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화공도담 더보기

스낵북
https://snackbook.net/snack/10...
>
작품안내
http://www.storyya.com/bbs/boa...
>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13 화
작성일 : 16-07-19 14:10     조회 : 554     추천 : 0     분량 : 710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채화당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드디어 무명도원도의 호흡에서 벗어나, 아니, 무명도원도의 호흡으로 여러 기운을 그리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신이 아니 날려야 안 날 수가 없었다.

 남궁세가를 떠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연무를 그린 그림을 들고 다시 찾아가면 될 일이었다. 자명은 벌써부터 연무도(鍊武圖)의 구도와 채색, 인물의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검은 이런 식으로 아래로 내리는 거야.”

 혼잣말을 주워섬긴 자명은 창궁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무공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자명이니 그 몸짓은 몹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자명은 그것도 모르고 쾌활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는 이런 구도로 하면 되겠다.”

 하지만 문득 생각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게 결린다. 자명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자신의 마음가짐이 틀렸음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시라도 그리움을 잊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다행히 연무 속에 숨겨진 하늘의 기운은 몹시 아름다웠고, 그런 것은 굳이 원치 않아도 저절로 그리워지는 법이다.

 상촌에서 중촌으로 걸어가는 길에 멈춰 선 자명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니까… 그들의 검로는…….”

 자명이 검은 아래로 내리고 다른 손은 하늘을 가리키는, 남궁세가의 기수식을 떠올렸을 무렵이다. 서화(書畵)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한낱 마음으로 그려낸 심상에서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일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어서 자명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그 기운 자체도 몹시 요상했는데, 하늘을 그리워한 검로를 그렸는데도 묵직하고 위엄 어린 기운이 나타나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군왕을, 아니, 제왕을 닮은 기이한 기세였다.

 자명이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어, 이게 아닌가?”

 하늘을 닮은 검로 속에 왕의 기운이 숨겨져 있을 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자명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심상에서 기운이 느껴진 것 자체도 이상한 일이건만, 그건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 자명이었다.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보다.”

 자명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홰홰 저어 심상을 떨쳐 낸 다음, 다시 한 번 남궁세가를 찾아가 연무를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더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하늘의 기운 대신 허튼 왕의 기운 따위나 그리게 생겼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하!”

 자명은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무명도원도의 모작을 완성해야 한다. 드디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 할아버지께 모작을 보여 드릴 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실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자명은 거의 뛰다시피 채화당으로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자명은 조금의 피로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보니 채화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명은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궁세가에서 먼저 돌아왔던 상준백 사부님도, 곽주 화백 어른도 먹물과 안료가 튄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서성이고 있었다.

 자명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갸웃대다가 상준백 사부님께로 천천히 다가갔다.

 “저, 사부님, 제자 자명이 왔습니다.”

 “아, 돌아왔구나.”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왜 다들 이렇게 나와 계신 거예요?”

 자명이 의아한 얼굴로 묻자 상준백이 안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상준백은 억지 미소를 지은 얼굴로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결정을 내린 듯 자명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음을 다독이고 잘 들어라, 자명아.”

 “예?”

 자명이 어리둥절한 듯 상준백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슬픈 얼굴로 자명의 시선을 피했다.

 “오채문 대화백께서 위급하시다.”

 자명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제6장 첫눈이 내리던 날

 

 1

 

 

 

 오채문 대화백이 위급하다는 소식은 채화당 전체를 술렁이게 했다. 수염 지긋한 노화백부터 젊은 화공까지 오채문을 염려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본당에서 오채문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했으나, 의원은 병자에게는 안정이 필요하다며 화공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본당에 남은 것은 채화당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곽주와 오채문의 친인이랄 수 있는 자명뿐이었다.

 의원이 약재를 달이랴, 침을 쓰랴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오가는 동안, 곽주와 자명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축시 초가 되었을 무렵에는 분주히 움직이던 의원마저 조용해졌다. 의원은 지친 얼굴로 곽주에게 면담을 청했고, 곽주는 무거운 신음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으니 남은 것은 하늘에 달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으음.”

 곽주는 무어라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의원을 바라보았다. 의원은 그런 곽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본인 역시 결코 원치 않으나 의원으로서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곽 화백께서는 마지막을 준비하셔야 할 겁니다.”

 “그럴 수 없소. 난 그럴 수 없어.”

 곽주가 잔뜩 쉰 목소리로 말했다.

 “채화당의 모든 화공들로 하여금 정숙을 지키라 하겠소. 의원께서 다시 한 번 치료해 주시오. 부탁하오.”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습니다. 이제는 그저 환자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

 “다시 치료해 달라고 하지 않소!”

