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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최초의 시대
작가 : 이가든
작품등록일 : 2016.12.25

신이 세계를 창조할 때,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던 첫 번째 세상.
세상의 모든 걸 잃어버린 한 남자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어느 여자아이의 이야기.
그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마음을 채워나가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 다시 시작하는 운명
작성일 : 16-12-25 18:23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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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혼돈 속에서 신이 세상을 창조한 뒤,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시대가 있었다.

 

 반고(盤古: 바탕 반, 옛 고)의 몸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여신 여와(女媧: 여자 여, 여신이름 와)가 채워나간 첫 번째 세상.

 

 하늘과 땅이 이어지고, 산과 바다의 모양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랐던 시절.

 

 인간이 초자연적인 신의 힘을 다룰 수 있었으며,

 

 신과 요괴와 인간이 함께하던 최초의 시대였다.

 

 

 ****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의 끝자락, 그 중에서도 북쪽의 어느 변두리.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컴컴한 하늘에 끝도 없이 세찬 눈보라가 몰아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산과 그 옆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다.

 

 작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가에는 두 남자가 탁상을 두고 서로 마주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역시 가봐야겠어."

 

 

 

 어두운 회갈색 머리의 남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째 산의 낌새가 심상치 않았다.

 

 온갖 짐승과 요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나무들마저 바람을 가르며 스산한 소리를 낸다.

 

 벌써 엿새나 계속되는 이 판국에, 보통의 사람이라면 제정신으로 견디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이제야 일어날 마음이 생긴거냐. 세상에 이렇게 무심할 수가."

 

 

 

 쯧쯧 혀를 차는 남자는, 본인 역시 그 엿새 동안 같은 곳에 있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모양이었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에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이 남자는,

 

 불의 지배자이자 남방의 제후인 축융(祝融: 빌 축, 녹일 융).

 

 매일같이 친구의 집에 살다시피 하며 시간이나 축내는 한심한 인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세계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어두운 회갈색 머리의 남자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축융을 내려다보았다.

 

 

 

 "....딱히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다녀올게."

 

 "그래라. 난 추운건 딱 질색이라 도저히 못나가겠다. 여기서 귤이나 까먹고 있을 테니."

 

 "그냥 눈이 그치면 빨리 궁으로 돌아가."

 

 

 

 못마땅해 하며 집을 나서는 친구에게 축융은 신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글쎄, 누구한테 부탁을 좀 받았거든."

 

 

 

 축융은 창밖에 터벅터벅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회갈색 머리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본인이 방금 말한 대로 충실하게 바구니에 담긴 귤들을 까서 입안으로 넣는 중이었다.

 

 사실 그것들은 축융이 자신의 친구에게 선물이라 가져다 준 것들이었음에도,

 

 너저분하게 널린 귤껍질 가운데 정작 그의 친구가 손을 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큰소리가 날 일 없는 이곳에서, 또 모처럼 큰소리를 내지 않는 그의 친구에게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축융, 불! 불이 필요해."

 

 

 

 돌아온 그는 온몸에 수북히 쌓인 눈을 털어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옷 속에 무언가를 꼭 안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산에 아이가 있었어."

 

 "뭐?"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야. 이대로는 위험하다."

 

 

 

 나간 사람은 하나였지만 돌아온 것은 둘이었다.

 

 그가 품안에 안고 있던 것은 이제 갓 네 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아이.

 

 추운 곳에 꽤 오랫동안 있었는지, 헤진 옷 사이로 아이는 파랗게 질린 작은 몸을 떨고 있었다.

 

 축융은 입으로 넣으려던 귤을 그만 떨어뜨릴 뻔 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 산의 아이가 있었다고?

 

 온갖 짐승들과 요괴가 득실대는, 신에게조차 버림받은 저 저주받은 산에? 어떻게?

 

 

 

 "융아, 어서!"

 

 "아, 어. 잠깐만."

 

 

 

 축융은 아이를 받았다.

