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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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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21 화
작성일 : 16-07-19 16:41     조회 : 559     추천 : 0     분량 :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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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다는 황당한 대답을 그날 듣기는 했지만, 세이안 역시 그가 그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궁금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그런 세이안의 물음에 이디스 황자는 이번 역시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 생각이 없는 듯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세이안을 보기 위해 슈레이튼 백작가로 향했다가 그와 루시언, 그리고 클리프가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보곤 은밀히 뒤따랐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이런 녀석을 만나러 갔다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거기다 그가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해 뒤따랐다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우연이라고 했을 텐데.”

 “…….”

 “…뭐냐, 그 눈빛은.”

 “제 눈빛이 어떻다고 그러십니까.”

 “감히 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잖아.”

 “…….”

 “……? 그 의외라는 눈빛은 또 뭐야.”

 “아니, 생각보다 사람 눈빛 읽는 능력은 뛰어나신 것 같아 감탄하는 중입니다.”

 “뭐라고?”

 “칭찬하는 건데요.”

 “…….”

 이디스 황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을 끝맺은 뒤 앞에 놓인 차를 홀짝 마시는 세이안을 보며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과 대화를 하다 보면 혼자 화를 내고 있어 바보가 된 듯했다.

 ‘대체 이런 성격인 녀석이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상태라는 게 사실이냐.”

 “……? 네, 맞습니다.”

 차를 마시고 있던 세이안은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신이 기억을 잃은 사실이 극비는 아니었지만, 슈레이튼 백작가와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 아닌 이상 별로 아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건가.”

 “네, 떠오르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네가 기억을 잃게 된 사고의 기억도 없겠군.”

 “…그렇죠.”

 “궁금하지 않아?”

 “뭐가 말입니까.”

 “네가 어떤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 건지 말이야.”

 “…….”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굳이 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별로 알려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디스 황자가 뭔가 알고 있는 듯하면서 이런 질문을 건네자 새삼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전에 사고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표정이 굳어지던 루시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당한 사고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무슨 사고였던 겁니… 아닙니다. 안 듣겠습니다.”

 “왜? 나에게 듣기 싫은 거야?”

 “네.”

 무심코 이디스 황자에게 질문을 던지던 세이안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곤 말을 멈춘 것이다. 어떤 사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한동안 그걸로 그의 놀림감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싫으면 말아.”

 그런 세이안의 모습에 이디스 황자 역시 굳이 사고에 대한 말을 해 줄 생각이 없는 듯 이내 입을 다물었다.

 “전 말해 주고 싶은데요.”

 “…….”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며 이디스 황자의 말에 대답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레이니 황녀였다.

 그녀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세이안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떤 사고였는지 듣고 싶지 않아요?”

 “듣고 싶지 않다 해도 하실 거잖습니까.”

 “어머! 이미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계시네요.”

 세이안의 말에 더욱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인 레이니 황녀는,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잠시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지금 그쪽을 보면 참 이해가 안 되는 사고이긴 해요.”

 “……?”

 “바로…….”

 “바로?”

 “…자살.”

 “…네?”

 “바로 자살이라구요.”

 “…….”

 “그쪽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더군요.”

 “……!”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에 세이안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져 갔다.

 

 

 

 

 제9장. 축제에서의 만남

 

 

 

 “그 인간,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세이안이 집으로 돌아간 후 레이니 황녀는 이디스 황자를 향해 불만 어린 음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리 무덤덤할 수가 있죠!”

 “…….”

 조금 전 자신이 전한 말에 대한 세이안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은 그녀였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가 자살을 시도했다는데…….”

 다른 얘기도 아니고 자신이 자살을 시도해 사고를 당했다는데 어떻게 인간이 그리 무덤덤할 수 있느냐 말이다.

 ‘처음에는 놀라는 것 같더니…….’

 물론 처음에는 깜짝 놀라는 듯했다. 처음으로 본 그의 표정 변화에 레이니는 저 인간도 사람이구나 생각을 하며 묘한 쾌감까지 느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평소처럼 무덤덤한 표정이 되더니 나중에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다가, 시간이 되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간 그였다.

 레이니 황녀는 잔뜩 골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조사했는데!”

 그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뭔가 작은 정보라도 얻어 그의 무덤덤한 표정을 확실하게 깨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큰 정보를 얻고 잔뜩 기대를 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가 자신을 미워하는 눈빛이라도 보냈다면 이렇게 답답하고 억울하지는 않을 듯했다.

 “레이니.”

 “네?”

 발을 동동 굴리며 분해하는 레이니 황녀의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이디스 황자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어린아이들이 너처럼 굴지.”

 “무슨 말씀이세요.”

 “관심 끌고 싶은 상대를 괜히 괴롭히는 거 말이다.”

