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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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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18 화
작성일 : 16-07-19 16:40     조회 : 609     추천 : 0     분량 : 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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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후…

 끼이익! 탕!

 “아무도 없나요!”

 그녀가 도착한 곳은 며칠 전 자신이 들렀던 허름한 가게 안이었다.

 누군가 볼까 봐 조심스럽게 방문하였던 저번과는 달리 엘라쟌은 다급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제스틴을 만들어 준 이를 찾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손님.”

 “……!”

 어둠 속에서 바삐 주변을 살피며 주인을 찾던 엘라쟌은 소리 없이 자신에게 다가서 말을 건네는 이, 바로 샤이노스의 모습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건이 이상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에 대해 다급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이다.

 “물건이 이상하다니요.”

 “누… 눈물을 흘려요.”

 “흐음.”

 “절 원망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니까요!”

 “…….”

 샤이노스는 엘라쟌의 떨리는 음성에도 그저 재미있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이봐요! 지금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런 샤이노스의 모습에 엘라쟌은 와락 얼굴을 찌푸리며 화가 난 음성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거라 여긴 것이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지요.”

 “네?”

 그제야 천천히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을 내뱉는 샤이노스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탁자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으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자신의 다급하고 두려운 심정과는 달리 너무도 여유 있는 그의 모습에 엘라쟌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그의 대답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에 조용히 샤이노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영혼이 자신의 모습을 한 인형에게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요.”

 “……! 뭐, 뭐라구요!”

 그리고 잠시 후 느긋하게 이어지는 샤이노스의 말에 엘라쟌은 숨이 턱 막혀 오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이어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자신의 시신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영혼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에 깃드는 경우가 있답니다.”

 “……!”

 그렇지 않아도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더할 수 없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말인즉 지금까지 함께 한 그 인형이 정말로 죽은 제스틴이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엘라쟌은 눈에 띄게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어찌하면… 어찌해야…….”

 “방법은 있습니다.”

 “……!”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던 엘라쟌은, 그 순간 들려오는 샤이노스의 음성에 급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바, 방법요?”

 “네, 그 영혼을 사라지게 할 방법이 있지요.”

 “……! 그, 그게 뭐죠?”

 인형에 깃든 영혼을 사라지게 할 방법이 있다는 말에 엘라쟌은 언제 주저앉았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샤이노스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그 방법이 뭐냐고!”

 “죽은 시신을 찾는 겁니다.”

 “…뭐라구요?”

 “그 인형이 자신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영혼에게 가르쳐 주면 되는 겁니다.”

 “……!”

 “시신을 찾아 태우십시오. 그 방법뿐입니다.”

 “…….”

 엘라쟌은 빙그레 웃으며 너무도 간단한 방법이라는 듯 쉽게 말을 내뱉는 샤이노스의 말에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신을… 찾으라고?’

 그러곤 엘라쟌은 속으로 그의 말을 계속해서 되뇌며, 한참을 멍하니 석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어야만 했다.

 

 ***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듯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감싸 달빛조자 감추고 있었다.

 또한 짙은 안개까지 끼어,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밤의 세상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서둘러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어둠을 뚫고 은밀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무리가 있었다.

 데빌란 백작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호숫가, 그곳에 성인 남자 여럿이 나타나 급히 배를 띄워 호숫가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지휘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엘라쟌 그녀였다.

 “그 근처였다.”

 “네.”

 엘라쟌의 지시에 따라 배 위에 있던 이들은, 그리 밝지는 않지만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마법 등을 들고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곤 깊게 잠수를 해 들어가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번갈아 가며 몇 번을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던 남자들은 원하던 것을 찾은 듯했다.

 “……!”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를 배 위로 끌어올린 남자들은 엘라쟌이 기다리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섰다.

 “…….”

 그렇게 남자들의 손에 의해 호수에서 건져진 것은 바로 제스틴의 시신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엘라쟌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떨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제스틴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헉!”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불빛에 비친 제스틴의 모습을 확인한 엘라쟌은 그대로 놀란 외침을 내뱉어야만 했다.

 “어째서……!”

 시신이 하나도 부패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방금 죽은 이처럼 생전 모습이 그대로인 제스틴으로 인해 엘라쟌은 떨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건 시신을 건져 올린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뭐지?”

 그때 남자들 중 하나가 엘라쟌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것도 않은 것이지만,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신과 함께 묶어 놓은 돌이 전에 저희들이 묶었던 돌과 달랐습니다.”

 “…뭐?”

 바로 제스틴을 물속에 던지며 혹여 시신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커다란 돌과 같이 묶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시신을 건지며 돌에 묶은 끈을 자를 때 그때의 돌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르다니. 돌의 모양까지 기억한다는 거냐.”

