나랑 동갑인데 그렇게 강한거야? 나도 바로라고 부른다?"

 "....응"

 

 독바로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 남매 정말 부담스럽다.

 

 ******

 

 희완회는 지독할 만큼 수련을 몰입하여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기존의 40년 내공과 1갑자를 더해 1갑자 40년의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부터 돌을 깨는 양이 달라졌다.

 

 500개, 600개, 700개... 그리고 3달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900개, 998, 999...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옷은 땀으로 인해 온 몸이 축축해졌다.

 

 매일 하다 보니 익숙해질 만도 한데 단순히 같은 동작 천 번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지만 내공까지 집중해서 운용해야하니 상당히 고되었다.

 

 하지만 희환외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을 잃지 않았다.

 

 퍽.

 

 "으아아아아아!!!"

 

 마지막 천개가 부셔지자 희환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무릎 꿇어 앉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뒤로 제치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희준고는 그런 오라버니에게 다가가 살포시 안아주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희환외는 한껏 고양된 표정으로 고맙단 표현을 하고 독바로에게 다가갔다.

 

 독바로는 들뜬 희환외를 보며 물었다.

 

 "오, 금자 백 냥이나 벌었는데 머할꺼야?"

 "아니야 안줘도 돼. 주면 부담스러워.“

 

 희환외는 두 손을 들어 설레설레 저으면서 거절했다.

 

 하지만 독바로는 이유를 들먹이며 돈을 주려했다.

 

 "아니야 받아. 받아야 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어. 첫째는 나 독바로는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내 스스로의 신용 때문에 주는 거지. 얍삽한 적은 있어도 약속은 무조건 지켜. 둘째는 자신감이다."

 "자신감?'

 "남자가 자신감을 표출할 수 있는 건 외모, 돈, 내 여자의 미모, 실력, 무력이야. 넌 아무것도 없으니깐 돈이라도 있어야 돼."

 

 독바로의 이상한 논리에 기분이 나빠야 하건만 싫지 않았다.

 

 "그럼 내가 맡아 뒀다가 바로 니가 필요할 때 돌려줄게."

 "그건 알아서 하고, 너도 이제 더 높이 올라가야지?"

 "더 높이?"

 "화경."

 

 단 두 글자의 단어에 희환외는 얼어버렸다.

 

 설마 자신이 꿈만 꾸던 그런 경지에 도전을 한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부터 지하격투장에 참가하기로 정했어."

 

 희준고가 말을 받았다.

 

 "지하격투장이라면 돈과 각종 보상 등 때문에 은밀히 이뤄지는 살인경기장 말하는 거야?

 "응"

 "거기에 참전하는 사람들 중에 죽거나 병신이 돼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알고 있어?"

 "응"

 "안 돼. 우리 오라버니를 그런 위험한데 보낼 수 없어."

 "그럼 본인한테 물어보자. 할 꺼야 말 꺼야?"

 "... 할 꺼야."

 "오라버니!"

 "준고야 내 꿈은 그저 그런 무인이 아니야. 절세고수. 그 꿈이 눈앞에 있는데 포기할 수 없어. 바로야 내가 지하격투장에 참전하면 화경에 도달할 수 있는 거야?"

 "그건 니가 하기에 달렸지."

 

 희환외는 무심히 던지는 독바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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