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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시대
작가 : 이가든
작품등록일 : 2016.12.25

신이 세계를 창조할 때,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던 첫 번째 세상.
세상의 모든 걸 잃어버린 한 남자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어느 여자아이의 이야기.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마음을 채워나가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 여몽(如夢): 꿈과 같아라
작성일 : 16-12-25 18:37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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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산에서 아이를 무사히 집안으로 데려온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아이는 그러고도 며칠을 앓았다.

 

 갑자기 펄펄 열이 끓는 듯하더니 또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며, 밤낮으로 사경을 헤메였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을까.

 

 

 

 ***

 

 

 

 세상의 끝자락, 온갖 흉악한 기운을 내뿜는 북쪽의 변두리 땅에도 모처럼 햇살 한 자락이 들어온다.

 

 축융은 작은 나무통에 한 가득 수건에 적실 물을 갈아왔다.

 

 그리고는 창틀 사이로 비친 한줄기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귀한 손님한테 이런 것까지 시킬거야? 난 물 닿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불의 제후에게 물동이 심부름이라니.

 

 투덜대는 말을 듣기는 하는 건지, 집주인이라는 사람은 침대 맡에 앉아 가만히 어린 환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축융은 길어온 물을 저 칙칙한 갈색머리에 그대로 부어버릴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럼 또 다시 물을 길어와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한번만 봐주기로 했다.

 

 

 

 "뭐하고 있어. 아픈 사람 감상이라도 하고 있는거야?"

 

 

 

 축융은 선반에 물동이를 내려놓고는 대충 친구의 옷에 물기를 닦아내었다.

 

 그는 그런 융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애가 깨어났어."

 

 "오, 정말? 다행이다. 많이 아파하길래 걱정 많이 했었는데."

 

 

 

 

 밤새 신음소리를 내며 앓던 작은 몸이 얼마나 안쓰러웠던가.

 

 축융은 씩 웃으며 침상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눈을 떴다.

 

 밤새 눈을 꼭 감고 찡그린 얼굴도 인형처럼 예뻤는데, 눈을 뜬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이렇게 어린 여자아이를 보는건 꽤 오랜만이라, 축융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 하나가 걸린다.

 

 

 

 "안 돼, 보지 마."

 

 

 

 한 걸음 침상으로 다가가 아이를 보려 몸을 숙이는데 갑자기 남자의 손이 축융을 저지한다.

 

 그러나 그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나왔던 것인지, 이내 한숨을 쉬며 붙잡은 손을 거두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그의 친구는 고개를 돌린 채 말을 아꼈다.

 

 이미 깨어난 아이에게 좋지 않은 소리가 들릴까 염려한 탓이었다.

 

 그리고 축융은 곧, 그가 왜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막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애, 지금 눈이..."

 

 

 

 융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의 눈을 보는 순간 단박에 알 수 있었으니까.

 

 아이는 앞을 보지 못한다.

 

 초점 없는 두 눈동자가, 정면을 보지 못하고 각각의 방향으로 일그러져있었다.

 

 그럼에도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반응하는 건지, 자그마한 손바닥이 열심히 제 주변을 더듬는다.

 

 그러다 침상에 놓인 축융의 손가락을 짚더니 작은 손이 그게 구원인 것 마냥 꼭 그러쥐었다.

 

 모습을 내려보던 축융의 얼굴이 안쓰러움으로 구깃해진다.

 

 앞으로 네가 가야할 길은 참으로 가시밭길 같은 삶이겠구나.

 

 두 눈을 뜨고 있어도 내일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거늘.

 

 축융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는 덤덤한 얼굴로 목에 걸고 있던 얇은 줄을 풀고 있었다.

 

 줄을 풀자 옷 안으로 숨어들었던 건지, 아까는 보이지 않던 영롱한 작은 구슬이 줄에 매달려 있는게 보였다.

 

 

 

 "...그걸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어?"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축융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쉬었다.

 

 어련하시겠어. 저게 어떤 물건인데.

 

 다섯 가지 빛을 담은 저 작은 구슬은, 아마 그가 이 집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일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빛나고 있는 오색의 구슬을 바라보다, 꾹 거머쥐었다.

 

 그저 자신의 친구가 무얼하나 지켜보던 축융의 눈이 곧 튀어나올 듯이 커진다.

 

 

 

 "너, 지금...!"

 

 

 

 단말마와도 같은 축융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지 그는 하던 일을 마저 마무리 했다.

 

 세게 힘이 들어간 주먹을 펴자, 깔끔하게 두 조각으로 동강난 구슬이 보인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조금은 아플거야."

 

 

 

 남자는 두개로 쪼개진 구슬 조각을 아이의 두 눈에 넣고 손바닥을 덮었다.

 

 갑자기 눈 안으로 쑥 들어오는 이질감에,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고통으로 있는 힘껏 몸서리를 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반짝하며 오색의 빛이 일었다.