 엘라쟌이 한심하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 돌의 모양이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르다고, 그것도 어두운 물속에서 구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때는 큰 돌이 아니라 작은 돌 여러 개가 시신에 묶여 있었습니다.”

 “……! 뭐라고?”

 하지만 이어진 남자의 말에 엘라쟌 역시 의아한 눈빛이 되어야만 했다. 묶었던 돌이 바뀐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서둘러라.”

 하지만 그런 놀람도 잠시, 엘라쟌은 이렇게 마냥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느끼곤 남자들을 향해 다시 명을 내렸다.

 누가 보기 전에 샤이노스의 말대로 시신을 최대한 빨리 태워야 했기 때문이다.

 “네.”

 엘라쟌의 명에 남자들 역시 급히 시신을 다시 들어 한쪽에 미리 준비해 놓은 나무가 쌓인 곳으로 다가갔다.

 이미 나무에는 기름이 부어져 있었기에 불만 붙이면 되었다.

 그에 남자들은 한쪽에 놓아두었던 횃불을 들고 와 시신을 올린 나무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붙이려 했다.

 “시신 은폐는 더 큰 죄라는 걸 아시는지.”

 “……!”

 그 순간 들려온 낯선 음성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엘라쟌은 급히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제가 누군지 알면 지금 이 상황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는 겁니까.”

 엘라쟌의 질문에 상대는 한심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차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그렇게 서서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세이안이었다.

 “…처리해.”

 “네.”

 세이안의 등장에 잠시 당황하던 엘라쟌은 이내 남자들에게 명했다.

 그의 말대로 세이안의 정체가 무엇이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과 제스틴의 시신을 본 이상 살려 두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스윽!

 “저 아이를 향해 한 걸음만 더 다가서면 죽는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죽기는 매한가지겠지만 말이야.”

 “……!”

 “……!”

 하지만 그 순간 소리 없이 남자들의 목에 겨누어지는 검이 있었으니, 바로 루시언과 클리프가 나타난 것이다.

 세이안을 향해 빠르게 다가서던 남자들은 굳어진 표정으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엘라쟌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런 세이안 일행의 등장에 그녀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숙모님… 아니 이젠 그렇게 부를 수 없을 것 같군요.”

 “…클리프.”

 그런 그녀에게 제일 먼저 다가서며 말을 내뱉은 이는 바로 클리프였다.

 엘라쟌 또한 가까이 다가선 그의 모습에 그제야 그가 누군지 알고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데빌란 백작의 조카인 클리프가 제스틴의 죽음을 안 이상 모든 것이 끝나 버리고 만 것이다.

 “대체 왜!”

 클리프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그녀가 제스틴을 죽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친아들보다 더욱 제스틴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녀였기에 클리프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컸다.

 “왜 이런 일을 행하신 겁니까! 제스틴을… 제스틴을 어떻게…….”

 “싫었으니깐.”

 “…뭐라구요?”

 다그치듯 하는 클리프의 비난에, 넋을 잃고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엘라쟌은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밉도록 싫었으니깐.”

 “……!”

 “언제나 제스틴만 따뜻하게 바라보고 안아 주는 그의 모습이 죽도록 싫었으니깐!”

 모든 것을 제스틴에게 주려는 데빌란 백작도 미웠고,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제스틴 또한 죽이고 싶도록 싫었다.

 그리고 아버지 사랑은 받지 못하고 자라는 자신의 아들이 가슴 저리게 아파, 결국 이런 일을 행하고 만 것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아니라면 백작가라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

 클리프는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데빌란 백작이 그런 면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릴 때 어미를 잃은 제스틴이 안쓰러워 좀 더 애정을 쏟았던 것뿐이었다.

 친어머니도 없는데 자기마저 둘째인 벨리슨에게 애정을 쏟으면 제스틴이 더욱더 외로워할까 두렵다는 말을 자신에게 한 적이 있는 데빌란 백작이었다.

 그런 데빌란 백작의 생각과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 이런 일을 일으키게 했다는 사실에 클리프는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행동에 대해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말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자신의 아들이 얻지 못한 사랑과 애정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결국 백작가의 재산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제스틴을 죽였을 뿐이었다.

 “죗값을 치르게 될 겁니다.”

 “…….”

 아마도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클리프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엘라쟌을 부축하듯 붙잡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녀와 그녀를 도와 이번 일을 도모한 이들 모두를 수도 경비대로 이송할 생각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그런데 그때 그런 클리프의 행동을 막아서며, 세이안이 조용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을 건넸다.

 “왜 그러는 거냐.”

 “…….”

 세이안은 클리프의 질문에도 말없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오시죠.”

 “……?”

 그러곤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곳을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에 클리프를 비롯한 주변에 있던 이들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봐야만 했다.

 “…….”

 “……!”

 하지만 다음 순간 그 커다란 나무 뒤로 한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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