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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국의 광대
작가 : 연보라
작품등록일 : 2016.12.21

"황금의 나라 '엘도라 제국'의 황궁에는 판자마을에서 자란 공주가 있다고 합니다."
왕자는 호기심이 많았다.
[...]
그리하여 시작된 것이다. 엘도라 제국을 향한 그의 여행이.

 
3화 (1)
작성일 : 16-12-29 19:20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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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근 일주일은 대륙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공부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륙이 큰 새 모양을 하고 있는 땅 ‘스티리’대륙 인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내가 평소에 읽던 책은 미술이나 식물에 관련한 책으로 읽고 따라 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또래보다 독서를 많이 한 똑똑한 아이라고는 하나 가진 지식은 그리 풍부하지 않은 셈이다.

 엄마는 특이한 취향이라고 하면서도 가끔 내 낙서 같은 그림을 봐주는 것을 좋아했다. 나무로 된 작은 식탁에는 엄마가 구해온 병이 작은 화병처럼 놓여 있었다. 그 작은 화병에는 송이의 꽃이 늘 꽂혀 있었다. 마치 엄마와 나 그리고 아빠를 나타내는 것처럼. 내 특이한 취향은 엄마를 닮은 것이 분명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꾸미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몰론 사치는 아니었다. 엄마는 본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얻어오곤 했다.

 집을 둘러보면 엄마의 취향과 안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나는 그런 느낌의 집이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마음에 남겠지. 매번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으로 마무리되는 생각이 이젠 익숙하다. 추억에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슬픔에 익숙해진 걸까.

 

 “시프님. 오늘 수업에 대해 정리가 되셨는지요.”

 “아. 네.”

 

 멍해진 나를 현실로 잡아끄는 목소리였다. 나는 딴 생각에 빠지지 않은 척 대답했지만 아무래도 들킨 것 같다. 나를 가르치던 남작의 눈이 웃고 있었다. 내 선생이 리베로 백작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였다면 분명 날카롭게 추궁했을 테니.

 

 “더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네. 오늘은 전체적으로 중요한 부분들만 짚어주셔서 요점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허허. 학습목표를 달성했다니 다행이군요. 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러시안의 입을 주시했다.

 꼴딱

 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흔한 이름을 가진 그는 푸근한 인상을 가진 남작이었다. 그는 최근 1년의 휴가를 내고 이곳에 머물며 나를 가르치고 있었다. 로얄학교의 교사 중 한명으로, 그의 수업은 학교에서도 재밌고 유익하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러시안 알찬. 그는 그렇게 불렸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러시안이 아닌 알찬이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흔한 러시안보다는 학생들이 정겹게 붙여준 알찬이 더 좋을 것이다.

 그는 공부가 끝나기 전 늘 간단한 질문을 던졌는데, 그것에 통과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보충수업을 들어야했다. 나는 그런 그의 단호한 면이 싫지 않았다.

 

 “스티리 대륙과 리베로 영지에 대한 지리적 특징을 요약해보십시오.”

 

 내가 확실히 아는 부분이다! 그의 고동색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황금의 나라로 유명한 엘도라 제국은 스티리 새의 꼬리가 시작되는 부근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수도인 라도는 나라의 북서쪽에 위치해있습니다. 리베로영지는 우리나라의 중앙에 위치한 비옥한 영지고요. 저는 이것을 나라의 심장과 배꼽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호. 아주 흥미로운 표현입니다.”

 

 “감사합니다. 알찬 선생님.”

 

 “허허.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나는 그의 칭찬에 예의바르게 답했다. 러시안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거기에 너털웃음. 그건 그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뜻했다. 세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 공부하며 친해진 선생님은 귀여운 면이 있었다. 그는 내가 알찬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늘 소극적으로 말렸다. 쑥스럽다나.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시프님의 표현력은 굉장히 뛰어납니다. 글을 써보는 것이 어떤지요.”

 

 “하하. 과찬이어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지요?”

 

 “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집단장도 좋아해요. 아, 요즘은 정원 가꾸는 것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원래 식물은 보고 그리는 것만 좋아했는데. 직접 키우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건 아무래도 좀 어렵겠지만요. 직접 할 수 있으려나?”

 

 좋아하는 것들을 쭉 말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흥분한 모양이다.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을 그는 가만히 웃으며 듣고 있었다.

 

 “백작님께 제가 건의해보겠습니다. 그 분은 뼛속까지 귀족이신 분이라 손에 흙이 묻는 건 좋아하시지 않지만.., 꽃꽂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시프님의 성격은 잘 알고 계시니.”

 

 “아! 감사해요.”

 

 역시 배운 사람은 뭔가 다르다. 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는 터라 엄두도 못 냈는데.

 

 “저... 선생님은 전혀 아무렇지 않나요? 어쨌든 귀족 여식인데 정원을 가꾸는 것은.. 허리를 굽히고 손에 흙을 묻히는 일이잖아요!”

