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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강해질 것입니다.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작성일 : 17-02-09 00:10     조회 : 515     추천 : 0     분량 : 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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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유랑군이 여진군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밤이 될 때쯤, 독바로와 구출대는 네르친크스로 난입을 했다.

 

 가장 크고 화려한 궁전이 보였다.

 

 독바로는 미리 파악해둔 그 곳으로 갔다.

 

 소수의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 감옥을 훑기 시작했다.

 

 지하 3층으로 내려갔을 때, 모발가가 말했다.

 

 "장군! 찾았습니다."

 

 독바로는 그 곳으로 달려갔다.

 

 철장 안에는 신순이 장군이 오롯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낌새가 이상했다.

 

 "장군..."

 

 나지막이 신순이를 불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신순이의 얼굴은 이상할 만큼 창백했다.

 

 독바로는 바로 내공을 일으켜 철장을 잘라내어 다가가 손을 만졌다.

 

 아주 차가웠다.

 

 신순이 장군은 죽어 있었던 것이다.

 

 원인은 가슴의 큰 상처.

 

 솜씨 좋은 누군가가 실로 상처를 봉합해두었다.

 

 그 때, 옆 철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철장 안에는 거대한 몸집의 죄수가 있었다.

 

 "정말 왔군. 대단해."

 

 독바로는 그를 보았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에 패기가 흘러넘치는 그는 투울루이였다.

 

 "나는 태 나라의 가한 투울루이라고 하네."

 

 구출대는 검을 꺼내들고 주위를 경계하였다.

 

 투울루이는 자신 앞에 놓인 빈 병을 손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이야기 했다.

 

 "우선 잠시 앉지, 여긴 아무도 없다네."

 "무슨 꿍꿍이지?"

 

 독바로는 적들의 왕이 이 곳 감옥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정말 어지러운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투울루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담담히, 담백하게.

 

 "음...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네. 정말 열심히. 아주. 그런데 하나둘 친우들도 떠나보내고 수많은 부족민들까지 나를 따르다가 다 죽었지. 그래서 나는 책임을 져야하네. 하하하. 내 목숨과 유랑군 목숨을 바꾼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독바로는 어지러워지는 몸을 보호하려 내공을 끌어올렸다.

 

 몸속에 뭔가 강력하고 지독한 것이 침투했다.

 

 구출대와 독바로는 서서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호탕하게 웃던 투울루이는 앞에 놓인 병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여기에 담겨 있던 게 먼지 아나? 백사혈독(百死血毒)이었네. 음, 백사혈독이 먼지 모른다면 내가 가르쳐주지. 백여 가지의 독충과 독사의 독을 추출해서 만든 독인데 호흡을 통해 중독되지. 중독된 사람은 한 시진 후 내장이 모두 녹아 죽게되는 아주 지독한 독이야."

 

 투울루이의 입술을 파래져갔다.

 

 하지만 그는 독바로에게 할 말이 많은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자네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다네. 저렇게 젊은 사내가 이쁜데다 무공이 그렇게 강하다니, 그리고 유랑군은 자네 명령이면 지옥불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만드는 지휘력과 과감한 전략, 전술을 펼친단 말일세. 허허, 나는 항상 신순이 장군을 원망했다네. 같은 시대에 태어난 걸 아주 원망했지. 근데 자넬 보니깐 더 억울하구만. 크하하하."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앙천광소(仰天狂笑)하며 웃고 있는 투울루이를 주시하며 독바로는 신중히 만정신공을 끌어올렸다.

 

 선천지기를 키우는 만정신공은 몸속에 침투한 강력한 독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독바로가 뭘 하려는지 낌새를 알아채고 투울루이가 말했다.

 

 "음 포기하는 게 좋아, 백사혈독은 흡입독 임과 동시에 산공독이기도 하지. 무공을 익힌 무인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독이야. 해독약이 없으면 소용없어. 그리고 아마 위로 올라가는 문은 잠겼을 거야. 이곳 지하 3층은 사방이 통짜 철로 이뤄졌다네. 그러니까 우리가 할 것은 죽어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나 나누면 된다네."

