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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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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20 화
작성일 : 16-07-19 14:13     조회 : 575     추천 : 0     분량 : 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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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참을 달린 자명은 중촌을 벗어나 상촌의 초입에 도착했다.

 상촌에 들어서자 커다란 장원의 경비를 서는 보표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이 수상한 얼굴로 자명을 바라보았지만, 자명은 연신 뒤를 돌아보느라 그들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허억! 아, 안 오시네.”

 상준백과 모영찬이 쫓아오지 않자 자명은 몇 번이나 숨을 몰아쉬고는, 그제야 어두운 밤길을 둘러볼 여유를 가졌다.

 보표들이 걸리기만 하라는 듯 자신을 노려보자 겁이 덜컥 난 자명은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만약 보표나 관아의 나졸에게 잡혔다가는 다시 채화당으로 송환되게 될 테니 겁이 안 날 수가 없다.

 누가 쫓아오진 않을까 뒤를 돌아보랴, 수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억지웃음을 지으랴, 자명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남궁세가 앞에 다다랐다.

 남궁세가의 정문에는 문지기가 두 명 서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

 “누구시오?”

 “예, 저는 채화당의 화공으로, 이름은 진자명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조사전을 보수할 때에 몇 번 찾아왔던…….”

 “아, 아!”

 문지기 중 한 명이 자명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굴을 알아보는 것뿐, 곧 손사래를 치며 축객령을 내린다.

 “이 야심한 밤에 무슨 무례냐! 돌아가라!”

 “저기, 저는 그저 뭘 좀 전해 드리려고요. 그러니까…….”

 “돌아가라고 하지 않더냐! 남궁세가는 당분간 객을 받지 않는다!”

 문지기가 준엄하게 말했건만, 자명은 떠나지 않고 문가를 서성였다. 몇 번이나 돌아가라고 말했는데도 자명이 떠나지 않자 문지기는 문득 불쾌감을 느꼈다.

 “남궁세가는 당분간 객을 받지 않는다지 않느냐!”

 고함 속에 살짝 내기가 섞여 있다. 자명을 겁주어 쫓아내려는 것이다.

 하지만 겁에 질릴 만큼 강한 기세를 섞었는데도 자명은 물러나지 않았다. 겁에 질리기는커녕 반발심이 드는 모양인지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저는 객이 아닌데요. 그저 뭘 전해 드리려는 것뿐입니다.”

 문지기는 자명이 멀쩡하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범인이라면 다리가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았을 텐데 오히려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문지기는 ‘저놈이 담 하나는 크구나’ 하고 중얼거리고는 노기 띤 얼굴로 성큼성큼 자명에게로 걸어갔다.

 “악가 놈들만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합비의 사람이 감히 남궁세가를 무시하다니, 너는 정녕 치도곤을 당하고 싶은 게냐?”

 악가가 방문한 후로 남궁세가가 누구와도 왕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 합비가 다 아는데 어린 화공은 목에 힘을 빳빳이 주고 떠날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문지기가 화가 잔뜩 난 문지기를 말렸다.

 “어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이니 자네가 참게. 그리고 이보게, 화공. 시간도 늦었거니와 세가 내에 사정이 생겼다네. 당분간은 외인의 출입을 금하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게. 전해야 할 물건이 있다면 날이 밝거든 가져오고.”

 “하지만 저는…….”

 내일이면 합비에 없는데요, 라는 말은 채 하지도 못하였다. 문지기가 그래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던 것이다.

 문지기의 표정을 읽은 자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지 몰라도 남궁세가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다.

 결국 자명은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여 보이고는 털레털레 남궁세가를 벗어나야 했다.

 “에휴―”

 걸어가는 도중에도 수백 가지 상념이 깃든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자명은 아쉬운 듯 남궁세가의 문을 바라보았다. 도망치듯 채화당을 떠난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남궁세가에서는 문전박대까지 당하고 말았다.

 화란 아가씨는 다시 남궁세가를 찾을 때에는 갑갑함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예전의 갑갑한 기세가 조금도 줄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자명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계산을 해보았다. 내일 낮이 밝기를 기다려 그림을 전해주고 갈까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랬다가는 상준백 사부님과 모영찬 화원님께 들킬 것만 같다.

 그렇다고 이대로 떠나자니 연무도가 마음에 걸린다. 이제 세상으로 떠나게 되었으니 합비에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것이다.

 ‘화란 아가씨가 그림을 보고 반가워할 텐데…….’

