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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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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11 화
작성일 : 16-07-19 14:08     조회 : 539     추천 : 0     분량 : 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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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2

 

 

 

 언젠가부터 남궁화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화공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가법에 엄한 남궁세가를 갑갑하다 여긴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천하제일을 위해 스스로를 지나치게 다그치고 있다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남궁세가 전체를 두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면 그것은 자신에게 한 말 같았다.

 문득문득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남궁화란의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래서일까?

 시비나 제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시비나 하인들은 자신을 보면 사색이 되었고, 제자들은 자신만 보면 도무지 쉬려 들지 않는다.

 자신이 지나치게 저들을 다그친 것은 아닐까. 본래의 마음은 벌써 떠났는데 가법만이 저들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남궁화란의 상념은 점점 더 덩치를 불려갔다.

 결국 삼 일이 채 되기 전에, 남궁화란은 외원으로 향하고 말았다. 덕택에 평소처럼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던 자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늘도 문방사우는 보이지 않는군요.”

 “앗! 화란 아가씨!”

 쪼그려 앉아 있던 자명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여 보였다.

 남궁화란은 아예 눈도 마주치기 싫다는 듯이 연무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득문득 자명의 눈을 떠올리곤 했던지라 시선을 마주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저, 며칠 전 일은 죄송했습니다.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가씨를 뵙는 데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남궁화란은 여전히 자명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아직도 화가 많이 나 있나 보다라고 생각한 자명은 어떻게든 화를 풀어보려 애썼다.

 “며칠 전에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남궁세가가 탐욕스럽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저, 정말입니다.”

 “그대의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인가요?”

 사과는 받아주지도 않고 반문을 하자 자명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직도 그대는 남궁세가를 갑갑하게 여기느냐고 묻는 거예요.”

 자명은 잠시 남궁화란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폈다. 하지만 남궁화란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도무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자명은 또다시 솔직히 말해 버리고 말았다.

 “…예, 조금요.”

 멋쩍어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얄미워 남궁화란은 자명을 흘겨보았다.

 자명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물쭈물했다.

 “그대는 남궁세가가 갑갑한 이유를 모두들 지나치게 긴장하였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은 가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갑갑하다 여길 일이 아니에요.”

 남궁화란은 차가운 얼굴로 자명을 쏘아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명은 또다시 그녀의 얼굴 속에서 피로함을 엿보고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마음이 도도하여 중용을 지키고, 흐트러짐이 없다면 예와 법은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때때로 흔들려 탐욕이 생기고, 중용을 잃고 한곳으로 편중되며,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고요한 것이 아니라 폭풍처럼 흔들리고는 해요. 이것을 부정하진 않겠지요?”

 자명은 옳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예와 법이 필요해요. 심지가 올곧아 중용을 지킬 수 있을 때까지 예와 법이 마음을 다스려 주지요. 그렇게 마음을 다스려 굳건하게 하면 마침내는 성인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남궁세가의 가법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해요.”

 자명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해 보았다.

 “지나치게 예와 법에 얽매이면 실보다 허가 많아지고, 종국에는 그것의 노예가 된다고도 하던데요.”

 말을 마친 자명이 이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남궁화란의 눈이 가늘어졌다.

 “동시에 예와 법이 바르게 서면 허가 사라진다고도 했지요. 남궁세가의 법도에는 결코 허례가 없어요. 그대는 아마 이것을 몰랐기 때문에 갑갑하게 여긴 것일 거예요.”

 복잡한 성현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자명은 그만 난감해지고 말았다.

 본래 문인화(文人畵)를 배우려면 유가(儒家)의 가르침도 알아야 했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몇 가지 이야기만을 해주었을 뿐이다.

 자명은 자신감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저는 아둔하여 성현들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자명이 자신없는 표정을 짓자 남궁화란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흥, 역시 그랬군요. 이해할 수 있어요. 화공이 유가의 가르침을 깊게 깨닫기는 어려울 테니. 그러니 그대의 발언 역시 굳이 탓하지 않겠어요.”

 남궁화란은 흡족하게 웃고는 이제 슬슬 내원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화공의 말은 역시 틀린 것으로 더 신경 쓸 것이 못 됐다.

 하지만 그때 자명이 반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속박되어 있는걸요.”

 “그게 무슨 소리지요?”

 자리를 떠나려던 남궁화란이 불쾌한 얼굴로 되물었다.

 문득 나뭇가지를 바라보니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자명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뇌어보았다.

 “예와 법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위해야 한다고 합니다. 만약 사람을 위하지 않으면 예와 법이 아니라 악이라 불러야 하는데, 이는 예법보다 다스리는 이의 몫이니 그 마음 안에는 마땅히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대요.”

 “흥, 남궁세가의 예법 역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해요. 다스리는 이의 몫이라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그것 역시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남궁화란이 고집스럽게 말하자 자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가씨가 말한 대로라면 왜 사람들의 마음이 답답하고 속박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가요?”

