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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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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17 화
작성일 : 16-07-19 16:39     조회 : 550     추천 : 0     분량 : 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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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안 온 거예요?”

 “그래.”

 “흐음.”

 레이니 황녀는 요 며칠 황성에 발걸음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세이안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왜, 보고 싶기라도 한 거냐?”

 “…진심으로 물으시는 거 아니시죠?”

 “진심으로 묻는 건데.”

 “오라버니!”

 “킥.”

 그런 레이니 황녀의 모습을 보며 이디스 황자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남자들 앞에서 도도함의 극치를 보여 주던 녀석이 세이안 앞에서는 제 나이대의 소녀로 돌아가는 모습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오라버니 또한 요즘 계속 도서관에 계시네요.”

 “그게 왜?”

 “매일매일 도서관에 들르는 분이 아니셨잖아요.”

 “…….”

 “오라버니야말로 그자를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니에요?”

 “글쎄.”

 그럴지도 모른다. 기다리고 있다기보다는 최근 매일같이 오던 녀석이 갑자기 오지 않자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중이었다.

 “…….”

 하지만 잠시 후 이디스 황자는 그런 녀석 따위를 자신이 궁금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 얘기 들으셨어요?”

 “무슨 얘기?”

 “세이안 그자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 말이에요.”

 “……! 뭐?”

 그런 그를 향해 레이니 황녀는 최근 알게 된 사실을 이디스 황자에게 들려줬다.

 자신에게 하도 건방지게 구는 세이안이 대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어 살짝 조사를 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얼마 전 사고로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기억을 잃다니? 확실해?”

 “슈레이튼 백작가의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온 얘기이니 확실할 거예요.”

 “…….”

 기억을 잃은 이가 그리도 덤덤할 수 있는 건가.

 이디스 황자는 침착하고 모든 일에 덤덤한 모습을 보이던 세이안을 떠올리며 레이니 황녀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기억을 잃은 자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이 만약 기억을 잃게 된다면 답답함과 암담함에 그리 무덤덤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고라니. 어떤 사고를 당했던 거지?”

 잠시 후 이디스 황자는 레이니 황녀에게 다시 질문을 건넸다. 어떤 사고를 당했기에 세이안이 기억까지 잃은 건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궁금하세요?”

 “…….”

 하지만 그런 이디스 황자의 질문에 레이니 황녀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쉽게 대답을 해 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시면 직접 알아보세요.”

 “뭐?”

 “흥! 지금까지 절 그리 놀리신 오라버니에게 제가 쉽게 가르쳐 줄 것 같아요?”

 레이니 황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지금까지 자신을 놀린 이디스 황자에게 자신이 알아낸 이 사실을 쉽게 가르쳐 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그렇게 레이니 황녀가 떠난 후 홀로 도서관에 남겨진 이디스 황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 갔다.

 “사고라…….”

 그러다 잠시 후 그 역시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궁금증이 생긴 이상 레이니 황녀의 말대로 직접 세이안에 대한 걸 알아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런데 밖으로 향하는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이안에 대해 자신이 자꾸만 신경을 쓰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이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나서는 걸음을 여전히 멈추지 않는 이디스 황자였다.

 

 ***

 

 쾅!

 “세이안!”

 “…저희 집 문, 생각보다 튼튼하니 그렇게 시험 안 하셔도 됩니다.”

 자신의 거처에서 오랜만에 한가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세이안은 방문이 부서질 듯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클리프의 모습에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네 말대로 제스틴이 돌아왔어!”

 “압니다.”

 “정말로 돌아왔다고!”

 “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냐!”

 “제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했을 텐데요.”

 “정말로 그가 내가 아는 그 녀석이 아닌 거냐?”

 “네.”

 “……!”

 현재 클리프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세이안에게 미리 언질은 받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그렇게 똑같은 이가 나타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가서 눈으로 확인을 하면서도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녀석이 아닌데 그렇게 똑같을 수 있는 거지. 그럼 지금 나타난 그건 대체 누구야. 대답 좀 해 봐!”

 “…….”

 세이안은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 클리프의 행동에 어질어질함을 느껴야만 했다.

 탁!

 “……!”

 만약 그 순간 그를 말리는 손길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한 대 쳐서 클리프를 기절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만해라, 클리프. 세이안이 힘들어하잖아.”

 언제 들어온 것인지 루시언이 클리프의 손을 잡아 세이안에게서 떨어뜨리며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 아, 미안!”

 자신을 나무라듯 바라보는 루시언의 표정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클리프는 급히 세이안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다.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자신의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선 질문도 의문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얼마 전 세이안은 제스틴 그 아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데빌란 백작에게 특정 내용이 담긴 유언장 작성을 부탁했던 것이다.

