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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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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18 화
작성일 : 16-07-19 14:12     조회 : 630     추천 : 0     분량 :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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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무명도원도에 벌어진 기이한 일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귀한 명화가 사라진 것이라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것이나, 모영찬의 말에 따르면 사라진 것은 낙인도 시구도 없고, 그림 자체도 별 볼일 없는 단순한 골동품이라 했다.

 고화당에 머무는 옛 족자 중에는 명화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림도 있는 바, 채화당의 노화백들은 명화가 사라지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대신 애꿎은 고화당이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고화당이 낡아 습기와 열기가 자유자재로 침범하게 되어 그림이 쉽게 상한 것이라며 고화당을 새로이 건축하자는 안건이 올라왔던 것이다.

 덕택에 고화당은 내년 봄에 철거를 당할 운명을 맞게 되었다.

 한편, 모영찬과 자명에게는 근신하라는 벌이 내려졌다. 명화가 손실되지 않은 것은 다행인 일이나, 고화를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었다는 책임만은 면치 못한 것이다.

 자연의 조화일 뿐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생각했던 모영찬이 항변해 보았지만, 그들에게 내린 벌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다만 자명의 경우에는 조금 누그러졌는데, 누그러진다는 게 수련생이니 근신하는 동안 조운고 화백에게 따로 가르침을 받게 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자명은 낮에는 조운고에게 가르침을 받고 밤에는 모작을 바라보며 세월을 보냈다.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그림이 되었고, 자명은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슬픔에 휩싸여 침잠해 있기보다는 할아버지의 아름다움을 추억하고 소망을 기억해야 했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라는 유훈을 지켜야 했고, 천지간의 흐름을 그리라는 유명을 따라야 했다.

 자명은 서서히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 갔다.

 물론 조운고의 가르침을 견뎌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본래 서화의 가치는 중용의 도를 잃지 않고 마음을 바르게 써 이상향을 표현하고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천변만화하는데 언제 중용의 도를 깨달을 수 있으랴! 그러기에 필요한 것이 법식이고, 또한 예이니라.”

 제아무리 집중해 보려 해도 조운고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던 자명은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획을 잘못 그었다 하여 벌을 받고 있는데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조운고 사부님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한다.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며 운필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자신이 둔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하시다니…….

 “허, 녀석. 스승을 보는 눈초리가 그게 뭐더냐?”

 조운고의 회초리가 자명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던 자명은 허벅지가 따끔하자 아얏, 하고 비명을 질렀다.

 “죄, 죄송합니다.”

 자명이 시무룩해져서 대꾸하였다. 그래도 팔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는 것이 가상하다. 한 시진이 지났으면 손이 내려올 법도 한데, 자명은 힘든 기색없이 손을 잘도 들고 있다.

 조운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만 팔을 내려도 좋으니라.”

 자명이 팔을 내리며 조운고의 눈치를 보자 조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신하여 가르침만 계속 받게 되던 첫날, 조운고는 그간 배운 것을 확인해 보자며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당시만 해도 슬픔 속에 침잠해 있던 자명은 울적한 얼굴로 먹을 갈고 붓을 들었는데, 획을 채 긋기도 전에 회초리를 맞았다.

 먹을 가는 자세는 칭찬할 만하지만, 운필법이 그릇되고 획을 그음에 자세가 틀렸다는 것이다.

 자명은 한층 더 주눅 든 얼굴로 더듬더듬 민들레 한 송이와 나비를 그리고 노란 안료로 나비를 채색하였다.

 물론 그림을 그리자 무명도원도의 호흡이 일어났다. 자명은 그림을 마칠 때까지 거의 숨을 쉬지 않고 붓을 놀렸는데, 조운고는 그 호흡법이 괴괴망측하다며 길게 한탄했다.

 다행인 일도 있었다. 드디어 검은 땀이 새어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림을 마친 후 땀이 나지 않았음을 알아차렸지만 자명은 기뻐하지도 못하였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자명은 운필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저기, 저는 언제쯤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나요?”

 “흥, 지금의 네게는 예와 법이 더 중요하다. 그림은 법에 대하여 깨닫고 나서야 그릴 수 있을 게야.”

 조운고가 냉랭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명이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저는 둔재인지라 예와 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저 아름답게만 그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자명이 시무룩하게 말하였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게 해주세요’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하였다.

 조운고의 안색이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누가 너더러 둔재라더냐? 오채문 대화백께서 직접 가르치시고 돌본 너를. 나조차도 너만 한 기재를 본 일이 없느니라. 그러나 아직 가르침받아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예와 법으로 스스로를 단속하는 일이다. 내가 가르쳐야 할 것은 그것뿐이야.”

