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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쌍놈 : 길고 가는 놈, 굵고 짧은 놈
작가 : 흑양오
작품등록일 : 2017.1.27

독바로 : 인생은 길고 가늘게 사는거야!
독고력 : 곧 죽어도 상관 없다. 그 일만 마치면...

독바로 : 동자공이라니... 왜 여자가 있어도 만지질 못하니(슬픔분노)
독고력 : 연애 따위에 관심 둘 시간 없다.(차갑싸늘)

독바로 : 내 꿈? 원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유아독존(唯我獨尊)
독고력 : 전무후무(前無後無). 앞으로 없고 뒤에도 없을 그런 가장 강한 무인이 되겠다.

사부 잘 만나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된 독바로와 금수저 집안에서 나 홀로 흙수저처럼 살아가는 독고력의 무림기

 
한 명을 향한 천 명의 목숨
작성일 : 17-02-09 00:07     조회 : 829     추천 : 0     분량 : 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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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북경의 몇몇 고관대신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 이유인즉 자신들의 공적과 이익을 남기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태 나라와 뒷거래를 하였다.

 

 정보를 팔고 금을 얻었으며, 온갖 희귀한 재물들을 받고 노예들을 넘겼다.

 

 무기를 팔고 자신들의 재산을 불려나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대장군 신순이와 갑장손 장군, 그리고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의욕 없이 유랑이나 다니며 유령처럼 살던 주생맥(主省脈) 황태자까지 첩자를 찾겠다고 대대적인 수색과 감찰이 시작되어 그들의 숨통을 졸라왔다.

 

 지금 종 나라의 대신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있다.

 

 신순이를 따르는 군벌들과 승상을 따르는 대신들.

 

 최근까지는 승상을 따르는 군신들의 활개를 치고 다녔으나 지금은 몸을 사리느라 바쁘기 그지없었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해 나라의 물품을 빼돌린 죄와 정보를 팔아넘긴 것은 구족을 멸하게 되는 역모 죄와 비슷한 형벌을 받게 되어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이 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하였다.

 

 반면, 신순이 장군은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였다.

 

 일점의 허점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과오를 벌인 것에 대해서 사소한 것도 가벼이 넘기지 않고 법대로 행하였다.

 

 수하들에게는 엄정한 벌과 공평한 상을 나누어주었다.

 

 이러한 신순이 장군을 따르는 군벌이 대단히 많았고 충성심 또한 아주 높았다.

 

 한 나라의 대장군으로서 말단에서 부터 시작하여 최고로 올라섰기 때문에 병사들과 장수들에 대한 조직 장악력까지 어마어마하였다.

 

 신순이 장군이 죽으라고 하면 당장 죽을 병사들 만해도 수천이 나올 것이다.

 

 현재 북장 정벌을 통해 승승장구(乘勝長驅)하며 공적을 올리고 있는 군벌들의 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반면에 현 고위관직들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 불안에 떠는 대신들이 많았다.

 

 그러던 때에 태 나라에서 의문의 서신이 도착하였다.

 

 *******

 

 그날 밤, 좌도독의 저택에서 의문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난히 화려한 옷을 입은 그는 오호도독부의 수장인 좌도독이 공손히 모셨다.

 

 노인은 이 나라의 2인자라고도 할 수 있는 승상 사역흑(事逆潶)이였다.

 

 사역흑은 좌도독 기세개(旣稅愷)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 그에게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오랑캐로 부터 서신이 도착했소."

 "무슨 서신입니까?"

 

 좌도독 기세개가 몸을 가까이 붙이려고 앞으로 기울이면서 말했다.

 

 승상 사역흑은 품에서 서신을 꺼내 기세개에게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덫을 칠 테니 협조를 부탁한다고 하오. 신순이 장군의 목과 유랑군. 이 두 가지만 자신들에게 준다면 향후 10년간 태 나라에서 나는 금을 모두 바치겠다고 적혀있소이다."

 "10년간 사금을 저희에게 말입니까?"

 

 무려 10년 동안 조공을 받치겠다는 말이다.

 

 상당히 굴욕적이고 엄청난 밀약(密約)이었다.

 

 그 말을 들은 기세개의 눈에 탐욕의 빛이 서렸다.

 

 "하지만 만일 일이 잘 못된다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기호지세(騎虎之勢).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 타버리게 됐소. 이대로 태나라가 멸망하면 그들이 가만히 있겠소? 끝까지 범인을 잡으려고 파헤치려 들것이 분명하오. 주맥생 황태자와 신순이 장군이 가만히 두고만 볼 사람들이 아니지 않소. 이러나저러나 우리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이오."