 자명은 불퉁한 얼굴로 투덜거리며 합비의 번화가를 벗어났다. 이대로 붙잡혀 평생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느니 그림을 나중에 전해주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며 걸어가다 보니 벌써 하촌을 벗어나 갈림길에 도착해 있다. 한쪽은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고, 한쪽은 남하하여 황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잠시 고민하던 자명은 황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간 합비에 살면서도 가보지 못하였는데 이제 세상으로 나왔으니 꼭 한번 황산을 구경해 보고 싶다.

 그렇게 황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얼마를 걸었을까.

 한참을 걷던 자명은 생선을 싣고 오는 우마차와 마주쳤다. 흘끗 보고 지나치려 하는데 우마차를 모는 인물이 어딘가 낯이 익다.

 곰곰이 생각해 보던 자명은 남궁세가에서 그와 몇 번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앗! 저기요!”

 자명이 크게 외치자 천천히 나아가던 우마차가 멈추어 섰다. 자명은 빠르게 우마차로 달려가 머리를 조아렸다.

 “혹시 남궁세가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닌지…….”

 “맞습니다. 한데 학사님께서는 뉘신지요?”

 “아, 저는 학사가 아니라 한낱 화공일 뿐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런데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자명이 정중하게 말하고는 등에 짊어진 바랑을 풀러 둥근 원통을 하나 꺼내었다. 그리고 애절한 눈으로 우마차를 모는 중년인을 바라본다.

 “이것을 남궁세가의 화란 아가씨께 전해주실 수 있겠는지요?”

 “이것이 무엇이기에……?”

 소호(巢湖)에서 낚은 수산물을 남궁세가로 가져가던 우마차의 주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본래 남궁세가에 뭔가를 보낼 때는 표국이나 신객을 이용하지, 이렇게 잡일꾼에게 맡기지는 않는다. 괴팍한 무림인이 그렇게 서신을 보내는 경우가 왕왕 있어 일단 뭘 받으면 세가로 가져가게 되어 있지만 말이다.

 지금도 그런 경우인가 싶어 우마차의 주인은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것은 제가 그린 그림입니다. 화공인지라 그림을 그려 남궁세가에 선물을 하기로 했는데 무슨 일인지 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쫓아내더라고요.”

 노인은 남궁세가의 이름을 흠모한 어느 화공이 합비를 찾았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줄 알고 혀를 끌끌 찼다.

 “그렇구먼. 산동 어디 산다는 나쁜 놈들이 가주님을 모욕하는 바람에 남궁세가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지. 본래는 그런 곳이 아니니 화공께서는 섭섭해하지 마시게.”

 “예.”

 자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마차의 주인은 그런 자명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화공이 보기 드물게 순박해 보이니 물건을 맡아주어도 될 것 같다.

 어차피 남궁세가에 전해주어도 무사님들이 한바탕 검사를 한 다음에야 윗분들께 올리니 큰 문제가 벌어질 것 같지도 않다. 무얼 받으면 일단 세가로 가져오라고 가르침을 받았으니, 그대로 행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내 전해주겠네. 용건은 그것이 전부인가? 내 시간이 촉박하여…….”

 “아, 예. 그럼요.”

 얼른 가보라는 듯 자명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자 우마차는 다시 천천히 출발하였다.

 자명은 우마차를 보다가 세상에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구나 하고 싱글벙글 웃었다. 그림을 전해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처럼 귀인을 만나 전해줄 수 있게 됐다.

 행복한 얼굴로 우마차를 바라보던 자명은 마차가 귀퉁이를 넘어 사라지자 다시 황산 쪽으로 걸음을 놀렸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아차, 자명이 보냈다고 전해야 하는데!”

 

 “아차, 화공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구나!”

 같은 시각, 우마차의 주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마차의 주인은 고개를 빼어 뒤를 돌아보았으나 화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마차의 주인은 마차를 뒤로 빼어 화공에게 다시 갈까, 아니면 아침까지 전해주기로 한 생선을 빨리 운반해야 할까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고민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뭐, 그림이라면 낙관이 있겠지.”

 낙관이 있으면 정체를 알 것이고, 아니라면 무사님들이 검사를 할 테니 걱정할 것은 없다. 규정대로 행하는 것이니 꾸중도 듣지 않을 테고 말이다.

 우마차의 주인은 느긋한 얼굴로 다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우연이 쌓여갔다. 하지만 우연이란 것이 쌓이고 쌓이면 필연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우마차의 주인은 물론이고 자명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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