 곽주가 의원의 말을 끊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 끝까지 곽주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곽주는 분을 이기지 못하여 고함을 지르려다가, 문득 자명을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자명은 검은 얼룩이 가득 진 옷을 입은 채 벽에 기대앉아 멍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곽주는 자명에게서 시선을 뗀 다음, 나직한 목소리로 의원을 불렀다.

 “본당 뒤에서 대화합시다.”

 의원 역시 자명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본인이 먼저 성큼성큼 본당 뒤편으로 향했다. 곽주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자명에게 그 모습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상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을 준비하라니……. 오늘이 지나면 이제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라니.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아 자명은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머리가 멍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은 조금씩 희미해졌고, 눈꺼풀도 서서히 아래로 내려앉았다. 의식도 하지 못했는데 졸음이 쏟아져 내렸던 것이다.

 그렇게 웅크린 채 얼마를 졸았을까.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자명은 귓가를 간질이는 인자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왜 여기서 자고 있누. 날이 찬데 들어가지 않고서.”

 자명은 슬픔에 지친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몇 번이나 끔뻑였다.

 눈앞에 기적처럼 오채문이 서 있었던 것이다. 얼굴색이 검고 깡말랐지만 은은한 미소만은 여전했다.

 “하, 할아버지?”

 “늦가을 바람은 겨울보다 매서운 법인데, 쯧쯧.”

 할아버지가 혀를 끌끌 차며 손을 내밀었지만 자명은 마주 잡을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던 할아버지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어쩌면 이것은 현실이 아니고 꿈일지도 몰랐다.

 “몸은, 몸은 괜찮으세요? 위급하시다고, 많이 아프시다고…….”

 “허허, 못된 의원이 거짓말을 했나 보다. 가슴이 답답하여 이렇게 바람을 쐬러 나온걸.”

 할아버지가 자신은 멀쩡하다는 듯 푸근하게 웃자 자명은 그제야 꿈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자 눈물이 펑펑 쏟아져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자명은 아이처럼 꺽꺽대며 소매로 눈을 훔쳤다.

 “하지만 네 모습을 보니 바람을 쐬는 건 그른 일 같구나. 오늘은 이 할아비와 같이 자자꾸나.”

 “네. 흐윽, 흑. 네에.”

 할아버지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자 자명은 얼른 손을 마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함께 걸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때는 키가 한참 작아 할아버지를 올려다보아야 했는데, 이제는 고개를 내리면 할아버지의 정수리가 보였다.

 자명은 눈물을 쓱쓱 닦고 몇 년 전처럼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음을 맞추어 걸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할아버지는 익숙한 향내가 풍기는 본당으로 자명을 이끌었다.

 “아무래도 늙은 모양이야. 몇 걸음 걷기가 어렵구나.”

 “얼른 누우세요, 할아버지.”

 자명은 본당에 들어서자마자 할아버지를 침상에 뉘였다. 할아버지가 자리에 들자 자명은 그 앞에 앉아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자명이가 많이 컸구나. 네가 작았다면 같이 누우면 될 일인데, 이처럼 커버렸으니 어쩌누.”

 “저는 괜찮아요, 할아버지.”

 자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은 채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자명은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쥐고 뼈마디가 튀어나온 손을 어루만졌다.

 “그동안 이상한 일이 생겨서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이제 모두 해결되었으니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얼른 모작을 완성해서 보여 드릴게요, 할아버지.”

 “그래, 이 할아비도 네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싶구나.”

 할아버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할아버지의 눈은 다른 때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보고 싶은 것은 자명이 네가 화공이 되는 거란다.”

 화공이 무엇인지는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을 알고 스스로 아름다워지며, 마침내는 마음을 다하여 그려내는 사람이다.

 자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할아버지. 꼭 화공이 될게요.”

 “화공이 되기는 쉽단다, 자명아. 하지만 진짜 그림을 그리는 화공이 되기는 어려운 법이지. 진짜 그림은 천지를 담아야 하는 법이거든.”

 자명이 이상한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았다.

 “봄이 지나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가면 어느새 겨울이 된단다. 그러한 천지간의 흐름을 알고 그려낸 것이야말로 진짜 그림이라 할 수 있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 한단다.”

 할아버지는 방 안이 천지라도 되는 양 은은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더니, 마주 잡은 손을 힘있게 쥐고 한없이 깊은 눈으로 자명을 바라보았다.

 자명은 감히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하였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여라, 자명아. 마음에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것을 잃지 말고, 천지간에 흐름이 있음을 바라보아라. 너는 그럴 수 있겠느냐?”

