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레돈도
작가 : Bruce
작품등록일 : 2017.1.11

수염이 풍성한 바이섹슈얼 드워프 여성과 1000살 넘은 엘프 할머니와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중년 마법 여교수와 칼에 미쳐있는 청년의 모험

 
손바닥 아래 - 2
작성일 : 17-01-19 19:18     조회 : 533     추천 : 0     분량 : 352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타나가 추위에 덜덜 떨면서 불을 쐬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털거나 배낭에서 마른 옷을 꺼내 갈아입고 있었다. 그제야 타나는 에테라가 출발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도 서둘러 배낭을 열었다. 다행히 안에 있는 옷가지는 거의 젖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칼 닦아놓는 게 좋을 거야.”

 

 리코는 자기 칼을 헝겊으로 닦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칼집을 풀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 물이 조금 새어들어 있었다. 타나는 서둘러 물기를 닦고 기름을 칠했다. 그러는 사이 리코는 자기 칼을 들고 멀찍이 떨어져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을 푸는 듯 천천히 자세를 잡아가다가 이윽고 힘을 실어 허공을 크게 베어나갔다. 발걸음과 베기와 호흡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있었다.

 

 타나는 리코와 이라스토의 대련이 다시 떠올랐다. 저쪽에서 에테라가 음식을 덥히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시간 여유는 충분한 것 같았다. 타나가 가까이 다가가자 리코는 하던 걸 멈추고 그녀는 빤히 바라보았다. 숨이 가빴지만, 그는 입을 다문 채 코로만 숨을 고르고 있었다.

 

 “뭣 좀 물어봐도 될까?”

 

 리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칼을 왼쪽 어깨에 기댔다.

 

 “이라스토랑 대결했을 때, 어떻게 첫 공격이 가짜인 걸 알 수 있었던 거야?”

 

 순간 리코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는 칼을 다시 쥐면서 말했다.

 

 “칼을 들어봐.”

 

 그리고는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칼을 휘둘렀다. 그의 칼끝이 타나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나랑 똑같이 휘둘러.”

 

 이번엔 두 사람이 동시에 휘둘렀다. 칼이 중간에서 서로 부딪히자 리코는 칼을 멈췄다. 그러자 타나도 리코를 따라했다.

 

 “이라스토는 내가 칼을 통해 느낄 수 있는지를 시험한 거야. 칼을 쥐고 있을 땐 내 몸인 것처럼 느낄 수 있거든.”

 

 그러면서 리코는 타나의 칼 좌우를 때렸다.

 

 “눈을 감아도 내가 칼 어디를 때리는지 알 수 있을 거야.”

 

 그의 말대로 타나는 리코가 자신의 칼 어디를 어느 방향에서 때리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장님이 지팡이로 앞을 보는 원리였다.

 

 “이게 익숙해지면 상대가 공격을 들어오는지, 아니면 힘을 빼고 다른 데를 치려는지도 알 수 있어. 물론 처음에는 빠르게 변하는 공세를 느끼기 힘들겠지만, 원리를 알고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 리코는 다시 천천히 칼을 휘둘렀다. 타나는 그의 공격을 막았다. 그가 계속해서 힘을 가하자 칼끝에 묵직한 감각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리코가 칼을 떼자 그 느낌이 사라졌다. 타나는 리코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칼이 부딪히는 순간을 ‘대화의 창문’이라고 불러. 서로가 상대의 칼을 느낄 수 있는 시점이니까.”

 

 리코가 이번에는 약간 속도를 붙여서 공격해 들어왔다. 타나는 아까처럼 그 공격을 받아냈다. 이번에는 공격이 멈추지 않고 칼날을 따라 쭉 미끄러져 내려왔다. 이대로 가다간 머리를 베일 게 분명했다. 타나는 본능적으로 칼을 머리 높이로 들어올렸다. 리코의 칼은 타나의 크로스가드에 막혔다.

 

 “안 가르쳐줘도 잘 하네. 나보다 재능이 있는 걸? 나는 바로 얻어맞았는데 말이야. 그렇게 칼을 들어 올린 상태를 왕관 자세라고 해. 쭉 내려오는 베기를 막는 방법이지.”

 

 그러면서 그는 손목을 돌려 뒷날로 타나의 머리를 툭 쳤다. 그가 힘을 조절해서 타나가 받은 충격은 그저 맞았다는 것만 알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롱소드는 양날검이니까, 뒷날로 하는 공격도 조심해야 할 거야.”

 

 그때 에테라가 두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식사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리코는 칼을 집어넣었다.

 

 “혹시 검술을 배우고 싶은 거면 언제든지 말해. 연습을 같이 할 친구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리코는 저쪽으로 갔지만, 타나는 제자리에서 칼을 가만히 들면서 아까 배운 걸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리코가 가르쳐준 건 지금까지 몰랐던 참된 기예였다. 가슴이 고동치고, 짜릿한 기분이 칼끝에서부터 전해 들어왔다. 에테라가 재촉하자 타나는 그제야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은 다 식은 걸 데운 것에 불과했지만,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네 사람은 속을 꽉 채우고는 불 주변에 둘러앉아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토의했다.

 

 “일단 현재 상황부터 정리 해야겠지?”

 

 “이라스토가 아버지를 죽이려 들었고, 불의 씨앗이란 걸 훔쳐 갔죠.”