 "그럼 승상의 계획이 어찌 되십니까? 신순이 장군을 암살(暗殺)시키고 유랑군을 더욱 험한 곳으로 보내 버릴겁니까?"

 

 승상은 잠시 하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숨을 고른 뒤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공을 들일 필요가 무어 있겠소. 더욱 깔끔하고 완벽한 방법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기세개는 더욱 몸을 앞으로 굽히며 귀를 기울였다.

 

 "차도살인(借刀殺人). 덫이 준비 되었다고 했으니... 그 덫을 더욱 잘 활용하면 되지 않겠소?”

 

 승상은 또 다시 말을 끊고 눈을 잠시 감았다.

 

 기세개는 자꾸만 말을 끊는 승상에게 애가 타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우선은 신순이 장군에게 황제가 위급하다는 거짓어명을 내려 이리로 급히 불러야겠소. 그럼 신순이 장군의 성격상 대군을 움직이지 않고 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 분명하오. 그 때 저쪽에 정보를 주어 이동하는 신순이 장군을 처리하게 한 다음, 저쪽에서 신순이 장군을 데리고 있다고 거짓 정보를 유랑군에게 흘려 신순이를 구출해오라고 명령을 내리면 되지 않겠소?"

 

 승상은 뒷방 늙은이처럼 허허로운 인상으로 말을 하였지만 분위기는 꺼림칙하게 흘렀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유랑군의 필시 원래 임무가 그런 특수 작전인데다 신순이를 구해 오라는 것이 때문에 출정할 것이오. 특히 유랑군과 군대장이 신순이를 상당히 따른다지? 분명 구하러 갈 것이오."

 "묘묘! 신묘하십니다."

 

 좌도독은 굽신거리며 승상의 비위를 맞췄다.

 

 그리고는 박수를 짝짝 쳤다.

 

 그러자 반쯤 벌거벗은 기녀들이 방안에 가득 들어왔다.

 

 화사한 그녀들이 호호 웃으면서 두 사람의 양 옆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속이 비치는 투명한 나삼을 걸친 다른 기녀들은 음악소리에 맞춰 춤을 추며 그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승상은 바지 위로 자신의 하초를 쓰다듬는 기생의 젖가슴을 움켜지며 도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투울루이에게 그러한 정보와 계책을 알려줌과 동시에 소문을 내야 하오."

 "무슨 소문 말입니까?"

 "신순이에 대한 소문. 그가 겉으로는 태 나라와의 전쟁에서 계속 된 승리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사실 적들과 내통하는 사이였다. 증거는 여진군이 착용하고 있는 무기와 갑옷이다. 그는 여진군에게 공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받고 여진군은 내실을 든든히 하게 되었다. 그런 그가 떠오르는 신인인 독바로 장군에게 꼬리를 밟힐 것 같자 태나라로 넘어가버렸다. 유랑군이 그를 처벌토록 해야 한다."

 "묘묘! 묘책이십니다."

 "허허허 그러면 모든 죄는 신순이가 짊어지게 될 것이오."

 "끌끌끌끌 역시 승상 대단하십니다 그려."

 ”허허허허허“

 

 방 안에서 풍악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그 흥겨운 소리 가운데 불안한 음이 하나 있었다.

 

 그는 거문고를 켜고 있는 자였는데 아무래도 승상과 좌도독의 말 때문인듯 하였다.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

 

 ******

 

 신순이는 정갈하게 아침을 먹고 나서 갑옷을 꺼내 입으려고 할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장군.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게 하라."

 

 잠시 후, 신순이에게 예를 올린 전령은 칙서를 꺼냈다.

 

 그러자 반대로 신순이가 전령을 향해 예를 갖추자 신순이 장군에게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북방대장군 신순이는 들으라."

 "신 신순이 어명을 받듭니다."

 "종 나라의 황제 주물건(主物建)이 명한다. 짐이 몸이 급속도로 쇠약해져 그대를 불러 후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니, 신순이는 최대한 빨리 황궁으로 돌아와 짐을 찾으라."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리고는 전령이 떠나고 장군들이 모였다.

 

 "갑자기 황제폐하께서 위급하시다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거 혹시 대신들의 농간이 아닐까요? 확인을 해봐야합니다."

 

 시끌벅적해진 막사 내에 신순이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마침내 한 마디를 꺼냈다.

