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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에드가&재호
작가 : 약먹은인삼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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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성악과 대학생 신재호.
매일 밤 그는, 레무리아 대륙의 사냥꾼 에드가를 꿈꾼다.
존재감 없고 자신감 부족하지만 구김살 없는 재호와
싸가지 없고 패기만만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가진 에드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끼치며
조금씩 바뀌어 가는데…….

 
제 11 화
작성일 : 16-07-19 10:58     조회 : 573     추천 : 0     분량 : 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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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재호가 경험하는 레무리아 대륙의 일들이 피로와 후유증을 남겼다면 지금처럼 기대하고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혹사에 혹사를 반복하는 에드가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자서 두 눈이 퀭해지고 만년 피로에 시달렸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조금도 후유증이 없고 단지 괜찮은 영화를 본 양 기억으로 남는다는 일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렘수면 단계에선 피로가 풀어진다더니, 난 아예 그 상태로 쭉∼이려나?’

 재호는 첫날 깜짝 놀라서 수면에 대해 찾아봤던 내용을 떠올렸다. 이른바 잠에 대한 자료로서 렘수면과 비렘수면, 자각몽과 같은 이야기였다.

 어떤 것도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았고, 외려 좋을 점만 잔뜩이라서 이제는 치료라도 되면 절대 안 되는 상태였다.

 재호는 얼른 떠올린 기억을 미루고 오늘의 수업을 준비했다.

 캐비닛을 열어 예의 악보를 챙기고 안쪽에 붙여둔 수업 일정을 훑었다.

 “또 합창이야?”

 금요일은 딱히 힘들다거나 하는 수업이 없었다. 단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체 성악과 학생이 참여하는 합창 수업이 조금 지루할 뿐이었다.

 예체능 계열의 저학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수업이 무엇일까? 공학 인증 같은 머리 아픈 수업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많은 과제를 주는 수업도 아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수업은 전 학년이 함께하며 자신의 전공생만 듣는 수업이었다.

 합창은 이 모두의 교집합에 속했다. 그래도 지금은 3학년이라서 이리 느긋하지, 예전에는 재호에게도 정말 지옥 같았었다.

 ‘군대랑 음대랑 비슷하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농담하지 말라고 하겠지.’

 겪어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상식이 편견에 속하는 부류도 더러 있었다.

 예술은 가난하다는 말부터 음악 하는 사람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내리는 빗물에 눈물을 촉촉이 적시리라는 시선이 그러했다.

 인생은 아름답기만 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말처럼 음대에서의 합창 수업은 결단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리는 수업이 아니었다. 외려 ‘기합 받는 날’로 등치시켜도 좋았다.

 선임이 후임을 내리 갈구듯 선배가 후배를 혹독히 다뤘다.

 예술 하는 사람들이 곱게 차려입고 환히 웃지만, 자신들의 시스템 아래에선 얼마나 모진지 정말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던 재호의 입에서 늙은이 같은 말이 절로 나왔다.

 “요새 애들은 참 편하게 다니는 거 같아.”

 자신도 몇 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룰루랄라 노래를 불렀을 만큼 요즘은 세상이 좋아졌다, 하여간 요새 애들은 빠져도 너무 빠진 것 같다, 그때에 비하면 천국인데 말이다, 와 같은 객쩍은 생각이 드는 건 질투심 때문일 것이다.

 난 그렇게 고생했는데 너희는 덜 고생하는 거 같으니까 배가 아픈 거다. 어리디어린 생각이었다. 재호는 이를 인정하며 계단을 올랐다.

 이 역시 실생활 운동으로 넣은 요즘의 습관이었다.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 거였다. 예전보다 몸은 불편하지만 대신 하루하루 건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탈무드에 ‘행운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의지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있듯 재호의 가치관에 노력은 전보다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탁월한 몸을 타고난 에드가가 어떤 수련을 하는지 한 몸이 되어 전적으로 교류한 덕분이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더 노련하게 잘했을 텐데.’

 하지만 딱히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군대를 다시 가는 건 싫었다.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다 고개를 휘저으며 전면 부정할 만큼이다.

 “지금이 좋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음대랑 군대랑 못잖다고 말은 하지만, 역시나 더 싫은 쪽은 군대다.