 

 “그리고 내 옛 제자인 카미유가 이라스토 밑에 있고, 우리 역시 죽이려 들었지.”

 

 “그러다 여기에 떨어졌고요. 에테라,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에테라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치면서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긴 와 본 적 없지만 비슷한 데는 알아. 아마 손바닥 아래일 거야.”

 

 그러면서 그녀는 물 쪽을 가리켰다.

 

 “저건 아마 어딘가의 수원(水源)일 거야. 안 그랬으면 이런 맨바닥은 보이지도 않았겠지.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어 하나는 물을 따라서 흘러 나가는 거고.”

 

 이번에 그녀는 컴컴한 어둠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아니면 동굴을 따라 나가는 거야. 네 생각은 어때?”

 

 에테라의 시선이 레아에게 향했다. 레아는 골똘히 생각하며 깊이 숨을 내쉬었다.

 

 “물은 너무 위험해. 배수구가 어디인지도 모르니까, 계속 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죽기 딱이야. 어쩌면 아얘 배수구가 없을 수도 있어. 아까 한번 둘러봤는데, 이 근처 바닥이나 벽들은 다 물에 침식돼서 맨들맨들 하더라고. 어쩌면 동굴을 따라 물이 다 빠져나가고 남은 게 저 호수일 수도 있어.”

 

 말은 없었지만, 일행은 모두 똑같은 생각인 거 같았다. 에테라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녀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어서 가자고!”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가 들떠있었다.

 

 선두는 당연히 에테라였다. 그녀의 정령이 길을 밝히고, 다른 사람들은 뒤따르고 있었다. 타나는 뒤쪽에서 리코와 같이 걸었다. 그는 묵묵히 걸을 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에테라는 뭔가 신난 거 같은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리코는 그 말을 듣고 타나 쪽을 돌아보았다. 마치 자기에게 한 말이냐는 표정이었다.

 

 “어…… 에테라는 원래 그래.”

 

 “무슨 말이야?”

 

 “타고난 모험가라고 할까? 언제나 호기심에 가득 차서 새로운 것만 발견하면 들뜨더라고.”

 

 “엘프들은 원래 그런 걸까?”

 

 “모르겠어. 지금까지 만난 엘프는 에테라밖에 없으니까.”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일행은 길을 따라 묵묵히 걷다가 간혹 길이 여러 개로 나뉠 때만 잠시 멈췄다. 그때 방향을 정하는 건 역시 에테라였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길을 정해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도 그녀의 결정에 의문을 표시하지 않았다. 때로는 막다른 길에 다다라 되돌아오기도 했지만, 자기라고 맞는 길을 아는 건 아니었으니까.

 

 지하인 탓에 시간감각이 마비되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걸은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행군에 다리가 쑤시고 등이 뻐근했다. 가장 잘 걷고 있는 건 에테라였다. 그녀의 가벼운 발걸음은 전혀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좀 쉬다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 말을 꺼낸 건 리코였다. 내색은 안 했지만 상당히 힘겨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모험 경험이 많은 두 사람과 일생의 반을 땅을 파며 사는 드워프에 비하면,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에겐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는 상당한 정신적 압박감을 주고 있을 게 분명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 공지 2017 / 2 / 16 741 0 -
29 순환 - 5 2017 / 2 / 16 568 0 4863   
28 순환 - 4 2017 / 2 / 15 501 0 5431   
27 순환 - 3 2017 / 2 / 13 322 0 3397   
26 순환 - 2 2017 / 2 / 11 345 0 4769   
25 순환 - 1 2017 / 2 / 10 337 0 3397   
24 리코 - 5 2017 / 2 / 8 353 0 6425   
23 리코 - 4 2017 / 2 / 7 330 0 4359   
22 리코 - 3 2017 / 2 / 6 303 0 3545   
21 리코 - 2 2017 / 2 / 4 341 0 3558   
20 리코 - 1 2017 / 2 / 3 317 0 3711   
19 그림자 - 5 2017 / 2 / 2 415 0 5158   
18 그림자 - 4 2017 / 2 / 1 455 0 3581   
17 그림자 - 3 2017 / 1 / 31 359 0 3360   
16 그림자 - 2 2017 / 1 / 30 354 0 3122   
15 그림자 - 1 2017 / 1 / 28 426 0 4343   
14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5 2017 / 1 / 27 399 0 3918   
13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4 2017 / 1 / 26 452 0 3491   
12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3 2017 / 1 / 25 337 0 3519   
11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2 2017 / 1 / 24 399 0 3516   
10 소금사막의 생존자들 - 1 2017 / 1 / 23 345 0 3571   
9 손바닥 아래 - 4 2017 / 1 / 21 347 0 3634   
8 손바닥 아래 - 3 2017 / 1 / 20 349 0 3461   
7 손바닥 아래 - 2 2017 / 1 / 19 534 0 3520   
6 손바닥 아래 - 1 2017 / 1 / 18 357 0 3544   
5 드워프 마을 - 5 2017 / 1 / 16 336 0 3154   
4 드워프 마을 - 4 2017 / 1 / 14 427 0 3346   
3 드워프 마을 - 3 2017 / 1 / 13 384 0 3310   
2 드워프 마을 - 2 2017 / 1 / 12 401 0 3274   
1 드워프 마을 - 1 2017 / 1 / 11 571 0 330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