 할아버지의 눈에 찬 열망에 자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래. 너는 꼭 진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게야.”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열망이 사라지고 다시 푸근한 웃음이 배어들었다. 안심한 듯, 혹은 무거운 짐을 놓아버린 듯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진짜 그림을 그리려면 아마 채화당을 떠나야 할 게다. 너는 스스로 정도(正道)를 걷는 아이니 법식에 엄격한 이 채화당은 네게는 허당(虛堂)이나 다름없을 게야.”

 자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아버지가 이곳에 계신데 어디로 떠난단 말인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상리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웃음 지을 뿐이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더니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준다.

 “이 할아비가 재미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니에요, 할아버지.”

 자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아버지는 그런 자명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래, 그동안 어찌 지냈느냐? 의원에게 네 소식을 물으니 무슨 남궁세가인지 하는 곳에 갔다고 하던데.”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해보라는 듯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자명의 손을 살짝 흔들자 자명은 싱긋 웃고는 입을 열었다.

 “예. 남궁세가에 다녀왔어요, 할아버지. 거기서 이상한 아가씨를 만났는데요, 가주 되시는 분의 따님인데 매일 얼굴을 차갑게 굳히고 돌아다녀요. 그리고 이상한 것도 많이 물어봐요.”

 며칠 있었던 것 같지도 않는데 해야 할 말이 많았다. 화란 아가씨와 나눈 대화부터 하늘을 닮은 검과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까지 자명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한창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의원이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편안한 미소를 짓자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문간 너머에 있겠다며 물러나 주었다.

 자명은 또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 빠져들 때까지 자명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두 조손에게는 꿈결 같은 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날.

 할아버지가 누워 계신 침상의 아래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던 자명은 문득 추위를 느꼈다. 새우처럼 몸을 말아보아도 추위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자명은 무어라고 웅얼웅얼하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본당과 연결된 후원을 바라보았다. 후원의 문이 살짝 열려 그 틈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있었다.

 자명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 후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다가 차가운 물방울이 손에 닿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손에 와 닿은 것은 눈이었다.

 자명이 후원의 문을 살짝 열어보니, 과연 하얀 눈이 포근하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의 첫눈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할아버지, 첫눈이 와요. 벌써 겨울인가 봐요.”

 아직 눈이 오기에는 이른 철인지라 자명은 신기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깊은 잠에 들었는지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으신다.

 “아, 할아버지 추우시겠다. 문을 닫을게요, 할아버지.”

 그렇게 말하고 후원 문을 닫는데 문득 본당이 지나치게 고요하게 느껴진다. 싸늘한 정적이 자명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다.

 “할아버지?”

 자명은 고개를 돌리고 잠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였다.

 “일어나 보세요, 할아버지.”

 자명이 재차 삼차 불러도 할아버지는 계속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지으셨던 미소, 초롱꽃을 떼어주시며 지으셨던 미소, 그림을 그리다가 실수로 먹물을 쏟아도 혼내지 않고 대신 지어 보이던 그 미소가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할아버지…….”

 자명의 눈에 그제야 눈물이 고였다. 자명은 소매로 얼굴을 훔쳤다가 몇 번이나 훔쳐도 눈물이 계속 흐르자 아예 얼굴을 감싸 쥐고 말았다.

 겨울이 왔음을 알리며 세상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첫눈처럼 할아버지에게도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너무나 시리고 차가운 겨울이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23 화 2016 / 7 / 19 703 0 8360   
22 22 화 2016 / 7 / 19 567 0 7236   
21 21 화 2016 / 7 / 19 554 0 7112   
20 20 화 2016 / 7 / 19 575 0 4130   
19 19 화 2016 / 7 / 19 543 0 7316   
18 18 화 2016 / 7 / 19 630 0 4930   
17 17 화 2016 / 7 / 19 550 0 6637   
16 16 화 2016 / 7 / 19 546 0 5209   
15 15 화 2016 / 7 / 19 553 0 9298   
14 14 화 2016 / 7 / 19 599 0 5164   
13 13 화 2016 / 7 / 19 555 0 7105   
12 12 화 2016 / 7 / 19 586 0 7953   
11 11 화 2016 / 7 / 19 539 0 8012   
10 10 화 2016 / 7 / 13 518 0 6795   
9 9 화 2016 / 7 / 13 555 0 7683   
8 8 화 2016 / 7 / 13 564 0 6388   
7 7 화 2016 / 7 / 13 543 0 4620   
6 6 화 2016 / 7 / 13 724 0 7112   
5 5 화 2016 / 7 / 13 591 0 7817   
4 4 화 2016 / 7 / 13 572 0 10095   
3 3 화 2016 / 7 / 13 565 0 8621   
2 2 화 2016 / 7 / 13 696 0 8696   
1 1 화 2016 / 7 / 13 845 0 73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마감무림
촌부
우화등선
촌부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