 

 독바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은 포기할 수 없었다.

 

 만정신공이 극도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 즘에서 구출대원들이 하나둘씩 몸을 가누지 못하기 시작했다.

 

 지독한 독성과 함께 산공 시켜버리는 백사혈독의 위력은 대단했다.

 

 독바로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차분하게 내공을 운용하였다.

 

 세상의 모든 기운을 받아들이는 만정신공은 독성도 함께 녹아들기 시작했다.

 

 필요없는 것은 뜨거운 기운으로 태워버리고 순수한 기운은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독바로는 창을 쥐고 철문 앞으로 섰다.

 

 투울루이는 독바로에게 말했다.

 

 "소용없다고 하지 않았나. 괜히 힘 빼지 말고 나랑 이야기나 좀 더 나누지?"

 

 독바로가 창에 기를 불어넣었다.

 

 "아니? 백사혈독이 통하지 않다니?"

 

 문을 쪼개버린 독바로는 구출대원들을 나가게 했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서 투울루이를 한번 슥 본 다음 신순이 장군을 보고 머리를 깊게 숙였다.

 

 투울루이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하늘을 보며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독바로와 구출대원들은 네르친크스를 탈출을 시도했다.

 

 투울루이의 시신을 수습하려 기다리고 있던 그들은 갑자기 독바로의 일행이 나오자 당황했다.

 

 그 곳에는 투울루이가 자진해서 백사혈독을 들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놀라움도 잠시 독바로의 일행이 도망치자 쫓기 시작했다.

 

 독바로는 몸속에 잔여하고 있는 독이 몸을 괴롭히고 있어서 평상시만큼의 힘을 낼 수 없었다.

 

  구출하러 온 다른 이들의 몸은 더욱 심각하였다.

 

 내공은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중독된 채로 체력만으로 적군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쫓기며 포위가 될 것이 뻔했다.

 

 독바로가 이를 악 물고는 결심한 뒤 말했다.

 

 "전부 흩어진다. 작전지로 각자 알아서... 살아서 복귀해."

 

 독바로는 뒤쫓아 오는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구출대원들의 생로를 열어주기 위해서.

 

 구출대는 독바로를 보며 입술을 굳게 닫았다.

 

 마음 같아서는 독바로를 따르고 싶지만 지금 자신의 몸 상태는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면서 앞만 보고 뛰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아프도록 귀를 때렸다.

 

 독바로는 부하들의 퇴각시간을 벌어준 뒤, 자신도 빠져 나가려했다.

 

 그 때 어떤 신형이 날카롭게 공격해왔다.

 

 독바로는 창을 들어 막았지만 충격이 상당했다.

 

 공격한 사람의 초식이 눈에 익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들어 오기 때문에 살필 시간이 없었다.

 

 독바로의 옆에서 끈질기게 달라붙어 공격을 했다.

 

 그 공격은 독바로의 제천태견각과 닮아 있었다.

 

 '이 녀석은!'

 

 그 때, 그 첩자가 틀림없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떼어놓으려 하면 병사들 사이로 숨어들고, 도망치려하면 끈질기게 공격을 해왔다.

 

 그 녀석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 되었지만 어렵사리 독바로는 결국 생환했다.

 

 만정신공과 여의신류 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몇 번짼지 모르겠지만 새삼 두 무공에 놀랍고 고마웠다.

 

 작전지에는 얼간이들과 혁련관 뿐이 없었다.

 

 큰소리 뻥뻥치던 모발가와 육청회, 편맥육은 복귀를 못 한 듯싶었다.

 

 중독이 풀리지 않은 구출대원들은 본진으로 복귀하라고 말했다.

 

 하나같이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독바로는 끝내 본진으로 돌려보냈다.

 

 본진에는 아마 동길홍이 그들에게 해독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독바로는 유랑군이 전투 중인 곳으로 향했다.

 

 유랑군은 꼬박 하루 동안 유랑군은 4만의 적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이곳에는 1만의 병력만이 있었다.