 자명이 맑은 눈으로 남궁화란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남궁화란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가주이신 아버님이 폐관하다시피 한 이후로 임시로나마 자신이 남궁세가를 관리하고 있었으니, 화공의 말은 다름 아닌 자신의 마음을 묻는 것이었다.

 ‘천하제일이라는 명성을 얻고자 지나치게 남궁세가를 다그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또다시 떠올랐다.

 남궁화란은 짜증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마음의 갑갑함을 해소하러 왔건만 대화 내용도, 기분도 며칠 전과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이만 가보겠어요.”

 “예. 저기, 저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자명이 눈치를 살피며 예를 표했고, 남궁화란도 마주 머리를 숙여 보였다.

 자명은 그것을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착각하고는 혼자 행복해했다.

 이제 마음의 부담을 떨쳐 버리고 무명도원도의 호흡에 다른 기운을 넣는 법만 고민하면 되었다.

 하지만 자명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다음날 오후, 평소처럼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던 자명은 또다시 남궁화란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놀란 자명이 또다시 허둥댔지만, 남궁화란은 개의치 않고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

 “다스리는 이의 몫이라면 논공행상을 논함이 분명해요. 공을 세운 이에게 상을 주고 죄를 저지를 이에게는 벌을 주는 것, 즉 다스리는 이의 아름다움은 바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을 말하는 것일 테지요.”

 갑자기 나타나 인사도 없이 무어라고 쏘아붙이는 모습에 자명은 식은땀을 흘렸다.

 유가의 가르침은 잘 몰라서 할아버지의 말을 앵무새처럼 옮겨 말했을 뿐인데 괜한 덤터기를 쓰게 됐다.

 “저, 저는 그런 걸 잘 모르는데요.”

 “모른다니? 스스로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입을 열었단 뜻인가요?”

 남궁화란의 표정은 매섭기 짝이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분한 것처럼도 보여 자명은 난감해졌다.

 “그저 저는 사람을 위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는데요. 논공행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상을 줄 때도 기준보다 사람을 위하고, 벌을 줄 때도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명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더듬더듬 말해갔다. ‘흥, 고작 그 정도로 나를 가르치려 든 건가요?’요와 같은 말이 나오면 재빨리 사과를 할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 말이 통했나 보다.

 남궁화란은 쉽게 반론을 하지 못하고 자신을 노려보다가 몸을 홱 돌려 가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날, 또다시 반론을 준비해 왔다.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옳은 말이나, 신상필벌은 만인에게 본을 보이는 의미 역시 있으니 사감이 섞여서는 아니 되어요. 신상필벌의 의미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상을 받는 이를 우러르게 만들고 벌을 두렵게 여기도록 하여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기준보다 사람을 위할 수 있겠어요?”

 남궁화란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명은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며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떠오르는 가르침은 사람을 위하라는 것과 아름다워지라는 말뿐이었다.

 차라리 그림에 관한 마음가짐을 물어봤다면 더 쉬웠을 텐데.

 자명은 남궁화란이 듣지 못하도록 작게 투덜거린 다음, 생각한 바를 말해갔다.

 “기준에는 어긋났으나 마음만은 진실한 사람이 있다면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다스리는 이의 아름다움이란, 일의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하여 상과 벌을 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명의 시선을 마주한 남궁화란이 또다시 움찔했다. 그녀는 곰곰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듯하더니 이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런 의미였군요. 그렇다면 우리 남궁세가 역시 마찬가지에요. 남궁세가가 마음마저 무시하고 벌을 내릴 것 같은가요?”

 도저히 대답을 찾을 수 없었던 자명은 또다시 ‘그런가요?’라고 반문했다. 남궁화란의 얼굴에 남아 있는 피로와 사람들의 얼굴에 가득한 두려움과 긴장을 이해하지 못해 반문한 것이었다.

 남궁화란은 또다시 대답하지 못하고 자명을 노려보다가 자리를 떠나 버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남궁화란의 방문은 계속 이어졌다.

 하는 업무가 많은 모양인지 긴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짧게나마 나타나 유가(儒家)의 어려운 말들로 쏘아붙이다가 가곤 했던 것이다.

 대신 자명은 남궁화란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을 찾았는데, 그것은 ‘그런가요?’ 하고 묻고 그녀의 눈을 바라봐 주는 것이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늘 그렇게 끝났는데, 자명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정말로 그러하냐는 반문을 하면 남궁화란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분해하다가 가버리곤 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남궁화란의 방문을 받은 자명은 또다시 비법을 꺼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런가요?”

 “그, 그건…….”

 남궁화란은 또다시 할 말을 잃고 분한 듯 자명을 노려보았다.

 자명은 그녀의 얼굴에 어린 피로를 보고 안쓰럽게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무거우면 쉽게 피곤해진다고 했는데, 과연 그녀의 얼굴이 그러했다.

 마음을 좀 편히 가지라고 해주고 싶지만 말주변이 없으니 또다시 오해를 사게 될까 두렵다.

 “흥!”

 평소라면 벌써 떠나갔어야 할 남궁화란이 이번에는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가운 표정으로 자명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대는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군요.”

 “아, 아직까지도 심상을 다듬고 있습니다.”

