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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에드가&재호
작가 : 약먹은인삼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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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성악과 대학생 신재호.
매일 밤 그는, 레무리아 대륙의 사냥꾼 에드가를 꿈꾼다.
존재감 없고 자신감 부족하지만 구김살 없는 재호와
싸가지 없고 패기만만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가진 에드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끼치며
조금씩 바뀌어 가는데…….

 
제 22 화
작성일 : 16-07-19 11:28     조회 : 571     추천 : 0     분량 : 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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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지사 시간도 남은 것. 여유도 있겠다, 적당히 구경도 하기 좋겠다, 재호는 앞선 공연팀의 연습을 관람했다.

 어떤 뮤지컬인지는 모르지만 춤이 부드럽고 일사불란하게 이어지는 것이, 현대무용이나 발레가 가미된 재즈 댄스처럼 보였다.

 문외한인지라 더 깊이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진짜 잘 춘다.”

 그리도 또 하나를 장담했다.

 ‘보긴 좋은데 하라고 한다면…… 어휴.’

 강한 남자, 사나이, 불같은 열정! 창술을 연마하고 몸을 단련한 건 에드가를 모델로 삼은 탓이었다.

 무장이 여기에 맞아서 천만다행이고 기분 좋게 준비했는데, 만약 발레를 하라고 하면 정말 정색을 할 것 같았다.

 아직 무대를 위해 변신을 꾀하고 희생하기엔 재호의 프로 의식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에드가의 성정을 일부 닮아가는지라 이러한 성격이 조금씩 굳어가고 있기도 했다.

 그즈음, 간단히 자신의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윤수가 다가왔다. 재호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담아 물었다.

 “안무가 굉장히 화려하고 빠른데, 혹시 저희도 저런 걸 하게 되나요?”

 “아닙니다. 저건 장르 자체가 록 뮤지컬에다가 로맨틱 코미디라서 그건 거거든요. 재호 씨가 하게 될 뮤지컬은 개그 코드와 클래식을 가미한 뮤지컬이라서 저런 동작보다는 더 큰 동작 위주로의 안무가 짜이고 있어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네요. 저런 안무를 해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좀 어려워 보였나 봐요?”

 “하하, 어렵긴 어렵죠.”

 걱정기가 다분했는데, 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함보다 귀찮아하고 마뜩찮아 하는 재호의 기색을 이윤수가 읽었다.

 못 해서가 아니라 싫어하는 모습이 여느 초보 배우와는 사뭇 다른지라 윤수는 의외라는 듯 재호를 보았다.

 재호의 지루함도 덜어줄 겸, 호기심도 채울 겸 그가 툭 말했다.

 “재호 씨 감상에 안무의 완성도는 어때 보입니까?”

 “전 노래나 알지 다른 건 잘 몰라요. 남들 보고 따라 하는 센스는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보고 나서 완성도를 파악할 정도는 안 되죠.”

 이윤수가 뒤늦게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성악 전공자셨지. 어때요? 요새 성악 전공자분들이 뮤지컬로 많이들 전향하시는 것 같던데.”

 “많이들 옮기는 추세죠. 아무래도 성악은 유학을 가거나 합창단에 들어가야 하는데, 유학은 돈이 많이 들고, 합창단은 일 년에 기껏해야 2∼3명 뽑으니까.”

 재호의 입에서 술술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도 예전이랑은 다른 게, 제 위의 선배들은 성악가로 성공이 안 될 거 같아서 뮤지컬 하겠다고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반면, 요새 후배들은 애초에 뮤지컬을 하고 싶다면서 성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기왕이면 잘하는 성악가가 뮤지컬로 왔으면 좋겠군요. 재호 씨 전에 봤던 성악 전공자들은 다 노래를 연영과 출신보다도 못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씁쓸했지만 윤수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와 닿는 재호였다.

 뮤지컬 하겠다고 하던 선배들을 보면 말이 뮤지컬이 목표지 결국 성악의 실패자들이 많았다.

