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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국의 광대
작가 : 연보라
작품등록일 : 2016.12.21

"황금의 나라 '엘도라 제국'의 황궁에는 판자마을에서 자란 공주가 있다고 합니다."
왕자는 호기심이 많았다.
[...]
그리하여 시작된 것이다. 엘도라 제국을 향한 그의 여행이.

 
2화 (2)
작성일 : 16-12-28 18:30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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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데카. 공주님이시라고 했을텐데.”

 “아..그게 너무 놀라서..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리베로 백작은 마데카에게 함부로 이름을 부른 것을 탓했다. 작고 낡은 옷을 입은 소녀는 황족이었다. 현 황제는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나이였다. 권력. 돈. 여자. 모든 것을 가진 그였지만 자식 복은 없었다. 황태자였던 카오폴이 갑자기 죽자 황태자 자리는 아들이 아닌 손자에게로 넘어갔다. 황태자 자리는 근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후보인 황자는 리페놀과 토파즈 두 사람이었다. 둘의 세력은 비등비등했지만 결국 선택받은 이는 카오폴의 아들 리페놀이었다. 황제는 네 명의 후궁을 두고 다섯 명의 아들과 일곱 명의 딸을 출산했지만 장성한 아들은 고작 두 명뿐. 그 중 하나였던 카오폴이 죽자 남은 아들은 게노다 뿐이었는데, 그는 왕위에 관심 없이 노는 것에만 관심 있는 한량이었다. 나머지 황자들은 모두 성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황제가 여자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잠자리를 가졌지만 임신한 여인들의 절반은 출산까지 무사하지 못했다. 귀족들의 암투도 원인이었지만 유산과 사산이 그만큼 많았다. 언젠가부터 황궁에는 황족이 귀해지기 시작했다. 태어난 황족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잦았다. 일찍이 황후는 시스리야 황녀를 낳다 죽었고, 두 명의 정식 후궁 역시 아들을 출산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황족은 황자 게노다를 포함한 황녀 네 명이었는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상기한 리베로 백작은 초조해지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디선가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고에테 교장이 보였다. 그는 무쩍 깡마른데다 날카로운 눈매를 갖고 있는 백작이었다. 제국 최고의 학교로 꼽히는 로얄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귀족이었다. 둘은 로얄학교 동기로 절친하기로 소문난 사이였다. 이곳에서 리베로영지까지 한 번에 가는 마법 진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데카는 고에테 원장을 보고 작은 소리로 인사했다. 쓰러진 시프를 안아들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만 까닥하는 최소한의 동작이었다. 대단히 결례인 행동이었지만 고에테는 별말 하지 않았다.

 

 “고에테. 순간이동의 후유증인지 시프님께서 쓰러지셨네.”

 

 고에테는 빠르게 다가와 시프를 살폈다. 그는 다방면에 뛰어난 학자로 의술도 무척 뛰어났다.

 

 “다행히 어디 이상이 있으신 것 같진 않군. 어지럼증 때문에 잠깐 정신을 잃으신 모양이야.”

 

 소녀는 고르게 숨소리를 뱉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고에테의 눈에 탐스러운 금발이 담겼다.

 

 “시스리야님을 똑 닮으셨구먼..”

 “그렇지.”

 

 리베로가 짧게 긍정했다. 황금의 나라 ‘엘도라’ 황족의 상징인 금발은 신이 내린 선물로도 유명했다. 황족의 금발은 그 자체가 나라의 상징인 셈이었다. 우습게도 황자 토파즈가 황태자 자 자리에서 밀린 이유는 금발머리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너무 순조로워서 탈이지. 아무래도 환갑잔치를 황태자 임명식을 겸해서 크게 열 모양이야. 토파즈 황자의 생일도 그쯤이니 겸사겸사 해치울 모양이지. 어떻게 하겠어?”

 

 두 사람이 격식 없이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마데카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리베로 백작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특히나 정치적인 이야기는 더욱이 조심했다. 물론 오랫동안 떨어져있긴 했지만 그가 갓 성인이 됐을 때부터 섬겼던 백작이었다. 과장을 보태자면 그의 밑에서 일을 한지 자그마치 20년이다. 그 시간동안 백작의 사적인 대화를 들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라의 한 축을 담당하는 리베로 백작은 정치적으로 은밀한 만남을 종종 가지곤 했다.

 완전한 백작의 사람이 된 건가. 마데카는 자신의 품에 있는 시프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열 넷이 되었건만 체구는 열 살밖에 되지 않은 것처럼 작았다. 생각보다 몸이 무척 가벼워서 오랫동안 수련한 그에게는 오래도록 안아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곧 있을 황제의 환갑잔치에 예정대로 하는 걸로 하지. 판이 커지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의 웃음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리베로 백작은 현 황족들의 작태에 질린 귀족 중 하나였다. 엘도라 제국은 가장 풍요로운 나라라 평가받는 나라 중 하나다. 건국 이래 평화로운 시대가 계속되자 귀족들은 향락에 빠졌다. 나라를 돌보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본인의 쾌락과 명예만을 쫓는 허울뿐인 귀족들뿐이다. 개국공신 가문 중 하나인 리베로 백작가의 가주인 그는 도저히 이런 사태를 간과할 수 없었다. 황족들이 앞장서서 불필요한 사치를 추구하는 동안 이미 나라는 엉망이 되었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는 통에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은 자들이 변방에 넘치는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돈으로 신분을 세탁했다. 여러모로 어지러운 나라다. 서둘러 바꾸지 않으면 필히 무너지리라.