 “매번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던데, 천하를 울릴 만한 작품이 나오려나 보지요?”

 속이 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비꼬는 어조로 말해 버린 남궁화란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안 든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대단한 작품을 그릴 재주는 없습니다. 그저 약간 고민이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늦어지는 것뿐이에요.”

 무명도원도의 호흡에 다른 기운을 넣는 법을 알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모작을 완성해 할아버지에게 보여 드릴 것이다. 그다음엔 남궁세가의 하늘을 닮은 검로를 그려 보낼 참이었다.

 그런 날이 언제 올까 싶지만 말이다.

 “무엇이든 다 아는 척을 하더니 그대도 모르는 것이 있나 보군요. 도대체 무슨 고민을 하는 거지요?”

 남궁화란의 어조는 여전히 불퉁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주제에 무슨 고민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자명은 침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한 호흡으로 여러 기운을 그리는 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호흡?”

 기운(氣運)이 아니라 기운(氣韻)을 말하는 것을 보니 고화품록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명가의 후손으로 금기서화에 관해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춘 남궁화란이었다.

 하지만 호흡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호흡은 때마다 달라지는 것으로, 짧은 획에서는 짧게 호흡을 하고 긴 획에서는 길게 호흡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가지 호흡이라니 무슨 소리일까.

 “문사나 화공들이 획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호흡을 단속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저기, 자세히 설명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아가씨.”

 자명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이 제 숨을 제 맘대로 내쉴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해 봐야 믿음을 얻기는커녕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명이 발뺌을 하자 남궁화란은 더 캐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잠시 주저하다가 이번에는 다른 것을 질문했다.

 “고민이 깊은가 보군요. 그렇다면 더 묻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질문하지 않을 수 없군요. 고민하는 바가 있다면 마땅히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화사를 벌이지도 않을 거면서 어째서 남궁세가의 연무를 참관하고자 했나요?”

 오늘따라 궁금한 것도 많고 말도 많다. 자명은 떨떠름한 얼굴로 남궁화란을 바라보았다.

 “그게, 남궁세가의 연무를 보니 제 고민이 해결되는 데 도움이 좀 될 것 같아서…….”

 “만류귀종이라고는 하지만, 가는 길이 다른 법인데 무학(武學)이 서화(書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던가요?”

 “기운생동한 움직임을 보는 것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요. 화공에게는 기운생동만큼 중요한 화두가 없거든요. 기의 청탁은 신체에 달린 것이니 억지로 힘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말도 있고…….”

 자명은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남궁세가의 연무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얼마 전에 읽었던 전론의 한 부분이 맴돌고 있었다.

 “재미있는 말이군요.”

 물끄러미 자명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남궁화란도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명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예? 재미있다니요?”

 “기의 청탁은 신체에 있으니 억지로 힘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氣之淸濁有體, 不可力强而致]말이요. 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렇게 말한 남궁화란은 느긋하게 자명에게 예를 표했다.

 덕택에 자명의 마음은 한층 더 초조해지고 말았다. 남궁화란이 뭔가를 아는 듯한데 알려주지는 않고 떠나 버리려 하지 않은가!

 “저, 아가씨, 혹시 뭔가 아시는 것이 있나요? 실례가 아니라면 가르침을 구합니다. 부탁할게요.”

 남궁화란은 대답 대신 물끄러미 자명을 바라보기만 했다. 자명은 멋쩍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재차 숙여 보였다.

 “그대가 이처럼 초조해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

 남궁화란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전긍긍한 것은 늘 자신이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화공이 초조해하니 왠지 모를 만족감이 들었다.

 자명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남궁화란은 곧 자신의 추태를 깨닫고는 흥,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좋아요. 그렇다면 가르쳐 드리지요. 마음[心]이 미치는 곳에 기(氣)가 쌓이니 마음이 탁하면 기혈이 굳고 마음이 맑으면 기혈이 소통된다고 했어요. 기운의 청탁은 신체가 주관하고, 그 신체는 마음이 주관하는[氣之淸濁有體, 體之淸濁有心] 이치지요. 이는 본래 무학의 가르침이나 마음을 맑게 하면 건강해진다는 뜻이니 민간에도 통용될 가르침일 것이에요.”

 남궁화란이 말한 것은 무학의 기본 가르침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본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알고 보면 심검(心劍)의 경지도 저러한 이치를 따르는 것이니 결국은 수련하는 이의 깨달음이 얼마나 깊으냐에 따라 달린 셈이다.

 남궁화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자명이 초조하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디에 있는데요?”

 “그것은 법마다 다를 테지요.”

 미소를 지은 남궁화란은 인사도 없이 연무장 밖으로 걸어나갔다. 자명은 붙잡아놓고 어떻게든 캐물어보고 싶었지만, 명가의 아가씨에게 함부로 무례를 저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명은 남궁화란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법마다 다르다니…….”

 남궁화란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자명은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았다. 법마다 다르다는 소리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더 알려주고 가시지.”

 자명은 불퉁한 얼굴로 남궁화란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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