 안 될 것 같으니까 다른 걸 하려는데 성악과 비슷한데다가 뭔가 폼도 나는 것 같아서 뮤지컬로 전향하곤 했다.

 그러나 실력은 어디에나 통용되는바. 성악 실패자가 어찌 뮤지컬에서 활약할 수 있겠는가.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악을 계속했고, 가끔 있는 몇몇을 제외한 모두는 뮤지컬계로 전향을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마주쳤다면 성악 전공자들이 노래를 못 한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 분명했다. 재호가 이 오해를 잡아주려고 말하려는 때였다.

 먼저 연습하던 팀원들이 칼같이 시간에 맞춰 정리하고 빠져나가느라 부산스러워졌다. 그리고 기다리던 무술 감독이 1시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저기 오셨네요.”

 광대뼈가 도드라질 만큼 마른 얼굴의 남성이었는데, 호리호리하지만 어깨 품이 넓고 내딛는 걸음의 보폭이 크고 넓었다.

 몸은 그랬던 데 반해 옷차림은 수수하고 입과 눈가의 웃음도 본래 그런 사람인 양 넉넉했다.

 딱히 무술 한다는 티는 전혀 나지 않는 평상복의 그가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작품에 무술 감독을 맡은 오규찬입니다.”

 재호 역시 바로 힘을 주어 맞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재호입니다.”

 그 모습이 긴장되어 보인 걸까? 오규찬 감독은 입가의 미소를 더욱 짙게 하고는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딱히 거창하게 하려는 건 아니니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간단하게 우리가 액션신을 어느 정도까지 그려도 될까, 이런 거 확인하려고 모신 겁니다.”

 오규찬 감독이 연습실 중앙 스테이지로 안내했다.

 “다른 조역들은 캐스팅할 때 이미 다 확인했는데, 재호 씨만 확인을 못 했거든요.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는지를 보는 건데, 예를 들면 텀블링 같은 겁니다. 혹시 하실 줄 아세요?”

 “잘은 못 하지만, 한 번 해보겠습니다.”

 서슴없이 대답했다. 사실 일명 재주넘기라 하는 텀블링은 재호가 해본 적도, 해볼 일도 드문 동작이었다.

 달리기나 농구, 축구를 하면서 옆으로 돌고 뒤로 회전할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에드가의 몸놀림을 따라 하며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곧잘 흉내 낸 전적이 있기에 무술 감독의 말에 뒤로 빼거나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윤수야, 매트 한 장만 꺼내 와라.”

 “네!”

 조연출이 구석에 있던 매트를 가지고 와서 바닥에 깔았다. 재호는 그 위에서 에드가의 동작을 보면서 준비했던 공중 돌기를 시도했다.

 고난이도의 기술로 수련한 탓인지 기본적인 공중 돌기는 손쉽게 할 수 있었다. 묘하게 보는 무술 감독의 시선에 재호가 바로 자진 납세했다.

 “사실 제가 제대로 배운 게 아니라서요. 텀블링을 제대로 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측공이 괜찮군요. 동작이 좋습니다.”

 “예? 이게 텀블링이 아니었어요?”

 에드가가 자주 하는 공중 돌기 동작이 텀블링이라고 생각해 왔던 재호에게 오규찬 감독이 착각을 정정해 주었다.

 “앞 돌기가 텀블링이고 옆 돌기를 측공이라 합니다. 지금 재호 씨는 측공을 아주 잘하셨어요.”

 “실수한 거였네요.”

 머쓱해하는 재호와 달리 오규찬 감독은 더 좋다고 말했다.

 “측공이 가능하면 보여줄 수 있는 동작들이 더 많아집니다. 혹시 선자는 됩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선자요?”

 “아, 따로 배우고 그런 게 아니라서 명칭을 모르시나? 보여 드릴게요.”