 

 "호위병 100명을 차출하라. 폐하를 뵈러 가야겠다."

 "장군, 겨우 100명이라뇨. 군을 잠시 물렸다가 저희와 다 같이 가십시요."

 "호들갑 떨 것 없다. 그저 폐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니, 그리 알고 준비하도록 해라."

 

 단호한 신순이의 명에 휘하 장수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돌아서는 신순이의 등만 바라보았다.

 

 그날 밤, 신순이는 기병 일백 명과 함께 진지를 벗어나 북경으로 향했다.

 

 그러나 출발한지 며칠 되지 않아 의문의 복면인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장군을 뫼시어라!“

 ”이 놈들! 누구냐!“

 

 호위병들의 말에도 복면인들은 묵묵부답(黙黙不答)하며 공격만을 계속하였다.

 

 ”쳐라!“

 ”퇴로를 열어라!“

 ”장군! 어서 자리를 떠나십시오.

 

 호위병들은 신순이 장군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목숨을 다해서.

 

 적병들이 팔과 다리를 잘라내어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이라도 더 자신과 함께 죽음의 길을 향하게 하였다.

 

 “이 놈들! 절대로 지나 갈 수 없다”

 

 배에 칼을 쑤셔 넣어도 등을 갈라 뼈가 훤히 들어나도 숨이 붙어있는 한 악착같이 버텼다.

 

 그런 지독한 충정에 신순이는 가슴이 쓰라렸다.

 

 결국 모두 목과 심장이 꿰뚫린 후에 신순이 장군이 남게 되었다.

 

 신순이는 화경에 접어든 고수였기 때문에 생포하려는 그들의 피해는 엄청났다.

 

 신순이는 여기저기 입은 상처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검을 지팡이 삼아 정신력으로 서 있었다.

 

 신순이를 생포하러 온 그들의 눈에 공포와 경외감이 서려있었다.

 

 대장인 듯 한 복면인이 나서서 신순이에게 말을 했다.

 

 복면인은 신순이 장군에게 공손히 대하였다.

 

 "그쯤 하시지요 장군. 저희를 따라오시면 불편함 없이 모시겠습니다."

 "껄껄껄껄.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너희를 따라가면 날 이용해 내 수하들을 위험에 빠트릴 것이 분명한데 어찌 따라오라고 한단 말이냐. 이놈!!! 날 구역질나는 그런 배덕자(背德者)가 되란 말이냐!!"

 "하지만 장군. 내가 있어야 수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죽은 다음에야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일단 살고..."

 

 웃고 있던 신순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닥쳐라!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구차해지지 않을 것이다. 내 목숨은 너희들의 비수가 될 것이다."

 

 신순이 장군은 비틀거리는 신형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추상같은 위엄이 몸에서 터져 나왔다.

 

 '과연 불패의 성웅이시구나'

 "그렇다면 정중히 보내드려야겠군요."

 

 복면인은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신순이의 심장에는 칼 1자루가 꽂혀있었다.

 

 신순이는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누군가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거라.'

 

 복면인은 신순이의 시신을 보며 복면을 벗었다.

 

 투울루이였던 것이었다.

 

 신순이 장군의 마지막을 위해 친히 나섰다.

 

 투울루이는 무릎을 꿇어 바닥에 머리를 숙이고 시체가 된 신순이 장군에게 공손히 절을 하였다.

 

 "비록 적장이긴 하였으나, 저에게 당신은 태양과도 같은 존재셨소.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수하들에게 명했다.

 

 "...우리 부족이 그에게 수많은 목숨을 잃었으나 위대한 전사였다. 그분의 시신을 최고의 예를 담아 수습하라."

 

 *********

 

 며칠 뒤, 유랑군은 도착한 전령의 말에 발칵 뒤집어졌다.

 

 신순이 장군께서 황궁으로 향하던 도중 사라졌고, 아무래도 태 나라의 군사들에게 붙잡혀 간 것 같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니 신순이 장군을 구출해 오라는 명이 적혀 있었다.

 

 전령이 돌아가고 독바로와 막파걸 그 외 조장들이 모여 막사 내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과양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막파걸이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받았다.

 

 "이건 분명 함정입니다. 따라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작전 명령이 떨어진 건 둘째 치더라도 신순이 장군께서 저들에 붙잡혀있다는데..."

 "저들이 바보도 아니고 신순이 장군을 그냥 내놓겠습니까. 저번 봉장군 때 일도 있고, 덫을 놓고 기다릴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전령의 말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사실 파악부터 하고 움직이는 것이 옳습니다."