 

 5만의 병력은 어디론가 향한 듯 했다.

 

 아무래도 투울루이의 전사소식 때문인 듯 했다.

 

 하지만 유랑군도 무사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여진군이 쇠뇌와 그물, 그리고 말을 집중적으로 노려 유랑군을 괴롭혔고 서서히 지쳐가는 체력과 바닥나는 내공으로 인해 하나둘 쓰러져 갔다.

 

  독바로는 눈을 부릅뜨고 포위당한 유랑군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모든 기운을 끌어올린 독바로를 막을 수 있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방어진을 이루고 있는 유랑군을 만나게 되었다.

 

 유랑군은 이제 150명가량 남아있었다.

 

 한 차례 전장이 조용해졌다.

 

 악귀(惡鬼)마냥 덤벼드는 유랑군 때문이었다.

 

 등에 검을 꽂고도, 한 팔이 잘려서도,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놓지 않았다.

 

 유랑군은 몸을 놀려 하나라도 더, 죽음을 같이 동반하고자 움직였다.

 

 하나하나 지독한 모습을 보이며 여진군의 목숨을 앗아갔다.

 

 계속 공격을 했으나 공격을 하면 무조건 아군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팔다리가 잘려가며 죽은 터라 공포스러워 하던 여진군은 독바로까지 난입을 하자, 잠시 몸을 멈춘 것이다.

 

 잠시 멈춘 전황 속에 독바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공오금 등 많은 유랑군이 바닥에 뉘어있었다.

 

 그 중에는 과양일도 큰 상처를 입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독바로는 과양일을 끌어안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과양일은 독바로를 보더니 물었다.

 

 "허억허억, 독장군..."

 "어... 힘들면 말하지 마. 내가 그랬잖아 살려준다고. 꼭 살려줄게 그러니깐 조금만 참아."

 

 하지만 과양일의 부상은 결코 살아날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몸 여기저기 자상을 입어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옆구리가 반이 잘려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다.

 

 게다가 허벅지 아래로 잘려 한 쪽 다리마저 없어져있었다.

 

 "장군... 신순이 장군님은 무사하십니까?"

 

 과양일의 눈은 초점이 흐렸다.

 

 하지만 허공을 향해 간절해 보이는 눈을 하고 독바로에 말을 했다.

 

 독바로는 과양일을 지긋이 보고 ‘아주 다행이었어’라는 표정과 옅은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어. 무사하셔, 본진에 데려다 드리고 오는 길이야. 같이 뵈러 가야지. 갑장손 장군님도 오셨다고."

 "아...다행입니다. 다..해...."

 

 과양일은 독바로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목숨을 끊었다.

 

 과양일의 얼굴에 독바로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반응이 없었다.

 

 살아남은 유랑군은 그 사실을 깨달았다.

 

 다들 전방을 주시하며 숨죽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울고 있는 유랑군을 향해 숨을 고른 여진군이 달려들었다.

 

 독바로는 과양일을 내려놓고 나지막이 들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목이 마른, 늑대들은 울부짖으라."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늑대들의 울음소리와는 달리 낮고 중후했지만 강한 의지와 슬픔이 담겨있었다.

 

 **********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창을 휘두르고 다리를 뻗고 주먹을 내밀었다.

 

 자신을 향해 덤비는 모든 적들을 아무 감정 없이 죽였다.

 

 얼마나 베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저 베고 찌르고 또 벨 뿐.

 

 적들의 칼과 창이 여기저기 난도질했음에도 독바로가 살 수 있는 것은 현철로 만든 귀무갑과 용린보의 방어력이 컸다.

 

 적의 칼이 등 뒤를 쑤셔도 그 칼을 잡아 도로 상대 병사의 가슴에 찔러 들어올렸다.

 

 피가 벌컥벌컥 쏟아지며 독바로의 몸을 적셨다.

 

 그대로 옆으로 던져버리고 다른 병사들을 향해 그저 창을 찌르고 휘둘렀다.

 

 보고 있지는 않지만 하나 둘 수하들이 쓰러져 가는 소리가 이젠 들리지 않았다.