 무술 감독은 재호와 거리를 살짝 벌리더니 상체를 수평으로 두고 올려 차는 동작과 함께 횡으로 돌았다.

 홍콩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동작이었는데 이 역시 공중돌기의 일종이었고 예습을 충분히 했던지라 발과 회전 방향이 명료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동작인데? 가능하시죠?”

 “아마도 될 거 같네요.”

 몸에 회전을 주어서 튀어 올랐다. 흔히 익숙하지 않은 동작은 불안감으로 몸에 제동을 걸기 마련이다.

 사고에 대비하고 학습이 덜 되었기에 일어나는 방어 기재인데, 재호에게는 실패와 다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도 없었다.

 직접 한 적은 손에 꼽지만, 꿈에서 매번 이보다 더한 것도 한다는 자신감이 호쾌한 연출을 이끌었다.

 결과는 매우 그럴싸한 성공으로 나타났다. 오규찬 감독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습니다. 따로 회피 동작은 손볼 필요 없이 이것들을 이용하면 되겠어요. 다음은 무기 쪽인데, 혹시 창 같은 거 다뤄보신 적은 없으시죠?”

 “장수인데 칼이 아니라 창을 쓰나요?”

 “환도는 흑치상지역만 사용합니다. 나머지는 창이죠.”

 사람만 없었다면 바로 만세를 외쳤을 상황이다.

 ‘이거 대박인데?’

 에드가의 전용 무기와 딱 맞아떨어졌다.

 딱히 재호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래 장수들이 쓰는 무기라 그러한 것이었지만, 이쯤 되면 운이 트여도 아주 제대로 트였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조금 연습한 게 있긴 한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창을요?”

 해보라는 눈짓에 윤수가 재호에게 소품용 창을 건넸다.

 지금껏 열심히 휘둘렀던 대걸레 자루와는 손에 쥔 감촉부터 기분까지 모두가 남달랐다. 역시, 막대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무기를 써야 좋은 것이다.

 ‘나중에 봉이나 창 같은 거 하나 사야지.’

 길이와 무게를 가늠하며 에드가의 경험과 비교한 재호가 곧 레무리아 시저들의 기본 창술을 선보였다.

 에드가의 창술을 보여주면 정말 멋있을 테지만, 아직 덜 만들어진 몸 상태라 버거웠다.

 운동을 많이 한다손 쳐도 축복받은 에드가만큼의 몸이 없으면 그의 회전 창술을 온전히 구사할 수 없을 테지만 말이다.

 마치 검술의 황소 자세처럼 수평으로 높게 들었다가 돌리면서 내려찍었다.

 당기고 강맹하게 찌른 뒤 몸을 회전하며 바로 중단 횡 베기. 연이어 반대 방향으로 올려 긋는 사선 베기를 연결했다.

 그간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괴수 사냥용의 시저 창술.

 대걸레 자루로 공원에서 환자 취급을 받은 이후, 며칠간 우산을 들고 대신한 움직임이었다.

 실제 창보다 가벼운 소품용 창이지만, 이조차도 만만치는 않았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급격한 동작에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념과 투기를 담은 재호의 창끝은 처음의 기세와 속도를 유지했다. 한 방을 찔러도, 힘이 없을지라도 제대로 베고 찌르는 에드가의 투지를 아로새긴 덕분이었다.

 “됐습니다. 그만하셔도 됩니다.”

 재호의 체력이 한계까지 다다른 것을 알고 오규찬 감독이 말했다.

 그는 재호의 동작을 보며 몇 가지를 되짚고 연신 생각하더니 처음보다 한결 진지한 눈으로 재호를 보았다.

 “이 역시도 정식 창술이 아니군요. 혼자서 뭘 보고 연습하신 거 같은데, 하하.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게 웃기기까지 하네요.”

 “무엇 말이신가요?”

 윤수의 물음에 오규찬 감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사람이 아니라 맹수를, 그것도 꽤 큰 맹수를 상대로 만든 거 같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말이야.”

