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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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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16 화
작성일 : 16-07-19 16:39     조회 : 561     추천 : 0     분량 : 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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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장. 시신을 찾아서

 

 

 

 쏴아아아…….

 하늘이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에 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그런데 잠시 후 그런 빗속을 뚫고 어딘가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이가 있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도 짙은 어둠이 언제나 깔려 있었을 것 같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선 이는 한참 동안 골목골목을 돌아 어딘가로 향했다.

 회색 로브를 깊게 눌러쓴 이는 주변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방 주변을 살폈다.

 “…….”

 그렇게 마지막으로 로브를 쓴 이가 도착한 곳은 골목 안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집 앞이었다.

 그 앞에 멈춰 선 이는 다시 한 번 주변을 꼼꼼하게 살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아…….”

 주변에 자신을 본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뒤, 그제야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

 그런데 그는 낡은 문에서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는 소음에 움찔하며 잠시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하아…….”

 그에 짧은 한숨을 내뱉은 이는 마저 걸음을 옮겨 집 안으로 들어섰다.

 탁!

 “…….”

 그러자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렇지 않아도 어두웠던 집 안은 더욱 짙은 어둠에 빠져들었다.

 그제야 그는 조심스럽게 비에 젖은 로브를 벗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

 어둠에 눈이 조금씩 익숙해지는 걸 느끼며, 그녀는 그런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찾듯 연방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서 오십시오.”

 “……!”

 그리고 잠시 후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던 공간에 낯선 이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자는 잠시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내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급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었다.

 “…….”

 그곳엔 흐릿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초를 든 채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서는 한 남자가 있었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뚜렷한 이목구비, 티끌 한 점 찾을 수 없는 하얀 머리와 붉은 눈동자가 매우 인상적인 그는, 누구든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자, 여자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봐야만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셨군요.”

 “아… 흐흠!”

 멋진 외모만큼 중저음의 좋은 음성으로 말을 건네는 남자의 모습에, 그제야 남자를 바라보던 멍한 시선을 급히 거두며 살며시 얼굴을 붉히는 여자였다.

 “그래서 물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러곤 그녀는 이곳을 찾은 원래의 목적에 대해 다급히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따라오시죠.”

 “…….”

 남자는 조금 전보다 더욱 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손을 뻗어 그녀를 안내하듯 어딘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에 여자 역시 남자의 뒤를 빠르게 따라나섰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달칵!

 잠시 후 남자가 향한 곳은 어두운 집 안 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낡은 문 앞이었다.

 끼이익!

 입구 문과 별 차이 없이 오래된 문임을 증명하듯 거친 소음을 동반하며 열린 문 안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곳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남자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그곳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여자는 조금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

 지하 계단을 내려서자 끝이 보이지 않은 긴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엔 수많은 문이 존재했는데, 남자는 그중 한 곳으로 다가가 천천히 그곳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달칵!

 “이쪽입니다.”

 “…….”

 문을 연 남자는 이번에는 한쪽으로 물러서며 여자에게 먼저 안으로 들어갈 것을 권했다. 그에 여자는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섰다.

 “……!”

 그러곤 그대로 멍한 표정이 되었다. 방 안 한가운데 놓여 있는 자신이 원하던 물건을 보는 순간 여자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똑같아…….”

 자신이 부탁했던 그대로 만들어져 있는 물건. 여자가 바라보는 의자 위엔 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제스틴…….”

 그녀는 그 소년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

 “……!”

 그러자 그 소리에 응답하듯 천천히 눈을 뜨는 소년.

 “어… 머니.”

 “……!”

 그리고 소년의 입에서 그녀의 부름에 응답하는 음성이 조용히 흘러나왔고, 그에 여자는 떨리는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다 이내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 완벽하군요.”

 “만족스럽다니, 다행입니다.”

 잠시 후 여자는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다시 시선을 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금은…….”

 “말씀드렸다시피 대금은 후에 제가 직접 받으러 가겠습니다.”

 “그러세요.”

 여자는 자신의 말을 자르는 남자의 음성에도 오늘 이곳을 찾아온 목적이 매우 만족스러운 듯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소년을 바라봤다.

 “이쪽으로 오거라.”

 “네… 어머니.”