 

 독바로 혼자 남은 것이리라.

 

 독바로는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병사들을 아무 생각없이 상대하였다.

 

 얼마나 휘둘렀을까 몸도 마음도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휘둘렀다.

 

 그냥 이렇게 휘두르다 어느 샌가 목숨이 다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창을 휘두르고 있을 때였다.

 

 백회혈(百會穴)이 따끔거리더니 이마의 뒤쪽 부근에서 심장이 뛰듯 두근두근 거리며 압축과 팽창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주위의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전방을 주시하고 있음에도 주위의 모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또 주변의 모든 공간에 무엇인가 가득차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독바로는 흐뿌연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려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양 눈썹 사이 인당혈(印堂穴)에서 무엇인가 나와 그것들과 어울리며 공명(共鳴)하였다.

 

 ‘혹시...’

 

 독바로는 의지(意志)를 보내어 그것들을 움직이려 했다.

 

 불규칙적이고 불완전하긴 하지만 독바로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독바로는 이것이 진공창무의 파(波)결임을 직감했다.

 

 창두에 기운을 몰아넣어 창강(槍强)을 만들었다.

 

 영롱한 빛무리가 맺히면서 강맹한 기운을 흘렸다.

 

 독바로는 응축된 창강에 진공창무 파결을 더해 전방을 향해 쏘아내었다.

 

 “시승사룡(時昇死龍)”

 

 창 끝에서 발출된 기운은 공간을 잠식해 10여장을 물결처럼 퍼졌다.

 

 마치 호수에 돌맹이를 던졌을 때 물결이 퍼지듯이 기운이 터져나갔다.

 

 독바로의 사방을 빽빽이 메우고 있던 여진군은 창강을 쏘아낸 부근의 10여장의 병사들이 한순간에 곤죽으로 변해버리며 잔해물이 안개처럼 흩날렸다.

 

 “......”

 “......”

 “......”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상황.

 

 한 순간에 수 백명의 사람이 죽었다. 아니 사라져버렸다.

 

 숫자의 우위를 믿고 피에 젖은 독바로를 죽이려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들던 여진군은 한 순간 모두 석상이 된 듯 굳어버렸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일시에 동작을 멈추고 소리를 내지 않자 고요함이 찾아왔다.

 

 눈을 3번 깜빡인 시간이 흐른 후,

 

 공포에 질린 비명이 전장을 지배했다.

 

 “괴, 괴물이다!!!”

 “도망쳐!!!”

 

 창 준을 땅에 박아 쓰러지지 않으려 창에 기대어 서있는 독바로는 머릿속이 따끔따끔거리며 이내 코피를 쏟아내었다.

 

 “쿨럭.”

 

 코피를 줄줄 쏟아내던 독바로는 풀썩 쓰러져버렸다.

 

 북방의 어느 초원, 이곳에는 시체로 된 거대한 언덕이 생겼다.

 

 그 곳에는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휘잉.

 

 바람이 불며 모래가 흩날릴뿐 어떠한 것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시체뿐이었다.

 

 수만의 시체가 흘리는 피에 웅덩이가 여기저기 생겼다.

 

 그런 피의 웅덩이 중 하나에서 어떠한 움직임이 생겼다.

 

 엎어져있던 몸을 세우려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팔꿈치를 위로 세웠다.

 

 그리고 머리를 들려했으나 힘이 없어 어깨가 먼저 들리며 상체가 세워졌다.

 

 몸에는 검고 붉은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흉물스러워 보였다.

 

 그 흉물스러운 인형은 독바로였다.

 

 독바로는 무릎을 세워 몸을 일으킨 다음 중심을 잡고, 걸었다.

 

 시체가 바닥을 뒤덮었다.

 

 울퉁불퉁 솟은 시체 밭을 걸어 그 곳에 다다랐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밟은 시체만 수천 구 정도되리라.

 

 독바로는 바닥에 널브러진 유랑대원들을 생기없는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저쪽 멀리에서 먼지구름이 일어나며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여진군이다.