 순간, 뜨끔한 재호였다. 이를 들은 윤수가 손가락을 튕기며 재호를 보았다.

 “혹시 게임 좋아하시나요? 온라인 게임 같은 거요.”

 “네. 복학 전까지만 해도 죽을 만큼 했어요.”

 오규찬 감독이 말도 안 된다며 끼어들었다.

 “윤수야, 지금 온라인 게임 캐릭터의 창술을 보고 저만큼 연습했다고 하는 거냐?”

 “원래 덕 중 최고의 덕이 오덕이라잖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막 나무라던 그는 갈등하는 재호를 보고 슬그머니 말끝을 흐렸다.

 재호가 ‘레무리아 대륙에서 에드가가 쓰는 걸 꿈에서 배웠습니다고 말하면 미쳤느냐고 하겠지?’ 생각하며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는데, 이미 그런 그를 보는 이윤수와 오규찬 감독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절레절레 흔드는 상태였다.

 소곤소곤 윤수와 대화하며 헛기침을 한 오규찬 감독이 재호를 불렀다.

 “창을 취미보단 더 익히신 듯하여 조언하자면, 보통의 창술은 기본적으로 오른손으로 끝을 잡고 왼손으로 위를 잡습니다. 그래야 강하게 찌를 수 있죠. 반면에 재호 씨는 손의 위치를 반대로 잡고 하더군요.”

 찌른다는 창의 방식이 아닌, 벤다는 목적의 창술이라 했다. 이 차이점을 알아두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동작 역시 실제 무술로 쓰기엔 지나치게 크고 빈틈이 많습니다. 두꺼운 나무나 문을 때려부수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회전력을 염두에 두고 한 번의 움직임에 모든 힘을 쥐어짤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방어가 전혀 없이 공격만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모름지기 창은 막고 흘리는…….”

 “저기, 감독님.”

 처음 담백하게 말하려던 오규찬 감독이 물 만난 고기처럼 점점 말이 많아지며 소품용 창마저 쥐고 동작을 선보이려다 윤수의 말에 이를 멈췄다.

 제 흥에 너무 나갔음을 안 것이다.

 재호 역시 속사정을 모름에도 레무리아 시저의 창술이 어떤 것인지 핵심을 바로 짚는 오규찬 감독을 보며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오규찬 감독이 재차 헛기침한 뒤 말을 매듭지었다.

 “정리하자면, 동작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뮤지컬이잖아요. 실제 동작보다는 이런 큰 동작으로 보여줘야 관객들도 돈이 안 아까운 거죠. 아, 방금 생각난 건데, 아까의 그 창술이 선자를 하면서도 가능할까요?”

 “해보겠습니다.”

 오규찬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서 멀찌감치 떨어졌고, 재호는 바로 주문대로 동작을 이행했다.

 자신이 하는 것이 뮤지컬이라는 것을 이해한 만큼 창술 역시 겉으로 보이게끔, 크고 동작이 호쾌하게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였다.

 처음이라 조금 어색했지만, 자빠지거나 도중에 꼬이지 않게 해 보일 수 있었다.

 “역시 괜찮군요. 이 정도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호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였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강해진 재호는 다시 한 번 동작을 해보겠다고 요청했고, 오규찬 감독으로선 배우의 열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즉석으로 더 좋은 동작이 나오도록, 재호의 잔 실수를 다잡고 다듬어주었다.

 확실히 몸에 익은 경험과 감으로 하는 것보다 조언자가 붙으니 시행착오가 한결 덜했다. 이쯤 되자 슬쩍 욕심이 생겼다.

 ‘한 번은 가능하잖아.’

 기본 시저 창술이 아닌 에드가의 움직임을 보이면 어떨까? 마침 에드가의 회전 창술에 이와 비슷한 동작이 있었다.

 창을 목 뒤의 어깨 위로 눕혀 양손으로 잡는다.