 

 가엾게도 어린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아이의 몸에 푸른 빛의 불꽃을 피웠다.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푸른 불길 안에서, 떨고 있던 아이의 몸이 한층 평온해진다.

 

 불꽃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자 축융이 아이의 뺨을 한번 쓰다듬는다.

 

 몸에 온기가 도니 깊게 잠이 든 건지, 감은 눈 사이로 기다란 속눈썹이 작은 얼굴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인형처럼 예쁜 여자아이였다.

 

 눈을 감고 있지만, 하늘거리는 옥빛의 머리카락과 동그란 얼굴에 오목조목 들어가 있는 눈코입이 일어나면 상당히 예쁠 거라 생각한다.

 

 오래 입었는지 옷은 다 낡아 헤져버렸지만,

 

 저 산에 있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의 하얀 피부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예쁜 아이네."

 

 "그러게."

 

 

 

 딱히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고는, 두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가라앉은 침묵 사이에서 축융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산에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가 있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니, 요괴들이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자신들이 보살피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그래서?"

 

 "분명 내가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저항은 없더군. 아무래도 엿새 동안 산에서 나던 해괴한 소리는 이 아이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

 

 

 

 축융이 기가 차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말은, 그 동안의 소음들은 요괴들이 누군가에게 이 아이를 구해 달라 도움을 청하는 울음이었다는 뜻이었다.

 

 이게 무슨 터무니없을 정도로 괴이한 소리인가.

 

 요괴가 산에서 사람을 돌보고, 그를 구하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니.

 

 축융은 다시 한번, 확인이라도 하는 듯 묻는다.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

 

 “알아.”

 

 

 

 하지만 자신의 친구는 함부로 허튼 소리를 하는 친구가 아니었다.

 

 더욱이 이런 문제로는.

 

 축융은 안고 있던 아이를 가만히 침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요괴 중에서도 사수의 기운이 가장 강한 저 산에 있던 아이야. 어떻게 아이 혼자 그 곳에 있었는지, 부모는 누구인지... 게다가 네가 본 대로라면 이 아이는 정말 위험할 수 있어."

 

 

 

 이 세계에서 요괴는 신수(神獸: 신 신, 짐승 수)와 사수(邪獸: 사악할 사, 짐승 수) 두 가지 중 하나.

 

 사람에게 호의적인 신수와는 달리, 사수는 사람을 해치고 잡아먹는 가장 큰 적이다.

 

 때문에 특히 사수와의 접촉은 이단으로 몰려 절대적으로 금기되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수의 소굴인 산에서 어린아이가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나왔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저 아이는 분명..."

 

 

 

 축융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축융의 얼굴을 보며 남자가 대신 말을 이었다.

 

 

 

 "분명 사형이겠지."

 

 "그래... 그런 참담한 삶을 살게 하느니, 차라리 지금 여기서 죽이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위험한 싹은 뿌리부터 잘라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세계의 규칙이니.

 

 그리고 축융은 그 규칙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도 세상 밖으로 내보내도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라면.

 

 ....어쩔 수 있겠는가.

 

 아이를 향하던 축융의 시선이 결국 바닥으로 떨구어진다.

 

 남자는 그런 자신의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맡겠다."

 

 "....뭐라고?"

 

 

 

 축융은 순간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

 

 

 

 "세상에 내보내기에는 아직 위험해. 이 아이에게도, 세상에도. 그러니 내가 맡겠다.”

 

 "너 제정신이야? 만약 이 일을 황제가 알기라도 한다면...!”

 

 

 

 축융은 순간 아차 하는 생각에 재빨리 친구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상대는 딱히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미 한번 죄를 지은 몸이다. 또 다시 죄를 짓는다고 크게 달라지겠느냐."

 

 

 

 짙은 회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눈이 희미하게 웃었다.

 

 축융은 할 말을 잃은 채 황망히 자신의 친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는 엿새 전, 궁을 떠날 때 누군가 말이 계속 맴돌았다.

 

 

 

 '융아, 부탁이 하나 있어. 어쩌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말도 안 돼.

 

 결국 그녀는 처음부터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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