 

 그 때, 누군가가 나타나 독바로를 혼절 시키고 시체들 사이에 숨겨놓았다.

 

 그리고 독바로의 창을 들고 말에 올라 여진군을 유인하였다.

 

 얼마 후, 북방군의 후임으로 임명된 봉구호 장군이 군대를 움직여 유랑군의 시체를 수습해주었다.

 

 많은 병력을 잃은 여진군은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봉구호 장군은 혁련관을 데려왔는데 온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했다.

 

 혁련관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했다.

 

 독바로는 자신을 혼절시키고 적들을 유인한 것이 혁련관임을 알았다.

 

 혁련관의 손에는 창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 천으로 꽁꽁 싸매놓았기 때문이었다.

 

 혁련관은 정신이 들자 독바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독바로의 얼굴은 눈물이 범벅이었다.

 

 "후.. 울보 녀석 또 울고 있네."

 

 안색이 좋지 않던 혁련관이 갑자기 기운을 차린 듯 해보였다.

 

 그것은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조짐.

 

 회광반조는 죽기 전 마치 다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태우는 것이다.

 

 독바로는 그것을 직감했다.

 

 "나... 처음에 너를 많이 부러워하고 시기했었어.. 네가 너무 높이 높이 날아 그늘을 만들었거든. 그런데도 왜 니 옆에서 꿋꿋이 버텼는지 알아?"

 "......왜?"

 "난 이곳 유랑군에 와서 내 시간과 모든 노력을 다 무공을 높이기 위해서 할애했어. 저 높은 곳까지 너와 함께하려고. 왜냐하면 니 재능에 반해버렸거든. 실제로 진짜 재능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을 찾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끝까지 계속 함께 하길 바랐는데... 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질 않네."

 

 그러면서 혁련관은 자신의 손에 낀 반지를 빼서 독바로에게 건네주었다.

 

 그 동작이, 고작 반지 하나 빼서 손에 쥐어주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 길었다.

 

 "이걸 받아. 그 녀석과 함께 같이 해줘. 니가 내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그럼으로 더 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거면 충분해."

 

 독바로는 반지를 손에 쥐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저었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자 혁련관은 입을 열었다.

 

 "그 녀석과 정상까지 같이 가줄 꺼지? 울지 마 멍청아.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내가 네 재능과 같이 살아가게 해줘. 네 재능에는 내 도움이 있었다고. 내 덕에 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그..게..나의...최선이...자 마지막.. 욕...심...이........"

 

 그리고 혁련관은 생을 다 하였다.

 

 독바로는 반지를 말아진 손으로 혁련관의 가슴을 때렸다.

 

 "으아아아아!!! 이딴 거 필요 없어, 새끼야!!! 당장 일어나!!! 이런 고물덩어리 주지 말고 일어나서.... 허어흐허"

 

 독바로는 고개가 뒤로 젖히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얼굴을 덮은 손 아래로 눈물이 떨어졌다.

 

 산부, 전대, 천인, 주광, 구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 못 했다.

 

 자신들은 죽는다고 각오하고 갔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탈출해서 본진에 다다르자 이젠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기며 살고 싶은 생각에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몸을 덜덜 떨 때에도 혁련관은 독바로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자신에게 분하고 창피했다.

 

 그날 밤 살아남은 사람, 독바로와 산부, 전대, 천인, 주광, 구대는 무덤에 술을 뿌리며 목 놓아 노래를 불렀다.

 

 "아 하룻밤의 꿈이었던가. 남아로 태어나 부질없이 벌레처럼 살다 이제야 사람답게 살아 이제 천하를 호령하는데 친우가 다 죽고 나면 그 무언 소용이더냐. 나라를 위해 바친 그대들의 충정을 하늘은 알아주시려나. 다음 세상에는 걱정 없는 곳에서 남들처럼 한번 살아보세. 구름 같은 말을 타고 검은 갑옷 걸친 종 나라의 영웅들이여, 백 년 뒤 이 푸른 초원에 말발굽 소리 잦아들 때면 그 때 알아 줄 이 있을까. 천하게 태어났더냐, 하찮게 살았더냐, 하지만 너희들은 위대했노라"

 

 얼간이들답게 술을 여기저기 뿌리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었다.