 이후 상체를 내림과 동시에 강력하게 휘두르는데, 이때 손목을 비틀며 손끝으로 긁듯이 힘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결단을 내린 재호가 이를 마무리하자 오규찬 감독이 손뼉을 쳤다.

 “아주 좋습니다! 이거, 진짜 따로 아크로바틱 하신 거 아니에요? 그냥 혼자 연습해서는 도저히 나올 수 있는 동작이 아닌데. 이거, 내가 엄청난 천재를 지금 보는 건가? 하하하! 윤수야, 방금 봤냐? 장난 아니지?”

 “네. 이건 꼭 살리고 싶은 동작인데요?”

 “그래그래, 아주 마음에 들어. 이 정도면 연습 일정 전에 합 다시 맞춰야 할 정도야. 이런 완성도는 초반에 손댄 거론 유지되지 않거든. 아니지, 아니야. 생각한 것보다 퀄리티를 더 올려도 될 것 같다. 홍 연출님은 대체 어디서 이런 배우를 구해 오셨대?”

 오규찬 감독의 그득한 칭찬 세례에 재호는 묘한 만족감이 들었다.

 왠지 자신은 물론, 에드가의 노력까지 보상받고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레무리아에 가면 ‘짜식, 너 잘 만든 거란다’ 하고 한마디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규찬 감독은 뮤지컬의 전체 액션을 다시 설계하는지 기분 좋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

 손으로 동선을 짜는 것만으로도 어떤 심정인지 여실히 보였다.

 “내 정신도.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지. 자, 오늘 고생했고, 다음에 또 미리 봐야 하면 윤수 조연출 통해서 다시 연락 줄게요. 먼저 들어가 봐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힘 있게 악수한 오규찬 감독이 조연출을 데리고 들어갔다.

 “윤수야, 우린 회의 좀 하자.”

 “이거, 갑자기 너무 불타는 거 아니세요?”

 “좋아 죽으려는 거 모를 줄 아냐? 신소리 말고 얼른 와.”

 “옙!”

 척 경례하고 따라가는 그들을 보고 재호가 숨죽여서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를 짚었다. 기분이 정말 좋아서 잊고 있던 근육통이 그제야 느껴졌다.

 “으아, 이거 엄청 뻐근하네?”

 연습실을 나서서 돌아가는 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하나만 아픈 줄 알았더니, 가만히 느끼니 여기저기가 온통 삐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오늘 해낸 동작들은 몸의 유연성도 부족하고 탄력도 부족한 재호로서는 해낸 것 자체가 대단한 동작들이었다.

 ‘이런 걸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에드가처럼 되려면 단련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거야?’

 걔는 아예 타고난 놈이야, 하며 고개를 젓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나도 이제 해야 하는 거잖아!”

 좋다고 한껏 자랑한 덕분에 액션 난이도가 오늘 급상승하지 않았던가. 오규찬 감독이 오늘부로 재호의 액션만큼 상향 평준화시킬 테니 이제는 남의 일만이 아니게 된 것이다.

 “망했다, 망했어.”

 본인 역시 이런 동작들로 공연을 지속하려면 매일 아무렇지 않게 그 동작들을 연결해서 할 수 있어야 했다.

 몸의 탄력과 유연성을 더 훈련하지 않으면 공연 중에나 연습 중에 부상이 생길 확률은 그야말로 99퍼센트다.

 그렇다고 사나이 자존심에 들어가서 ‘저기, 아프니까 살살요’ 할 수는 없었다. 이까짓 거, 다음 모임이 있기 전까지 에드가처럼 훈련을 해서라도 모두 소화해 내면 됐다.

 집에 돌아와서는 스케줄 표를 새로 만들었다. 이름 하여 ‘에드가 따라잡기’.

 ‘근데 어째 성악과가 아니라 체대스럽게 됐다?’

 각종 운동과 운동으로 도배된 계획표를 보며 재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번 주는 놀 겸, 쉴 겸 인천에 다녀오려 했는데,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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