 조운고는 처음 자명이 그린 꽃과 나비를 보고 경악했다. 그처럼 기운생동한 그림은 본 일이 없었다. 석년의 오채문조차 자명만 한 그림은 그려내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지나치게 자유로웠다. 중용의 도를 잃고 난 뒤에 그림을 그린다면 제아무리 기예가 뛰어나도 사도에 들 뿐, 정도의 그림은 그려내지 못한다.

 그때부터 조운고는 자명에게 예와 법에 대한 강론만을 계속하였다.

 자명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은밀한 즐거움이었는데, 자명이 예와 법을 익혀 완전해지고 나면 그때 다른 화백들에게 보인 후 황궁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미완성인 지금의 상태에서는 함부로 남에게 보일 수 없었다.

 “그러니 너는 예와 법을 반드시 배워야만 해. 그러면 너는 역사에 길이 남을 대화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찌하여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 그리 방종하게 구느냐.”

 ‘할아버지는 풍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는데…….’

 명성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자명이 불퉁한 얼굴로 스승을 노려보자 조운고가 다시금 회초리를 내려쳤다.

 “아얏!”

 “흥, 체력 하나는 좋더구나. 한 시진 이상 그리하고도 버틸 체력이 있다니. 더 벌을 주랴?”

 조운고가 콧방귀를 뀌자 자명이 얼른 고개를 숙여 조운고의 시선을 피했다.

 조운고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냉랭하게 말하고는 방 밖으로 걸어나가 버렸다.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붓보다 경전이니라. 내일부터는 경전을 강론할 터이니 너는 그리 알아라.”

 “예에.”

 자명이 시무룩한 얼굴로 대꾸하였지만 조운고는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조운고가 사라지자 자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부터 경전을 읽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괴로웠다. 아마 내일도 수도 없이 벌을 서야 할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벌은 그럭저럭 버틸 만하지만 말이다.

 그것은 무명도원도의 모작을 완성한 이후에 생긴 몇 가지 변화 중 하나였다.

 벌을 설 때에는 팔이 아프고 시큰시큰하다가도 문득 그림을 생각할 때면 팔이 시원해지고는 했다. 굳이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어도, 무명도원도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자명은 그때부터 팔이 아플 때면 눈을 감고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마음에 산을 그리고, 강을 그리고, 꽃을 그리면 저절로 무명도원도의 호흡이 일어나며 팔이 시원해졌던 것이다.

 그러면 땀도 잘 나지 않거니와, 난다 해도 투명한 땀이 났다. 자명은 악취 나는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자명은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변화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 기운을 몸으로 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꽃과 나비를 그릴 때에는 공중을 노니는 양 자명의 기운이 희미해졌다.

 “에휴!”

 자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밤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너는 굳이 예와 법에 마음을 두지 않아도 된단다. 그렇다면 이곳은 네게는 허당(虛堂)이나 다름없을 테니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지.”

 

 “정말 떠나야 하려나.”

 예와 법을 따르자면 무명도원도의 호흡이 심술을 부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조운고 사부님만 강요하는 것이라면 사정을 말하고 예와 법의 공부에서 벗어나 보겠는데, 채화당 전체가 예와 법을 중시하니 그럴 수도 없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가 예와 법을 따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채화당에 머물러 무명도원도의 호흡을 억지로라도 버려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떠나면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

 자명은 울적한 얼굴로 속삭였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는데, 그 얼굴이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자명은 방바닥에 벌러덩 누워 생각에 잠겼다. 자명의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상념이 깃들어 있었다.

 개중에는 꿈에 대한 상념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말한 진짜 그림과 꿈속의 노인이 말한 도원도가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중에 조운고 사부님께 지나가는 말로 여쭤보니 여암은 검선 여동빈이라던데, 그 사람도 알고 보면 검선이 아니라 화공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도는 무형이고 무상이지만 천지만물에 있다.”

 어쩌면 자신이 그려내야 하는 것이 그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형과 무상을 어찌 유형과 유상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이, 지금은 꿈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냐.”

 자명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몸을 뒤집고는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일단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진짜 그림이든 도원도든 그려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채화당이 이처럼 갑갑하게 여겨지긴 처음이었다.

 

 다음날도 자명은 경전에 대한 강론을 받았고, 그럴수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점점 더 커져 갔다.

 자신이 둔재라면 그림을 그릴 재주가 없는 것이니 떠나도 괜찮을 것 같고, 할아버지 말씀대로 정도를 걷는 것이라면 허당인 채화당을 벗어나도 괜찮을 것 같다.

 채화당에 쌓인 정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맞부딪칠 때마다 자명은 점점 더 초췌해져 갔다.

 그렇게 칠 일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마침내 자명은 일생일대의 탈선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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