 

 둘의 이야기를 듣던 독바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참 고요하게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만약... 신순이 장군님이라면... 자신의 안위보다 병사들의 목숨을 중요시 하시길 원하겠지. 혹시 모를 함정에 걸려 모조리 잃느니 차라리 여진군을 상대해서 빨리 백성들의 불안을 덜어주길 원했겠지."

 "독 장군!"

 

 막파걸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도 독바로는 침착하고 낮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난 말야. 우리가 그저 전쟁터에서 비록 적군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서 살인귀처럼 살았지만 신순이 장군님께서 있었기에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해. 난 전장에서 시체를 밟고 다니는 늑대가 되고 싶지 않아. 죽더라도 나라를 위해서, 장군님을 위해서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어.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

 

 흥분과 불안이 가득한 막사의 분위기가 고요하게 적막해졌다.

 

 큰 피해를 볼 것임을 알면서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곳에 모인 각 조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눈빛으로 독바로를 마주보았다.

 

  독바로는 유랑군을 불러 모았다.

 

 "신순이 장군께서 적들에게 포로 잡혀 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런 엄청난 소식에 유랑군은 크게 술렁였다.

 

 하지만 독바로는 유랑군의 동요(動搖)를 무시한 채 계속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 저들은 신순이 장군님을 이용해서 함정을 펼쳐놓고 우리를 위험에 빠트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강요하진 않겠다. 빠지고 싶은 사람은 빠져도 좋다. 다른 부대로 전출 보내주도록 하지. 빠질 사람은 왼 편에 서라."

 

 그러나 유랑군은 단 한명도 움직이지 않았다.

 

 독바로는 그런 유랑군들에게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 멍청이들아! 죽을 확률이 구 할이다! 카흐타 때랑은 틀리단 말이다! 우리를 죽이려고 온갖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곳에 장군님께서 있으시란 보장도 없다. 그런데도 갈 거냐?"

 

 침중해진 분위기 속에 혁련관이 입을 열었다.

 

 "나는.. 가문이 모함을 받아 망하면서 역적이 됐지. 숨기위해서 고작 은자 닷 냥에 천노병에 숨어들었어. 은자 5냥에 전쟁터로 나가 사람을 향해 칼을 휘둘렀어. 고작 은자 다섯 냥에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죽이는 그런 하류인생이 된거야. 그러다 독 장군과 갑 장군 그리고 신 장군님을 만나면서 은자 5냥 살인귀에서 겨우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되었지. 난 목숨을 잃는다하여 자네를 원망하진 않을 것이야."

 

 애꾸가 된 막파걸이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사정이 있어 전쟁터로 오니, 매일 같이 전투, 전투, 전투더구만. 계속된 전쟁 통에 머랄까. 감정이 죽어버리는 듯 했다네. 피를 보아도 그저 이곳저곳에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렇지 않았고, 시체들 한 가운데서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았네. 밥을 먹다 시체 위에 반찬이 떨어지면 그것을 그냥 주워서 먹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다 갑장군과 신순이 장군님을 뵙게 되었네. 나에게 이렇게 말씀 하였었네. ‘그저 칼을 휘두르는 살인병기가 되지 말아라.’ ‘나라를 위해 싸우는 남아가 되어라.’ 별거 아닌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시에 말라가던 내 마음에 단비가 되어 주셨었네. 그저 전쟁터의 살인병기를 호국 병사로 만들어주신 분을 모른 척 한다면 난 쓰레기라네."

 

 그러자 얼간이들도 한 마디씩 했다. 산적같이 생긴 산부였다.

 

 "젠장, 나는 노예였어. 씨발 태어나서 보니 노예였다고. 벌목장(伐木場)에서 매일 매질을 당해가며 착취당하다 나한테 지랄하는 새끼를 죽여 버렸어. 그리고 도망치다가 온데가 여긴데. 우습게도 내가 살아온 인생 중에서 가장 사람답게 살았던데 가 여기야. 좆도 아닌 나한테 수고했다고, 다치면 걱정해주고 빌어먹을 무공도 그냥 밥숟가락 마냥 툭 던져줬단 말이야. 근데 나보고 빠지라고? 나도 죽을 땐 사람답게 죽고 싶다. 지난 20년 노예로 살았던 산부가 아니라 단 하루라도 사람답게 살다간 유랑군의 산부가 되고 싶다고 대장새끼야!"

