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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시대
작가 : 이가든
작품등록일 : 2016.12.25

신이 세계를 창조할 때,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던 첫 번째 세상.
세상의 모든 걸 잃어버린 한 남자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어느 여자아이의 이야기.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마음을 채워나가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3. 기희(冀希): 바라고 또 바라다
작성일 : 17-01-12 15:50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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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그림처럼 눈을 떴다.

 

 처음으로 빛을 본 아이는 눈이 부신지 몇 번을 깜빡거리다 생경한 느낌에 계속 눈을 비볐다.

 

 빛을 머금은 아이의 눈동자가 오색으로 찬란히 빛난다.

 

 그렇게 아이는 눈을 감고 다시 부비고, 눈을 감고, 다시 부비기를 반복하다.

 

 자신을 지켜보던 두 개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들을 돌아보았다.

 

 남자와 축융은 그저 아이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안아달라는 듯 남자를 향해 먼저 팔을 뻗었다.

 

 남자는 침상에 걸터앉아 아이를 가만히 품에 안았다.

 

 마치 태어나서 어미의 얼굴을 처음 본 아기 새처럼, 아이는 그렇게 남자의 얼굴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그러고는 꿈을 꾸듯 작은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 잤어?"

 

 "....."

 

 

 

 아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그건 분명 이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었다.

 

 요괴의 언어.

 

 대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동떨어져 살게 되면 사람이 요괴의 말을 한단 말인가.

 

 애초에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처음 오게 된 이방인처럼.

 

 남자와 축융은 이 작은 아이가 그 동안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이제부터 살아가야 할 곳은 이쪽의 세상이었기에.

 

 본격적으로 아이에게 이 세계에 대해 가르치게 되었다.

 

 

 

 ************

 

 

 

 아이는 상당히 빠르게 말을 배웠다.

 

 아이는 인간의 말을 알지 못했을 뿐, 지능이 낮았던 것이 아니니까.

 

 이곳의 세계는 겉모습만으로는 함부로 나이를 단정 지을 수 없는 세계.

 

 겉모습은 아이일지라도 몇 십년, 몇 백년을 살아왔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우선 축융과 남자, 자신들이 그러했으므로.

 

 그들은 겉보기에 일반 사람의 나이로 스물 남짓한 젊은 나이였지만.

 

 사실은 이 세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작을 같이 해온, 상당히 오래된 존재들이었다.

 

 하루는 축융이 아이에게 물었다.

 

 

 

 "넌 얼마나 살아온거니?"

 

 "잘 모르겠어요."

 

 

 

 태어날 때부터 아이는 어둠 속에 있었기에, 그 어둠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아이는 그저 커다란 눈망울을 한번 깜빡이더니 다시 남자의 품에 안겼다.

 

 아이는 남자의 품을 꽤나 좋아했어서, 틈만 나면 그 안에 비집고 들어갔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남자는 생각보다 그 응석을 잘 받아주는 편이었다.

 

 축융은 누가 위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늘상 볼 때마다 상당히 애틋하게 붙어있는 저 둘이,

 

 마치 새끼를 끌어안은 어미 새와 겹쳐 보여서,

 

 가끔은 자신의 친구가 몰래 얻은 친자식인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축융의 생각을 읽었는지 남자가 한심하다는 듯 축융을 보며 말을 꺼낸다.

 

 

 

 "아마 이 아이도 최초의 인간일 가능성이 커."

 

 "그래, 아무래도 우리가 몰랐던 걸 보면 마지막으로 태어난 최초의 인간일 수도 있어."

 

 

 

 이 세계에서 최초의 인간이란 상당히 중요한 존재였다.

 

 세상을 창조한 여신 여와가 인간을 만들었을 적, 처음으로 빚은 존재가 바로 최초의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손수 빚어 만드는 인간은 시간과 힘이 너무 많이 들었기에.

 

 이후 여와는 많은 숫자를 한번에 만들고 싶어 흙과 물을 섞어 진흙을 만들고, 여기에 기다란 끈을 늘어뜨려서 잡아당겼다.

 

 그러자 진흙 덩어리들은 모두 인간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여신이 만든 두 번째 인간, 지금의 대다수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확실히 여신이 오랜 공을 들여 빚어낸 최초의 인간과 진흙으로 만든 두 번째 인간은 차이가 많았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최초의 인간은 늙어서 죽지 않았다.

 

 자라는데는 저마다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들은 성인으로 자란 이후로는 신과 같이 늙거나 병으로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칼의 위협에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이라는 건 아니었으나,

 

 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자연의 상태에서 그들에게 죽음이란 없었다.

 

 또, 최초의 인간들은 각각 여신이 선물한 자신들만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불을 지배하는 축융과, 물을 다스리는 공공처럼.