 

 리베로 백작이 당부했던 것들이 몽땅 들어있는 취미다. 꽃꽂이는 몰라도 직접 귀족이 정원을 가꾸는 일은 없다고 들었는데.

 

 “시프님과 어울려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취미지 않습니까? 흙을 만진다고 해서 시프님이 귀족이 아닌 것은 아니지요.”

 

 이번엔 내 귀가 빨개질 차례였다. 내가 그를 선생님으로서 존경할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이런 면이 컸다. 단호할 때는 단호하면서도 칭찬은 아낌없이 했다. 그는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라면 별로 신경 안 쓰고 넘어가는 비유를 그는 재차 곱씹었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은 깊이 있는 질문을 통해 더 세밀해졌다. 그는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았다. 나이가 어리건 많건 간에.

 

 “세공사를 하셔도 잘 하셨을 것 같아요.”

 

 내 앞 뒤 없는 칭찬에도 그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전 손재주는 영 꽝이어서요.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시프님. 일취월장하시는 모습을 보니 무척 보람차네요. 스스로를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프님이라면 잘 하실 것 같군요.”

 

 “어...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나요?”

 

 나는 그의 말에 섞인 아쉬움을 알아차렸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시프님을 가르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뵙지요. 그때는 러시안 남작이라고 불러주시기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그는 땅에 오른쪽 무릎을 굽혔다 일어섰다.

 

 “.....평생 제 선생님이세요.”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웃으며 방을 나갔다. 당연했다. 그는 리베로 백작의 사람. 거기다 로얄학교의 교사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얼추 알고 있을 것이다. 내 귀족 같지 않은 행동에도 그는 나무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 선생이기 전에 그는 엘도라 제국의 러시안 남작이다. 마음을 나누었다 생각한 소중한 인연이었는데. 나는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얼굴을 묻고 몇 분을 가만히 있어야했다.

 

 -

 

 커다란 문에 달린 손잡이는 갈기가 풍성한 황금사자였다. 고작 문일 뿐인데도 위엄이 느껴졌다.

 

 “백작님. 러시안 남작님께서 오셨습니다.”

 

 옆에 서 있던 시종이 문을 두드리며 말하자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커다란 문이 서서히 열렸다.

 

 끼이익-

 

 리베로 백작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창밖으로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백작의 머리칼을 초록색으로 빛냈다. 검은 숲에 있는 솔잎을 닮았다. 러시안 남작은 그를 처음 만날 때 했던 말을 또 다시 떠올렸다.

 

 “이런. 제가 휴식을 방해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휴식 시간이니 자네를 부른 거지.”

 

 듣는 사람에 따라 오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러시안 남작은 백작이 자신을 꽤나 아끼고 있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남작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후원해준 자였으니까.

 

 “하하. 그 말씀은 앞으로도 방해해도 된다는 말씀이죠?”

 

 러시안은 넉살좋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푹신한 최고급소파에 몸이 절로 늘어졌다. 백작은 한 눈에 봐도 피곤해 보이는 남작에게 탁자에 놓인 차를 권했다.

 

 “방금 내온 차다. 편히 앉아서 마시도록 해. 피곤해 보이는 군.”

 

 “아. 감사합니다.”

 

 호로록-

 상쾌한 향이 머리를 맑게 깨웠다. 그는 차의 향을 음미하다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제 황태자임명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후. 드디어.”

 

 호록-

 리베로 백작이 한결 개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지?”

 

 “수고는요. 무척 즐거운 수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신 분입니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 다행이군. 필요한 것들은 다 배우신건가?”

 

 “예. 로얄학교 기본교육과정을 다 마치셨습니다. 이미 글과 산수는 기초가 탄탄하시더군요. 집중력도 뛰어나 학자의 소질이 있으신 걸로 보입니다.”

 

 리베로 백작은 눈을 빛내며 말하는 러시안 남작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학자가 학자의 소질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최고의 극찬이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시프는 생각보다 훨씬 공주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작품에 대한 안목이 대단히 뛰어 나시더군요. 어릴 때부터 예술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으신 것 같았습니다. 요즘 귀부인들에게 인기 있는 꽃꽂이 수업을 듣게 하시는 것이 어떨지요. 시프님의 미적 감각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흠. 그런가? 고려해보지. 성품은 어떠한가?”

 

 “온화하시고 배려심이 무척 많으십니다. 그 나이 대의 다른 귀족 자제와는 다르게 순수하시기도 하고요.”

 

 “그렇지.”

 

 확실히 시프는 천진한 면이 있었다. 백작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그래서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지. 과연 그 자리에 어울리시는지.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러시안 남작의 고동색 눈동자가 더 깊어졌다. 그는 이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창밖으로 화려한 금발이 보였다. 남작은 그것이 꼭 금색 파도 같다고 생각했다. 리베로 백작은 그의 대답을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제가 시프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정적을 깨고 그의 답이 백작의 서재를 울렸다. 인내심 있게 그의 답을 기다리던 백작은 향긋한 차로 목을 축였다. 어떤 대답이 이어질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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