 

 항상 음울한 표정의 전대가 자신의 칼을 꼭 움켜쥐고 말을 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기생이였어. 어머니께서는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셔서 날 길러주셨지. 근데 내가 또래 애들보다 몸도 날래고 머리가 똑똑했던 게 문제야. 어머니께서는 날 위해서 못할 것이 없으셨어. 나를 무관(武館)에 보내시려고 몸을 팔아 돈을 벌어오셨어. 그런데 어떤 새끼가 우리 어머니를 함부로 대하고 강제로 겁간하려다가 죽였어. 어머니의 시신을 보자 눈이 빡 돌아버려 그 새끼를 죽여 버렸지. 그리고 이리로 흘러들어왔어. 원래는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개기고 있다가 전역할 생각이었어. 근데 어머니 외에 나도 진심을 다해서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존경하면서 동경해본 건 처음이란 말이야. 그게 남자라서 짜증나긴 하지만. 나도 간다 대장."

 

 제법 잘 살던 상단의 아들이었던 구대도, 뒷골목 양아치 생활을 전전하던 주광도, 가난하게 살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서 가족들이 모조리 굶어죽은 천인도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빼고 갈 거면 죽이고 가라고 말을 했다.

 

 "나도 이제 영웅이라고 영웅. 말을 몰아 초원을 호령하면 저 여진군을 덜덜덜 떨게 만드는 종 나라의 대십인장 주광!!! 영웅이 도망치면 안 되지. 가오가 있지 가오가!"

 "어머~ 대장 섭섭하다앙. 어떻게 우리보고 빠지란 골 빈 소릴 할 수가 있대? 허 참. 어이가 없어서~ 별 꼴이야 증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때가 된 게지요. 살계(殺戒)를 열어 중생들을 열락(悅樂)에 들게 하고, 나라에 보탬도 되니 부처님께서 좋아하실 겝니다. 니미럴타불~“

 

 그 곳에 모인 유랑군은 하나둘씩 저마다 자신들의 어두웠던 과거와 비밀, 서운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 거창하게 유언을 시작했다.

 

 형제인 국동과 국건은 어렸을 때, 국건이 형 몰래 국동의 당과를 뺏어 먹었던 것을 털어놓고.

 

 관균성은 희경에게 저번에 등에 꽂힌 화살은 자신이 손이 미끄러져 실수로 쏜 것이라며 사과를 하자 싸움이 붙었다.

 

 얼간이들은 처음 이 곳에 와서 독바로에게 갈굼을 당하자 국에다 침을 뱉은 이야기, 갈아입을 속옷이 없어서 독바로의 속옷을 훔쳐 입은 이야기, 어느 날 갈굼에 폭발해서 다섯 명이 모여서 독바로를 한꺼번에 쳐볼까 작당했던 이야기 등 모든 걸 털어놓았다.

 

 다들 우스운 이야기에 미친 듯이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였나보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동료들이 있기에 목숨 따윈 아깝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

 

 죽으러 가야한다고 했음에도 두렵지 않은 이유.

 

 독바로는 그런 멍청이들을 보며 말했다.

 

 "죽으러 갈 멍청이는 모여라. 술을 마시자."

 

 그날 밤, 폭로전이 이어지며 군기강이 많이 흐트러진 유랑군이 고요히 잠들었을 무렵, 동길홍이 독바로에게 나타났다.

 

 "꼭 가야만 하겠느냐? 대장군은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미 저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셨을 수도 있어."

 "그래서 가야합니다."

 

 독바로는 동길홍을 찬찬히 보며 힘주어 이야기 했다.

 

 "우리가 강했던 이유가 그것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포로로 잡혀가더라도 우리가 자신을 구출하러 올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 내가 위험한 곳에 가더라도 내 뒤에는 항상 유랑대원들이 있다는 강한 신뢰(信賴). 만약에 제가 이번에 출진을 하지 않게 된다면 그런 것들이 깨지며 저희는 유랑군이 아니라 그저 그런 전장에서 흔히 보는 병사들이 될 뿐이에요."

 "이 싸부와 싸싸부의 가슴에 못을 박더라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그만 떠나도록 하자꾸나"

 "싸부, 성 앞에서 빌어먹던 저를 키워주신 거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죽어야하는지 말씀하셨잖아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서 도망쳐서 살면 제가 제대로 살 수 있을까요? 죽더라도 이렇게 죽고 싶어요."

 "휴... 널 군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강호유람을 시킬걸 그랬어..."

