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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제국의 광대
작가 : 연보라
작품등록일 : 2016.12.21

"황금의 나라 '엘도라 제국'의 황궁에는 판자마을에서 자란 공주가 있다고 합니다."
왕자는 호기심이 많았다.
[...]
그리하여 시작된 것이다. 엘도라 제국을 향한 그의 여행이.

 
1화 (2)
작성일 : 16-12-21 19:24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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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광대놀음>

 

 1화

 

 “아, 감사합니다.”

 

 반사적인 인사였다. 마데카는 내 영혼 없는 말을 듣고 작게 웃었다.

 

 “생일 선물을 깜빡했지 뭐니. 따뜻한 코코아다.”

 

 이전과 다름없는 따뜻한 말투다. 왜일까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것을 코코아와 삼켰다. 달달하고 따뜻한 기운이 몸에 퍼지자 마음이 진정됐다.

 

 “정말 맛있어요.”

 

 “생일 축하한다.”

 

 마데카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나도 마주보며 웃고 있는데,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훈훈한 공기 사이로 날아들었다.

 

 “마데카. 시프님은 시스리야 황녀님의 따님인 엘도라 제국의 공주님이시다. 그걸 알고도...”

 

 “전 괜찮습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리베로 백작은 진한 일자 눈썹을 치켜떴다. 중간에 말이 잘려서인지 불쾌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별말 하지 않는 걸 보니 내가 공주라는 신분이 정말 맞는 모양이다. 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때를 떠올렸다.

 -

 “시프야. 네게 줄 것이 있단다.”

 

 여름이었나. 끈적한 땀 때문에 유난히 예민해진 날이었다. 엄마는 늘 아빠에 대해 묻는 것을 싫어했다. 나는 속으로만 아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상상 속 아빠의 모습은 큰 키에 잘생긴 모습을 한 미남이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그는 잘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건 아빠의 유품이야.”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부터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가난한 마을. 천민들이 모여 산다는 이름조차 없는 지저분한 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취미와 습관. 말투와 행동거지. 내심 눈치 채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엄마와 아빠의 신분. 그리고 그들의 딸인 내 신분을.

 

 “유품이요?”

 

 나는 아빠라는 단어보다 유품이라는 단어에 놀라 물었다. 엄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응. 그동안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는 정말 멋있고 따뜻한 사람이었단다. 엄마가 마음이 아파서 용기를 못 냈어.”

 

 마음이 아파서 용기를 못 냈다. 이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갓 일곱 살 된 어린이였으니까. 그럼에도 엄마가 비치는 표정은 너무 슬퍼서, 나는 아빠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시프, 네가 아빠 목걸이를 갖고 있어준다면 아빠가 정말..기뻐할 거야. 이제 일곱 살이 되었으니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시프가 엄마 나이 때까지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아빠가 돌봐주실 거야. 지금까지 엄마를 건강히 지켜줬거든.”

 

 엄마는 나에게 목걸이를 걸어주고는 꼭 안아줬다.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는 아주 비싸고 귀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감사해요. 그치만 엄마한테 더 잘 어울려요.”

 

 “아니야.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야한다.”

 

 엄마는 내가 다시 걸어주려는 목걸이를 한사코 거절했다. 이제 네 것이라면서.

 -

 공주라. 낯선 단어다. 난 그저 막연히 귀족 아가씨를 상상했을 뿐이었다. 엄마가 황녀였다니...... 왜 이런 곳에 오게 됐던 걸까?

 

 “더 늦기 전에 얼른 떠나셔야 합니다. 일정이 늦어질수록 공주님께서 노출되실 위험이 높습니다.”