 

 

 

 ****

 

 

 아이는 그 새 또 깊은 잠에 들었다.

 

 하지만 분명, 이번에 다시 눈을 뜨게 된다면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리라.

 

 축융은 잠든 아이를 한참은 내려보다 뒤를 돌았다.

 

 

 

 "....너 정말 괜찮겠어? 그게 너한테 어떤 물건인데."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서도, 그의 친구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던한 얼굴이었다.

 

 축융은 기가 막혀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이 길래, 갑자기 나타난 저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자신의 친구가 방금 아이의 두 눈에 넣은 건.

 

 지금은 사라진, 이 세계를 창조한 여신이 그에게 남기고 간 유일한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았다.

 

 

 

 "괜찮다. 어차피 황제가 알게 되면 빼앗길 것이었으니까."

 

 "하..."

 

 

 

 축융이 한숨처럼 웃었다.

 

 그럼 자신은 이게 잘된 일이라고 칭찬을 해야 할까.

 

 복잡한 축융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던 남자는, 곧 시선을 거두며 말을 덧붙였다.

 

 

 

 "어쩌면 원래의 주인을 찾아간 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아무 소용없는 물건이니."

 

 

 

 누군가에겐 기적을 일으켜주는 그 구슬은 남자의 말대로, 본인에게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개 구슬이었다.

 

 그건 남자가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능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효력을 탐내어 그 구슬을 갖고 있던 거였다면 그렇게 소중하게 지니고 있진 않았겠지.

 

 그건 구슬 자체보다, 구슬을 준 상대가 그에게 의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 정말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결국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젓는 축융에, 남자가 옅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꺼낸다.

 

 

 

 "융아. 넌 항상 이곳에 오기 전, 공공의 궁에 들렀지."

 

 "다 알고 있었어?"

 

 

 

 순간 움찔하는 축융이었다.

 

 공공(共工) 은 불을 다스리는 축융과 더불어 물을 다스리는 북방의 제후이자,

 

 미래를 보고 신의 말씀을 듣는 이 세계의 몇 안되는 초월자.

 

 즉, 하늘과 이어진 예언자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친구는 공공을 꺼려했었다.

 

 한번은 크게 둘이 크게 언쟁을 했던 탓에, 이후로 공공은 더 이상 이곳에 발걸음을 하지 않았었다.

 

 당황하는 축융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피식 웃었다.

 

 

 

 "너와 공공이 연인인데, 내가 그 정도도 생각 못했을까."

 

 

 

 그의 말이 맞다.

 

 축융은 언제나 자신의 친구를 방문하기 전, 언제나 공공의 궁에 들러 이런저런 말을 전해 들었다.

 

 공공은 어떻게든 그를 다시 이곳에서 빼내오고 싶어했고, 그는 언제나 그 간곡한 부름을 철저하게 묵살했다.

 

 

 

 "그게... 그 날은 별 다른 건 아니었고, 그냥..."

 

 

 

 축융은 더듬더듬 말을 잇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입을 다물었다.

 

 이곳에 오기 전 공공은 특별히 무언가를 짚어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고요한 검푸른 눈동자는, 딱 한가지만을 부탁했다.

 

 

 

 '융아, 부탁이 있어. 어쩌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네 부탁이라면 뭐든. 말만 해.'

 

 '이번 머무르는 동안, 그가 어떤 결정을 하던 너는 그저 잠자코 지켜봐줘.'

 

 

 

 간곡한 말씨와는 다르게 꽤나 싱거운 내용이라,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던 축융이었다.

 

 그리고 이 며칠간 그 부탁을 충실히 이행해주었지.

 

 확실히 자신의 친구는 이 며칠 동안 꽤나 놀랄만한 일들을 하긴 했다.

 

 말을 고르듯 생각에 잠긴 축융을, 남자는 넌지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어쩐지 이번 방문에 네가 너무 오래 머무른다 했어."

 

 "...그럼 그래서 처음부터 저 아이를 맡겠다 한 거야?"

 

 "공공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내다보았겠지. 내가 이 아이를 발견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모르는 일이었다.

 

 이것이 선물일지, 아니면 자신에게 내려온 또 다른 벌일지.

 

 하지만,

 

 

 

 "모든 것이 신의 뜻인데, 내가 어찌 거스를 수가 있을까."

 

 

 

 남자는 새근새근 곤히 잠든 아이의 이마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감긴 아이의 두 눈에는 아까의 충격이 컸는지 아직도 길게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그의 손이 다정하게 이마에 붙은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어두운 회갈색 눈동자가 한참을 말없이 아이를 내려 보았다.

 

 가엾은 아이야, 그 전까지 네가 어떤 어둠 속에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 어둠 속은 얼마나 길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안에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허나, 그건 모두 한낱 꿈과 같아라.

 

 이제 네 안에는 신의 은총이 함께 할 테니, 너는 앞으로 꿈결과도 같은 삶을 살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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