 

 독바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길홍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

 

 "싸부 맨날 말썽만 피우고 어리광부리는 절 이렇게 멋있게 살다가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을 놈처럼 이야기하는 구나. 죽지 말거라. 죽지 말고 돌아와서 다시... 어리광 피워도 된다."

 "헤헤, 싸싸부님이시라면 이렇게 말씀하셨겠죠? 죽지마라. 죽으려면 만정신공의 끝을 보고나서 죽어라. 헤헤... 하아.. 고약한 우리 싸싸부님 보고 싶네요."

 

 여전히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독바로를 보며 동길홍은 눈물을 훔쳤다.

 

 *******

 

 작전회의를 시작하였다.

 

 망산귀초 과양일이 굳은 얼굴로 독바로를 쳐다보더니 머리를 숙였다.

 

 머리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장군! 죄송합니다."

 "먼데?"

 "장군께서 소수의 병력만 데리고 적진(敵陣)에 들어가셔야겠습니다."

 

 순간 막사 내에 정적이 돌았다.

 

 하지만 과양일을 탓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독바로는 씨익 웃으면서 짤막하게 대답했다.

 

 "어. 그래."

 

 독바로와 눈을 다시 마주친 과양일은 말을 이었다.

 

 "독 장군과 혁련관, 산부, 전대, 천인, 구대, 주광, 육청회, 편맥육, 모발가. 10인은 적진에 난입해 신 장군님을 구출합니다. 유랑군은 막파걸 장군의 지휘 하에 여진군의 시선을 최대한 끌어줍니다. 이상입니다."

 

 간단한 작전이었다.

 

 유랑군이 미끼가 되어 적들을 상대할 때 독바로 외 9인은 적진에 몰래 난입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순이를 구출한다.

 

 양 쪽 다 위험하긴 하지만 적진 내부로 들어갔다 나오는 작전은 역시 미친 짓이었다.

 

 "자 그렇게 알고 다들 준비하도록 하지."

 

 다음 날, 유랑군은 서로의 갑옷을 이어주는 끈을 단단히 동여 메었다.

 

 다시는 끈이 풀리지 않게.

 

 검을 사용하는 녀석들은 검집을 버렸다.

 

 독각투를 깊이 눌러쓰고 자신의 무기를 쳐다보고 어루만지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떤 이들은 밥을 든든히 먹으며 배를 채우고, 어떤 이들은 술을 10홉 째 벌컥벌컥 마심에도 만류하는 이가 없었다.

 

 유랑대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출진을 서둘렀다.

 

 *********

 

 여진군 10만이 있는 네르친크스 앞에 도달했다.

 

 유랑군의 위치가 파악되자 여진군은 모든 병력을 데리고 군대를 출진하였다.

 

 천여 명의 군대를 잡기위해 10만의 모든 병력을.

 

 출진한 여진군의 깃발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이 불어서가 아니라 병사들의 불안함 때문인 것 같았다.

 

 유랑군은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여진군을 보며 사나운 새가 먹이를 낚아채려 할 때 날개를 거둔 것처럼 진형을 웅크렸다.

 

 ”돌격하라!“

 ”우와와와와!“

 

 이내 서로를 향해 병기를 앞세우며 전투에 들어섰다.

 

 10만 대 1000.

 

 유랑군을 향해 선두에 서서 달려든 무띠크는 창 한번 내밀어보지 못하고 머리가 터졌다.

 

 펑.

 

 막파걸이 쥐고 있던 창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머리가 터지면서 선혈이 사방으로 터졌다.

 

 기세 좋게 달려오던 여진군은 주춤했다.

 

 무띠크는 용맹하기로 북부의 초원에서 손에 꼽는 자였다.

 

 그런 자가 일수에 나가떨어지니 사기가 말이 아니게 떨어졌다.

 

 막파걸은 안장에 매였던 검을 뽑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유랑군을 향해 소리 질렀다.

 

 "죽여라. 죽이고 또 죽여라. 늑대들의 힘을 저들에게 보여주어라. 다시는 쳐다볼 수 없게 공포를 저들의 뇌리에 심어주어라!"

 ”우아아아!“

 "와아!!"

 

 유랑군과 여진군은 치열하게 싸웠다.

 

 유랑군은 쐐기형 모양을 한 진형으로 엄청난 무력을 과시하며 여진군의 군을 돌파하며 여진군과의 전투를 이어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한 집단이 한마음 한 뜻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꿈이 현재 이뤄지고 있었다.

 

 유랑군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피의 강과 시체의 밭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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