 강의실에 들어가 미리 자리를 잡은 재호는 과거보다 더 분명하고 또렷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상상만으로 베루치를 완벽하게 그려내던 에드가처럼 예습 겸 복습을 하는 거였다. 요즘 너무 수업에 충실했더니 적당히 목을 놓아둬야 했다.

 그렇게 근래 행동거지부터 눈빛까지 확 바뀐 복학생의 수업이 이어졌다. 펼친 그의 강의 노트 맨 앞에는 새로 쓰인 좌우명이 굵직하게 있었다.

 

 ―할 땐 화끈하게!

 

 뭐든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거다.

 

 집중하는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점심을 지나 오후 수업마저 마치니 이제 즐거운 주말이다. 스스로 대견할 만큼 충실하게 지낸 재호는 고기도 구워보기로 했다.

 전 재산을 몽땅 찾아서 한 방에 쓰는 에드가만큼은 아니지만, 일주일의 노고를 풀고 자축하는 행복감을 나름 느껴보고자 하였다.

 행복은 누가 뭐래도 남의 살을 씹을 때 오는 법.

 ‘요즘은 돼지고기도 소 못잖다니까. 역시 치느 님을 모셔야 하려나?’

 자취생의 지갑 사정이 고기의 품질을 정하기 직전인 그때, 재호의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지만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여보세요?”

 「신재호 씨 핸드폰 맞습니까?」

 남성의 목소리였다.

 “네, 맞는데요?”

 「지난번에 자살을 위한 여행에서 심사를 맡았던 연출가 홍태희 선생님 밑에 있는 조연출입니다.」

 재호는 휴대전화를 고쳐 잡았다. 분명히 엉망이라고 생각해서 발표조차 듣지 않고 나왔는데, 설마 합격했다는 통지일까?

 “네! 무슨 일이시죠?”

 「그날 노래를 듣고 선생님께서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요. 혹시 스케줄이 맞으시면 저희가 지금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데, 함께하실 수 있으신가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아, 네.”

 예상대로 자살을 위한 여행의 오디션은 떨어졌다 했다. 역시 분석했던 대로 뮤지컬과 맞지 않는 캐릭터를 준비한 이유였다.

 대신 오디션 때 있던 다섯 명의 심사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뮤지컬에 재호를 캐스팅하고 싶다 한다. 재호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딱히 자살을 위한 여행에 기대나 미련이 컸던 건 아니었으니까.

 이번 기회가 전부이고 어느 작품 하나만 애착을 갖는다기보다는 재호는 뮤지컬 배우라는 그 자체를 사랑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온 힘을 다해볼게요!’ 하는 것이 진심이지만 최대한 담담한 척 대꾸했다. 상거래는 레무리아나 여기나 마찬가지다. 안달 내고 애달파하면 싸 보인다.

 “일단 일정이랑 어떤 공연인지, 그리고 어떤 배역에 캐스팅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내는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그럼 어차피 비공개 오디션을 한 번 보셔야 하긴 하니까, 내일 혹시 시간 되세요?」

 “있긴 합니다만, 온종일은 당연히 아니죠.”

 너무 한가해도 없어 보이는 법. 적당히 빼고 슬쩍 물었다.

 “몇 시쯤이면 괜찮으십니까?”

 「가능한 한 일찍 오시면 좋기는 합니다. 내일은 내내 연습실에 있을 거거든요. 언제든 편하실 시간을 말씀해 주시면 그 시간에 맞춰서 자리를 마련할게요.」

 이리 공손하게 나와주니 재호로서도 넙죽 받아들일 차례였다.

 “알겠습니다. 아주 일찍은 어려울 것 같고, 오후 1시 정도에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장소가 어디인가요?”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그럼 1시에 바로 오디션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겠습니다.」

 “혹시 제가 준비할 것이 있을까요?”

 「그냥 편히 오시면 됩니다. MR이나 정장은 입지 않으셔도 괜찮거든요.」

 얕은 웃음기에 재호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별 사소한 걸 다 기억하고 있는 조연출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했다.

 ‘주말 하루가 날아가겠는걸.’