 바로 제스틴에게 모든 백작가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 동시에 그가 나타나지 않을 시 모든 것을 나라에 환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데빌란 백작은 처음에는 그런 유언장을 작성할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이게 다 제스틴을 찾기 위한 방법이라는 말로 클리프가 설득하자 결국 그의 말을 들어줬다.

 그렇게 작성한 유언장은 전에 세이안이 지적한 대로 제스틴을 죽인 인물이 데빌란 백작 부인인 엘라쟌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비중을 두고 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제스틴을 죽인 인물의 목적이 백작가의 재산이라면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거라 확신한 것이다.

 ‘그리고 엘라쟌 그녀가 범인이라면 제스틴이 백작가로 돌아온다고 했었지.’

 세이안은 만약 자신의 말대로 엘라쟌이 범인이라면 며칠 후 제스틴이 백작가로 돌아올 거라 했다.

 그리고 그건 제스틴이 아닌 그의 모습을 한 다른 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스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가 아니라는 말이 도통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세이안의 확고한 태도에 그저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정말로 백작가로 돌아온 제스틴의 모습을 확인하고 온 클리프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머리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

 그런 클리프의 모습에 세이안은 여전히 무덤덤한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결론만 생각하십시오.”

 “결론?”

 “그쪽 주변을 맴돌고 있는 영혼이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그것을 알아내, 저 영혼이 무사히 사신에게 인도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

 “그 과정이 어떻든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런 세이안의 말에 클리프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중요한 건 백작가에 나타난 제스틴의 모습을 한 알 수 없는 존재의 정체가 아니라 진짜 제스틴을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경고입니다.”

 “음?”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밖에서 들어와 손도 안 씻고 제 몸을 터치하시면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이어지는 세이안의 말에 클리프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러다 조금 전 자신이 만진 어깨를 손으로 있는 힘껏 툭툭 털어 내는 세이안의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흘러야만 했다.

 ‘성격이 바뀌긴 했는데…….’

 분명 예전처럼 자신과 루시언을 독기 어린 눈빛으로 보지도 않고 제법 괜찮은 구석도 보이는 세이안이었지만, 그때와 다른 의미로 여전히 재수 없는 건 똑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볼수록 놀랍군.’

 엘라쟌은 자신의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제스틴을 보며 신기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설마 했는데 이렇게 똑같이 만들 수 있다니…….’

 막막한 상황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행한 일이었다.

 유언장이 발표되고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는 걸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할 때 은밀히 자신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인형을 만들어 준 이였다.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 있는 인형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물론 처음부터 그 말을 믿은 건 아니었다.

 자신을 찾아온 그가 비록 태어나 처음 보는 신비한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며 묘한 설득력을 보이긴 했지만, 살아 있는 인형이라니! 그 말을 믿는 것 자체가 놀림감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제스틴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모든 재산이 나라에 환원된다는데 그걸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은 제스틴을 다시 데려올 수도 없는 일이었고 말이다.

 결국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찾아온 묘한 남자를 찾아갔다.

 그러곤 제스틴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보여 주며 똑같은, 살아 있는 인형을 만들어 달라 의뢰를 한 것이다.

 그에 그 결과물이 현재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었고, 물건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떻게 말을 하고 살아 있는 인간과 똑같은 거지?”

 이 모든 게 마법의 일종을 부린 것이라고 짐작하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어… 머니.”

 “……!”

 그때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던 제스틴의 입에서 그녀를 부르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에 엘라쟌은 흠칫 놀란 눈빛이 되어 그를 잠시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이 없을 땐 그렇게 부르지 마라. 섬뜩하니깐.”

 인형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처럼 저 입에서 자신을 부르는 음성이 흘러나올 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이리도 목소리까지 똑같을 수 있을까. 마치 죽었던 이가 정말로 살아 돌아온 것 같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왜 그러셨어요.”

 “…뭐?”

 자신에게 자꾸만 말을 거는 제스틴의 모습에 엘라쟌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소리쳤지만, 그의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저에게… 왜 그러신 건가요.”

 “……!”

 “어머니…….”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엘라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떨리는 눈빛으로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

 “……!”

 그러다 제스틴의 눈에서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는 눈물에 엘라쟌의 눈은 더할 수 없이 커져 갔다.

 “이… 인형인데…….”

 눈물이라니. 인형이 어떻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 머니.”

 “……!”

 엘라쟌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 이내 빠르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리고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급히 백작가를 나선 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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