 

 그 특별한 힘으로 최초의 인간은 요괴들로부터 자신과 다른 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에서 신과 인간의 중간, 마치 지상의 신과 같이 추앙받았다.

 

 사람들에겐 하늘에 머무르고 있는 저 멀리에 떨어진 신보다, 당장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존재가 필요했으니.

 

 그렇게 그들은 이 세계의 질서를 정비하며 강한 순서대로 하나씩 원하는 나라를 맡았다.

 

 현재 남방과 북방을 각각 맡은 축융과 공공도 그렇게 5개의 땅 중, 두 곳의 제후가 되었다.

 

 

 

 "....문제는 아이가 언제 태어났냐는 것이다."

 

 "맞아. 최초의 인간이라면 우리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남자와 축융은 이 세계의 처음과 함께 태어나 지금까지 세상이 창조되는 모든 걸 지켜보았다.

 

 최초의 인간들은 모두 서로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두 번째 인간이 만들어지기 전, 그들은 모두 태어났고 그 숫자도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최초의 인간이라면 응당 여신 여와가 직접 빚어 만든 존재.

 

 하지만 오 백년 전, 대재앙 이후 사라져버린 여신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찾으려 애를 쓰고 기다려보아도, 여신은 그 후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 세계를 지켜주던 여신이 사라진 것이 대재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남자는 여전히 아이를 안아주는 채, 말끝을 흐리고는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여신은 자신이 마지막에 빚은 아이를 버렸다는 것이었다.

 

 축융 역시 생각에 잠긴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적막에, 아이만이 영문을 몰라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있어요?"

 

 

 

 걱정이라도 하는 듯 물어오는 작은 얼굴이 인형같이 예뻤다.

 

 남자는 가만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융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은 어떻게 할까."

 

 

 

 아이의 질문과는 상관없이, 뚱딴지같은 질문이었지만 융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꽤 심각한 얼굴로 답한다.

 

 

 

 "이름은 참 중요하지."

 

 "그래, 평생을 가지고 갈 이름이니 잘 지어주어야지."

 

 "생각해 둔거라도 있어?"

 

 "글쎄..."

 

 

 

 축융의 물음에 남자는 잠시 생각을 고르는 듯 했다.

 

 그러고는 곧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무던한 얼굴이 잠시 미소를 드리운다.

 

 

 

 "여자 아이니까 부드러운 이름이 좋겠지. 기희(冀希)는 어떨까."

 

 

 

 남자는 아이를 안고있지 않은 다른 팔로, 직접 허공에 한자까지 써보였다.

 

 융이 허공에 움직이는 손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희(冀希)?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 어때?"

 

 "푸하, 무슨 아이 이름을 연인처럼 지었어."

 

 

 

 생각지도 못한 친구의 작명에, 융이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러고도 한참을 웃는 융을 남자는 깡그리 무시한 채, 아이를 향해 눈을 마주했다.

 

 그는 이미 자신이 지은 이름에 만족한 듯 했다.

 

 

 

 "앞으로 네 이름은 기희다. 잘 기억해 둬."

 

 "그래 뭐, 좋은 이름이긴 하네."

 

 

 

 겨우 웃음을 멈춘 융이 아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아이는 도톰한 입술로 혼자 자신의 이름을 몇 번 되뇌이는 듯 했다.

 

 그리고는 이윽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럼 나는 뭐라고 불러요?"

 

 

 

 아차, 이제껏 아이에게 자신들의 이름조차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며칠간 이런저런 생각에 둘 다 정신이 없었던 탓이었다.

 

 축융이 미처 생각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듯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내 이름은 축융(祝融)이야. 친구들은 부를 때 그냥 편하게 융으로 불러."

 

 "아아."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의 눈동자가 남자를 향한다.

 

 

 

 "어... 그리고 이 아저씨는..."

 

 "난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뚱한 얼굴로 불쑥 말을 자르는 남자에, 이어 설명해주려던 축융의 입모양이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영감탱이는 자기 이름을 싫어해. 그래서 그냥 우리는 원이라고 불러."

 

 "....? 왜 싫어해? 그러면 다른 이름으로 바꿔요."

 

 

 

 천진하게 물어오는 아이에게, 축융은 다시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의 이름은 함부로 바꿀 수 없어. 그건 우리의 이름이 특별하기 때문이야."

 

 "왜요?"

 

 "태어날 때, 여신이 직접 지어준 이름이거든."

 

 

 

 저 말의 숨은 의미를 아이는 이해하고 있을까.

 

 아이는 여느 때처럼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상의 끝자락,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북쪽 땅에 홀로 덩그러니 놓인 어느 오두막 집에는,

 

 한 사람이 같이 더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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