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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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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22 화
작성일 : 16-07-19 14:14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7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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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장 소망하는 마음

 

 1

 

 

 

 다음 날. 남궁화란은 피곤한 얼굴로 가주실 앞에 서 있었다. 가주께서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직계가 대신 남궁세가가 건재함을 알려야 했다.

 남궁화란은 어제 하루를 온전히 내원과 외원을 돌며 가솔들을 다스려야 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들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와 법 이전에 사람으로서 가솔을 대하게 된 남궁화란은 이전처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남궁화란을 바라보는 가솔들의 시선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아버님, 화란이옵니다.”

 남궁화란의 안색이 피로한 것은 단순히 세가를 돌아보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밤, 남궁화란은 아버님에 대한 걱정 탓에 잠을 설쳤던 것이다.

 소가주 시절부터 잦은 폐관에 들었던 아버지이다.

 후대를 이어야 할 소가주가 혼인마저 내팽개칠 정도였으니 그 정성을 알 수 있으리라. 결국 아버지가 혼인하여 자손을 본 것은 불혹이 훌쩍 넘어서였다.

 그동안 불철주야 제왕검형을 찾아왔건만,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님은 결국 악가에게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아버님?”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남궁화란은 허락도 받지 않고 가주실의 문을 열었다.

 가주실의 중앙에는 부친께서 그림을 한 장 앞에 두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서 있었다. 남궁화란은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고는 말했다.

 “아버님, 대답이 없으시기에 무례함을 알면서도 먼저…….”

 하지만 남궁화란은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갑자기 남궁세가주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남궁화란은 경악한 눈으로 남궁세가주를 바라보았다.

 가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감히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왕의 기운으로, 감히 마주하기보다 엎드려 복종을 표해야 했다.

 남궁화란의 무릎 역시 서서히 아래로 굽혀졌다. 그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털썩 꿇고 만 것이다.

 남궁화란이 엎드리는 순간에 맞추어 가주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폭풍 같은 기세가 사라졌다. 남궁화란은 무릎을 꿇은 채로 멍하니 가주를 바라보았다.

 가주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림을 집어 들어 둘둘 말고 있었다.

 “남궁세가가 정녕 귀한 그림을 얻었구나.”

 태평한 목소리가 후원에 울려 퍼졌다. 그림을 곱게 말아 든 가주는 그것이 구겨지지 않도록 살짝 쥐고는 화란을 바라보았다.

 “일어서라.”

 목소리에 추상과 같은 기운이 서려 있다. 남궁화란은 감히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가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화선지를 화란에게 건네었다.

 “어제 한 화공이 남궁세가를 찾았다 한다. 그가 남긴 그림이다. 보아라.”

 “그림?”

 남궁화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 이가 있긴 하였으나…….”

 남궁화란은 자명의 순진한 얼굴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나이가 어리니 그 기예가 높지 않을 터인데 어찌 아버님께서 귀한 그림이라 칭찬을 하시겠는가? 이는 필시 소년 화공의 그림이 아닐 것이다.

 남궁화란은 화선지를 받아 조심스레 펼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삼대조의 초상이었다. 얼마 전에 보수했던 조사전 삼대조의 얼굴이 보이자 남궁화란의 태도가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다음으로 보인 것은 창궁무애검의 전삼식 중 일식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는 기운생동한 몸짓이었다.

 “아!”

 남궁화란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 이처럼 기운생동한 그림이 있었다니! 그림 속의 인물은 당장에라도 그림 밖으로 걸어나와 검을 흩뿌릴 듯하고, 그 기운이 왕성하여 무신을 보는 것만 같다.

 남궁화란은 가주께로 시선을 돌렸다.

 “낙관, 낙관이 없군요.”

 “남궁세가를 찾은 어느 화공의 자취라 하더구나. 세가의 눈이 어두워 그를 내쳤던 모양으로, 총관이 뒤늦게나마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밝혀진 것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남궁화란은 폭풍처럼 쏟아지던 아버님의 기운과 그림에 서린 기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너는 가서 총관을 데려오너라. 돌아오는 길에 창궁무애단주와 폐관 중인 불망(不忘)이를 찾아 함께 와야 할 것이다.”

 현재 폐관 수련 중인 남궁불망은 남궁세가의 소가주로 남궁화란에게는 동복동생이 되는 아이였다.

 본래 이름은 환(煥)이나 남궁세가가 잃어버린 것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불망이라는 아명으로 불렸다.

 그 아이의 폐관을 깨라는 뜻은 한 가지 의미나 진배없다.

 “겨, 경하 드립니다, 아버님.”

 “아직은 때가 아니다. 비로소 길을 찾았을 뿐.”

 무학의 일대종사라도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가주는 고작해야 소실되었던 제왕검형의 일식만을 복구했을 뿐이다.

 이후로는 남궁세가의 무공을 다시 되짚어야 할 것이고, 또한 새로이 창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 길을 일러준 이를 찾는 일이다.