 캐스팅이라기에 아무것도 없이 그냥 배역을 받으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재호는 다시금 악보를 들고 연습하고자 학교로 되돌아갔다.

 

 연습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레무리아 대륙에서의 카르쉬 사냥으로 대신한 재호는 이튿날, 문자 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지난 시행착오가 있었으니만큼 이번에는 그때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꼭 진면모를 보여주고 말리라. 기합을 잔뜩 넣어서일까?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슬쩍 웃음마저 나왔다.

 ‘예감이 좋아.’

 마침 오디션 장소도 자취방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기왕이면 합격해서 연습 자체도 이곳에서 쭉 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재호는 오디션을 볼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

 “신재호 씬가요? 꽤 빨리 오셨군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마중 나온 남자는 어제 전화로 들었던 조연출이었다. 서른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와 재호는 악수하고 뒤를 따랐다.

 빌딩 지하의 연습실은 쾌적한 느낌보다는 무언가 부산한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벽 전체가 거울로 되어 있고 무용하기 좋은 바닥에 넓은 직사각형의 구조였다.

 피아노까지 있었으니 갖출 것은 다 갖춘 형태의 연습실이었다. 그런 재호의 시선을 느꼈는지 앞에서 걷던 남자가 먼저 이야기했다.

 “좀 너저분하죠? 아무래도 스탭이 이 많은 걸 일일이 정리하면서 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어서요. 바로바로 정리되지 않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아뇨. 꽤 정감이 가는 모습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하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이고요. 우선 잠깐 앉아 계세요. 반주자 선생님 오시면 일단 오디션 먼저 시작하고, 그다음에 설명해 드리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냉정한 듯하지만 맞는 소리였다. 어차피 오디션에서 불합격하게 된다면 설명을 들어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

 게다가 약속한 시간보다 재호가 30분이나 일찍 도착했기에 오디션의 진행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기다려야만 했다.

 ‘내 노래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를 알면 조금 더 확실하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아쉽네.’

 자신에게 원하는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를 알면 그 캐릭터에 맞춰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아무래도 조금 더 유리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현재 그걸 먼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 재호는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냥 자신감 있게 노래를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때 부른 저 별을 향하여가 마음에 들었다는 건 에드가의 패기에 돈키호테의 정의를 담은 노래가 괜찮았다는 뜻일 테니까.

 백 퍼센트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유추는 할 수 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25분이 지났다. 12시 55분이 되자 심사자라 짐작되는 2명이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그를 안내한 조연출 역시 합류하니 총 3명의 심사자인 셈이다.

 재호는 지난번에 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낯설지 않은 여성을 보았다. 반테 안경을 쓴 중년의 그녀가 아마도 연출가인 홍태희일 것이다.

 심사자와의 거리는 지난번의 오디션 때보다 더욱 가까워서 집중하면 호흡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홍태희가 재호에게 눈짓했다.

 “지난번 오디션에서 부르셨다는 그 곡을 부르시면 됩니다.”

 “다 부르나요?”

 “네. 재호 씨만 보는 오디션인데요, 뭐.”

 시험하고 평가하겠다는 시선이라기보다는 확인하겠노라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작은 웃음기마저 감돌아서 재호 역시 마음의 짐이 한결 덜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러주세요.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잘 들을게요.”

 “네, 알겠습니다.”

 재호에게서 준비 신호가 나오고, ‘저 별을 향하여’의 전주가 시작되었다. 지난번과 같은 캐릭터를 보이고 이를 투영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때의 실패를 양분 삼아서 한층 성장했고, 충실한 연습이 뒷받침되었기에 재호는 처음 생각대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일 수 있었다.

 성량은 기본. 진짜 자신의 꿈과 목표를 말하듯이 노래를 하였고, 심사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생겨났다.

 “거 봐. 내가 진짜 잘 어울릴 거라 했지? 딱 맞는 캐릭터라니까?”

 자신의 안목을 자랑하는 홍태희의 말에 다른 심사자들 역시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좋네요. 말씀하신 거보다 더 잘하는 거 같은데요?”

 “그러게.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가 봐. 더 잘됐지 뭐.”

 재호의 노래가 끝났다. 그들에겐 많은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모두의 신체 언어가 합격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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