 “네?”

 “자신을 다른 이들보다 특별하게 봐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들의 심리.”

 “오라버니!”

 “킥!”

 자신을 철없는 어린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이디스 황자의 말에 레이니 황녀는 더욱 골이 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특이하긴 하군.”

 “뭐가요?”

 “어떻게 봐도 자살을 시도할 녀석으로는 아닌 것 같거든.”

 아무리 기억을 잃어도 기본 성격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본 세이안은 자살을 할 정도로 심적으로 힘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걸 해결하고 없애 버릴 위인이지, 스스로 목숨을 끓을 녀석은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음?”

 “마지막에 그 화가 난 표정은 뭘까요?”

 “글쎄.”

 조금 전 레이니 황녀에게서 자살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놀라던 세이안은 이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마지막에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화가 난 표정을 지어 보였던 것이다.

 그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그보다…….”

 “네?”

 “우리, 왜 그 녀석에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냐.”

 “…….”

 그러다 두 사람은 최근 세이안이 있으나 없으나 그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동시에 와락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였다.

 

 ***

 

 “꼭 넣어 줘도 이런 인간에게 넣어 주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이안은 연방 한숨을 내쉬며 누군가를 향한 불만 어린 말을 내뱉고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만들어 준 샤이노스를 향해서였다.

 하고 많은 이들 중에서 꼭 이렇게 문제가 많은 녀석에게 자신을 집어넣어 안 해도 될 고민을 하게 만든 그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원인을 대충이라도 알아봐야겠지.’

 자살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곤 잠시 놀라긴 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살을 할 정도로 힘들게 한 원인이 여전히 자신의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는 건 그 원인이 다시 자신을 귀찮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이 녀석이라면 그냥도 할 것 같지만…….’

 물론 시녀 피케에게 들은 세이안의 예전 모습이라면 지 성질을 못 이겨 사소한 이유에도 그냥 목숨을 끊었을 것도 같지만 말이다.

 게다가 루시언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 있던 녀석이니, 그 하나만으로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혹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후에라도 자신을 귀찮게 할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세이안은 일단은 이 녀석이 자살을 한 원인을 찾아볼 참이었다.

 똑똑!

 “…….”

 가장 먼저 슈레이튼 백작과 루시언을 찾아가 자신이 자살한 원인을 물어보기로 한 세이안이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어서 와라.”

 “형님도 같이 계셨군요.”

 “그래.”

 슈레이튼 백작의 거처를 찾은 세이안은 마침 그곳에서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루시언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잘 갔다 온 거냐.”

 “네.”

 “그래.”

 그동안 슈레이튼 백작이 세이안을 바라보는 눈빛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한심함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건 최근 이디스 황자와 잘 지내고 있는 것도 이유긴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보고도 예전처럼 슬금슬금 도망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세이안의 모습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쪽으로 와 앉아.”

 “네.”

 “…….”

 또한 예전처럼 루시언을 사사건건 싫어하고 미워하지 않는,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게 그의 옆자리에 앉는 세이안의 모습을 보며, 어느새 슈레이튼 백작의 입가에도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음?”

 “……?”

 그렇게 흐뭇한 미소로 지금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을 고맙게 여기며 차를 마시던 슈레이튼 백작은, 자신과 루시언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세이안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바라봐야만 했다.

 “전에 형님께도 물었던 질문입니다.”

 “물었던 질문?”

 “네.”

 “……?”

 “제가…….”

 “…….”

 “제가 자살한 이유가 뭡니까?”

 “……!”

 “……!”

 순간, 슈레이튼 백작과 루시언은 그대로 표정이 굳어졌다.

 굳이 비밀로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기억을 잃은 세이안에게 일부러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 또한 없었던 일이었다.

 “…어떻게 안 거냐.”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죠.”

 “…….”

 “제가 지금 그 사실을 알고 궁금해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세이안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기억을 잃은 저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뭐, 대충 짐작은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을 돕듯 세이안이 다시 먼저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예전엔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녀석이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세이안…….”

 “한 가지만 물을게요.”

 “…….”

 “제가 어디서 뛰어내린 겁니까? 제 거처인가요?”

 “…아니다.”

 “……?”

 세이안은 당연히 목숨을 끊으려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 레이니 황녀의 말에 당연히 자신의 거처에서 뛰어내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루시언은 고개를 저으며 세이안의 예상이 틀렸다 말했다.

 “네가 사고를 당한 곳은…….”

 “…….”

 “아카데미.”

 “네?”

 “쥬이스트 아카데미였다.”

 “…아카데미요?”

 그리고 이어진 루시언에게선 생각보다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세이안이 자살을 시도한 장소가 바로 쥬이스트 아카데미라는 곳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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