 그리고 여자의 음성에 그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느릿한 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가는 소년이었다.

 여자는 소년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다,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는 듯 그대로 소년과 함께 그 자리를 빠르게 떠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남자는 그런 여자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약속은 잊지 마시길…….”

 그러곤 이미 모습이 사라진 여자를 향해 후에 대금을 받으러 갈 거라는 약속을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조용히 내뱉는 남자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킥! 이런 일이라면 언제든 불러 줘. 재미있는 걸.”

 잠시 후 그런 남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서며 말을 건네는 이가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여자처럼 고운 외모를 가진 이, 바로 세이안이었다.

 “…그리 할 일이 없으십니까.”

 “응, 심심해 죽겠어.”

 “죽음의 신이 죽겠다는 말을 하는 건 좀 우습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의 앞에서 조금 전과 달리 철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이는 바로 죽음의 신이 샤이노스였다.

 “그런가.”

 “…….”

 세이안은 자신의 타박 어린 말에도 히죽 웃어 보이는 샤이노스의 모습을 보며 잠시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어야만 했다.

 “어쨌든 이것으로 화는 풀린 거지?”

 “…네.”

 한동안 세이안이 불러도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샤이노스는, 이번 일을 도와주면 화를 풀겠다는 그의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이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나 했지만 정말로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샤이노스를 보며 세이안은 황당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물론 이번 일을 도움 받아야 했기에 화를 풀 수밖에 없었던 세이안이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너의 인형술은 갈수록 대단해지는군.”

 한편 이미 모습이 사라진 여자와 그녀를 따라간 소년을 떠올리며 샤이노스는 진심으로 감탄 어린 눈빛으로 말을 내뱉었다.

 “…사신이 되기 전의 기억을 지워 주지 않은 샤이노스 님 덕분이죠.”

 “기억을 지우지 말라고 한 건 너였어.”

 “네, 압니다.”

 “…후회라도 하는 거냐.”

 “…….”

 샤이노스는 자신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이 없는 세이안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지워 줄 수 있다.”

 “아닙니다.”

 하지만 세이안은 그런 샤이노스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건 제가 저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평생 동안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

 그런 세이안의 말에 샤이노스는 한숨을 내쉬듯 혀를 차며 못마땅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심한 녀석.”

 “…그 한심한 녀석이 더 이상 한심한 짓 좀 안 하게 소멸을 택했더니 굳이 다시 살린 분이 누구신지.”

 “쳇! 뒤끝 있는 녀석이었군.”

 “정말로 뒤끝 있는 녀석의 모습이 어떤지 보여 드릴까요?”

 “하… 하하! 오늘은 날씨가 참 좋을 것 같아. 그치?”

 “밖에 비 오는 거 못 보셨습니까.”

 “…나 원래 비 오는 날 좋아해.”

 “언제부터요?”

 “지, 지금부터!”

 “…….”

 세이안은 자신의 시선을 애써 피하는 샤이노스를 한심하게 잠시 바라보다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평생 안 나타나게 인연을 끊는 거였는데.’

 이번에 일을 도와달라며 용서를 한 것이야말로 후회할 일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

 

 “세, 세상에!”

 ”제, 제스틴 도련님!”

 “헉!”

 체자로스 제국 수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데빌란 백작가는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 달 전 행방불명된,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스스로 집을 나간 제스틴이 백작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제스틴!”

 “…어머니.”

 그런 그의 등장에 가장 먼저 달려 나온 이는 그의 새어머니인 엘라쟌이었다.

 그녀는 눈에 가득 맺혀 있던 눈물을 흘리며 돌아온 제스틴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었다.

 “대체 어디 있다 온 거니.”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렇게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구나.”

 사람들은 진심으로 제스틴을 반갑게 맞아 주는 엘라쟌의 모습에 다들 눈시울을 붉히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저렇듯 아끼고 아들을 위하는데 친어머니가 아닌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버지가 널 많이 찾으셨다.”

 “네.”

 “어서 가자꾸나.”

 “…….”

 잠시 후 엘라쟌은 제스틴의 손을 잡고 데빌란 백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굴에는 제스틴이 돌아온 것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 담겨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그따위 유언장을 남기다니!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아!’

 물론 누군가 그녀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았다면 그런 그녀의 미소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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