 그를 찾게 되면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은 비로소 완벽해지리라.

 “하지만 때가 멀지 않았구나. 그때에는 내가 아니라 남궁세가가 무림의 경하를 받게 될 것이다.”

 가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남궁화란을 스쳐 지나갔다.

 남궁화란에게 아버님의 말씀은 더욱 각별하게 찾아왔다. 비로소 남궁세가가 날개를 달고 떨쳐 올라갈 날이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아버님의 뒤를 따라 후원 밖으로 걸어갔다. 후원으로 들어오던 느린 걸음과 달리 그녀의 발걸음은 쾌속하였다.

 

 일각 뒤, 가주전에는 네 사람이 자리해 있었다. 남궁화란과 남궁환, 심유종 총관과 창궁무애단주 남궁곽이 바로 그들이었다.

 남궁세가의 주력이라 할 만한 창궁무애단주와 총관, 남궁세가의 직계이자 훗날 가주가 될 남궁환과 대내외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재녀 남궁화란까지 모였으니 모일 만한 사람은 다 모인 셈이다.

 “누님, 아버님께서 정말로 폐관을 깨라 명하셨단 말입니까?”

 영준한 청년이 의아한 얼굴로 남궁화란을 바라보았다. 남궁화란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얼굴에 기쁨이 배어 있다는 것을 한 핏줄인 남궁환은 알 수 있었다.

 “화란 누님, 그렇다면 혹시 드디어 제왕검형이…….”

 남궁곽 역시 놀란 눈으로 남궁화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화란이 무어라 대꾸하기 직전, 가주가 성큼성큼 가주실로 들어섰다.

 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주께 예를 표한 다음, 착석하기를 기다려 조금 늦게 자리에 앉았다.

 상석에 자리하여 앉은 가주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을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가주가 침묵을 깨고 곱게 말린 화선지를 네 사람 앞에 내려다놓았다.

 “펼쳐 보아라.”

 짧은 명령이 떨어지자 남궁곽이 대표로 걸어가 화선지를 펼쳤다. 남궁환과 남궁곽은 가주의 앞이라는 것도 잊고 찬탄했다.

 “아아!”

 “불망, 보고 느낀 것이 없느냐?”

 가주가 무심한 표정으로 질문하자 남궁환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나 그의 재주가 가히 경지에 달해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어쭙잖은 식견이나 이처럼 기운생동한 그림은 처음 봅니다.”

 가주는 아직 그림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기에는 남궁환의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했다.

 가주는 고개를 돌려 이번엔 남궁곽을 바라보았다.

 “곽아, 너는 느낀 것이 없느냐?”

 남궁곽의 표정은 남궁환의 순수한 찬탄과는 조금 달랐다. 찬탄을 넘어 경외에 가까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 남궁곽은 다짜고짜 가주께 머리를 숙여 보였다.

 “…경하드립니다.”

 “말해보아라.”

 “그림 속의 삼대조 어른께서 취하고 있는 기수식은 창궁무애검의 전삼식이나, 발의 위치와 검극의 방향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렇게 된다면 필시 검의 향방이 달라지게 되겠지요. 필법의 요체가 살아 있어 문인이나 화공이 그린 것이 분명하다 여겨지지만 살아 있는 기세가…….”

 남궁곽은 천천히 시선을 그림 쪽으로 옮겼다.

 “제왕의 기운인 듯합니다.”

 “옳도다.”

 가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궁환은 다시 한 번 그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남궁곽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제왕의 기운이 서린 듯하나 이것이 무엇을 그린 것인지 확신할 수 없으며, 어떠한 구조를 가진 검법인지, 어떠한 의(意)를 가진 검법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네가 알아보지 못한 것은 그것이 검법이 아니라 검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가주의 확답이나 마찬가지였다. 남궁곽의 얼굴에도, 남궁환의 얼굴에도 희열이 서렸다.

 가주 역시도 조그맣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그림을 전해준 이가 악인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은과 원은 명확해야 하는 법. 그림을 전해준 이를 만나 자세한 것을 알기 전까지는 그를 은인으로 여기고 공경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가주.”

 만약 상대의 의도가 추하고 더러운 것이라면 무공을 찾아주었다 해도 원으로 갚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은으로 생각해 두어야 했다.

 “총관, 은인의 자취를 찾았느냐?”

 심유종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

 “방문객 중에 화공이라 자칭한 이는 단 한 명뿐입니다. 문지기 직을 수행하던 외원무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조사전의 보수에 참여했던 채화당의 화공으로,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년이라 합니다. 이는 그림을 전해주었던 하인이 증언한 용모파기와도 일치합니다. 하인이 만난 기인(奇人) 역시 소년의 용모에 학사의 복장을 한 화공이라 하였지요. 채화당에 직접 사람을 보내었는데, 그 소년이라 추측되는 인물은 채화당을 떠났다 합니다.”