 

 독바로는 너무 울어버린 탓일까 메마른 몸에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독바로는 독한 술을 마시고 웃었다.

 

 아주 슬프게.

 

 독바로와 얼간이들은 술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입으로 퍼부었다.

 

 ********

 

 황궁에서는 신순이 장군의 장례식을 거하고 장대하게 치른 뒤, 독바로에게 황명을 내렸다.

 

 그동안 쌓은 공적을 감안하여 만인장에 수여한다는 것이었다.

 

 독바로는 만인장을 나타내는 황제가 수여한 검과 패를 무심히 보았다.

 

 수여식이 끝나자 바로 전역을 신청하였다.

 

 며칠 뒤, 독바로는 한 자루의 창만 든 채, 말 옆에 섰다.

 

 뒤를 돌아 오른쪽 가슴에 달린 휘장을 떼어 바닥에 묻었다.

 

 그리고 거기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였다.

 

 한참 동안 머리를 들지 못하던 독바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을 주시하다 말위에 올라 몰았다.

 

 또각또각.

 

 이제 초원을 떠나려는 것이다.

 

 그러자 그 곳에 있던 북방군은 독바로가 나가는 길 양 옆으로 도열을 하였다.

 

 번쩍번쩍한 갑옷을 걸친 봉구호가 소리 질렀다.

 

 "전군!!!! 거창!!!!"

 

 차차차착.

 

 수만 명의 병사들이 절도 있게 창을 들어 올렸다 내린 다음, 한 손으로는 창을 잡아 바닥을 찍고, 한 손은 가슴위에 올리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경례를 하였다.

 

 "유랑!!!"

 

 북방에서 신화를 써내려간 독바로를 위한 최대한의 예우였다.

 

 독바로는 그런 수만의 병사들을 사이를 조용히 지나칠 뿐이었다.

 

 ------------------------------------------------

 

 광동성으로 내려온 독바로는 계속 의욕 없이 살았다.

 

 무공 수련도 하지 않았다.

 

 밥을 차려주어도 몇 숟갈 넘기지 않았다.

 

 등광형과 동길홍은 그런 독바로를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혼자 있게 내버려두었다.

 

 오늘도 독바로는 반지를 만지작만지작하고 있었다.

 

 그때 보다 못한 동길홍이 독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만하면 이제 되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냐."

 "..."

 "그 녀석이 그걸 주면서 머라고 했더냐."

 "... 높은 곳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럼 약속을 지켜야지. 저버릴게냐?"

 "하지만 마음이 허합니다 싸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유랑군과 혁련관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내놓았더냐. 정녕 신순이 장군을 구출하려고? 아니다. 다 네놈 때문이다.“

 

 

 독바로는 유랑군이 죽은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하자 동길홍에게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에는 분함과 눈물이 섞여있었다.

 

 "제가 머라고 저 때문에 목숨을 걸었단 말입니까! 전 그들이 너무 밉습니다! 먼저 간 것도 밉고 함께 해주지 않은 것도 밉고! 저한테 이런 큰 짐을 남긴 것도 싫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거라. 그리고 언젠가는 후회할 날이 올게다. 저 세상에서 그 녀석들보고 얼굴도 들지 못할게야."

 "...그럼 저는 어째야 합니까?"

 "니가 이런 아픔을 겪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거라. 앞으로 이런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란 말이다."

 

 독바로는 혼자 남아 반지를 만지고 있었다. 밤새 내내..

 

 다음 날, 독바로는 무공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뜨겁게.

 

 밥을 먹을 때 독바로가 등광형과 동길홍에게 말했다.

 

 "저는... 강해질 겁니다. 강해지고자 마음먹었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강해질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내 모든 사람들은 내가 지킬 겁니다."

 

 동길홍은 너스레를 떨었다.

 

 "어이쿠, 든든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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