 

 생각에 잠긴 채 느긋하게 코코아를 마시던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리베로 백작이 재촉하기 시작했다. 난 이제 기사들의 보호 아래 궁에서 지내야 하는 건가. 엄마는 나와 이웃집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물론 공주와 왕자 이야기였다. 궁 밖을 나가지 못하는 공주. 기사들에 의해 보호받는 공주. 암살의 위협을 받는 공주. 무료하거나 위험한, 극단적인 상황의 공주는 늘 왕자와의 사랑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동화라는 것에 충실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엄마의 이야기는 어른들도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리고 열네 살이 된 지금의 나는 엄마가 들려준 동화가 현실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해마다 또 어떤 것들을 알게 될까. 그 전에 궁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을까.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솔직히 말해 좋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으리라. 공주로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럼 짐부터 챙길게요. 갖고 있는 게 낡은 주머니 밖에 없지만요.”

 

 나는 탁자 한 쪽에 놓여있던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도중에 짐이 쏟아질까 걱정되었지만 애초에 가져갈 짐이 거의 없으니 괜찮을 거다. 리베로 백작은 내 가방을 보고는 또 다시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마다 나오는 버릇인 것 같았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궁에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치 그런 걸 왜 갖고 가냐는 말투였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건 없잖아요.”

 

 꿈틀, 초록 잔디를 연상시키는 곧은 눈썹이 또 꿈틀댔다. 못 마땅한 얼굴은 당장이라도 내가 짐을 싸는 것을 말리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그러고 싶다는데. 하고 싶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은 엄마도 쉽게 말리지 못했다. 음. 의외로 공주라는 신분에 빨리 적응할지도 모르겠는걸.

 

 “시프야 이것도 챙겨야지.”

 

 “아! 고마워요 마데카. 이제 준비됐어요.”

 

 엄마가 만들어준 나무 컵과 옷 몇 벌, 좋아하는 책들을 챙겼다. 마데카는 내가 쓰는 연필을 잊지 않도록 챙겨주었다. 이제 마데카와도 이별이겠지. 그동안 나를 살뜰히 챙겨준 마데카가 새삼스럽게 눈에 담겼다. 누런 이에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숱 많은 곱슬머리를 가진 아저씨. 나는 내 은인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마데카 덕분에 제가 벌써 내년이면 성인이 되네요.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않을 거에요. 제 은인이라고 생각할게요.”

 

 “시프...”

 

 마데카의 갈색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괜히 시큰해지는 코를 만지며 작별의 악수를 건넸다.

 꽈악-

 마주잡은 마데카의 손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마데카 수족냉증 있어요? 따뜻한 코코아 마셔야겠네.”

 

 “크크큭. 그러게 아까 나 좀 남겨주지 그랬니.”

 

 “어머, 생일 선물은 원래 나누지 않는 법이랍니다~”

 

 농담을 주고받던 나와 마데카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흐흑. 그동아안 징짜 감사해써요 흐그흐흑”

 

 “흫어어 정말 즐거웠어 흐어엉”

 

 “....마데카도 같이 가니까 그렇게 슬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소매로 닦는 것을 바라보던 리베로 백작이 말했다. 올려다본 그의 얼굴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태껏 본 눈썹들 중 가장 올라가있었다. 뭐 우는 애 처음 봐? 나는 훌쩍이며 눈물에 섞인 콧물을 대충 닦았다.

 

 “더러..크음, 여기 손수건이 있습니다.”

 

 백작은 기겁하는 얼굴로 손수건을 건넸다. 부드러운 실크로 된 손수건은 난생처음 보는 화려한 자수가 들어간 고급스러운 재질이었다.

 

 “갱찮은뎅.. 감사합니다. 흐끅.”

 

 “마음껏 쓰십시오.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데카, 너도 얼른 정리해라. 최대한 빨리 성으로 가야한다.”

 

 “흐헣..네....흐흐헣”

 

 마데카는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닦았다. 내가 갖고 있는 손수건과는 확연히 다른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나와 마데카의 산파가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이러다가 눈썹이 이마를 넘어 머리까지 갈 기세다. 근데 마데카는 계속 같이 있을 거면서 왜 저리 우는 거야. 영영 못 보는 줄 알았네. 덕분에 봇물 터지듯 흐르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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