 “소년? 소년이라 하였느냐? 그리고 지내고 있던 곳을 떠났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 소년의 성은 진가로, 이름은 자명이라 합니다. 진월산이라는 화공의 손자인데, 조부께서 귀천하신 후로 천애고아가 되었다 합니다. 전대 인지전감공으로 이름 높은 오채문 대화백께서 귀히 여겼다 하나, 행적에 감춰진 것이 없는 평범한 화공일 따릅니다. 지금은 그가 채화당에 들기 전에 어떠한 생활을 했는지 조사 중입니다.”

 총관이 보고를 마치자 가주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으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소년이 이만한 실력을 지녔을 리가 없거니와, 그림에 제왕의 기운을 서리게 할 만큼 무학에 밝을 리가 없다.

 검을 보고 그 무인의 성취를 짐작하듯, 그림을 보고 화공의 성취를 짐작했던 가주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길게 토해냈다.

 남궁화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소년 화공이 그만한 실력을 가졌을 리가 없다. 그녀가 생각하는 진 화공은 어수룩하고 순진한 소년일 뿐이다.

 만약 그가 정체를 숨기고 자신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궁화란이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가 가주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총관께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분명히 그러하오나, 몇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먼저 남궁세가를 찾은 화공이 한 명이 아닐 경우입니다. 소년 화공과 은인이 다른 사람일 경우지요.”

 하지만 문지기가 말한 화공의 용모파기와 하인이 말한 용모파기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화란의 추측은 틀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화란은 또 다른 추측을 말해 나갔다.

 “두 번째는, 소년 화공이 은인의 심부름을 하였을 가능성입니다. 무학에 밝은 이가 있어 화공에게 그림을 대신 전해달라 부탁하였을 경우지요.”

 남궁화란은 그림에 그려진 삼대조 어른을 돌아보았다. 얼마 전에 보수한 조사전에 계신 삼대조 어른이다. 누가 있어 남궁세가의 조사전을 볼 수 있겠는가! 조사전을 본 외인은 채화당의 화공뿐이다.

 또한 그 기수식 역시 진 화공이 자주 보던 이대제자의 기수식과 일치한다.

 남궁화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세 번째는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

 “그가 무학의 대종사라 할 만한 이의 제자일 수도 있지.”

 가주가 남궁화란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가주의 목소리에도 확신은 없었다. 행적이 명료할뿐더러 신선의 제자라 해도 그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쌓았을 리는 없는 것이다.

 “그가 외인이 아닐 수도 있고 말이다.”

 가주가 떠올린 추측 중 가장 가능성 높은 추측은 바로 은인이 남궁가의 후손일지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그 소년은 제왕검형에 대해 알고 있는 남궁세가 무인의 후손이거나, 혹은 제자인 것이 아닐까. 제왕검형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이처럼 그림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면 그림을 통해 본 그의 빼어남을 설명할 수가 없다. 생각은 길었으나 결론은 그 소년이 전 중원을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한 기인이라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가주는 내심 스스로의 결론을 부정하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여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소년이 은인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사실뿐이다.

 “이후로 남궁세가는 채화당을 살펴 어려움이 없게 하라. 무문이 아닌 예인들의 집단이라 하나, 절대 소홀히 대하지 말고 예를 갖추어 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망, 너는 강호로 나가 은인일지도 모를 그 소년을 찾아라. 세가를 들어 너를 도우리라.”

 “뜻을 받자옵니다.”

 남궁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은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자신을 직접 보내는 것을 보면 이미 은인을 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삼 아버님이 이 일을 얼마나 중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것 같다.

 그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남궁화란이 가주에게 말했다.

 “저 역시 불망과 동행하면 아니 되겠습니까, 아버님?”

 가주의 표정에 이채가 서렸다. 차가울 정도로 차분한 성품인 딸의 얼굴에 당황 섞인 흥분이 떠올라 있는 것이다.

 “내가 은둔해 있는 동안 네가 남궁세가를 돌보았음을 알고 있다. 그런 네가 자리를 비우겠다니, 무슨 연유더냐?”

 “이제 가주께서 일어서셨으니 소녀의 할 일은 없는 줄로 합니다. 작게나마 화공과 인연이 있으니 그를 찾는 일을 맡아볼까 합니다.”

 말은 그리하지만 딸의 목소리에는 기이한 열의가 숨어 있다. 가주는 그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딸은 재녀 중의 재녀이니, 필시 이 일에 도움이 될 터였다.

 “허락하마. 시일을 두고 행할 일이 아닌 바, 불망과 화란은 내일 당장 출발하여라.”

 말을 마친 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주전을 나갔다. 자리에 남은 남궁환과 남궁곽은 드디어 남궁세가의 숙원이 풀렸다며 기뻐했다.

 오로지 남궁화란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다음날.

 한 대의 마차와 다섯 기의 준마가 합비 밖으로 달려나갔다. 남궁세가의 직계 두 명이 탄 마차와 창궁무애단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높은 다섯 명이 모는 준마였다.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소호, 그리고 황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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