 

 “그래. 썩은 과일이 풍기는 냄새에 이미 코가 마비된 차였는데 정말 기대되지 않아?”

 

 리베로는 대답 대신 그의 비유에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데카가 보기에 지금 백작의 표정은 무척 만족스러울 때 나오는 것이었다. 고에테 역시 그의 표정을 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있을 때는 까다로운 학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였지만 그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문학파 남자였다.

 

 “문제는 생각보다 성대해지는 자리니만큼 기간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거야.”

 

 “그건 꼭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어. 시프님은... 하고 싶으신 게 많은 모양이니까.”

 

 “호? 성격까지 닮았나보구먼?”

 

 “맞아. 책을 무척 좋아하시더군. 눈을 뜨고 계셨으면 자네도 보았을 거야.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꼭 닮았지.”

 

 두 사람은 잠시 향수에 잠겼다. 시스리야 황녀는 황족들 중에 단연 눈에 띄었다. 배움을 즐겼고 몸가짐이 발랐다. 황족들 중에서 그녀는 별종이었다. 황제는 그녀를 아꼈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그녀를 타국에 시집보내려 했다.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지만.

 

 “하필이면 학교 공사기간이라.. 이 멋진 학문의 요람을 소개해주지 못하고..크윽”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되잖나. 주책이야.”

 “허어. 아들바보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잡담은 됐고 얼른 안내나 해줘.”

 “바로 가면 돼. 마호!”

 

 그가 누군가를 호명하자 갈색 망토를 두른 자가 방에 들어왔다. 망토에는 학교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백작님을 배웅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재를 보게 되어 나도 기쁘군.”

 

 학교에서 유명한 마법교사인 마호는 보기 드문 연두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푸른 채 다니는 그녀는 미녀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럼 바로 작동시키겠습니다.”

 

 “마데카. 단단히 안도록.”

 

 “넵.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작은 마데카에게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작은 소녀지만 시프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희망이었다.

 

 [리베로 영지로-]

 화아아-

 

 빛 무리가 일렁이자 세 사람의 인영이 사라졌다.

 

 “너무 작으시던데. 건강은 괜찮으신 거죠?”

 

 마호의 고운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럼. 건강하게 자라실 거야. 엘도라 제국을 위해서라도.”

 

 고에테의 말에 마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를 졸업한 황태자는 고집불통에 오만한데다 여자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폐하를 닮지 않아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 시스리야님이 궁에서 살지 않으셨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어.”

 “흠. 백작님께서 잘 처리해주시겠지만 떠도는 소문이 흉흉해 걱정이네요.”

 “소문?”

 

 마호는 주저했다. 고에테는 연구하는 것을 좋아해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귀족은 아니었다. 친우인 리베로 백작은 중앙귀족위원들 중 하나였지만 그는 귀족들의 추천에도 그 자리를 거절했다. 정치보다는 연구를 하거나 학교를 운영하는 게 좋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궁에 떠도는 은밀한 소문들은 모를 터였다. 반면 궁중마법사의 양녀인 마호는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들이 많았다. 혹시나 섬세한 교장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을까 그녀는 조심스러웠다.

 

 “네. 소문일 뿐이지만.. 황족들이....”

 

 누가 들을까 두려운 말이었다. 마호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건 소문일 뿐이야.”

 

 고에테는 헛소문으로 일축했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정치에 뜻이 없는 그가 리베로 백작을 적극적으로 돕게 된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아무래도 궁중마법사의 딸인 그녀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잔뜩 인상을 쓴 그가 기침을 뱉었다. 그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 챈 마호가 조용히 방을 나갔다. 마법진이 그려진 곳은 고에테의 교장실이었다.

 

 “이미 공공연연하게 소문이 났구나.”

 

 빛 좋은 개살구인 나라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이 오히려 현실을 외면해버리고 싶을 만큼.

 

 “죄송합니다.. 시스리야님.”

 

  그는 시스리야의 영혼이 지하에 깊이 잠들어 있길 원했다. 하늘에서 보게 된다면 그들을 말리려 들것이다. 시스리야는 자신의 딸을 지독한 곳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황족이라는 핏줄을 부정하기 위해 가난한 삶을 택했다. 대의를 위하는 일보다 자신의 딸이 더 소중했으니까. 그녀는 타락한 나라에 희망을 잃은 지 오래였다. 남편이 살아있었더라면 필시 그의 나라로 떠났을 사람이다.

 

 “저희는 해낼 겁니다. 엘도라 제국의 안녕을 위하여 반드시.”

 

 고에테는 다시금 굳게 다짐했다. 이 나라를 반드시 바꾸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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